사티리콘

 


Satyricon
1. 개요
2. 줄거리
2.1. 이전의 줄거리
2.2. 1부
2.3. 2부
2.4. 3부
2.5. 4부
2.6. 5부
3. 등장인물
3.1. 주요 등장인물
3.2. 기타 등장인물
4. 영화화
4.1. 《사티리콘(Satyricon)》 (1969)
4.2. 《펠리니의 사티리콘(Fellini Satyricon)》 (1969)
4.3. 《사티리코시시모(Satiricosissimo)》 (1970)
5. 여담


1. 개요


네로 황제 시대에 활동한 고대 로마의 문장가 페트로니우스(A.D 20~66)가 남긴 소설.
서기 1세기 경의 작품으로, 현존하는 고대 로마의 소설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손꼽힌다.[1] 당시 로마 사회를 풍자하는 성격이 강하며, 때문에 당시 로마인들의 생활상과 사회상을 관찰하는데에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장르적으로는 피카레스크 소설의 원형이라고도 불릴만큼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본래는 20권 가량 정도의 분량이었던 것으로 보이나,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대부분의 내용이 망실되었다. 때문에 오늘날 전하는 분량은 본래의 14, 15, 16권 정도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군데군데 빠진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페트로니우스가 직접 서술한 원본은 전혀 남아있지 않고, 후대에 만들어진 불완전한 사본만이 남아있는 것 또한 문제이다. 그나마 가장 완전하게 남아있는 부분은 이 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대목인 "트리말키오의 연회" 정도이다. 덕분에 완전한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태이다.

2. 줄거리


앞서 언급하였듯이, 워낙 오래된 소설인지라 사라진 부분이 많고 극히 일부분만이 남아 있어서 전체적인 줄거리를 파악하기가 난감한 편이다. 다만 주인공인 엔콜피우스와 그의 몸종인 지톤, 친구인 아스킬토스 등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는 것 정도만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현존하는 판본의 내용은 크게 5부로 나뉘어지는데,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2.1. 이전의 줄거리


《사티리콘》은 본래 20권 정도의 분량이었던 것으로 보이나, 현존하는 판본은 14, 15, 16권 등 총3권 정도의 분량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누락된 부분이 많다. 다만 남아있는 내용을 통해 추측해 볼 수 있는 주인공들의 과거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엔콜피우스는 떠돌이 청년으로,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살아왔다.[2] 그는 리카스라는 부유한 선장의 유혹을 받지만, 오히려 그의 아내와 간통하여 그를 모욕하고는, 뱃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신물인 망토와 방울을 훔쳐 달아난다. 또한 그는 트리파이나라는 아름다운 창녀와 사귀게 되지만, 그녀가 몸종으로 데리고 있던 미소년 노예 기톤과 눈이 맞아 그와 함께 달아난다.
이후 엔콜피우스와 기톤은 범죄를 저지르고 고향에서 쫓겨난 떠돌이 청년 아스킬토스를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어느 시골마을에서 사람을 죽이고는 망토와 황금을 강도질한다. 이들은 훔친 황금을 망토 안에 감추지만, 엔콜피우스의 실수로 이를 도둑맞고 만다. 이후 이들은 이탈리아 남부의 도시인 푸테올리에 들어오게 되고, 엔콜피우스와 아스킬토스는 이름높은 교사인 아가멤논의 수사학 수업을 듣게 된다.

2.2. 1부


엔콜피우스는 수사학 교사인 아가멤논의 수업을 듣던 중, 아스킬토스가 갑자기 교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는 그를 뒤따라 나선다. 이들은 아직 길눈이 어두운 탓에 숙소를 찾지 못하고 헤메다가, 사람들의 꼬임에 넘어가 매음굴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와 숙소로 돌아온다. 그런데 아스킬토스가 엔콜피우스가 없는 틈을 타서 기톤을 덮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한바탕 말다툼이 일어난다.
그 다음은 시장으로 장면이 전환된다. 엔콜피우스 일행은 그 곳에서 우연히 자신들이 강도질한 황금을 넣어둔 망토를 훔친 촌부를 발견하지만, 강도질한 사실이 드러날까봐 그를 잡지 못하고 대신에 망토값을 흥정하기로 한다. 그런데 촌부와 함께 있던 여자가 엔콜피우스가 지닌 망토를 도둑질한 물건이라고 주장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진다. 엔콜피우스는 기지를 발휘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망토를 촌부의 망토와 교환하자고 제안하였고, 그 안에 황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촌부는 이에 기꺼이 응한다. 엔콜피우스 일행은 쾌재를 부르며 즐거운 마음으로 숙소에 돌아간다.
이후 엔콜피우스 일행은 프리아포스[3]를 모시는 신전에서 벌어지는 음행의식을 훔쳐보다 발각당한다. 신전의 여사제인 색정광 콰르틸라는 사람들을 거느리고 엔콜피우스 일행에게 감히 성전을 범한 죄를 물으며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런데 콰르틸라는 엔콜피우스 일행의 외모가 하나같이 반반한 것을 보고는 이들을 강제로 자신의 음란하고 추잡한 연회에 초대한다. 이 곳에서 엔콜피우스와 아스킬토스, 그리고 기톤 등은 콰르틸라의 노리개감이 되어 온갖 수모를 겪는다. 연회의 마지막에, 콰르틸라는 어린 시녀인 파니키스를 불러와 그를 기톤과 동침하게 하고는 이를 훔쳐보며 즐거워한다.

2.3. 2부


엔콜피우스 일행은 트리말키오라는 억만장자가 사람들에게 공짜연회를 베푼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 엔콜피우스 일행의 수사학 교사였던 아가멤논과 그 조수도 참석한다. 트리말키오는 본래 노예 출신이었으나 주인의 총애를 얻어 자유민 신분이 되었을 뿐 아니라 주인의 유산을 물려받아 막대한 재산과 토지 및 노예를 소유한 벼락부자가 된 사람이었다. 엄청난 부를 자랑하지만 본성은 천박하기 짝이없는 트리말키오는 자신의 과시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연회를 베풀기를 즐긴다. 연회장에 들어선 주인공들은 트리말키오의 웅장하고 호화로운 저택을 보고는 연신 감탄을 금치 못한다.
연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트리말키오는 손님들을 접대하기 위해 온갖 짐승의 고기와 생선젓갈[4]을 내놓는다.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트리말키오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거나 아부를 늘어놓으며 산해진미를 즐긴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트리말키오는 사람들에게 포도주를 나누어 주면서 고전의 문구를 의도적으로 인용한다거나, 삶의 역경을 비롯한 다양한 주제로 잡다한 장광설을 늘어놓는 등 자기 자신을 과시하려는 졸부근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곧 이어 트리말키오의 절친한 친구인 아우구스투스 사제단의 사제이자 명성높은 석공인 하비나스가 뒤늦게 연회에 참석하면서 분위기는 한층 더 고조된다. 그 와중에 노예들이 실수를 저지를 때 마다 트리말키오는 상스러운 욕을 퍼부으며 이를 질책하기도 하고, 잘생긴 소년에게 찝적거리다가 아내인 포르투나타와 크게 다투기도 한다.
연회의 끝에 이르러 트리말키오의 자기과시욕은 극에 달하고, 그는 자신의 장례식에 쓰려고 준비해둔 수의와 포도주를 꺼내놓고 청승을 떨어댄다. 그 와중에 연회장에서 울려퍼지는 음악소리가 워낙 시끄러운 탓에, 소방대원들이 그 소음을 듣고는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착각하고는 문을 부수고 들어와 물을 끼얹는 촌극이 벌어진다. 트리말키오의 자기과시에 역겨움을 느낀 엔콜피우스 일행은 난리통을 틈타서 몰래 숙소로 돌아간다.

2.4. 3부


집에 돌아온 엔콜피우스는 아스킬토스가 또다시 기톤을 덮치려 하는 것을 보고는 그와 다투다가 급기야는 칼부림을 벌이기 직전까지 간다. 결국 두 사람은 기톤의 만류로 싸움을 멈춘다. 엔콜피우스와 아스킬토스는 결별하기로 마음먹고는 소지품을 반으로 나누다가 기톤에게 누구를 따라나설지 묻는다. 그러자 기톤은 예상을 깨고 엔콜피우스가 아닌 아스킬토스를 선택한다. 배신감과 허탈감에 빠진 엔콜피우스는 화랑에 들어가 그림을 감상하며 마음을 달래다가 유창한 언변을 쏟아내는 시인 에우몰푸스와 만나 그와 동행하게 된다.
엔콜피우스는 이후 에우몰푸스와 함께 목욕탕에 갔다가 그 앞에서 아스킬토스의 옷을 들고 그를 기다리던 기톤을 발견한다. 기톤은 두 사람이 서로 칼부림까지 벌이게 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더 강한 아스킬토스의 비위를 맞출 수 밖에 없었다고 변명하며 용서를 구하고, 엔콜피우스는 이를 기쁘게 받아들인다. 옷을 맡겼던 기톤이 달아나는 바람에 졸지에 옷을 잃은 아스킬토스는 남색을 밝히는 한 기사의 도움으로 목욕탕 밖으로 나간다.
한편 숙소로 돌아온 에우몰푸스는 아름다운 외모의 기톤을 보고는 노골적으로 찝적댄다. 엔콜피우스는 이를 보고 분통이 터져 에우몰푸스와 대판 싸움을 벌인다. 이 소란을 지켜보던 집주인이 이들이 집세를 내지 않고 도주하려는게 아닌가 의심하여 현장을 덮치면서 싸움은 더욱 커진다. 그러던 와중에 때마침 에우몰푸스와 친분이 있던 건물 지배인이 나타나면서 상황은 종결된다. 그런데 밤이 되자 기사의 도움으로 새옷과 돈을 얻은 아스킬토스가 숙소를 찾아와 자신에게 기톤을 찾아주는 이에게는 1천 세스테르티우스의 포상금을 주겠노라고 선포한다. 에우몰푸스는 포상금을 노리고 기톤을 아스킬토스에게 넘기려 했으나 기톤이 눈물공세를 펼치며 애걸복걸하자 마음이 흔들려 포기하고 만다.[5]
한편 엔콜피우스와 기톤은 에우몰푸스와 함께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도주하기로 하는데, 하필 그 배에는 엔콜피우스에게 원한을 품고 있던 선장 리카스, 그리고 기톤의 본래 주인인 트리파이나가 타고 있었다. 엔콜피우스와 기톤은 이들의 눈을 피하려고 머리와 눈썹을 밀고 얼굴에는 가짜 낙인을 그려서 죄수로 위장하지만 곧 발각당하고 만다. 엔콜피우스 일행과 리카스, 트리파이나 일행은 선상에서 패싸움을 벌이지만, 바다 한가운데에서 싸우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기에 서로간에 대강 합의를 보고 싸움을 멈추게 된다. 이들은 과거의 앙금을 잊고 잠시나마 서로 재담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주인공들이 탄 배는 바다 위에서 폭풍우를 만나게 되고, 선장인 리카스도 돌풍에 휩쓸려 사라져 버린다. 트리파이나 일행과 엔콜피우스 일행은 각기 구명정으로 옮겨탔다가 천신만고 끝에 해안에 닿아 목숨을 건지게 된다. 엔콜피우스는 그 곳에서 난파선의 잔해와 함께 쓸려온 리카스의 시신을 발견하고는 눈물을 흘린다.

2.5. 4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엔콜피우스, 기톤, 그리고 에우몰푸스는 해변가를 지나 이탈리아 남부의 도시인 크로톤에 도달한다. 에우몰푸스는 이곳에서 자신의 사기꾼 기질을 발휘하여 막대한 돈을 벌 계획을 세운다. 그는 스스로 북아프리카 지역에 막대한 재산과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갑부로 위장하고는, 자식을 잃고 고향을 떠나 항해를 하다가 난파당해 이곳까지 왔다는 식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다니며 유산을 노리는 자들에게 돈을 뜯어내기로 마음먹는다. 엔콜피우스와 기톤 또한 그의 사기극에 동참하여 그를 떠받드는 노예로 행세한다.

2.6. 5부


에우몰푸스의 작전은 과연 예상대로 들어맞아서, 그를 난파당한 갑부로 착각한 도시 사람들은 그의 유산을 노리고는 접근하여 돈을 나누어주는 등 환심을 사기 위해 애를 쓰기 시작한다. 어리석은 유산사냥꾼들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떼돈을 벌게 된 에우몰푸스는 점차 자신이 정말 북아프리카 갑부라도 된 것 마냥 거들먹거리기 시작한다.
한편 엔콜피우스는 크로톤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부유한 미녀 키르케와 만나 관계를 맺게 되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름다운 여인을 앞에 두고도 발기를 하지 못한다. 키르케는 엔콜피우스가 남자인 기톤과 동침하기 때문에 정력이 쇠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말에 혹한 엔콜피우스는 기톤과의 동침을 피하고 주술적인 치료를 받는 등 정력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마침내 정력을 회복했다고 생각한 엔콜피우스는 다시 키르케와 동침하지만 지난번처럼 발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이에 모욕감과 분노를 느낀 키르케는 하인들을 시켜 엔콜피우스에게 몰매를 때리고는 쫓아내버린다. 집에 돌아온 엔콜피우스는 홧김에 자신의 남근에 욕을 퍼붓지만 효과는 없었다.
결국 엔콜피우스는 남근의 신인 프리아포스의 신전을 찾아가 기도를 드리다가, 신전을 지키는 늙은 여사제인 오이노테아와 잡다한 주술에 능한 포주 프로셀레누스를 만나고는 정력을 회복하기 위해 의식을 치르게 된다. 그러나 이 의식는 너무도 고통스러웠고, 견디다 못한 엔콜피우스는 결국 신전에서 달아나버리고 만다.
한편 에우몰푸스는 부유한 노인들의 집에 자신의 자녀들을 심어두었다가 유산을 빼돌리는 것으로 악명높은 노부인 필로멜라와 만나게 된다. 에우몰푸스는 그녀의 어린 딸과 관계를 가지게 되고, 엔콜피우스 또한 필로멜라의 아들을 만나 그와 관계를 가지게 된다. 그 이후의 내용이 누락되어 자세한 사정은 알기 어려우나, 엔콜피우스는 어찌어찌하여 결국 정력을 회복하는데 성공한다.
이후 에우몰푸스는 자신의 유산을 노리고 몰려든 사람들을 떼어내기 위해서, 자신이 죽은 후에 유산을 받으려는 이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의 시신에서 살을 뜯어먹어야 한다는 내용의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내용의 유언장을 발표한다. 현존하는 《사티리콘》 판본의 내용은 여기서 끝이 나며 이후의 내용은 알 수 없다.


3. 등장인물



3.1. 주요 등장인물


  • 엔콜피우스(Encolpius)
주인공이자 작중의 화자. 전직 검투사인 떠돌이 청년이다. 현존하는 부분에서는 그의 과거 행적이 많이 잘려나가는 바람에 어떤 인물인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소설의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무뢰배 양아치에 더 가까운 인물.
자신을 유혹하려던 선장 리카스를 엿먹이고 자신과 사귀던 미녀 트리파이나의 미소년 몸종인 기톤과 눈이 맞아 그와 함께 달아나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다. 이후 아스킬토스를 만나 그와 동행하지만, 그가 계속 기톤을 노리자 결국 그와 결별하고는 에우몰푸스와 동행하게 된다.
얼굴이 나름 잘생긴 편이지 가는 곳 마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다. 색정광인 신녀 콰르틸라도 엔콜피우스에게 눈독을 들였고, 작중에서 미녀로 묘사되는 트리파이나와 키르케도 모두 엔콜피우스와 사귀려 하였다.
  • 기톤(Giton)
엔콜피우스의 몸종이자 동성연인. 아름다운 외모의 미소년으로, 나이는 16세 정도이다. 본래 엔콜피우스와 사귀던 미녀 트리파이나의 몸종이었으나, 엔콜피우스와 눈이 맞아 그와 함께 달아나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다. 엔콜피우스를 위해 이런저런 가사일을 하기도 한다. 성격은 내성적이고 순종적인 편으로, 평소에는 엔콜피우스의 말을 고분고분 따른다. 그러나 제법 영리해서 중요한 순간에 의외의 기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아직 나이가 어린 탓에 엔콜피우스에 비하면 그나마 조금 더 도덕적이고 순진한 모습을 보여준다.
  • 아스킬토스(Asciltos)
엔콜피우스의 친구이자 동료. 엔콜피우스와 마찬가지로 전직 검투사인 떠돌이 청년. 엔콜피우스에 비해서 좀 더 짓궂고 사나운 성격의 소유자이다. 엔콜피우스와는 기톤을 두고 다투거나 경쟁하기도 하는데, 결국은 그 문제 때문에 아스킬토스와 수차례 싸우다가 끝내는 결별하게 된다.
엔콜피우스처럼 나름대로 얼굴이 잘생긴 편인지 주변에서 그에게 껄떡대는 남색가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덕분에 위태로운 순간을 모면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아스킬토스 그 자신의 언급에 따르면 기톤이 없을 때에 엔콜피우스와도 동침하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 에우몰푸스(Eumolpus)
시인이자 사기꾼. 고전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언변 또한 좋지만 성격은 능구렁이처럼 교활하다. 점잔을 빼고 지식을 과시하며 으스대거나 허세부리기를 좋아한다. 겉으로는 꼿꼿하고 고결한 지식인인냥 행세하고 다니지만 실상은 금전과 색욕을 탐한다. 여러모로 타락하고 재수없는 지식인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 이처럼 비호감스런 인물인지라 그가 시를 낭독할 때 마다 사람들에게 야유와 돌맹이 세례를 받기도 한다. 작중에서는 유독 미소년을 탐하는 등 남색을 밝히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6] 이 소설의 현존하는 가장 마지막 부분은 난파당한 갑부로 위장해서 떼돈을 벌어들인 에우몰푸스가 유산을 노리고 꼬여드는 사람들을 쫓아내기 위해,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시신에서 살을 뜯어 먹어야 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남기는 부분이다.

3.2. 기타 등장인물


  • 아가멤논(Agamemnon)
말재주가 뛰어난 수사학 교사. 언변이 좋아서 자유자재로 장광성을 늘어놓을 수 있다. 현존하는 사티리콘 판본의 첫장면은 엔콜피우스와 아스킬토스가 그의 수업을 듣는 장면이다. 첫 등장시에 재미있게도 로마인들의 삐뚤어진 교육열 현상을 비판하는데, 오늘날 교육의 문제점과도 부합하는 부분이 많다. 트리말키오의 연회에 참석하기도 하지만 비중은 거의 없다.
  • 콰르틸라(Quartilla)
남근의 신인 프리아포스를 섬기는 신전의 신녀. 지독한 색정광으로, 자신의 신전에서 비밀리에 의식을 빙자한 음행을 치르는 것을 좋아한다. 엔콜피우스와 기톤, 아스킬토스 등이 이를 몰래 훔쳐보다 걸리자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이들을 협박하여 강제로 자신의 음란한 연회에 초대하여 실컷 골려먹는다.
  • 트리말키오(Trimalchio)
노예 출신의 갑부. 본래 이름높은 부잣집의 노예였으나, 주인의 환심을 얻어 그의 심복이 된 후 그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아 어마어마한 벼락부자가 되었다. 엄청난 양의 대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휘하에는 수많은 시종과 노예들을 부리고 있다. 막대한 돈을 들여서 사치스러운 연회를 베푸는 것을 즐긴다. 낮은 신분에서 출세했다는 과거에 대한 보상감 때문인지 과시욕이 매우 강한 편으로,[7] 그가 성대한 연회를 여는 것도 자신의 부유함을 과시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우러러보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잘난 척 하더라도 근본이 근본인지라 말씨나 행동거지는 그저 천박하기만 하다.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유명한 문학작품의 구절을 인용하며 주절거리며 아는 척을 하기를 좋아하지만 무식한 놈이 억지로 유식한 척 하는 티만 팍팍 나서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묘사될 뿐이다.[8] 트리말키오가 사람들에게 연회를 베푸는 대목은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묘사가 많기 때문에 이 소설의 백미로 손꼽힌다.
  • 포르투나타(Fortunata)
트리말키오의 아내. 남편과 마찬가지로 비천한 출신의 여인이었으나 트리말키오가 벼락출세하면서 함께 돈방석에 올랐다.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신경써서 고상한 척이라도 하는 트리말키오보다 더욱 지독한 재산욕과 물욕을 지닌 인물로 묘사된다.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트리말키오조차도 다 알지 못하는 영지와 재산 목록도 포르투나타는 훤히 꿰고 있다고 한다. 트리말키오가 자신 앞에서 미소년을 희롱하자 분노하여 그와 크게 다투기도 한다.
  • 리카스(Lichas)
부유한 선장. 현존하는 부분에서는 누락되었지만, 작중의 언급으로 볼 때에 과거에 엔콜피우스을 유혹하려 하였으나, 오히려 엔콜피우스가 자신의 아내와 불륜을 저질렀을 뿐 아니라, 재해를 막아주는 신물마저 훔쳐가는 바람에 그에게 깊은 원한을 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엔콜피우스가 에우몰푸스와 함께 배를 타고 달아나려 할 때에 하필이면 리카스가 부리던 배에 탑승하게 되어 곤욕을 치를 뻔 하지만, 트리파이나와 에우몰푸스의 중재로 배위에서의 싸움은 멈추게 된다. 그러나 항해 중에 몰려온 폭풍우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고, 해변가에 표류된 그의 시신은 엔콜피우스 일행이 거두어 화장을 치러준다.
  • 트리파이나(Tryphaena)
아름다운 미모의 매춘부. 비록 창녀이기는 하지만 많은 하녀와 하인들을 대동하고 다닐 정도로 부유하다. 과거에 엔콜피우스와는 연인 사이였으나, 자신이 총애하던 미소년 몸종 기톤을 엔콜피우스가 데리고 튀는 바람에 그에게 깊은 원한을 품게 된다. 이후 리카스와 함께 항해를 하다가 엔콜피우스 또한 같은 배에 타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를 잡으려 한다. 그러나 기톤이 이를 멈추지 않겠다면 자신의 남근을 잘라버리겠다고 협박을 하자 크게 놀라서 싸움을 멈추도록 중재하고는 기톤과 잠시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그러나 항해 중에 몰려온 폭풍우에 배가 침몰할 위기에 처하자 하녀들과 함께 구명정에 오르지만 이후로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 키르케(Circe)
엔콜피우스 일행이 크로톤으로 옮겨간 후에 만난 미녀. 매우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부유하기까지 하지만 성격은 방탕하다. 시녀인 크리시스와의 알선으로 만난 엔콜피우스를 꼬드겨 그와 관계를 가지지만, 그가 끝내 발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자 이에 수치심과 분노를 느껴 그를 폭행하고 내쫓는다.
  • 크리시스(Chrysis)
키르케의 시녀. 엔콜피우스와 키르케의 사이를 연결해준 장본인으로, 그 역시 엔콜피우스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엔콜피우스가 키르케에게 쫓겨난 후에 그를 찾아가 그와 관계를 맺으려 하지만, 키르케가 그녀를 급히 찾는 바람에 그대로 돌아가고 만다.

4. 영화화


이 소설은 후에 이탈리아에서 두 차례 영화화되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1969년에 개봉하였다. 먼저 개봉한 영화는 상대적으로 듣보잡에 가까우며, 두번째로 개봉한 영화는 세계 영화사에서도 손꼽히는 전설적인 거장인 페데리코 펠리니가 감독한 것으로 유명하며 오늘날까지도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 외에 이를 소재로 한 패러디 영화도 한 편이 출시되었다.

4.1. 《사티리콘(Satyricon)》 (1969)


이탈리아의 지안 루이지 폴리도로(Gian Luigi Polidoro)가 감독한 영화. 정식 제목은 아니지만, 펠리니가 감독한 작품과 구분하기 위해 《폴리도르 사티리콘(Polidoro Satyricon)》이라 불리기도 한다. 최초로 《사티리콘》을 영화화한 작품이지만, 《펠리니의 사티리콘》이 워낙 유명한 작품인지라 상대적으로 묻히는 감이 없잖아 있다. 실제로 펠리니가 감독한 영화는 세계영화사에 남을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이 작품은 그 정도의 가치를 부여할만한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다소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띄는 펠리니의 작품과는 달리, 5~60년대에 유행하던 전형적인 이탈리아 고전 사극의 양식에 가까운 작품이다. 원작의 내용이 워낙 중구난방인지라 제대로 영화화하지는 못했으며 전개도 다소 다르다. 마지막에 이르러 항해 중 배가 폭풍우를 만나 등장인물들이 거의 떼몰살당하며, 간신히 살아남은 엔콜피우스가 해안가에서 기톤의 시신을 화장하는 장면을 바라보는 엔딩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4.2. 《펠리니의 사티리콘(Fellini Satyricon)》 (1969)


이탈리아의 페데리코 펠리니가 감독한 영화. 지안 루이지 폴리도르의 영화가 이미 겨우 몇달전에 《사티리콘》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펠리니의 사티리콘(Fellini Satyricon)》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는데, 펠리니는 이를 매우 아쉬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안 루이지 폴리도르의 듣보잡 영화에 비하면 상당히 유명한 편이며, 초현실주의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의 연출과 분장, 음악, 미장센 등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펠리니는 이 영화에서 상당히 모험적인 시도를 많이 했다.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서 대규모 세트와 많은 인원을 동원했음에도, 정석적인 사극의 전개는 전혀 따르지 않고, 이리저리 툭툭 끊어지는 일관성없는 플롯으로 일관했을 뿐이었다. 원작의 내용은 어느 정도의 모티브만 부여할 뿐, 영화 내에서는 그렇게 큰 비중은 차지하지 못한다.
펠리니는 이 영화에서도 자신의 오랜 동반자였던 니노 로타에게 음악을 맡겼는데, 유럽(특히 고대 로마), 이집트, 아프리카와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전통음악들을 짬뽕하여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배우들의 경우에도, 비중있는 주조연은 대부분 연기경력이 없었던 아마추어 배우들이나 신참배우들을 쓴 것도 특징이다.[9]
이 작품은 영화사적으로는 상당한 수작으로 평가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수십년이 지나도록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았다. 그저 한국에서 열린 펠리니를 기리는 특별한 기념회나 영화제에서는 간간히 상영되어 왔으며, 2007년 경에는 EBS세계의 명화에서 이 영화를 방영하기도 했다.[10] 결국 영화가 제작된지 50년이 넘은 2020년 11월에야 국내에도 정식으로 DVD가 발매되었다.

4.3. 《사티리코시시모(Satiricosissimo)》 (1970)


이탈리아의 마리아노 로렌티(Mariano Laurenti)가 감독한 영화. 《펠리니의 사티리콘》을 패러디한 코메디 영화로, 이탈리아에서 일명 프랑코-시치오 콤비로 유명했던 코메디 배우 프랑코 프란치와 시치오 잉글리시아가 출연했다. 배경은 현대로 옮겨갔는데, 《사티리콘》에 심취한 주인공이 친구와 함께 고대 로마를 테마로 하는 호텔에 묵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에 출연했던 시치오 잉글리시아는 훗날 정말로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5. 여담


  • 여러모로 피카레스크 소설의 전형이자 원조로 손꼽히는 작품. 고대인이 지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은 그저 어둠의 세계를 멤도는 건달들일 뿐, 영웅적인 면모라고는 눈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흥미롭다. 말 그대로 하류인생들의 구질구질한 삶을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문학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상당한 가치를 지닌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동안 유럽 사회에서 냉대를 받아온 작품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듯이, 주인공들의 행보를 보면 도무지 도덕성이나 고상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고,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가감없이 표현했기 때문이다. 특히 음란하고 퇴폐적인 로마인들의 성생활이나, 기독교 사회에서 죄악으로 취급되던 남색과 동성애에 대한 묘사 등 신성모독적이고 외설적인 내용 때문에 터부시되기도 하였다. 이후 19~20세기 사이에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하였고[11], 이후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스웨덴어, 영어 등으로 번역되어 출판되어 세계 각지에 소개되었다.
  • 미국에서는 《사티리콘》의 영역본 출간을 놓고 법적인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1922년에는 모던 라이브러리 출판사에서 노먼 린지가 일러스트를 그린 영역본이 출간되어 미국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YMCA 회원들이 설립한 뉴욕풍기문란단속협회가 영역본을 검열하고는 모던 라이브러리를 음란물 판매 혐의로 고발해버린 것이다.[12] 그러자 모던 라이브러리 측에서는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출간된 《사티리콘》 번역본들을 법정에 제출하며 자신들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고전을 출판한 것 뿐이라며 항변했다. 결국 모던 라이브러리 측이 승리를 거두면서 영역본이 미국에서도 정식으로 판매되기 시작하였다.[13] 《사티리콘》 영역본을 두고 일어났던 법적공방은 20세기 미국 출판물 검열사에 있어 《율리시스》의 검열소동과 더불어 큰 의미를 지닌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 한국에서는 2008년에 노먼 린지가 일러스트를 그린 영역본을 기반으로 한 번역본이 공존출판사에 의해 처음으로 정식 출판되었다. 가격이 상당히 비싸지만, 여러 각주와 해설 및 부록이 상당히 충실하게 들어간 편이다. 다만 라틴어 원전을 해석한 것이 아니라 영어 번역본을 중역한 것이라 평가는 애매하다.
  •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여러모로 이 작품으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작중의 등장인물인 제이 개츠비는 트리말키오에게서 기본적인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피츠제럴드는 이 소설의 제목을 《웨스트 에그의 트리말키오》로 붙일까도 고민했었다.
  • 아스테릭스 17권 스위스편에서는 향락에 빠진 부패한 총독의 이름이 "사다리콘투스", 그 중에서도 '트리말키오'를 오마쥬했다.
[1] 고대 로마의 소설 중 완전한 형태를 전하는 것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황금 당나귀》(서기 2세기 경)이다. 근대적 소설의 요소 유무로 판단하자면 일본의 《겐지모노가타리》(서기 12세기 경)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소설로 손꼽힌다.[2] 그의 독백에 따르면, 도둑질과 사기는 물론, 자신을 받아주었던 집주인을 살해하기까지 했다.[3] 거대한 성기를 지닌 남근과 정력의 신으로, 번식과 다산 및 풍요를 상징하기도 했다.[4] 고대 로마에서는 생선젓갈인 가룸과 향초인 허브 등을 기본적인 향신료 겸 음식에 찍어먹는 소스로 사용했다,[5] 아스킬토스는 이후로 등장하지 않는다.[6] 어느 부자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가서 그 집의 잘생긴 아들을 온갖 말빨로 꾀어내서 동침했다는 무용담을 떠벌리기도 하고, 엔콜피우스와 함께 있는 기톤을 보고는 발정이 나서 덤벼들기도 한다.[7] 일례로 그는 본래 어렸을 적에 주인의 성노예였는데, 자신이 갑부가 된 후에는 주인이 그랬던 것 처럼 주변의 미소년 노예들을 두고 그들을 희롱한다.[8]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이 트리말키오가 네로 황제를 모델로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9] 이 영화에서 특히 인상적인 평가를 받았던 트리말키오 역의 마리오 로마그놀리는 사실 펠리니의 친구이자 영화 제작자로서 이 작품 외에는 배우경력이 없었다. 기톤 역의 맥스 본의 경우에도 이 영화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나, 제대로 된 필모그래피는 이 작품 하나 뿐이다.[10] 한국에서는 EBS에서 방영한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TV 방영은 한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11] 그래서 이 당시 라틴어 수업이 문학 작품의 작중에 등장할 경우 다른 라틴어 고전들과 함께 사티리콘이 수업교재로 언급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문학 작품을 읽었지만 라틴어 작품들에는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은 나중에 사티리콘을 찾아보고 그저 충공깽...[12]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출판물에 대한 검열이 매우 엄격했다.[13] 물론 이 판결에 YMCA 측에서는 펄펄 뛰었으나, 더이상 사건을 끌게 되면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이 될 것 같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더이상 시비를 걸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