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비행장 여성 시체 사건
1. 개요
1933년 평안북도 신의주시 비행장에서 여인의 시체가 발견된 사건.
2. 상세
1933년 4월 3일 오전 9시, 신의주 비행장 서쪽 끝부분을 지나던 마전동의 홍순일(41)이 밭 가운데에 무언가가 외투로 덮어져있는 것을 보았다. 무엇인가 하고 외투를 들춰 보니 피투성이였고 그 밑에 여인의 변사체가 있었다. 놀란 홍순일은 즉각 신의주 경찰서에 신고하였다. 신고를 받은 다케다 서장이 테즈카 부검의를 데리고 현장에 급히 달려갔다.
피해자는 25~6세 정도 되어보였고, 둥근 얼굴에 주근깨가 조금 있었다. 치마끈으로 목을 졸리운 상태인데다가 이마에도 상처가 나 있었다. 사체 주변에만 피가 흘러 있었고, 허리에 발길로 찬 듯한 흔적이 있는데다가 밴드(허리띠?)의 셀룰로이드 고리가 파손된 것으로 보아 싸움을 한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부검 결과 대략 6시 경에 피살되었으며, 피해자는 처녀가 아니고 출산 경험이 있지만, 살해 직전에는 성관계를 한 흔적이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 하지만 피해자의 신원에 대해서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얼굴에 화장을 하고 있었고 의복 등으로 미루어 보아 평범한 유부녀는 아닐 것으로 추측되었지만, 그뿐이었다. 이마에 상처를 입힌 흉기도 발견되지 않았다.
수사 결과 당일 저녁 때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인이 양품점에서 내복을 샀다는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른 가게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물건이라 거의 확실하며, '만주보다 값이 싸다'는 말을 하였기 때문에 피해자는 만주에 다녀온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할 수 있었다.
이후 6일이 되어서 신원을 알아낼 수 있었다. 평안북도 용천군 대성면에서 주류판매업을 하는 여인 서복도(35)로, 2일 오후 신의주시의 영변여관에 투숙하여 저녁을 먹은 뒤, 어떤 남자와 같이 같이 외출하였는데 그 이후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약 20일전에 만주에 다녀온 적이 있으며, 2월에도 철산여관에 투숙한 뒤 남자와 술을 마신 적이 있다고 했다.
수사를 확대해 본 결과 당일 피해자가 회색 중절모에 검은 외투를 입은 20대 남성과 같이 '히노마루'라는 카페에 나타나 술을 마신 것이 목격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 살해되기까지의 여러 시간 동안의 행적은 전혀 파악되지 않았다.
3. 결과
4월 말, 경찰은 수사 끝에 평안북도 용천군 대인동에 거주하는 문지현(27)이 카페에서 피해자와 같이 술을 마셨던 사건의 주범으로 추정, 체포에 나섰으나 이미 현지에 없었다. 그후 문지현이 다롄(大蓮)의 여관에 투숙중임을 알아낸 경찰은 급히 형사를 파견하여 여관을 급습했으나 문지현은 수시간 전에 여관을 도망나간 뒤였다. 그후 27일, 문지현은 칭다오(青島)에서 결국 체포되었다.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을 보는 것 같다는 평판을 들은 이 사건의 공판에서 문지현은 피해자와 술을 마신 뒤 미륵동의 친척집에 들렀다가 새벽에 비행장으로 끌고 나가 교살했음을 인정했다. 다만 살해 동기는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다니는 점에 격분해서였으며, 재물을 빼앗기 위해서임은 결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강도 살인이 명백하다면서 범인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사건은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일어났는데 범인이 체포되어 인도된 곳은 중국이라는 사실이다. 즉 당시 일본과 중국에서는 범인인도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반증이다.단, 칭다오는 1차 대전 직후 일본이 한때 점령했던 곳임은 염두에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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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 사체 발견을 보도한 1933년 4월 8일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