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소설)

 


Der Prozeß[1]
1. 개요
2. 내용
3. 분석
3.1. 삶의 굴레에 대한 비유
3.2. 사회에 대한 묘사
4. 기타


1. 개요


프란츠 카프카1911년부터 1912년까지 집필하고 1925년에 출판한 미완성 장편소설이다. 미완성이라고는 하지만 일단 대부분의 내용과 결말은 완성되어 있다.
독일어의 원제를 직역하자면 제목이 '소송'이 되어야 하나, 일본어 번역판에서 '심판'이라는 제목을 쓴 이후 한국어 번역판에서도 '심판'이라는 번역으로 굳어지고 있다. 일단 '소송'은 법적인 의미만을 강조할 때 주로 쓰이는 단어이지만, '심판'은 조금 더 넓은 의미로 쓰이는 단어이기 때문에 이렇게 번역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기준으로 문학동네, 열린책들, 을유문화사, 솔, 펭귄 북스 등에서는 모두 '소송'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이 소설 내에는 짧은 이야기인 <법 앞에서>(Vor dem Gesetz)가 포함되어 있다.

2. 내용


누군가 요제프 K.를 모함했음이 틀림없다. 그는 아무런 나쁜 짓도 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날 아침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침,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하려던 주인공 요제프 K.[2][3]는 급작스레 강력한 법률의 굴레에 끼이게 된다. 그를 별로 구속하려 들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자유롭게 풀어주지도 않는 이상한 감시인들도 덤으로 함께다. 이 법이 누구에 의해 제정되었는지, 법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K.는 단지 법원이 그를 기소했다는 것만 통보받았을 뿐 그 이유에 대해선 알 길이 없다. K.는 심리에 참여하기 위해 지정된 장소에 가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그 곳엔 무능한 법관과 무슨 말을 하든 웃어제끼기만 하는 이상한 관중들 뿐 그의 노력은 전혀 소용이 없다. 큰아버지의 도움으로 어느 변호사를 소개받기도 하나 그 변호사가 하는 일이라곤 가끔씩 아부성 조서를 써대는 것밖에 없는데다 다른 피고들이 그 앞에서 설설 기는 모습에 질린 K.는 변호사와의 관계도 끊어버리고 만다. 주변인들은 그의 패소가 확정적인 것처럼 말하고 K.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은 없다. 결국 1년간의 소송 끝에 그의 유죄가 확정되고 어느 날 저녁 아홉 시, 두 명의 남자가 그를 유인해 끌고 간 뒤 교외 채석장에서 그의 가슴을 칼로 찌르고 두 번 돌려 사형을 집행한다. 마지막 유언으로 "ㅈ같이 죽는다!"고 외친다.[4]

3. 분석



3.1. 삶의 굴레에 대한 비유


이 소설 전체의 내용은 한 사람의 인생으로도 환원될 수 있다. 요제프 K.는 아무 잘못 없이 체포되며, 처벌을 피하기 위해 고통 속에서 발버둥치지만 결국 원인도 알 수 없는 형벌을 받게 된다. 이는 아무 것도 모르는 채 태어난 인간이 계속되는 고통 속에 살아가는 것과 비슷한 구조를 지닌다. 그 인간은 왜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도, 어디로부터 고통이 오는지도 모른 채 괴로워하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K.는 일어나자마자(탄생의 비유로 볼 수 있음) 알 수 없는 이유로 체포되어 굴레와 같은 법과 사회의 구조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대며, 어떻게 해서든지 그 권력적 구조로부터 빠져나오는 데 모든 노력과 관심을 쏟아붓는다.
작품 전체에 걸쳐 K.는 구원을 얻기 위해 많은 방법을 구색한다. 그는 뷔르스트너라는 여자로부터 구원을 찾으려 하기도 하고, 변호사, 성직자라는 직업으로부터 구원을 찾으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시도들은 하나같이 전부 실패하며, 상황을 전혀 개선시키지 못한 채 K.의 파멸과 함께 사라져 간다. 이는 삶 속에서 구원을 찾으려 하지만 전부 실패하는 인간 생애의 절망적 한계에 대한 묘사라고 볼 수 있다.

3.2. 사회에 대한 묘사


카프카는 현대 관료주의를 '이해할 수 없이 되어버린 제도화된 권력'으로 묘사한 작가이며, 그가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였고, 이와 관련이 있는 보험회사에서 일했기에 이러한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음 또한 그가 이 작품을 쓴 데에 영향을 끼쳤으리라 추정된다.
이 작품에서 묘사되는 관료주의[5] 속에서 개인은 논리적인 듯 보일 수 있으나, 비논리적인 과정을 통해 짓밟히게 된다. 이해할 수 없는 이 강력한 장벽 앞에서 K.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도 모를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처형을 재촉하는 것 뿐이다.
본 작품에서 K.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그 법의 정체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법이란 법일뿐 그 존재의 의미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정의로운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끝까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근대의 법실증주의에 대한 묘사로 볼 수도 있는데, 2차대전 후에 법실증주의는 수많은 비판을 받으며 과거의 유물로 사라질 뻔했다. 그러나 법실증주의가 세간에 알려지거나 교육과정에서 짤막하게 다루어지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법실증주의는 여전히 중요한 법철학의 사조이며 자연법론과 끊임없이 정반합의 지양과정을 거치고 있다. 특히나 진보적, 민주주의적 법사상가들의 입장에서도 법실증주의 못지 않게 자연법론도 비판을 받곤 하는데, 민중의 자연법 뿐만 아니라 전체주의적, 기득권 옹호적 자연법론도 존재하기 때문이다.[6]

4. 기타


오슨 웰스가 유럽에서 활동하던 후기 시절 영화화한 적이 있다. 이때 주인공은 싸이코로 유명한 안소니 퍼킨스.
1970년대 활동했던 스코틀랜드의 포스트 펑크 밴드의 이름 '요제프 K.'는 이 소설 주인공의 이름에서 따왔던 것이다.


[1] 독일어로 동의어인 Der Process, Der Prozess, Der Proceß로도 불린다.[2] K라는 이니셜 때문에 카프카가 스스로를 투영시킨 인물이라는 말도 있다.[3] 참고로 독일어식 알파벳이므로 "케이"가 아니라 "카"라고 읽힌다. 일부 번역본에서는 이름을 K라고 쓰는 대신 카라고 쓴다.[4] 마지막 장에서 남자들에게 끌려가는 K가 경찰의 도움을 받을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고 오히려 남자들을 재촉해서 서둘러 처형장으로 향하는 대목은 주목할 만 하다.[5] 다단계적인 관청의 업무처리, 미로같은 사무실, 작고 사소한 일까지도 세세히 기록되는 것, 담당 영역의 불명확성으로 묘사된다.[6] 현 질서나 경제체제를 초역사적인 진리로 여기는 것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