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저넌에게 꽃을
1. 개요
Flowers for Algernon
미국의 작가 대니얼 키스(Daniel F. Keyes, 1927~2014)의 SF 소설. SF라고는 했지만 같은 시대의 대표적인 SF 작가들인 Big 3와는 다른 현대를 배경으로 만든 SF 소설이다. 대니얼 키스는 다중인격자인 빌리 밀리건에 대한 논픽션을 쓴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소설로 프랑켄슈타인이나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이 고전명작으로 분류되는 작품들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번역, 재간이 이뤄져 내려온 SF소설이다.
후술하겠지만 이 작품은 처음에 쓴 중편과 나중에 고쳐쓴 장편이 있는데 장편은 83년 동문출판사부터 9번에 걸쳐 8개 출판사에서 출간했고 역본의 제목이 거의 다 다른 것이 특징이다.
《천재 수술》 83년 동문출판사
《찰리》 88년 문원북[1]
《알게논의 무덤 위의 한송이 꽃을》 90년 일월서각
《모래시계》 92년 청림출판
《생쥐에게 꽃다발을》 92년 잎새
《앨저넌의 영혼을 위한 꽃다발》 97년 대산출판사
《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 04년 동서문화사
《앨저넌에게 꽃을》 06년 동서문화사 재간[2]
《앨저넌에게 꽃을》 17년 황금부엉이.
정신 지체 장애가 있을 때의 찰리는 '''왕따당한다는 사실을 몰라서''' 행복했는데, 지능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자신을 보는 타인들의 (인간적이고 대상화된 시선들에 대해 점점 눈치채다가 기어이는 '''자신이 또 다시 외톨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후 실험의 후유증 때문에 스스로가 서서히 몰락하는 것을 알면서도, 괴로워하고 발버둥치는 고든의 인생은 그야말로 현실은 시궁창 그 자체. IQ는 곧 인간성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되는 작품.
이 이야기는 《히로시마의 아이》에 나온 것처럼 일기 형식을 통해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수술을 받기 전의 찰리 고든이 단순한 문장으로 서술하다가 수술을 받은 후에 유려하고 지적인 문제로 천천히 바뀌어가고, 이어 뇌 수술의 부작용으로 퇴행하면서 다시 단순한 문장으로 회귀하게 된다. 1인칭인 주인공이 따로 장황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 심리 묘사까지 은은하면서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는 다니엘 키스의 명작 중 명작이다.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장편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닌, 대니얼 키스가 처음에 짤막하게 쓰던 것을 계속해서 늘려나간 작품이다. 1966년 네뷸러상(1965년 제정) 장편 수상을 하기 전에 이미 1959년 휴고상 초단편 부분에서 수상한 적이 있다. 이 초단편은 오멜라스에서 출간한 SF 명예의 전당 2권 화성의 오디세이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었다.
제목은 소설의 마지막 대목에서 찰리가 남긴 말인 "제 집 근처에 들를 기회가 있다면, 집 뒤뜰에 있는 '''앨저넌의 무덤[3] 에 꽃을 바쳐주세요'''"라는 문구에서 따온 듯하다.
2. 줄거리
주인공 찰리 고든은 정신지체 장애를 가졌지만, 자신이 따돌림을 당한다는 사실조차 이해하지 못하던 그의 지능은 뇌 수술을 통해 천재 수준으로 탈바꿈한다. 너무나도 초월적인 지능을 가진 탓에 자신이 쓴 논문은 다른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어할 정도. 하지만 찰리는 뇌 발달 수술의 첫번째 임상 시험자였으며 아무도 그 후유증에 대해서 확신을 갖지 못했는데, 찰리는 자신이 수술을 받기 전에 먼저 수술을 받은 '앨저넌'이라는 쥐가 일시적으로 지능이 상승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며 사망하게 되는 것을 보고 자신도 곧 앨저넌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을 예감한다. 앨저넌과 찰리는 일종의 운명공동체라는 뜻.
그의 불길한 예감대로, 결국 찰리는 뇌 수술의 후유증으로 점점 지능이 떨어지게 된다. 자신이 쓴 글과 논문들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더니, 나중에는 기본적인 맞춤법까지 틀릴 정도로 심각한 수준. 찰리는 점점 바보가 되어 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봤지만, 운명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4] 결국 지적장애인 요양시설에 들어가기 전날, 타인이 작성한 보고서로 <앨저넌에게 꽃을>은 막을 내린다.
3. 각색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양한 형태로 각색되었다.
영화로는 1968년에 《찰리(Charly)》라는 제목으로 개봉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바보 신동섭》, 《철수 이야기》가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수차례 드라마화되었다. 2002년에 원제의 'flowers'를 복수 형태 그래도 번역한 제목 《앨저넌에게 꽃다발을[5] 》 을 제목으로 드라마 화 했었고, 2015년에 동일 제목을 가지고 새로이 제작하여 방영하였다. 원작과는 결말이 다르다.
4. 이야깃거리
- 일본판 제목은 《진심을 그대에게》인데 가이낙스가 이걸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최종화 제목으로 차용했다.
- 개구리 중사 케로로 애니메이션에도 패러디 에피소드가 있다. 국내판 7기 21화로 제목은 아르제나이논에게 꽃다발을! 쿠루루가 개발한 지능향상알약을 갉아먹은 생쥐들이 외계인 이상의 지능을 얻게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 영미권에서도 많이 흥해서 여러 패러디가 많다. 특히 수술로 머리가 좋아진다던가 하는 컨셉에 많이 영향을 줬다. 《WOW》에서도 패러디 되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패러디 항목 참조.
-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에서도 대사로 짧게 언급되는데, 주인공 가족 중 딸인 나탈리가 자신이 해야 할 숙제와 시험 공부들을 죽 읊으며 "《알제논을 위한 꽃》을 읽고 감상을 그림으로 그려 오라는 말도 안 되는 숙제가 있어"[6] 라고 말한다. 두 작품 모두 뇌-인간성과 관련된 문제를 의학의 힘으로 해결하려 하나 실패한다는 갈등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인용.[7]
-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STAND ALONE COMPLEX》 15화에서 타치코마 중 하나가 읽고 있는 책이다.
- 게임 《니어:오토마타》의 A엔딩의 제목이 'flowers for m[A]chine'인데, 이 소설의 제목에서 인용하였으며 그 뜻은 '기계에게 바치는 꽃다발'이라는 뜻이다. 본 게임의 메인 줄거리가 인간의 지능과 감정을 얻은 로봇들, 안드로이드와 기계생명체 간의 싸움을 그린 이야기라는데서 이 제목을 차용한 것 같다.
- 일본의 유명 보컬리스트인 히무로 쿄스케가 밴드 BOOWY 해체 이후 발표한 첫 솔로앨범의 이름이 해당 소설의 원제인 FLOWERS for ALGERNON 이었다. 또한 앨범의 수록곡 중에는 히무로 본인이 해당 소설을 읽고서 영감을 받아 직접 작사작곡한 Dear Algernon 이라는 곡이 있다.
- 누자베스의 곡 'feather'의 가사에서도 현대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언급되었다.
5. 둘러보기
[1] 책이 번역되어 출간되기 전에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찰리》가 한국에서 이미 개봉되어 있었기 때문인 듯.[2] 번역 나쁘기로 악명높은 출판사인데 이 역본은 오히려 국내에서 가장 좋다는 평을 받는다.[3] 쥐는 수명이 2~3년으로 매우 짧다. 하지만 작중의 묘사를 보면 실험의 후유증이 더 큰 사망원인이었던 것처럼 볼 여지도 있다.[4] 이 때 퇴화하는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하는 찰리의 고뇌가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5] '아르제논에게 꽃다발을' 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다.[6] 한국 공연판의 대사 기준. [7] 단 《앨저넌에게 꽃을》은 지적장애를, 《넥스트 투 노멀》은 우울증을 중심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