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히 메르겡

 

'''Эрхий Мерген'''
몽골 신화에 등장하는 명궁.
몽골어로 '에르히'는 엄지 손가락을, '메르겡'은 명사수·현명함을 뜻한다. 이름을 풀이하면 말 그대로 '''활 잘 쏘는 영웅'''. 보통은 평범한 인간 영웅이라 서술하지만 일부에서는 인간의 몸을 한 영웅으로 해석하기도 한다.[1]
1. 전설
2. 기타


1. 전설


먼 옛날, 하늘에 일곱 개의 태양이 나타나 이 세상에 지독한 가뭄이 들게 되었다. 대지는 붉게 달아올랐고 냇물과 강물은 바닥을 드러냈으며 나무와 식물은 말라버렸고 동물사람들은 극심한 더위와 허기, 갈증에 시달렸다. 이 때 을 쏘기만 하면 백발백중으로 유명한 에르히 메르겡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에르히 메르겡이 눈에 보이는 것은 뭐든지 맞출 수 있다는 명사수였기에, 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은 그를 찾아가서 하늘에 뜬 태양을 쏘아 없애 지상을 구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용맹한 에르히 메르겡은 이 부탁을 수락하고는 자신의 활 솜씨를 자만하여 이렇게 맹세했다.
"만약 내가 일곱 개의 화살로 저 일곱 개의 태양을 하나하나 쏘아 맞히지 못한다면, '''내 엄지를 자르고 남자이기를 포기하며 물도 마시지 않고 마른 풀도 먹지 않는 타르바간[2]이 되어 어두운 땅굴 속에서 살아가겠습니다'''."
초원으로 나간 에르히 메르겡은 동쪽 하늘에서 서쪽 하늘까지 줄지어 있던 일곱 개의 태양을 동쪽에서부터 차례로 쏘아 떨어뜨렸다. 순조롭게 여섯 개의 화살로 여섯 개의 태양을 없앤 에르히 메르겡은 마지막 화살로 일곱 번째 태양을 쏘기 위해 활 시위를 당겼다. 그런데 때마침 어디선가 제비 한 마리가 에르히 메르겡과 태양 사이로 날아 들어왔고, 제비가 시야를 가리는 순간 시위를 놓아버린 탓에 일곱 번째 화살은 태양이 아닌 제비의 꼬리를 맞추고 말았다. 제비 꼬리가 두 갈래가 된 건 이것 때문이라고 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마지막 태양은 에르히 메르겡이 두려워 서쪽 산 너머로 숨어버렸다. 이후로 이 세상에는 낮과 밤이 생겨나게 되었다.
한 편 에르히 메르겡은 제비 때문에 태양을 모두 없애지 못한 점에 대해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에르히 메르겡은 매처럼 빠른 자신의 을 타고 제비를 쫓아가 죽이려고 했다. 그러자 그의 말이 맹세했다.
"만약 제가 다음 새벽까지 저 제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제 앞다리를 부러뜨려[3] 초원 외딴 곳에 버리셔도 좋습니다. 저는 안장을 얹은 말로서 살기를 포기하고 굽이진 언덕에서 살아가겠습니다.'''"
말이 제비를 뒤쫓으려 했지만 제비는 이쪽 저쪽으로 도망쳐 날아다녔고 그러는 동안 새벽이 밝아왔다. 화가 난 에르히 메르겡은 말이 맹세한 대로 말의 앞다리를 부러뜨려 사람이 살지 않는 외진 초원에 버렸다. 버려진 말은 날쥐가 되었으며 날쥐의 두 앞다리가 짧은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한다.[4] 또한 제비가 황혼 녘에 말을 탄 사람의 앞뒤를 마치 조롱하는 것처럼 빙빙 도는 것도 이 일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제비를 죽이지 못한 에르히 메르겡은 맹세한 대로 엄지를 자르고 남자이기를 그만뒀으며, 타르바간이 되어 물을 마시지도 않고 마른 풀도 먹지 않으며 땅굴 속에서 살게 되었다. 타르바간의 발가락이 네 개인 이유는 에르히 메르겡이 엄지 손가락을 잘라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타르바간은 해가 뜨는 아침저녁이 될 때 쯤이면 땅굴에서 나오는데, 이것은 에르히 메르겡이 자신이 타르바간이 된 것을 잊어버리고 활로 태양을 쏘기 위해 기회를 엿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2. 기타


타르바간 고기는 몽골에서 자주 먹는 음식에 속하는데, 오늘날까지도 몽골에서는 타르바가를 요리할 때 겨드랑이와 어깨 부근에 있는 '사람 고기'라는 부위를 떼어내고 먹는다. 이는 그 부분이 본디 '''인간이었던 에르히 메르겡의 몸'''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태양의 수에 차이가 있을 뿐 명궁이 태양을 활로 쏘아 사살했다는 것에서부터 하나의 태양이 살아남았다는 점, 태양을 없앤 영웅 치고는 비참한 말로를 맞이했다는 점까지 중국 신화와 흡사한 면이 있다. 이러한 신화를 '사일신화(射日神話)' 또는 '사양신화(射陽神話)'라고 하며 창세신화인 일월조정신화(日月調定神話)의 한 갈래로 본다. 사일신화는 중국과 몽골 외에도 허쩌 족 신화의 '메르겡', 한국 신화의 '선문이·후문이' 전설 등 동아시아 곳곳에 보편화된 신화의 유형이다. 또한 타르바간과 날쥐가 생겨난 경위, 낮과 밤이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면에서 에르히 메르겡의 전설은 기원설화적인 측면도 갖추고 있다.
신을 죽이는 방법의 애르행의 모티프라는 추측이 있다. 그리고 미국 지부가 신들의 총공격을 받는 상황이 되자, 실제로 자신의 동료가 아틀라스를 저격할 수 있도록 그녀의 몸을 다 가리는 위치에 서서 자신의 상의와 모자, 두건을 다 벗어 설치류 계통의 수인이 된 본모습을 드러낸다.[5] 그러고는 태양신 라와 아폴론을 콕 찝어서 부르면서 자신이 일곱 태양 중 여섯 태양을, 헬리오스와 호루스를 쏴죽인 에르히 메르겡이라고 밝히며 도발한다.

[1] 최원오 저, 「이승과 저승을 잇는 다리 한국신화」[2] 시베리아 지역, 중앙아시아 지역에 분포하는 마못과 유사한 다람쥐과의 설치류[3] 혹은 전승에 따라 다리를 잘라내라고도 한다.[4] 혹은 전승에 따라 다리가 짧은 얼룩 망아지가 되었다고 한다.[5] 이 때의 모습을 보면 설화와는 다르게 한쪽 엄지만 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