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제니스
'''우리 세상엔 왕녀 에브제니스가 없으니'''
1. 개요
'''Evgenis'''
룬의 아이들 시리즈에 언급되는 가나폴리의 최후의 왕녀. 이름의 뜻은 '''고귀함'''.[1]
2. 상세
푸른 눈동자를 가졌으며 다갈색 머리칼을 허리까지 늘어뜨리고[2] 관 대신 긴 띠를 두른 아름다운 아가씨. 마법사의 나라의 왕녀답게 강력한 마법을 지녔으며 당시에도 천재라 불렸던 마법사 에피비오노와 친구 사이였다. 미래를 약속했었다는 구절로 미루어 단순한 친구 를 넘어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던 듯하다.
본래 그녀의 친아버지 지티시는 마법사 회의의 수장이며 가나폴리의 왕이었으나, 에브제니스가 제 손으로 아버지를 살해하리라는 끔찍한 예언을 받자 예언을 어긋나게 하기 위해 혈연관계를 끊고 동생의 양녀로 들여보낸 뒤 동생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 그때 동생에게 자식이 태어나더라도 다음 왕위는 반드시 에브제니스에게 물려주도록 맹세를 받아냈지만 세월이 흘러 새 왕의 권위가 지티시보다 높아지자 그는 형과의 약속을 어기고 자기 친자식 티시아조를 후계자로 지명했다.
지티시는 분노했지만 사감정으로 나라를 혼란에 빠뜨릴 수는 없었기에 대신 늙은이의 우물 속의 세계에 심취해 남몰래 악행을 돕는 등의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결국 이세계의 무구인 피 흘리는 창, 녹황색 장갑, 은빛 투구, 황동빛 방패를 걸치고 괴물로 변모하여 파멸을 불러온다. 결국 지티시가 친부인 줄 몰랐던 에브제니스의 손에 토벌되었고[3] , 진상을 알게 된 에브제니스는 죄책감에 심한 마음고생을 한다.[4]
에브제니스는 지티시가 불러들인 이계의 힘으로 인해 세상이 멸망할 위기에 처하자 그것을 막기 위해 에피비오노 및 자신을 따르던 마법사 집단인 '진리의 원탁'을 이끌고 '''소멸의 기원'''을 주도했으나 그것은 실패 아닌 실패를 맞았다. 결국 왕국은 멸망하고 영토 내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전부 죽었지만, 그 힘은 가나폴리의 영토 바깥으로 미치지 못하고 소멸하였기 때문.[5] 뿐만 아니라 늙은이의 우물 역시 나름대로 봉인되어, 겨울검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다시 뚫린 적이 없었다.
이 때 에브제니스는 7년 만에 재회한 에피비오노와 말다툼만 하고 헤어졌는데, 사실 그를 피신시키기 위한 언행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에피비오노는 다른 마법사들과는 달리 자신의 인형까지 부수고 왔을 정도로 각오한 상태였다.[6][7] 오히려 '나 없이 저 떨거지들만 데리고 소멸의 기원이 성공할거 같냐'고 이죽거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정작 다른 마법사들은 모두 죽어버리고, '''홀로 살아남아버린''' 에피비오노는[8] 그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조차 철없는 싸움으로 날려버렸다'''며 천 년 동안 후회하게 되었다. 또한 에브제니스 역시도 자신이 만든 인형 '아일라노레'를 부수지 않았는데, 사실상 에피비오노는 천 년간 아일라노레를 비롯한 인형들을 보며 외로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이 인형들은 돌아오지도 않는 주인을 위해 천 년이 넘도록 폐허를 관리하는 안쓰러운 모습을 보다못한 에피비오노의 요청으로 천 년만에 찾아온 이방인들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결국 그녀는 아버지를 죽이고, 자기 자신을 희생하며 이름 그대로 '''고귀한 희생'''[9] 을 치러야 했다.
이후 룬의 아이들 데모닉에서 긴 머리의 아나로즈가 간접적으로 에브제니스의 힘을 언급한다. 아나로즈는 지티시의 팔에서 꺾어낸 피 흘리는 창을 봉인하며 수백 년간 혹독한 고통을 겪고 있었는데도, 파편을 부수기 위해서는 인간의 몸에 융합시킨 뒤 그를 죽여야 하며 '''그 과정에서 일어날 희생을 생각하면 홀로 고통을 감내하는게 낫다'''고 말한다. 그 때 한 말이 바로 '''"우리 세상엔 왕녀 에브제니스가 없으니."'''였다.[10][11]
3. 기타
- 한때 마법왕국의 최고 수장이었으며 세상을 구해냈다는 점 때문에 '우리 세상엔 왕녀 에브제니스가 없으니' 라는 말은 마법사들 사이에서 돌이킬수 없는 사태가 일어났을 때 내뱉는 일종의 자조적 한탄사로 쓰이고 있다.
[1] 역시 룬의 아이들 시리즈에 나오는 이솔렛의 이름의 뜻은 고귀한 고독으로, 뜻이 비슷하고 두 사람의 분위기 또한 비슷하다. 원래는 밝고 명랑한 성격이었으나 아버지의 죽음 이후 마음고생으로 인해 성격이 차갑게 변한 것 등등. [2] 책 내의 묘사에서 검은색이라는 묘사가 있어 헷갈려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에브제니스 본인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에피비오노가 밤하늘에 선으로 그린 그녀의 그림을 묘사한 것이다. 밤하늘에 그렸으니 검은색일 수 밖에.[3] 그 과정에서 에브제니스는 황동빛 방패를 산산조각내었고, 피 흘리는 창 역시 절반정도를 꺾어냈다. 덕분에 절반 가량 남은 피 흘리는 창은 '마법사의 부러진 손'이라는 이명을 얻었다.[4] 지티시의 동생(그녀에게는 숙부)을 친아버지로 알고만 있던 그녀는 예언의 내용을 알게 된 뒤 아버지를 죽이지 않으려 방랑을 떠났지만(이 과정에서 그녀를 따르는 '진리의 원탁'이라는 마법사들의 조직을 거느리게 된다), 결국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 이야기와 같은 방식으로 예언이 실현되고 말았다. 실제로 가나폴리인의 후손인 달의 섬 사람들의 이름이 그리스식인 것을 감안하면 그리스 신화의 예언 성취 방식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5] 작중에서는 왕국에 속한 마지막 땅까지도 짓밟아버린 뒤 무언가에 억눌리듯 급격히 사그라들었다고 묘사한다.[6] 가나폴리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인형이란 '''몸이 아픈 동생''' 정도로 가까운 존재였다. 다른 마법사들은 소멸의 기원이 성공할거라 믿었으니 작은 가능성 때문에 소중한 인형을 부술 순 없었지만, 에피비오노는 만에 하나라도 있을 일에 대비해 제 손으로 사랑하던 인형을 부수고 온 것.[7] 에피비오노를 빼내려 한 게 사실이라면 에브제니스도 소멸의 기원이 실패할 가능성은 인지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 경우 실패 가능성을 알면서도 아일라노레를 죽이지 않았던 에브제니스보다 에피비오노의 각오가 훨씬 무거웠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다른 마법사들이 짐작만으로 인형을 부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일의 성패를 알 수 없었던 것은 에피비오노 자신도 마찬가지였으므로.[8] 상술했듯, 에피비오노는 자기 인형까지 죽이고 온 유일한 마법사였다. 가나폴리 멸망 이후 그의 외로움을 달래줄 그의 인형조차 없었던 것.[9] 아이러니하게도, 생존자 함대를 이끌고 도망친 왕자 티시아조의 이름은 '제물'이라는 뜻이다. 티시아조 역시 그 이름대로 피난선단중 '''가장 먼저 가라앉아 산제물이 되어버렸다'''.[10] 아나로즈가 지키는 창은 반절 정도가 꺾여나가고, 그 가운데서도 다시 상당수의 파편이 떨어져나간 상태다. 그런데도 저렇게 말할 정도인데, 에브제니스는 완전한 상태의 창을 비롯해 네 개의 악의 무구와 융합했던 지티시를 쓰러뜨리고 최소한 두 개 이상의 무구를 무력화 내지는 약화시켰으니 그 격차를 상상해볼 수 있다.[11] 심지어 저 말을 한 아나로즈는 사실상 '''가나폴리 이후 최강의 마법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가나폴리 수준의 마법을 구사한다던 코르네드를 포함해 십여 명의 마법사를 단신으로 꺾어버리고, 수백 년간 홀로 피 흘리는 창을 봉인할 정도의 마법사조차도 저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