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비오노
"'''천 년을 혼자 지내는 기분이 어떨지는 짐작하기 힘들군요.'''"
- 보리스 진네만
"글쎄, 확실히, 다 잊어버리는 편이 좋았을 거라고는 나도 말하지 못해.
나 자신조차 잊어서, 가진 거라곤 악의뿐인 저 떠도는 유령들과 다를 것 없는 존재가 되는 건 싫어.
''''하지만 이 날까지 홀로, 천년을 삭아온 폐허를 보며, 이 위대한 도시가 무한히 지속될 듯 느껴졌던 가장 아름다운 날을 완벽히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형용 불가의 지독한 고문 아니겠나?''''
차라리, 조금만 기억이 흐려진다면.."
- 룬의 아이들 윈터러 7권, '인형의 전투' 中,
'''Epiviono'''
1. 개요
룬의 아이들 윈터러의 등장인물. 이름의 뜻은 '살아남은 자(Επιβιώνω)'이다.
2. 상세
보리스 진네만이 나야트레이와 함께 필멸의 땅을 여행하다가 만나게 된 마법사로, 놀랍게도 가나폴리 시절부터 천 년 동안 살아온 존재이다. 가나폴리 시대 마법사들의 특징인지는 몰라도 쾌활하고 자신만만한 성격.
얼굴은 멀쩡하지만 몸은 절반 정도가 삭아 뼈만 남아서 망토로 가리고 있다. 푸른 잿빛의 짤막한 머리카락에 흰 이마, 크고 선명한 비취빛 눈동자, 워낙 섬세해 오히려 요정의 용모를 닮은 듯 느껴지는 생김새라는 묘사를 보아 상당한 미남인 듯 하다. 살은 생전에도 별로 붙어 있지 않았다는 본인의 말로 보아 여리여리한 체형이었던 듯. 스물 서넛 정도로 보이는 외형이라고 한다.
필멸의 땅에 들어온 자들이 악령들에게 몸을 빼앗기고 미친 영혼이 되지 않도록 자기 손으로 죽여주는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사실 보리스와 나야트레이를 만난 것도 이 때문이었는데, 만나보니 이 둘은 그럴 필요가 없었으므로 오랜만에 사람과 대화를 했다. 견디지 못할 것 같으면 한 번씩 환영 마법으로 용모를 바꾸어 대륙 곳곳을 떠돌아다녔기 때문에 천 년 뒤의 인물인 보리스와의 대화에도 큰 지장은 없었다. 다만 아노마라드나 네냐플 등 최신 지명(?)[1] 은 발음을 잘 못한다.[2] 옛날 사람답게 고풍스러운 억양을 사용한다.
3. 능력
가나폴리에서 일곱 살 때부터 천재로 이름을 날리던 마법사이다.작중에서 보리스가 에피비오노에게 "천재라고 하면 당시 사람들과 얼마나 차이가 나느냐"라고 묻자 "너와 나 정도의 차이"라고 대답했으며, 보리스가 그럼 자기가 가나폴리 사람들과 비슷한 정도냐고 묻자 "너와 나의 차이에 비하면 너와 가나폴리 사람들과의 차이는 별것도 아닐걸"이라고 대답한다.
소설에서 가나폴리의 마법사는 현대의 마법사들보다 격이 높다는 식으로 묘사되는데, 그 가나폴리 마법사들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의 천재였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아니, 그냥 천재 수준을 넘어서 작중 '''인간''' 중 최강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람이다. 앨베리크 쥬스피앙, 코르네드, 심지어 아나로즈 티카람조차 이 사람과는 비교조차 무리다.[3]
단 이계와 인외로 범위를 넓히면 에피비오노보다 강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존재는 충분히 있다. 윈터러, 보리스가 이계에서 만난 불멸자인 요르단스와 겨울 대장장이, 에피비오노와 다른 시대에 가나폴리의 왕이었던 엔디미온 등의 유령들까지.
4. 작중 행적
4.1. 룬의 아이들 윈터러
첫 등장이 무척 깨는데, 엔디미온의 주사위로부터 뿜어져 나온 환영 속 정원의 우물 속에서 갑자기 올라와 등장했다. 아마도 투명화 마법 등으로 몸을 감추고 있다가 드러낸 것으로 추정된다. 보리스는 그에게 자신이 필멸의 땅으로 온 이유를 밝히고, 닷새 동안 에피비오노와 동행하며 가나폴리 북중부의 가장 큰 도시이자 그의 고향인 클라자니냐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에피비오노는 신성 찬트를 불러 아르카디아로 연결되는 거울을 깨운다. 이때 보리스가 신성 찬트를 알고 있고 배우기까지 했다는 사실에 놀란다.[4] 그리고 자기가 부른 것과 비교하면 어떻냐는 물음에 보리스가 이솔렛의 찬트 이상의 것은 다시는 듣지 못할 거라고 대답하자 토라진다(...).
아르카디아에 도착한 보리스와 나야트레이는 '도시의 방어'를 본능으로 가진 가나폴리의 인형들에게 공격받는다. 그리고 에피비오노에 반응해 '마법사 보호'를 본능으로 가진 인형들이 나타나 먼저 온 인형들과 싸우는 처참한 광경이 벌어진다. 사람처럼 피가 튀며 부서지는 인형들을 본 보리스는 인형을 그런 식으로 만든 것에 대해 분노하여 에피비오노와 말싸움을 하게 되고, 격분한 에피비오노는 인간을 닮은 인형을 죽여서 인간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는지 스스로 시험해 보라며 보호막을 거둬버린다. 많은 인형을 학살하다시피 한 전투를 통해 보리스는 그제서야 가나폴리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며 인형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된다. 이후 보리스는 에피비오노에게 가나폴리가 멸망한 과정과 그 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다.
과거 가나폴리 시절, 에피비오노는 왕녀 에브제니스와는 같이 동문수학한 소꿉친구이자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그녀가 친아버지를 스스로 죽일 것이라는 예언의 내용을 알게 되어 방랑을 떠나자, 그의 고향 클라자니냐에서 실력을 감춘 채 은둔하며 지냈다. 그리고 가나폴리의 최후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7년 만에 에브제니스와 재회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일로 말다툼만 한 채 그녀와의 마지막 대화를 끝내버렸다. 에브제니스의 말을 듣고 오히려 '나 없이 저 떨거지들만 데리고 소멸의 기원이 성공할거 같냐'하고 이죽거리기까지 했다. 사실 에브제니스는 그가 화나서 떠나 버리면 그만은 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에 일부러 그런 것이지만, 당시 에피비오노는 다른 마법사들과 달리 자신의 인형 '니에니즈'를 부수고 왔을 정도로 죽음을 각오한 상태였다.[5]
그렇게 결국 그녀가 주도한 '''소멸의 기원'''에 참여했는데, 본래대로라면 영토 안에 남아있던 모든 사람들과 함께 죽었어야 하지만 '''어째서인지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자'라는 그의 이름 뜻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힘이 비롯된 듯하나, 자세한 것은 본인도 알지 못한다. 이후 현재의 몰골이 되어 먹거나 마시지도, 잠조차도 잘 수 없는 몸으로 현재까지 불로불사로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도 몇 번이나 죽으려 시도했으나 전부 실패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보리스는 그가 지키고 싶었던 소중한 사람이 에브제니스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의 마법으로 에브제니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후 목적지인 늙은이의 우물까지 도착하자, 에피비오노는 호의의 표시로 보리스와 망토를 바꿔 입는다. 여담으로 보리스가 소지하고 있던 주사위가 가나폴리 소년왕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보리스는 엔디미온의 정체를 그제서야 알게 된다.
에피비오노는 그토록 사랑했던 에브제니스와의 마지막 대화를 사소한 싸움으로 끝내버린 것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으며, 천 년의 세월 속에서 기억은 그대로인데 비해 기억 속의 감정들이 옅어지는 것을 느끼며 괴로워하고 있다. 이는 보리스가 '''스스로 불멸자의 운명을 포기하는 계기'''가 된다.
4.2. 룬의 아이들 데모닉
보리스가 피 흘리는 창의 조각으로 변이된 애니스탄 뵐프와 싸우다가 불공격을 받을 때, 에피비오노의 망토로 감싼 부분은 그을리지 않았다는 것으로 보아 망토에 화염 또는 마법 내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싸움이 끝난 후에는 죽음 대신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결계로 들어가 미래를 살기로 한 카르디에게 '미래에 네 상처를 고쳐줄 수 있는 사람'이라며 에피비오노를 언급한다.
5. 기타
- 그가 가장 좋아하는 주사위 놀이는 추격자(Chaser)라고 한다. 하지만 작가의 블로그에 의하면 추격자 게임을 해봤던 건 어린 시절의 일이었을 거라고.
- 에피비오노가 홀로 살아남은 후 인형을 다시 만들 수 없었던 건 재료가 없어서이다. (애니스탄 뵐프가 만든 복제인형은 인간의 시신만 있으면 끝이다.)
- 이카본 군도의 존재를 알고 있다.
- 요즘도 대륙에 나오는 일이 있다.
6. 테일즈위버의 설정
테일즈위버 오리지널 캐릭터 로아미니를 살린 마법사로서 첫 등장한다. 설마 이 사람이 이런 식으로 테일즈위버에 등장할 줄이야 하며 놀라는 평이 다수. 로아미니를 살린 이유는 동생과 그 친구들을 지켜내라는 책임을 맡기기 위해서. 하지만 로아미니는 두 번째의 삶도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6] 비뚤어져 괴도가 되었다(...).
그리고 녹턴 드 뷔엥을 살린 마법사로서 다시 등장한다. 반쯤 미쳐서 필멸의 땅을 정처없이 떠돌고 있던 녹턴을 부활시켜 그가 누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여담으로 녹턴이 에피비오노를 부르는 호칭은 영감이다(...).
이후 필멸의 땅 챕터에서 메인 주역으로 등장한다. 악마가 된 브리오니아를 저지하던 중, 자신의 마법과 브리의 마법이 서로 뒤엉키면서 생긴 차원의 틈에 빨려 들어가는 바람에 영혼이 셋으로 나뉘어져 서로 다른 시공간에 흩어져 버린다. 에피비오노는 잃어버린 영혼을 찾기 위해 자신의 몸을 셋으로 쪼개어 과거, 현재, 미래로 보낸다. 또한 플레이어를 부르기 위해 이공간 안에 자신이 간 시공간으로 통하는 소원 거울을 놓고, 새끼 호랑이를 통해 플레이어를 인도한다.
과거 편에서는 플레이어가 에피비오노를 니나가 잃어버린 동료 중 하나로 착각하자, 자기를 지금 누구에 빗대는 거냐고 어이없어한다. 시험의 탑에 결계를 친 것이 본인임을 밝힐 때는 자신의 영혼이 여러 갈래로 나뉘지만 않았어도 니나 일행이 '''평생, 죽어서도, 죽어서 다시 태어난 후에도, 두 번째 다시 태어난 후에도''' 탑의 문을 여는 일은 없었을 거라며 자신만만해 한다(...).
현재 편에서는 어두운 이공간 안에서 플레이어를 기다리며 발걸음 수를 세고 있었다(...). 이공간에서 나온 뒤에는 아도니스의 청과 브리오니아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피의 진혼식으로 두 사람을 진혼시킨다.[7] 브리의 말에 의하면 악마의 힘으로 갓 태어난 자신조차 그와 대적할 수 없었다고.
궁전을 봉인한 후에는 플레이어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법 해내는 것 같다며 대신 필멸의 땅의 수호자로 임명한다. 본인은 얼마든지 그만 둘 준비가 되어있으며 짐도 이미 삼백 년 전에 싸놨다고(...). 그리고 플레이어가 정색하며 수호자 자리를 반납하자, 중간에 도망가면 곤란하다고 필멸의 땅 수호자의 대리인으로 임명한다(...).
미래 편에서는 자신의 영혼을 찾는 일은 제쳐두고 남의 일이나 신경써주고 있다며 투덜대면서도 결계를 쳐서 플레이어가 보초를 설 시간에 한숨 돌릴 수 있도록 해준다. 모든 영혼을 찾고 다시 완전한 모습이 되면 다시 이 땅에서 너를 만나게 될 날을 기대하고 있겠다며 재회를 암시하는 말을 한다.
여담으로 플레이어 캐릭터가 보리스, 나야트레이, 로아미니, 녹턴이면 아는 척을 한다.[8] 아나이스의 경우, 에피비오노가 이름을 알려줘도 어렵다며 해골 오빠라고 부른다(...).
[1] 본인 말로는 최신 지명이라는데, 아노마라드 왕국이 건국된 것은 작중 시점으로부터 몇백 년 전이다![2] 이는 기억도 그의 불사성에 묶여버려서 그런 것일 수 있다. 작중에서도 가나폴리가 멸망할 당시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지만, 당시에 흐릿하게 기억하던 건 지금도 흐릿하며, 그날 이후의 기억은 쉽게 잊는다고 말한다.[3] 참고로 이 아나로즈 티카람은 현재 등장한 마법사들 중 에피비오노에 이은 2위에 해당하는데, 수백 년 동안 일정 공간의 시간을 멈춰두고, 바다와 폭풍을 잠재우는 수준. 이조차도 옛 가나폴리 마법사에 근접하지 못한다[4] 신성 찬트는 마법 전승들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들 중 하나라고 한다.[5] 가나폴리 사람들에게 인형은 단순히 편리한 마법도구가 아니라 가족 같은 존재였다. 니에니즈를 부순 것도 만약 소멸의 기원이 실패하여 자신이 죽었을 경우, 니에니즈가 돌아오지 않을 자신을 기다리며 영원히 일상을 반복할 것을 생각하여 독한 마음을 먹고 부순 것이다. 실제로 그런 상황에서조차 차마 자기 인형을 부술 수 없어 남겨놓은 마법사들도 많았으며, 그런 마법사들의 인형은 영원히 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6] 테일즈위버에서 나야트레이의 언니는 수호자로서 나야 대신 목숨을 잃었다.[7] 이미 오래 전에 죽은 영혼과 악마에게 혼을 판 영혼은 마음의 결계가 단단해서 파괴적인 마법이 아니면 깨부수기 힘들기 때문에 강대한 힘을 지닌 마법사만이 진혼시킬 수 있다.[8] 보리스와 나야트레이가 네냐플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다른 캐릭터들로 진행할 경우에는 네냐플의 학생 정도로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