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명정죄
1. 구성요건
대한민국에는 없으나, 독일 등 일부 국가에는 존재하는 죄목. 터키의 이슬람교에선 '종교도덕상으로' 만취할 때까지 먹는 걸 하람(신이 금지한 것)으로 본다니, 그게 본 개념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셈.[1]
명정이란 술이나 약물에 취한 상태를 말하는데, 이런 상태도 심신장애로 보며, 완전명정 즉, 꽐라 상태는 심신상실이므로, 그 상태에서 위법행위를 한 때에는 애초부터 그 범죄를 저지를 작정으로 꽐라가 된 게 아니었으면 (원자행 참조) 책임능력이 없어서 벌할 수 없다.
그런데 원자행 문서에서 보듯,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뒤에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죄책을 인정해도 (법학 이론 및 법치주의 이념상) 곤란해지고 인정하지 않아도 (국민들의 법감정 및 치안유지에서) 곤란해진다. 대표적인 예로 원자행 문서에 나와 있는 '명정상태에서의 강간' 문제가 있다.
이렇게 분명히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처벌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피하기 위해, 독일 형법 제323조a는 고의 또는 과실로 알코올 또는 약물로 명정상태에 빠져 범죄를 저질렀으나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에 포함되지 아니하여[2] 처벌을 하지 못 할 경우 5년 이하의 자유형(징역) 또는 벌금형[3] 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절대 완전명정 상태에 들어갔다고 무조건 처벌하는 법률이 아니다. 다만 처벌의 개념 이전에 '죄'의 개념에서 보면 술에 꼻은 것 자체를 추상적 공중위험범으로 보는 것이 맞다.[4] 다만 완전명정 상태에 빠졌음에도 죄를 저지르지 않는 경우는 '피해 없는 곳에 형벌 없다' 라는 차원에서 처벌을 하지 않는 것 뿐이다.
요약하자면, FM대로 하면 과실범 혹은 '심신상실이므로 무죄'가 돼서 처벌을 할 수가 없게 되는 상황에서, 법 감정과 법학 원리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서 그런 상태의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주는 조문이 완전명정죄라고 할 수 있겠다.
꼭 '법 감정과 법학 원리의 괴리' 라고 볼 수도 없는 것이, 완전명정죄는 취했다고(명정상태라고) 무조건 발동되는 법이 아니라 '''완전'''명정상태에서 발동되는 법이다. 술에 취하는 것은 죄라고 볼 수 없겠지만, 술에 취해서 '''본인의 마음가짐과 행동을 전혀 통제할 수 없을 정도가 되기까지''' 자제하지 않고 마시는 것은 죄가 맞는 것이라고 보아도 그렇게 틀린 관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완전명정죄는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므로 과실범 처벌 규정이 있으면 적용되지 못 하고, 본래 저지른 범죄보다 훨씬 가벼운 형으로 처벌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2. 국내 법학계의 논의
우리나라에서도 학계의 다수설은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나, 소수설은 10조 3항[5] 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실 만취상태의 범죄의 심신상실 인정에 대해서 대중의 법감정은 분명히 비합리적이고 법적 정의에 걸맞지 않은 면이 크므로 무작정 따르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없다. 만취 자체가 추상적 위험을 발생시키는 부주의한 행위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스스로의 판단능력이 없이 '동물적으로'[6] 행동한 것은 분명히 개인의 책임은 아니다. 그것으로 인해 저질러진 강간은 생각도 하기 싫은 비극이지만, 본질적으로 자연재난과 같은 사고라고 볼수밖에 없다. 그것이 감정적으로 전혀 와닿지 않더라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한국처럼 음주문화의 부정적인 면이 아주 심각한 데다가 술먹고 저지른 실수에 관대할 때도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그대로 놔두다가는 치안유지라는 합목적적 이념에 심각한 위기가 생길 수 있고 이미 생겨 왔다.[7] 게다가 심신상실 항변을 악용할 목적으로 만취하거나는 사람들도 많고 만취하지 않았는데 만취했다고 거짓말할 수도 있으며, 애초에 악용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도 재판 시에는 무조건 면책을 위해 술에 취했다고 변명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범죄자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인지라 형사절차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도 어려워진다. 그러면 역시 법적 정의에 문제가 생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에서는 첨단 과학수사 기법으로 심신상실 혹은 심신미약 상태를 가려내는 능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음주문화를 개선하고 그 상황에서의 폭행 및 성희롱, 추행에 관대하지 않은 태도를 확산시켜야 하는 등 여러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입법론적, 형법학적으로 찾을 수 있는 대안은 완전명정죄의 도입이라고 생각된다. 다수설이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만 이는 만취행위를 마약에 취해 있는 행위와 동급으로 보는 것이므로[8]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기 전에는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자라나다 보면 술을 꺼리는 사람 말고는 술 취해서 범죄에 이르지 않을 만한 크고작은 언행의 실수를 안 해본 사람이 드물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의학적으로 보면 만취상태와 마약에 취한 상태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으로 똑같다. 오히려 대마초 등의 라이트 드러그를 피우고 있는 상태보다는 만취상태가 훨씬 위험한 편이다. 하여간 여러모로 도입하면 장점이 많을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심신상실 항변을 제약해 버리는 것도 무고한 피해자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대안이 되기 힘들기 때문이다.[9]
3. 관련 문서
[1] 일단 법은 이미 일어난 '사건'과 그 '결과'를 규율하지만, (종교도덕이 아니어도) 도덕은 사건으로 일어나기 전의 본인의 '내적인 양심'과 '의도'를 규율한다.[2] 즉 "'''처음부터 그 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약물 등을 복용한 것"임이 증명되지 아니하여[3] 다만 저지른 범죄의 형량보다 무겁게 처벌할 수는 없다[4] 올드보이에서의 오대수 캐릭터를 상당수 서양인들은 15년간 감금생활 하기 전에도 정신이 불안정했던 알코올 의존증자 캐릭터로 받아들인다는데 그게 이 사상과 관련이 많을 것이다. 일단 서구 문화권에서는 꽐라가 되는 것 자체로 심각한 일이다. 물론 문화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쉽게 생각해보면 한국인들의 감정상 길거리에서 대마초를 피우고 다니는 서양인을 보는 시각이 똑같다고 보면 될 것이다. (합법화된 국가라는 전제 하에) 사실 의학적으로 만취자의 위험성은 대마초 피우고 있는 사람의 위험성보다 훨씬 큰 편이다.[5] 제10조(심신장애인) ①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③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목개정 2014.12.30.) 실제로 배우 조형기가 음주운전 및 시체 유기를 저지르고 재판을 받을 당시 이 조항 덕에 심신미약이 인정되지 않았다. [6] 도덕적 자유의지가 없다는 의미.[7] 한국이 강력범죄율은 낮은 편이지만 가벼운 폭행이나 가벼운 성희롱, 추행 사건의 비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8] 엄밀히 말해서 완전명정죄도 동급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마약처럼 복용 자체를 처벌하는 것도 아니고, 만취상태에 빠져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처벌하지도 않고 그것으로 범죄가 성립했는데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해위가 아닐 경우만 보충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이다.[9] 특히 만취 말고 정신질환에 의해 심신상실이나 그것까지는 아니라도 심신미약에 해당되어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면책 및 감경해줘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정작 그 상태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겪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이해를 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경솔하고 철없고 무개념하기까진 한 행동이다. 어떤 행위를 법적, 도덕적 범죄행위로 규탄하려면 평균적인 사람이 그와 동일한 생물학적, 물리적 환경에 처했을 경우 자유의지에 의해 도덕적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괜히 남을 함부로 심판하려 하는 자는 스스로도 심판받을 거라는 격언이 나온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