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

 

1. 개요
2. 상세
2.1. 법치주의 개념의 발달
2.1.1. 서구의 법치주의
2.1.2. 한국의 법치주의
2.1.3. 중국의 법치주의
2.2. 대한민국 헌법에 나타난 법치주의
3. 법치행정의 원리
3.1. 의의
3.2. 구성


1. 개요


法治主義 / Rule of law

사람이 아니라 법이 국가를 통치한다.

법을 지켜야지! 법 말이야! 법! 그런 다음에 우정도, 의리도 있는 거야. 그걸 지키지 않고 어떻게 나랏일을 볼 수 있나?[1]

조병옥(야인시대)

근대 입헌 국가의 자유주의적 통치원리로서, 권력 분립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여 국민의 주권을 대표하는 의회가 제정하는 법률에 의하여 국가활동이 규율되며, 법의 지배원리에 따라 규범의 잣대로서 폭력이나 인간의 주관이 아닌 법을 적용하여 불가침성의 인권을 보장하려는 목적을 달성케 한다는 원리이다. 법치주의에 따라 사법부재판관은 인성(人性)으로서가 아니라 유권해석(有權解釋)의 기관으로서 독립하여 사건과 현상을 판단한다.

2. 상세


혈통으로 세습된 왕권이나 개인의 카리스마적인 영도력, 전통적 권위, 폭력과 강압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에 의해 통치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말해, 폭력으로 유지되는 독재 권력, 절대주의, 인(人)치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법에 대한 복종에서 도출되는 현대의 법치주의는 형식적 법치주의가 아니라 실질적 법치주의를 말한다.
간혹 통치자가 법을 통해서 통치를 하는 것을 법치주의라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보통 이야기 하는 서양의 법치주의가 아니라 중국의 의법치국(依法治國)에 더 가까운 개념이고 이 둘은 의미하는 바가 전혀 다르다. 법치주의는 통치자가 단순히 법을 이용해서 통치를 한다거나 법을 존중하는 차원을 넘어 법에 복종해야 성립한다. 즉 민중이든 귀족이든 왕이든 모든 사람이 법에 복종해야 법치주의가 성립한다.

2.1. 법치주의 개념의 발달



2.1.1. 서구의 법치주의


한자 자체가 法治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법치주의는 통치에 대한 원칙이다. 따라서 국민들이 권력을 가진 정부에 대항하여 방패와 무기로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법치주의이며 법치주의의 원류도 정부에 대하여 시민들의 권리를 방어할 수 있는 기제를 만드는 것이었다.
서구에서는 거슬러 올라가자면 고대 로마까지 거슬러올라가는데, 근대적 의미에서의 법치주의는 이탈리아의 공화국들에서 일찍이 발달했다. 이보다 뒤에 영국에서는 대헌장에서 절대권력자인 의 의지도 법에 의해서 제한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법치주의의 장을 열었다. 이것은 영국에서 "누구도 법 이외의 것에 지배되지 않는다. 통치자도 법의 지배에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법치주의의 일반원리로 자리잡았다.
법치주의의 의의는 피지배자뿐 아니라 지배자도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함을 명시한 데 있다. 물론 실질적으로는 이탈리아 도시들은 소수의 가문이 권력을 독점했고, 영국에서는 대헌장이 종이쪼가리 쯤으로 취급되었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는 공화국이 법에 의해 지배 받는다는 점이 이념적으로나마 포기되지 않았고, 영국에서는 후일 왕권 견제에 대한 근거가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법치주의는 서양의 정치전통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사조다. 로마의 평민들은 정치투쟁의 과정에서 자유와 평등의 이론을 발전시켰고 이는 12표법으로 대표되는 로마 시민법 체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다른 지역에서도 성문법전의 전통은 있었으나 대개는 오리엔트, 동양처럼 왕이 제정해 하사하거나 그리스, 게르만 처럼 시민들이 직접 제정한 제정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로마인들은 자연법이라는 개념을 발견해 냈는데, 이에 따르면 자연법은 누군가가 제정하는 법이 아닌 자연 그 자체에 존재하는 자연의 법칙이고, 따라서 발견될 뿐이지 발명될 수는 없었다. 또한 자연의 섭리, 법칙이기 때문에 신분이나 계급,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했다.
따라서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의 사상은 자연법에 대한 통찰이 그 근거에 깔려있지 않고서는 근본의 작동 원리가 결여된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즉 모든 제도나 사상들이 '순리'에 입각해서 운용된다고 할 수 있다.

2.1.2. 한국의 법치주의


한국에서는 고려시대에도 당률을 바탕으로 한 -법률이 있었으나, 관습법에 많이 의존하였다. 그리고 조선시대에 지구 상 여러 나라에서와 같이 경국대전 등의 성문법전이 정비되어 이전 시대의 임의적인 통치에서 탈피해 법에 기초한 통치가 실시되었다. 한국에서의 법에 기반한 통치는 예법일치사상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왕이라고 하더라도 경국대전을 존중했고 신권이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했다. 정조가 경국대전을 위반하지 않기 위하여 정약용을 시켜 한강에 배다리를 놓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다만 이 법의 근본 법리는 '법에 의한 통치'가 아닌 '법으로 하는 통치'에 기인한다. 법전은 일종의 통치 메뉴얼에 가까웠다.때문에 조선은 일단 법치국가는 아니다. 조선의 왕들은 기본적으로 법을 존중했지만, 정말로 작정하고 눈이 뒤집힌다면 제아무리 권신이라도 충분히 족칠 수 있었다. 즉 조선의 왕은 법을 '존중'할지언정, 법에 '복종'하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조선은 기본적으로 법치 국가는 아니다. 물론 과거에는 법치주의 공화국들 역시도 법이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기도 하는 등 현대적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왕이 법을 존중할지언정, 법에 복종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조선은 법치국가가 아니다.
중국인들은 법가를 법치주의라고 주장하지만, 통치자의 편의를 위해 조직된 법이자 황로술과 결합되어 법 위에 존재하는 통치자를 상정하는 사상이므로 서구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즉 법가 역시도 '법으로 하는 지배'이지, '법의 지배'가 아니므로 법치주의가 아니다.[2]
한국에서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준법주의와 법치주의를 혼동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자신의 정치 신념에 반하는 판결이 내려진 세력이 '법치주의는 죽었다' 등의 드립으로 반박하려고 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서구의 법치주의란 통치 세력이 법에 합당하지 않은 통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인데, 정부가 국민에게 법치주의를 지키라고 말하는 것은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정도경영하라고 설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상한 일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유시민이 쓴 "국가란 무엇인가"에 잘 정리되어있다. 이에 의하면, 정부가 법치주의를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경제적이든 무력이든 권력이든 개개인의 국민보다 강한 존재인 정부가 스스로를 법의 테두리에 가두겠다는 것이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이건 "이제 제 왼손의 몽둥이를 내려놓겠습니다. 그리고 제 왼손을 제가 묶겠습니다."라는 의미의 발언인 셈이다.
그런데 과연 한국에서 그런 의미로 쓰이고 있는가? 한국에서 법치주의는 "국민이 법을 어기면 정부는 가차없이 엄단합니다."라는 의미로 흔히 오용되어 쓰이고 있다. 국민이 법을 어기면 정부가 가차없이 엄단하겠다는 것은 준법주의의 언명이지 결코 법치주의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이렇게 법치주의를 오용하는 사례가 흔해서 법학을 교양과목으로 듣는 학생들이 처음 법치주의를 배울 때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곤 한다.
그리고 사법부의 판단이 옳으냐 그르냐 역시 법치주의와 무관하다. 법치주의적 관점에 의하면 사법부의 결정과정이 합법적이면 족하고 그 결정이 옳은가 그른가는 판단하지 않는다. 요컨대 법치주의는 국가 권력이 작동할 때 그 절차가 법에 의해 작동하는가를 판단하는 원리인 셈이다. 여기서 그 절차까지 정당한지도 검토하여 절차 자체의 정당성까지 확보하는 과정이 있으면 실질적 법치주의가 되는 것이고, 반대로 절차에 대한 별다른 가치 판단 없이 그대로 밀어 붙이면 형식적 법치주의가 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결과 그 자체에 대한 가치 판단은 정치의 영역이 될 순 있어도 법치주의의 영역은 아니다.
법치주의에서 법이란 공포되고 명확하게 규정된 법을 말하는 것이며 법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권력을 유지 강화하는 것은 실질적 법치주의가 아니다. 이러한 것을 외견적 법치주의 혹은 형식적 법치주의라고 하고 법을 오직 통치의 수단으로서만 이용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탄압하는 것을 법률적 불법(Gesetzliches Unrecht)이라고 한다. 이러한 개념은 법치주의가 나치를 막지 못했던 독일의 경험에서 나왔다. 나치가 저지른 만행 때문에 오해할 수도 있으나, 나치 역시 분명히 합법적으로 성립된 정권이었다.
이러한 형식적 법치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실질적 법치주의이다. 실질적 법치주의는 인간의 존엄을 바탕에 두고 기본권을 보장하며 실질적 평등을 추구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을 전제한다. 요컨대 형식적 법치주의는 합법성에만 초점을 두었다면 실질적 법치주의는 합법성과 더불어 정당성에도 초점을 두는 원리이다. 이를테면 법률이 헌법을 위반한다면 위헌법률심사제도를 쓸 수 있다. 또한 권력이 폭주하여 헌법의 기본원리를 침해하고, 다른 합법적인 구제수단도 없더라도 저항권이 있다. 즉 헌법의 기본 원리를 방패로, 다시 말해서 '실질적 법치주의'를 방패로 폭주하는 권력에 대항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양자간의 구분을 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위와 같은 분류도 결과주의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법 앞의 평등은 법치주의와 약간 그 의미가 다르다. 영미법계 전통을 따르는 내용으로 일반법(Common Law)원칙 혹은 법의 지배(Rule of Law)의 사상으로 볼 수 있다. 주된 내용은 국가나 사인이나 법적으로 동등한 지위를 가진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원리에 의해 국가(즉, 군주)의 특수성을 인청치 않고 하나의 일반법의 지배를 받게 되는 원칙이다.

2.1.3. 중국의 법치주의


한국의 경우와는 이유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 중국에서도 역시 정부가 국민들에게 법치주의를 설파하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중국 공산당일당독재를 옹호하고 정당화하거나 소수민족분리주의 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차원에서 법치주의를 내세우는 경향을 보이는 편이다. 특히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법치를 내세우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대표적인 사례로서 2014년 홍콩 우산 혁명 당시에도 민주화를 요구하는 홍콩인들의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그 명목 중 하나로 법치주의를 내세우기도 했다.
여기에서의 법치주의는 서양 자유주의에서 얘기하는 법치주의보다는 중국 법가가 얘기한 법치주의에 가깝다.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중국인들은 법가를 법치주의라고 주장하지만, 통치자의 편의를 위해 조직된 법이자 황로술과 결합되어 법 위에 존재하는 통치자를 상정하는 사상이므로 서구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즉 법가 역시도 '법으로 하는 지배'이지, '법의 지배'가 아니므로 엄밀하게 말하면 법치주의가 아니다. 법가 사상은 위에서 소개한 준법주의나 형식적 법치주의가 그나마 연관성이 있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법을 통한 지배"의 내용은 의법치국(依法治國)이라는 용어로 정립되었고, 당대회 등에서나 부패척결을 강조할 때 심심찮게 거론된다.

2.2. 대한민국 헌법에 나타난 법치주의


우리 헌법에서는 법치주의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다음을 규정하고 있다.

3. 법치행정의 원리



3.1. 의의


행정은 법률에 근거하고 법률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는 원리. 행정의 법률적합성의 원칙이라고도 표현된다.

3.2. 구성


법치행정의 원리는 법률의 법규창조력, 법률우위의 원칙, 법률유보의 원칙으로 구성된다.

3.2.1. 법률의 법규창조력


의회가 제정하는 규율인 법률만이 국민을 구속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대통령령과 같은 규율은 의회가 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과 같은 법규창조력이 없어 국민은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전혀 없다.
다만 현대에는 더이상 법률의 법규창조력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다. 법률이 아닌 규율 역시 국민을 구속할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대해서 대통령령(헌법 75조)이나 총리령, 부령(헌법 95조)같은 법규명령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규명령은 법률이 위임한 범위 내에서 국민을 구속할 수 있다.
또한 국회에서 직접 제정한 법률의 직접적인 위임이 아닌 관습법이나 불문법 등에 따라서도 국민생활을 직접적으로 구성할 수 있으며, 행정부도 법률대위적 법규명령을 발할 수 있다. 따라서 '법률의 법규창조력' 대신 아래의 두 원칙만을 법치행정의 내용으로 제시하게 되었다.

3.2.2. 법률우위의 원칙


소극적 법률적합성의 원칙이라고도 한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문서를 참조.

3.2.3. 법률유보의 원칙


적극적 법률적합성의 원칙이라고도 한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문서를 참조.

[1] 준법주의와도 연계되는 내용이다. 혈연주의와 연고주의 등 뒤를 봐주는 행위는 일절 없이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뜻.[2] 서구의 그것과 가장 비슷한 것은 유가의 덕치주의이다. 서구의 법률의 바탕이 된 고대 로마의 자연법 체계가 그와 가장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