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켄 진네만
"판을 뒤집을 최후의 한 수는 반드시 남겨놔라. 마지막으로 한 번만 이기면 모두 이긴 것이다."[1]
- 룬의 아이들 윈터러 7권, 'A Winter Meet Spring' 中
[clearfix]
1. 개요
룬의 아이들 윈터러의 등장인물. 실질적인 진네만 가문의 마지막 가주이자, 예프넨 진네만과 보리스 진네만의 아버지이다. 아내와는 둘째 보리스가 태어난 뒤에 사별했고, 그 이후 쭉 재혼하지 않은 상태로 두 아들을 키웠다.
2. 작중 행적
카츠야 선제후의 계파로서 칸 선제후의 파벌에[2] 밀려 가문이 몰락의 길을 걸으나, 신의를 목숨보다 높이치는 트라바체스의 사람답게 최후까지 카츠야 선제후를 따랐다.[3] 사이가 틀어진 아우 블라도 진네만도 몰락해가는 가문을 훌륭히 운영해왔던 점만은 인정했을 정도.
아우 블라도 진네만과는 누이동생 예니치카 진네만의 일로 철천지 원수 사이가 되었다. 과거에 예니치카가 율켄, 블라도와 다른 계파의 집안으로 시집을 가기로 했을 때, 블라도가 이를 막으려다 실수로 예니치카가 호수의 괴물에게 당해 광증을 일으키게 되었다.[4] 결국 율켄은 예니치카를 치료하는 것이 소용없다는 판단 하에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이를 계기로 블라도와 영영 의절하게 되었다.[5] 또한 보리스의 할아버지 대부터 가문의 소유가 된 윈터바텀 킷, 즉 윈터러와 스노우가드조차 블라도에게 나눠주지 않고 자신이 차지했다.[6]
이러한 일 때문에 형제라는 사이를 불신하게 되고, 윈터바텀 킷 또한 예프넨에게 물려주며[7] 장남인 예프넨만을 신뢰하고 보리스에게는 다소 차가운 일면만을 보였다. 하지만 큰아들인 예프넨은 윈터바텀 킷을 보리스도 나눠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그러한 결정을 좋지 않게 여기고 있다.
한편 블라도는 집을 떠나 복수의 칼을 갈게 되고, 트라바체스에선 백안시당하는 계파를 배반하는 일까지 저질러가며 세력을 키워 결국 진네만 가문에 '항쟁'을 일으켜 쳐들어온다.[8] 율켄은 패배가 기정사실임을 이미 알고 있었으나,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맞서 싸운다. 하지만 백여명 밖에 안되는 그의 사병들은 수천에 달하는 칸 통령의 병사들을 상대로 혈투 끝에 결국 전멸한다. 더군다나 환수 크리갈의 독액에 저택의 지붕이 뚫리면서 패색이 짙어지는 가운데,[9] 율켄은 직접 검을 들고 내려가 적들을 베어넘기다가 블라도의 기습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집사 튤크의 도움으로 간신히 두 아들이 있는 에메라 호수에 도착하지만 상처는 블라도의 마검 하그룬의 독에 의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종그날의 마법 퀴레의 여든 개의 눈동자에 두 아들이 발각되어 넷의 위치가 들키게 된다. 그 후 저주받은 에메라 호수에서 블라도와 대치했으나 그 때 튤크가 그를 찔러 숨을 거두게 해주었고, 시체는 그대로 에메라 호수에 던져졌다.
전형적인 트라바체스의 정치적인 인간으로, 비록 아들 보리스에게 애정을 주지는 않았으나 그의 존재는 보리스에게 큰 그늘을 남겼다. 평생 그를 모신 튤크에 의하면 율켄은 자신을 닮은 보리스보다 죽은 아내를 닮은 예프넨에게 더 각별한 애착을 가졌던 것 같다고 한다. 또한 그는 예프넨만을 후계자로 키우려 했으나, '''율켄을 가장 닮은 것은 보리스'''였다. 외모도 그렇지만, 성격면으로도 무섭고 어려워했던 율켄을 무의식적으로 보고 배웠다. 트라바체스 출신 암살자를 심문할 때에도 다른 이의 도움으로 안전해졌으면서 그 처분까지 다른 사람에게 미뤄서는 안 된다며, '''아버지 율켄의 엄숙함을 닮아있었다'''고 언급된다.[10]
3. 기타
- 두 아들이 모두 외모가 준수한 편이며 보리스가 커가며 율켄을 많이 닮았다는 묘사가 있다는 것, 블라도가 형의 능력과 용모를 질투했다는 것을 보면 율켄 본인 역시 외모가 준수한 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 훗날 이 말을 들은 루시안이 다음 판도 있을 텐데 왜 그 한 판으로 끝나는지 의문을 표하자, 보리스는 '''이기는 순간 상대를 죽여버리기 때문'''이라며 나름대로의 해석을 붙였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인생을 편하게만 살아온 루시안과 수 많은 죽음의 위기를 넘기며 살얼음판 같은 인생을 살아온 보리스의 관점의 차이를 단번에 보여주는 단락이다.[2] 이후 칸 선제후는 칸 통령이 된다.[3] 이렇게 몰락해 가면서도 상위 가문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명가인 이유라고 묘사되는 것을 보면 일반적인 의미의 '정치적 신념'보다는 창작물에서의 갱단 등이 신의를 따지는 것에 가깝다. 실제로 트라바체스의 정당은 '''이름만 다른 수백 개의 정당이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칠 생각은 없고 무조건 갈라지기만 하는''' 기형적인 형태다. 말 그대로 변질된 공화국.[4] 정확하게는 블라도는 예니치카의 약혼자를 납치해 지하실에 가뒀었고, 예니치카에게는 약혼자가 에메라 호수에 있다고 속여 가는 길목의 수하들이 예니치카를 납치하려고 했다. 블라도는 "설마" 순하고 겁 많던 예니치카가 진짜로 에메라 호수까지 도달할 줄은 몰랐고, 율켄도 치밀한 계책가인 블라도가 "설마" 아무 대책없이 예니치카를 에메라 호수에 보낼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 예니치카의 약혼자가 지하실에 감금되어 있는 것을 알고도 묵인했다. 그리고 둘은 나란히 설마에 발등을 찍혔다.[5] 율켄 역시 예니치카에 대해 애정과 죄책감을 품고 있었기에 에메라 호수에서 예니치카를 떠올린다. 사실 블라도나 율켄이나 예니치카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건 똑같지만, 둘 다 '''사랑하는 여동생이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그렇기에 서로 "네가 예니에게 그런 말만 안했어도 아무 문제 없었어!" "형님도 묵인했으면서 어떻게 나한테 모조리 뒤집어 씌울수 있소!" 하고 반목하고, 결국 블라도가 쫒겨난다.[6] 율켄과 블라도의 부모는 두 형제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어 서로 화합하게 하려 했으나 두 형제의 반목 때문에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7] 한데 모여야 제 가치를 갖는 보물을 나눠야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이었다. 물론 현실은...[8] 블라도가 들어간 칸 선제후는 몰락해가던 카츠야 선제후와는 달리 '''전례없을 정도의 지지율을 받아 결국 통령까지 해먹는''' 강대한 선제후였다. 실제로 칸 선제후는 블라도에게 최측근인 마법사 종그날까지 붙여주며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었다.[9] 이것을 본 그는 블라도가 가문의 역사와 추억이 담긴 저택을 부수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깨달고 ''' "저놈을 용서하면 내, 진네만 가문 사람이 아니다." '''라며 분노한다. 사실 이 대사는 개정판에서 바뀐 대사로, 원문은 "이 상황을 참아 넘긴다면 진네만 가문 사람이 아니다." 였다.[10] 여담이지만 장남 예프넨은 율켄의 아내를 닮았지만 동생이자 예프넨의 숙부였던 블라도와도 공통점이 하나 있다. 보리스는 예프넨을 떠올리며 "형이었다면 광증에 사로잡힌 동생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골방에라도 가둬두고 평생 돌봤을 것"이라고 했는데, '''블라도가 똑같은 광증에 시달리는 딸을 위해 한 행동이 바로 그거다.''' 결국 비뚤어져서 집안을 멸망시키고 형을 죽이고야 말았지만, 블라도는 마음이 약하고 정이 많은 면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율켄 역시 마음 약하고 정이 많던 아내나 예니치카를 아꼈던 것을 보면 예니가 그렇게 죽기 전에는 블라도를 아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