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승부
1. 개요
끝장+勝負.
문자 그대로 끝장을 볼 때까지(=승부가 날 때까지) 경기를 하는 것. 한쪽이 패배하거나 물러설 때까지 하기에 치킨 게임, 단두대 매치와 의미가 비슷하지만, 이 단어는 야구계에서 주로 쓰이며, 한국의 고교야구에서도 끝장승부를 시행하고 있다.
끝장승부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리그로는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의 메이저리그(MLB)가 있다. 덕분에 이 동네에서는 연장 15회 경기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심한 경우는 20회를 넘기는 경우도 아주 가끔씩 생긴다. 한국프로야구의 한 경기 최장 이닝 기록(18이닝)인 2008년 9월 3일 두산과 한화 경기가 바로 끝장승부 룰로 인해 탄생했으며, 룰이 다시 바뀌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깨질 수 없는 기록이다.
끝장승부를 시행하고 있는 MLB의 최장 이닝 연장전 기록은 1920년 5월 2일 보스턴 브레이브스와 브루클린 다저스 경기(26이닝)이며 당시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경기를 하여서 조명시설이 없기 때문에 해당 경기가 중단된 이후 MLB는 원칙적으로 무승부를 인정하지 않으나 이례적으로 무승부(당시 스코어| 1:1) 처리가 되었다. 다만, 특이한 점은 경기가 무려 '''26이닝'''동안 진행되었는데 불구하고 경기 시간이 3시간 5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참고. 한편 일본프로야구의 최장 이닝 기록은 1942년 5월 23일의 '''28이닝''' 기록으로, 양 팀 투수인 노구치 지로와 니시자와 미치오가 모두 300구 넘는 공을 뿌리며 완투했고 역시 조명 시설 문제로 무승부(4:4) 처리되었다. 경기 시간은 3시간 37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장 시간 경기는 2009년 5월 21일 무등 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다. 이 경기는 5시간 58분동안 진행됐지만 13-1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MLB 최장시간 경기는 1984년 5월 9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로 이날 경기는 장장 '''8시간 6분'''동안 진행되었으며 이닝수는 '''25회'''동안 진행되었다.
한편 NPB 최장시간 경기는 1992년 9월 11일에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펼쳐진 한신 타이거스와 야쿠르트 스왈로즈 경기로 6시간 26분의 승부 끝에 15회 3:3 무승부로 종료되었다. 사실 이 경기가 이렇게까지 길어진 이유는 9회 말 2사 1루 상황에서 한신의 야기 히로시가 친 타구가 펜스를 맞고 담장을 넘어가 처음에는 끝내기 홈런이 선언되었다가 야쿠르트 측의 항의로 인정 2루타가 되었는데, 다시 한신 측의 맹항의로 시합이 약 37분가량 중단되는 해프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기에서 한신은 몰수패 직전까지 갔다가 처음에 홈런을 선언했던 2루심이 오심의 책임을 지고 심판직을 은퇴할 테니 제발 경기를 재개해 달라고 설득한 끝에 겨우 경기가 재개되었다. 심지어 이 경기는 1위 야쿠르트와 2위 한신간의 순위 싸움이 걸린 3연전 첫 경기였으며, 한신이 이기면 순위가 역전되는 상황이어서 중요도와 주목도도 엄청나게 높은 경기였다. 여담으로 다음 두 경기를 모두 한신이 이기며 결국 순위가 뒤집어졌으나, 한신이 시즌 마지막 15경기에서 4승 11패를 기록하며 끝내 야쿠르트가 1위를 탈환했다.
프로야구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1981년 4월 18일에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 산하 포투켓 레드삭스와 미네소타 트윈스 산하 로체스터 레드윙스의 마이너리그 경기가 최장 이닝 및 최장 시간 경기가 되며, 경기 종료까지 무려 33이닝, 8시간 25분이 걸렸다. 이 경기는 날짜가 바뀌어도 경기가 끝나지 않아 결국 32이닝째에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경기가 한 번 중단된 후 6월 23일에 재개되어 포투켓 레드삭스의 끝내기 승리로 종료되었다. 여담으로 이 경기의 포투켓 3루수는 웨이드 보그스, 로체스터 3루수는 칼 립켄 주니어로 둘 다 훗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게 된다.
사족으로 최단시간 경기에 대해 언급하자면[1] , KBO 리그는 임호균과 장명부가 맞붙었던 1985년 9월 21일 롯데-청보 경기로 1시간 33분만에 종료되었으며, MLB 기록은 191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뉴욕 자이언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전신) 의 51분, 일본프로야구의 기록은 1946년 한신 타이거즈와 퍼시픽 로빈스(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의 전신 중 하나)의 55분이다.
KBO 리그, 일본프로야구, 대만프로야구에서는 12회 연장 제한 룰을 채택하며 그 안에 승부가 안 나면 무승부로 처리한다.
KBO 포스트시즌은 정규 시즌보다 3회 연장된 15회 제한이다. 3이닝 더 시킬테니 포스트시즌에선 어떻게든 승부를 내라는 의미인 듯.[2] 일본프로야구의 클라이맥스 시리즈는 정규시즌처럼 12이닝 제한, 일본시리즈는 7차전까지는 15회, 8차전부터는 연장 제한 없이 끝장승부다. 다만 1990년~2000년까지 센트럴리그 한정으로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면 휴식일 중 하루를 잡아 재경기를 치렀다.
일부 대회(주로 단기전)에서는 끝장승부를 하되 서로 점수를 못 내서 무박 2일 경기라도 하면 일정에 큰 문제를 겪게 되기 때문에 승부치기를 도입하기도 한다.
2. 논란
한국프로야구에서는 2008년 '''단 한 해''' 끝장승부가 시행된 적 있으나, 이듬해인 2009년 다시 12회 연장 제한 룰로 회귀했다.[3]
2008 시즌 중에도 끝장승부 실시에 대해 꽤 논란이 많았으며 현장에서는 경기가 길어지는 날마다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결국 시즌이 끝난 후 KBO는 단장 회의에서 쿨하게 끝장승부 폐지를 결정했다. 여담으로 유지 찬성하던 구단은 롯데 자이언츠뿐이었는데 이건 당시 롯데 감독이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4] 참고로 이 해 프로야구 역대 최초로 자정을 넘긴 경기가 나왔는데 2008년 6월 1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우리 히어로즈-KIA 타이거즈 경기로 경기가 다음날인 6월 13일 0시 49분에 끝났다.[5] 이 외에도 2008년 9월 3일 한화 vs 두산이 이 룰로 인해 일어났다.
끝장승부의 시행 유무는 꽤 큰 차이를 불러오는데, 가장 큰 효과는 바로 무승부의 존재 여부이다. 사실 이 '''무승부의 존재가 프로야구의 골치아픈 문제 중 하나이다'''.[6] 야구의 무승부는 원래 없다시피 하던 제도를 만든 케이스[7][8] 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어떠한 제도를 만들어도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 끝장승부는 대체로 투수들의 이닝을 길게 하는 효과가 있다. 연장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9] 에서 선발이건 불펜이건 투수를 마구 교체하기에는 꽤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3. 장점
'''일단 무승부의 처리를 고민할 필요가 거의 없어진다.''' 당장 KBO에서도 매 시즌이 끝날 때마다 무승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10]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몇년마다 승률계산 방식을 뜯어고치지만, 결국에는 무승부가 있는 이상 잡음이 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끝장승부 하에서는 무승부가 없어지기 때문에 그냥 승률=승수/경기수로만 계산하면 되므로 이런 불만이 나올 건덕지가 없다.[11] 야구팬들은 대체로 끝장승부를 찬성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면 대다수의 팬들은 찝찝함을 느끼게 마련이니... 오죽하면 시간초과가 없는 시합의 재미라는 말이 나왔을까?
리그 경기는 무승부로 처리해도 순위 매기는 것 자체는 지장이 없으므로 어떻게든 해결되지만, 토너먼트 경기나 KBO 포스트시즌[12] 등의 포스트시즌 경기는 무승부가 나면 해당 경기는 없는 경기로 처리되기 때문에 경기 구조 상 어떻게든 승부가 나야 이긴 팀이 상위 경기로 진출하든지, 또는 우승을 하기 때문. 즉, 무승부로 처리하면 리그 경기와 달리 경기를 하루 또 해야 되고 뒤에 예정되어 있던 경기 일정도 죄다 하루씩 밀리게 된다. KBO 포스트시즌의 경우 늦가을~초겨울 즈음 선수들이 부상당하기 쉬운, 추운 날씨에 치러지기 때문에 경기 하루 밀리는 것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 예로 2004년 한국시리즈 9차전이 있다. 당시 무승부가 한 번도 아니고 무려 '''3번''' 나왔다.[13] 따라서 이후에는 규정이 개정되면서 포스트시즌에 한해서는 15회까지 벌이고, 그래도 승부가 안날 때만 무승부 처리하도록 정했는데, 결국 이렇게 규정이 바뀐 이후에는 단 한 번도 무승부가 나오지 않았다.
4. 단점
한국프로야구에서 끝장승부를 꺼리는 주 이유는 아무래도 전반적인 인프라 문제가 크다. 당장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끝장승부를 하게 되면 양질의 경기를 펼치지 못하게 된다는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불펜 위주의 야구를 하는 한국프로야구에서 끝장승부는 투수 운용을 곤란하게 하는 면이 있다. 사실 메이저리그의 경우에도 끝장승부 제대로 한번 치르면 팀의 전력 소모가 엄청나다. 대표적인 예로 15회 이상 넘어가게 되면 투수가 바닥나서 이틀 전, 이틀 뒤 선발투수까지 끌어다올릴 수 밖에 없는 경우까지 발생하게 되는데, 그러면 선발 로테이션이 막 꼬이면서 결국 땜빵으로 마이너에서 콜업을 해야된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한다. 당연히 이러면 팀 전력에도 아무래도 영향을 받게 된다.
현실적으로는 관객들의 교통문제도 골칫거리가 된다. 주말은 경기가 일찍 시작하니 별 문제가 없다쳐도 평일에 끝장승부에 들어가게 되면 때때로 자정 넘어서까지 경기가 이어지는 경우(무박 2일 경기)가 있으므로 이 때에는 막차 시간이 지나버리기 때문에 지하철,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곤란해진다. 자세한 건 해당 문서를 참고하도록 하자.
심지어 끝장승부가 길어질 경우 선수들의 교통문제까지도 골칫거리가 된다. 하필 시리즈의 마지막 경기에 끝장승부가 걸리고, 설상가상으로 다음 시리즈가 멀찍이 떨어진 곳이라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제대로 잠도 못자고 다음 게임을 치뤄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경기 시간이 사실상 고정되어 있는 KBO리그와 달리 MLB의 경우 두 팀이 다음 시리즈를 하러 휴식일 없이 멀리 가야 될 경우, 혹시나 끝장승부에 걸릴 것에 대비해 관중수의 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아예 마지막 경기를 쿨하게 평일 점심 때 잡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1] 콜드게임 등으로 일찍 끝난 경기가 아닌, 당연히 9회까지의 정규 이닝을 제대로 마친 경기 기준으로[2] 15회이내에 승부가 안나면 무승부로 기록되고, 다른날에 다시 경기한다.[3] 여담으로 09~10시즌에는 무승부=패로 계산하는 요상한 승률제가 도입되었다. 사실 이 제도는 끝장승부를 못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한 감이 있다. 결국 2011년 시즌 전에 폐지되었다.[4] 히어로즈의 이광환 감독 역시 끝장승부에 긍정적인 입장이었으나 2008시즌이 끝나고 경질되었다.[5] 다만 이 경기는 경기 중 우천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가 속개된 경기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6] 다른 스포츠를 예로 들면, 축구의 경우 무승부가 비교적 흔한 스포츠인데다 승점제라는 일종의 변형 승률 규칙이 정착되어 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다. 농구는 한국에서도 역시 끝장승부를 보며 4쿼터 종료 이후 승부가 날 때까지 계속해서 무승부가 나올 일이 없으므로 역시 논란이 될 일이 없다.[7] 사실 메이저리그에서도 정말 드물긴 하지만 무승부가 있긴 하다. 천재지변이 일어나는 경우 정말 드물게 무승부가 나오는데 이 양반들은 무승부가 나오면 무승부를 가지고 골치 싸매는 대신 쿨하게 '''경기를 한번 더 하기 때문에''' 무승부가 승률에 끼어들 여지가 전무하다.[8] 단, 메이저리그는 조명을 설치해서 야간경기 시대로 접어든 1930년대 이전에는 모두다 낮경기라서 일몰로 인한 무승부가 적용되었는데 이때 선수의 개인기록은 인정하되 팀의 승패에는 적용시키지 않았다. 2011년 이후의 KBO 리그에서 무승부를 처리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이 당시 154게임중에서 승패를 합해도 경기수에 모자란 경우가 보이는데 이건 전부다 일몰 무승부라고 보면 된다.[9] 실제로 끝장승부가 있던 2008년 9월 3일에는 한화와 두산이 18이닝 경기(5시간 51분 소요)를 펼치며 당시 역대 최장 경기 시간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끝장승부 제도가 폐지된 2009년 5월 21일에 끝장승부가 있던 시절보다 더 긴 경기가 나왔고, 해당 경기는 2019년 현재까지도 최장 시간 경기로 남아 있다.[10] 2013년 한국프로야구에서 채택한 승률 계산 방식은 무승부를 아예 계산에 넣지 않는 것인데(일본도 이 방식을 사용한다), 이 방식은 겉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팀마다 무승부의 가치가 다르게 측정된다는 문제가 있다. 즉, 성적이 좋은 팀일수록 무승부의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이외에도 무승부를 0.5승으로 처리하거나 무승부를 그냥 패배 처리한 적도 있는 등 다양했다.[11] 다만 강우콜드로 인한 무승부가 종종 나올 수 있으므로 이것이 논란이 될 여지는 있다. 몇년마다 한번 나오는 정도이지만... 사실 2004년 KS 9차전 같은 경우 강우콜드 되고도 남았지만 '''9차전'''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됐으므로 강우콜드를 씹을 순 있다.[12]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제외.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무승부가 발생하면 4위팀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13] 다만 9차전까지 간 것은 당시 '10시 30분을 넘기면 9회 이상의 이닝을 치를 수 없다.'는 병맛 규정도 한몫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