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피동 표현

 


1. 개요
2. 예시
3. 잘못된 표현인가?
4. 유사 형식
4.1. 사동사 + '-어지다'
4.2. 강세 표현 '-치-' + '~어지다'
4.3. 형용사 변화 '~어지다'
4.4. '되다', '-게 되다' + '~어지다
5. 삼중 피동
6. 관련 문서


1. 개요


피동 표현 두 개가 같이 쓰인 것. 대개 피동 접사인 '-이-, -히-, -리-, -기-'와 '-되다' + 피동 보조 동사인 '-(아/어)지다' 즉, 단형 피동에 장형 피동이 서로 합쳐져 피동 표현이 중첩된 말을 말한다. 드문 예로 '씌이다'처럼 피동 접미사가 두 번 쓰인 예도 있다. '중첩 피동 표현'이라고도 한다.
번역체 문장/영어 문서에도 있는 피동 표현(수동태)을 번역할 때 자주 생기는 번역체의 하나다.

2. 예시


나뉘어지다 → 나누어지다/나눠지다/나뉘다

모여지다(모(으)- + -이- + -어지- + -다)[1]

→ 모아지다/모이다

믿겨지다(믿- + -기- + -어지- + -다) → 믿어지다/믿기다

보여지다[2]

→ 보아지다/보이다

쓰여지다/씌어지다/씌이다(쓰- + -이- + -이- + -다) → 써지다/쓰이다/씌다[3]

↘오늘따라 글이 잘 쓰여진다. → 오늘따라 글이 잘 써진다.

↘이 글은 한국어로 쓰여졌다. → 이 글은 한국어로 쓰였다.

↘컵은 음료를 따라 마시는 데 쓰여진다. → 컵은 음료를 따라 마시는 데 쓰인다.

잊혀지다(잊- + -히- + -어지- + -다) → 잊히다/잊어지다

그여지다/그이다[4]

→ 그어지다(긋- + -어지- + -다; 'ㅅ' 불규칙 활용)

짜여지다 → 짜지다/짜이다

찢겨지다 → 찢기다/찢어지다

닫혀지다 → 닫히다/닫아지다

묻혀지다[5]

→ 묻히다/묻어지다

영어 해석을 하면서 흔히 쓰는 피동 접미사 '-되어지다(-되- + -어지다)' 역시 이중 피동이다. '-되어지다'는 그냥 '-되다'로 고칠 수 있고, '잊혀지다' 역시 '잊히다' 또는 '잊어지다'로 바꾸어 쓸 수 있다(예 1, 2, 3).
한자어에 '被'가 쓰여 있으면 한자어에서 이미 피동의 의미가 들어있으므로 '피살되다'와 같은 표현은 이중 피동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자어의 특성상은 한국어 내에서 생산성의 한계가 있어 완전한 동궤에서 보기는 어렵다. 그런 이유로 '피살되다'와 같은 것은 사전에도 실려있다. 이 경우는 '피살'이 이미 피동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해서 이중 피동을 피하고자 '살-되다'라는 표현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피살-하다'를 써도 되겠으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고, '살해-되다'라는 단어를 쓸 수도 있으나 그것은 '살해'라는 다른 어휘를 끌어온 것이므로 문법적 변화의 범주에서는 벗어나 있다.
특히 '잊혀지다', '쓰여지다', '짜여지다'는 이중 피동 표현 가운데 널리 쓰이는 예이다. '잊혀질 만큼만', '잊혀질 권리', '잊혀진 계절', '잊혀진 두루무' 등. '잊혀지다'는 문법을 중시하는 뉴스에서도 널리 쓰일 정도이다. 한 술 더 떠서 '씌여지다'라고 하는 경우마저 있는데, 이건 삼중 피동이다.

3. 잘못된 표현인가?


이것을 올바른 표현으로 간주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아직도 학자들의 의견이 갈린다. 다만, 국립국어원에서 이중 피동이 바르고 그르고를 규정한 바 없다고 밝혔고(#, 2018), 견해 차가 있을 수 있지만 간결한 표현에 알맞지 않을 뿐, 비문은 아니라고 답변한 적이 있다(#, 2019). 즉, 간결체를 쓰기 위해 피해야 하는 표현일 수는 있으나, 노래 가사, 시 등에서 이중 피동 표현을 썼다고 이를 문법 파괴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이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은 그보다 앞선 다른 답변에서 이중 피동이 그르다고 명시한 적이 있다(#, 2017). 이후의 답변에서 이중 피동은 비문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종합해보면 국립국어원에서도 이중 피동이 그른지 옳은지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어는 문법 요소의 중복(redundancy)이 상당히 자주 일어난다. 가령 겹말, '-시-'를 중복으로 써서 주체 높임성을 강조하는 예가 있다. 의미·기능상으로 중복되는 표현을 씀으로써 더욱 효과적으로 뜻을 전달하려는 목적이다. 오히려 군더더기 없이 글을 쓰면 전달력이 반토막나 버리는 현상이 벌어지는 일도 잦다. 비슷하게 사동 '-시키다'와 피동 '-되다'로 대응되기도 한하고, '벌다' 없이 '벌어지다'와 '벌리다'/'벌이다'로 대응되기도 한다.
이걸 문학에서 사용한 예로는 <쉽게 쓰여진 시>가 대표적.
그런데 '~되어'를 '~되'로 잘못 줄이는 일은 있어도 '-되어지다'를 '-돼지다'나 '-되지다'로 줄이는 일은 없다시피 하다. 언론 글들에 몇 개 있는 정도.

4. 유사 형식


위의 형태처럼 보인다고 모두 중첩 피동 표현인 건 아니다.

4.1. 사동사 + '-어지다'


한국어에서는 피동접사와 사동접사의 모양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피동과 사동이 헷갈리기도 한다. 이중피동 판별에도 '믿겨졌다'가 이중피동인 걸('믿기다'와 '믿어지다'가 피동이므로) 보고 '얼려졌다'도 이중 피동으로 오해하듯이.
피동 표현을 나타낼 때 쓰는 접미사는 '-이-, -히-, -리-, -기-'이고, 사동 표현을 나타낼 때 쓰는 접미사는 '-이-, -히-, -리-, -기-, -우-, -구-, -추-'이다. 게다가 목적어는 상황에 따라 생략할 수도 있고, '보이다'처럼 사동 표현과 피동 표현의 형태와 발음이 같은 말도 있다. 이 말인즉, 피동 표현을 나타내는 접미사와 사동 표현을 나타내는 접미사가 겹쳐진 '-이-, -히-, -리-, -기-' 부분에 조심하라는 뜻이다.
피동 표현에는 목적어가 없지만, 사동 표현에는 목적어가 들어간다. 예를 들어, '알리다'의 경우 기본형인 '알다' 사이에 '-리-'가 들어갔지만 이것은 피동 접미사가 아닌 사동 접미사이다. '얼리다'도 사동이므로 '얼려지다'는 정상적인 사동피동 표현이다.

나는 곧 소식을 알린다 → '~을(를)' 목적어 있음. 사동 표현임.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정지용 시) → 목적어 없음. 피동 표현임.

그러므로 '알려지다'는 이중 피동 표현이 아닌 일반적인 피동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다양하게 활용하게 재료를 만들다' 같은 표현도 사동으로 볼 수 있고, '자료가 불티나게 팔리다' 같은 표현도 사동 피동 중첩 표현으로 볼 수 있다.


4.2. 강세 표현 '-치-' + '~어지다'


강조 또는 강세의 뜻을 나타낼 때 쓰는 접미사인 '-치-'[6]가 결합하고 '-어지다'가 붙은 형식에서, 어간이 'ㄷ, ㅌ, ㅈ, ㅊ' 받침이면 피동접사 '-히-'가 결합할 때 발음이 [치]가 되어 혼동된다(예: '부딪치다'[부딛치다], '부딪히다'[부디치다])[7][8] 강세 표현 '-치-'인 대부분은 타동사이므로 별 무리 없이 '-어지다' 피동 표현을 쓸 수 있다.

4.3. 형용사 변화 '~어지다'


한국어는 전통적으로 동사와 형용사를 구별하지 않아 형태가 대부분 같다. 형용사 변화 표현에도 '~(어)지다'를 쓰는데, 예를 들면, '세련되다'는 형용사이기 때문에 '세련되어지다'는 쓸 수 있고는 것. '-되다'는 피동 표현을 만드는 접미사이자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이다. '기막히다'는 어원상으로 피동과 유관하지만 형용사이므로 현실에서는 안 쓰이지만 '기막혀지다'도 형용사 변화 표현이다. 동사로도 쓰이고 형용사로도 쓰이는 말은 <한국어의 5언 9품사> 문서 참고.
'(~)하여지다'는 사동 피동도 이중 피동(하- + -이- + -어지- + -다)도 아닌 불규칙 일반 피동(하- + -아지- + -다) 또는 불규칙 형용사 변화 표현이다(예: 정하여지다, 튼튼하여지다). '(~)해지다'로 줄일 수도 있다. 이중 피동 '짜여지다'가 쓰이는 것은 '(~)하여지다' 때문일 수도 있고, '바라다'가 '바래'로 활용되는 것과도 비슷해 보인다.

4.4. '되다', '-게 되다' + '~어지다


동사 '되다'는 접미사 '-되다'와 달리 피동 표현이 아닌 변화를 나타내는 표현이기에 이중 피동은 아니다. 다만 자동사이기 때문에 '되어지다'가 쓰이기는 어렵다.
'-게 되다'는 피동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예컨대 '굳어지다'와 '피해되다'는 피동사인데 그 뜻풀이는 '-게 되다.'로 끝났으며,[9] 형용사의 경우 '-게 되다'와 '-어지다'가 거의 비슷한 의미이기는 하다(예: 아깝게 되다 = 아까워지다 = 아까운 상황에 이르다). 그렇게 보면 '-되다'의 '-게 되다' 꼴인 '-되게 되다'(예: 허락되게 되다)나 '-어지게 되다'도 이중 피동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게 되다'의 '되다'를 "어떤 상황이나 사태에 이르다."의 의미로 본다([4]「1」).

5. 삼중 피동


만들기도 어려울 것 같지만 있는데, 음절 축약을 하면 된다.
'씌여지다'(쓰-(어간) + -이-(피동) + -이-(피동) + -어지-(피동) + -다(어미)) 등.

6. 관련 문서


[1] 그러나 '모이다'는 '사람들이 알아서 모였다.'처럼 자동사로 쓰이기도 한다.[2] 물론 '보다'에 대응되는 말은 아니지만 사동형인 '보이다'(현대에는 보조용언 '주다'와 결합해 '보여주다'로 자주 쓰임)의 피동 표현으로 쓰인 것이면 틀린 게 아니다. 즉, 'be shown'의 뜻이면 맞은 것. 문맥에 따라 살펴야 한다.[3] '(Be) written'의 의미와 'utilized' 또는 'used'의 의미 둘 다 같은 형태다.[4] '긋다'의 피동 표현으로 인정되지 않는 표현.[5] '땅에 묻다'의 뜻으로 쓰이는 단어와 그 다의어 한정.[6] 이 '-치-'는 대개 동사 '치다'[打\]에서 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7] 단, '부딪히다'와 '부딪치다'는 본래 하나의 단어를 억지로 '-치다', '-히다'로 나누어 놓은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8] '받치다'는 이 '-치-' 결합형처럼 보이지만 어원적으로 '받- + -히-'로 사동접사 결합형이다. '바티-'에서 '바치-'가 되었고, 근대에 '받-'을 재구해 '받치다'가 되었다. '받치다'와 '받히다'가 헷갈리는 건 피동사와 (기원적) 사동사가 헷갈리는 예로 이 문단의 예와는 다소 다르고 오히려 위 문단과 유사하다.[9] '굳어-지다': 「동사」 「1」누르는 자국이 나지 아니할 만큼 단단하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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