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동 표현

 


使動表現 causative
1. 개요
2. 종류
2.1. 어휘적 사동법
2.3. 통사적 사동법
3. 이중 사동문
4. 수수 표현 '-어 주다'와의 호응
5. 피사동주 표지
5.1. 종류
5.1.1. 수혜격 조사 '-에'(무정명사), '-에게'(유정명사), '-한테'(구어)
5.1.2. -로 하여금
5.1.3. 여격 조사 '-더러', '-보고' (구어)
5.2. 피사동주 표지의 밀림 현상
6. 그 밖에
7. 관련 문서


1. 개요


사동(使動)이란 주체가 제3의 대상에게 동작이나 행동을 하게 하는 동사의 성질이다.
한국어에서는 특히 접사형 용법이 피동 표현과 유사하기 때문에 함께 다룬다. 흔히 사동 표현/피동 표현[1]으로 묶어서 다룬다. '법'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하지만 영문법의 '가정법' 등의 'mood'와는 관계가 없으니 주의. 태의 좁은 범위에서는 사동법이 들어가지 않지만, 를 좀 넓게 정의해서 태로 묶는 경우도 있다.
  • 사동 표현: 사동법에 어휘적 사동까지를 포함하는 가장 넓은 용어.
  • 사동법: 사동의 의미를 나타내는 방법. 사동문, 사동형 구성, 사동사 파생 등을 포괄한다.
  • 사동문: 형태적, 통사적 방식을 통해 사동의 의미를 나타내는 문장.
  • 사동형: 사동문에서 쓰이는 동사의 구문과 형태. '-게/도록 하다' 등이 포함된다.
  • 사동사: 사동형 가운데 특히 사동접사 '-이, 히, 리, 기, 우, 구, 추-'를 통해 파생된 단어.
  • 사동접사: 사동형을 파생시키는 접사. '-이, 히, 리, 기-', '-시키다' 등이 있다.

2. 종류


타동사가 쓰인 주동문이 사동문으로 바뀌면 주동문의 주어가 사동문의 부사어로 바뀌고, 조사 '에게'가 붙으며, 새로운 주어가 생기고, 목적어는 바뀌지 않는다. 자동사가 쓰인 주동문이나 형용사가 쓰인 문장이 사동문으로 바뀌면 주동문의 주어가 사동문의 목적어로 바뀌고, 조사 '를/을'이 붙으며, 새로운 주어가 생기고, 부사어는 바뀌지 않는다.

2.1. 어휘적 사동법


'보내다', '살해하다' 등과 같이 사동적 의미를 가진 어휘로 사동을 나타내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는 사동법으로 보지 않는다.
영어에서는 'scare, bore, embarrass' 등 일부 감각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동사는 으뜸꼴이 '''사동형'''이기 때문에 주어가 해당하는 감각이나 감정을 느꼈다는 표현을 하려면 해당 단어를 수동태로 표현해야 한다.

2.2. 파생적 사동법


사동 접미사가 결합한 파생어를 이용하여 만든 사동문을 '파생적 사동문'이라 한다. 사동사를 만드는 방법으로는 동사의 어간에 사동 접미사 '-이-', '--', '-리-', '-기-', '-우-', '-구-', '-추-' 등을 결합하거나 명사에 '-시키다'를 결합하는 것이 있다. 통사적 사동보다 짧기 때문에 '단형 사동'이라고도 한다. 자세한 것은 피사동 접사 참고.

2.3. 통사적 사동법


보조용언 '- 하다'를 이용하여 만든 문장을 '통사적 사동문'이라 한다. 파생적 사동에 비해 길기에 '장형 사동'이라고도 한다. 통사적 사동문은 주로 간접 행동의 의미를 가진다.
  • 나는 공부를 한다. → 부모님이 나에게 공부를 하게 한다.
  • 집이 불에 탄다. → 강도가 집을 불에 타게 한다.
  • 손이 곱다. → 영숙이는 손을 곱게 한다.
간혹 '-도록 하다' 역시 이 부류로 넣기도 하나 사동성이 약해서 이견이 있다.

3. 이중 사동문


사동 접사가 연달아 두 번 쓰인 것은 이중 피동 표현과 마찬가지로 이중 사동으로 표현해도 문법적으로 틀린다. 다르게는 '삼중 능동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동사에 사동 접미사를 붙이거나 '-하다'가 붙을 수 있는 어근에 '-시키다'를 붙이는 경우에 이중 사동이 된다. 아래는 이중 사동의 예시.
  • 헤매이다가 겨우 도착했네. → 헤매다가 겨우 도착했네.
  • 저 사람이 끼여들었어. → 저 사람이 끼어들었어.
  • 넌 날 설레이게 해. → 넌 날 설레게 해.
  • 아, 그만 놀래켜![2] → 아, 그만 놀라게 해!
  • 너 친구 좀 소개시켜 줘. → 너 친구 좀 소개해 줘.
  • 방 좀 환기시키자. → 방 좀 환기하자.
단, 사동 접미사가 이중으로 결합한 '이+우'는 이중 사동이 아니다. 이를테면 '세우다(서다)', '채우다(차다)', '재우다(자다)', '씌우다(쓰다)' 등이 있다.
사동 접사와 '-게 하다'가 결합한 이중 사동은 그 의미 자체가 다르므로 틀린 표현이 아니다.
  • 제발 아기 좀 재우게 해 주세요 → '재우다'와 '게 하다'가 결합한 이중 사동 표현이다. '재워 주세요'는 직접 상대방에게 아기를 재우라고 부탁하는 것이고, '재우게 해 주세요'는 내가 아기를 재우도록 허가해 달라는 뜻으로 둘 사이의 의미 자체가 다르다.

4. 수수 표현 '-어 주다'와의 호응


사동 표현은 '-어 주다' 류의 수수 표현(授受表現)과 잘 어울린다. '-어 주다' 역시 'A가 B에게 어떤 행동을 하여 건네다'로 2가 타동사이기 때문이다. 사동 표현의 경우 A가 B에게 시켜서 B가 행동하는 것이고, 수수 표현의 경우 A가 행동해서 B에게 주는 것이다. 두 표현은 단지 행동주가 누구인가만 다를 뿐이다.
특히 A가 어떤 일을 하여 그 결과가 B에 영향을 주는 류의 동사(예: '알리다', '구경시키다')의 경우, 행동한 것은 A이기 때문에 '-어 주다'를 써서 행동주를 A로 표시하여도 동작의 양상이 전혀 바뀌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여/혀/려/겨 주다', '-시켜 주다' 구문이 한국어에서 자주 등장한다.
  • 철수가 영희에게 소식을 알렸다.
  • 철수가 영희에게 소식을 알려 주었다.
('소식을 알리다'에서 '알다'의 행동주는 '영희'이지만, '알게 만든' 사동주는 철수이므로 '알려주다'의 주어로 '철수'가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음)
간혹 A가 B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 너무 명백한 동사의 경우, 오히려 '-시키다'만 쓰는 것은 이상하고 '-시켜 주다'가 더 자연스러울 때도 있다.
  • ?철수가 영희에게 서울을 구경시켰다
  • 철수가 영희에게 서울을 구경시켜 주었다.
('구경시키는 행위'는 A가 행동하여 B에게 수혜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이 명명백백하여 '-어 주다'를 쓰지 않으면 도리어 어색함)
명령형의 경우 영향을 주는 A에게 직접적으로 행동하기를 촉구하는 것이므로 '-시켜'보다는 '-시켜 줘'가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다.
  • 철수가 영희에게 그 소식을 알렸다.
  • ?철수야, 영희에게 그 소식을 알려.
  • 철수야, 영희에게 그 소식을 알려 줘.
특히 피사동주가 자신인 문장인 경우 더욱 더 '시켜 주다'가 자주 쓰인다. 이 경우 피사동주는 주로 생략된다.
  • ?(나한테) 소개팅 좀 시켜.
  • (나한테) 소개팅 좀 시켜 줘.
  • 철수야, 영희한테 소개팅 좀 시켜라.
  • 철수야, 영희한테 소개팅 좀 시켜 줘라.
('소개팅을 시키는' A에게 부탁하는 입장이므로 A의 행동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시켜 주다'가 더 자연스러움)
여담으로 일본어에서도 양상은 비슷한데, 일본어에서는 직역하자면 '-어 받다' 구문인 '・もらう'도 있어서 'させて・もらう'라는 구문이 자주 등장한다. 일본에서 가게가 쉴 때 「お休みさせていただきます」(쉬게 해 주셨습니다)라고 하더라는 건 유명한 이야기.

5. 피사동주 표지


'시키다'와 같은 사동문에서는 사동의 대상(=명령을 받는 사람), '피사동주(被使動主, causee)'가 드러나야 한다. 이러한 피사동주를 드러내는 피사동주 표지(causee marker)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5.1. 종류


'시키다' 단독 구성에서는 '-게 하다(시키다)'와 같은 통사적 사동 표현과는 달리 복문 구성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주격 조사 '-이/가'를 피사동주 표지로 쓸 수는 없다.
  • 나는 그가 일을 하게 하였다(시켰다). (O)
  • 나는 그가 일을 시켰다 (X)
대격의 경우에는 약간 애매하다. 안 되는 건 아닌데 사동문의 특성상 이미 사동의 내용으로 대격 조사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대격 조사가 두 번 출현(중출)하게 된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보통은 수혜격 '-에/'-에게'/'-한테'를 쓴다.
  • 나는 그를 앉게 시켰다.
  • ?나는 그를 밥을 먹게 시켰다.
  • ?나는 그를 일을 시켰다.

5.1.1. 수혜격 조사 '-에'(무정명사), '-에게'(유정명사), '-한테'(구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피사동주 표지이다.
상기한 대로 사동문은 존대와 함께 잘 쓰이지 않기 때문에 '-께 시키다'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할아버지께 자주 말 시키세요.'와 같이 드문 용법만이 나타난다.

5.1.2. -로 하여금


한국어의 사동법에서 피사동주 표지로는 주로 여격 조사 '-에/에게'를 사용하지만 축자적으로 피사동주를 표시하려는 경우나, 또는 여격이 이미 사용되고 있는 경우 '-로 하여금'을 사용한다. 후자는 후술한 '피사동주 표지 밀림'의 예이다.
  • 선생님이 영희에게 일을 시켰다. (여격 조사 '-에게'로 피사동주를 표시한 문장)
  • 선생님이 영희로 하여금 철수에게 성적표를 전하도록 시켰다. ('철수에게 성적표를 전하다'로 '-에게'가 이미 쓰이므로, '-로 하여금'으로 피사동주를 표시함)
특히 영어에서와 같이 사물 주어를 통해 원인을 설명하는 문장에서는 피사동주 표지로 '-에게'를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로 하여금'이 자주 쓰인다.
  • 어려운 경제상황은 그로 하여금 2개의 직장을 다니게 했다.
이 표지는 영어 번역문에서 주로 나오기 때문에 번역체 문장으로 주로 여겨진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로 하여금'이라는 표지 자체가 번역을 통해서 탄생한 것은 아니고, '-로 하여금'은 사실 훈민정음 창제 이전부터 그 등장을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오래된 표지이다. 한국어/불규칙 활용 문서에도 적혀 있듯이 '하여'는 '하다'의 여 불규칙 활용 '하- + -아' 형태이며, '-금'은 강조 조사 '-곰'(厼)으로 '하게끔'의 '-끔'과 기원이 같다. 즉, '~(으)로(~에게) 하야'의 표지에 '-금'을 써서 강조한 구문이 굳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두 조사와는 달리 이 표지는 오로지 피사동주 표지로만 쓰이는 점이 특이할 만하다.

5.1.3. 여격 조사 '-더러', '-보고' (구어)


비슷하게 여격 조사이긴 한데 약간 의미의 폭이 좁은 '-더러'와 '-보고'도 있다. 이 두 조사는 "누가 너더러(한테) 바보래?"와 같이 많은 경우 여격으로 쓰이나, '그에게 돈이 있다'와 같은 처격이나 '개에게 물리다'와 같은 행위주 표지로는 쓰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피사동주 표지로 '-더러', '-보고'를 사용하고 시키는 내용의 안은 문장에 '-에게'를 사용하는 식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 내가 철수더러 너에게 돈을 주라고 그랬다. ('너에게 돈을 주다'는 가능하지만 '너더러 돈을 주다'는 불가능하므로, '-더러'를 피사동주 표지로 구분해서 사용)
'-더러'와 '-보고'는 둘 다 구어에서 자주 쓰이는 조사로 문어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5.2. 피사동주 표지의 밀림 현상


피사동주 표지는 의미론적으로 비교적 위계(hierarchy)가 밀리는 편이기 때문에 대격이 없다면 대격으로 쓰이지만 대격이 있을 때에는 여격으로, 여격이 있을 때에는 또 다른 사격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난다. Dixon(2000: 54)[3]에서는 다음과 같은 프랑스어의 사례를 든 바 있다.

je ferai courir '''Jean'''

내가 '''장을''' 달리게 시켰다.

je ferai manger ''les gâteaux'' '''à Jean'''

내가 '''장에게''' ''케이크를'' 먹게 시켰다.

('케이크를 먹다'로 대격이 이미 사용되었으므로 수혜격 '-에게[à]'를 사용함)

je ferai écrire ''une lettre au directeur'' '''par Jean'''

내가 '''장을 통해''' ''사장에게 편지를'' 쓰게 시켰다.

('사장에게 편지를 쓰다'로 대격과 수혜격이 사용되었으므로 '-을 통해[par]'을 사용함)

한편 Dixon(2000: 57)에서는 피사동주 표지로 항상 여격만이 쓰여 달리 밀려날 수 없는 브라질 지역의 Hixkaryana어에서 여격과의 혼동을 피하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하였다.

kuraha yimpoye Waraka '''rowya'''[1인칭+여격]

와라카가 '''나에게''' 활을 주라고 시켰다.

1. 와라카가 (누군가에게) [나에게 활을 주라]고 시켰다. (=와라카가 누군가로 하여금 나에게 활을 주라고 시켰다)

2. 와라카가 나에게 [(누군가에게) 활을 주라]고 시켰다. (=와라카가 나로 하여금 누군가에게 활을 주라고 시켰다)

이 언어에서는 피사동주 표지와 여격 표지가 동일하므로 위 문장을 1, 2 두 가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한국어 번역문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하여 피사동주 표지로만 쓰이는 '-로 하여금'으로 번역해두었다). 이 때 이 언어에서는

wimye [Kaywerye wya]

내가 Kaywerye에게 주었다.

와 같은 방법으로 사동의 내용을 표시한다고 한다.

6. 그 밖에


통사적 사동법이라 해도 꼭 '하다'여야 하는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때의 '하다'는 다른 사동 의미의 동사를 대신하는 대동사가 아니냐는 견해가 있다.
  • 반듯이 자르게 칼을 만든다.
  • 더는 못 쓰게 부수었다.
  • 또 다른 누구를 위하게 설득했다.

7. 관련 문서


[1] 최현배 식으로는 '하임법/입음법'이라고 한다.[2] '놀래키다'는 사동사 '놀래다'의 방언이다.[3] Dixon(2000), Changing Valency: Case Studies in Transitivity, Cambridge University Press.[1인칭+여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