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다

 

1. 소개
2. 역사
2.1. 어원과 어형 변화
2.2. ᄒᆞ이다 vs. 시키다
3. 용법
3.1. 구문
3.1.1. A가 B에게 C를 시키다
3.1.2. A가 B에게 (C를) D-/도록 시키다(하다)
3.1.3. '명사 + 시키다'
3.1.3.1. 말 시키다
3.2. 파생
3.2.1. '-화(化) + 시키다'
3.2.2. 과잉 사동 표현


1. 소개


한국어에서 사동 구문(使動構文, causative construction)을 만드는 동사, 접미사.

2. 역사



2.1. 어원과 어형 변화


부톄 阿難일 시기샤 羅睺羅ᄋᆡ 머리 갓기시니

부처아난다를 시켜 라훌라의 머리를 깎게 하시니

'''석보상절(1447) 6:10ㄱ'''

선대형은 '시기다'로, 월인석보에서도 등장한다. 한편, '전멸시키다'와 같이 '명사' + '-시키다'의 용법은 비교적 후대에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싶다'의 선대형 '식브다'를 '식-' + '-브-'로 분석하고 '시기다'를 '식-' + '-이-'로 분석하여 공통의 어근 '식다'를 분석해내려는 연구자들도 있지만 '식다' 단독형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 설일 뿐이다. 그런데 '시기다'가 '시키다'로 변화한 데에는 실제 어원이 그러한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위와 같은 재분석이 어느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식이다'로 과잉 분철된 표기를 보고 언중들이 이를 '식-' + '-이-'로 잘못 재분석했고, 마침 19세기에 ㄱ말음 동사에서 사동 접미사 '-이-'가 '-히-'로 재구조화되던 현상과 결부되어 '식이다' 역시 '식히다'가 되어 버렸고, 이것이 '시키다'로 되었다는 것이다(강명순 2014: 36).[1]

2.2. ᄒᆞ이다 vs. 시키다


중세 한국어까지는 'ᄒᆞ다(하다)'에 사동 접미사 '-이-'가 붙은 'ᄒᆞ이다'가 쓰였는데, 19세기 말엽에 사라지고 맡던 역할의 대부분이 얼추 '시키다'로 계승되었다. 이 과거 어형 'ᄒᆞ이다'를 사용하여 과거에는 사동문을 만드는 사동법을 '하임법'이라고 하기도 하였다.
이 'ᄒᆞ이다'는 아래아가 폐지된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 전에 이미 소멸해버렸기 때문에 현대 표기법으로 '하이다'로 표기된 사례가 없다. 반면, 최현배(1937)[2]에서 '사동법'의 순화어로 사용된 '하임법'은 애당초 아래아 폐지 이후에 생겨난 용어이므로 만들어질 때부터 '하임법'이라고 윗 아()로 표기하였다. '하임법' 자체는 'ᄒᆞ이다'에서 유래하였지만 '하임법'이라는 말이 만들어진 것은 'ᄒᆞ이다'가 완전히 쓰이지 않게 되고 'ᄒᆞ이다'를 구성하는 아래아조차 폐지된 한참 다음 시기인 점으로 시간적 간극이 상당하다.
'ᄒᆞ이다'가 하던 역할을 '시키다'가 완전히 대체한 것은 아니어서 접속 양상에 약간 차이가 있다. 'ᄒᆞ이다'는 '○ᄒᆞ다'에서 '-ᄒᆞ다'를 제외한 부분 '○'가 단독으로 쓰일 수 없는 경우에도 '-ᄒᆞ이다'와 같은 문장을 많이 만들어내어 '○ᄒᆞ-' 자체에 접미사 '-이-'가 붙은 것으로 볼 수 있었다. 한편은 '시키다'는 외마디 어근 뒤에는 안 붙으므로 '망시키다'와 같은 어형은 못 만드는 것으로 보아('망ᄒᆞ이다'는 쓸 수 있었다)[3] '○○를/을 시키다'가 줄어든 어형에 더 가깝다(강명순 2014: 53-54).

3. 용법


특이한 속성으로 존대 표현에는 '-시키다'를 사용하기 어렵다. 아무래도 사동 구문의 사동주와 피사동주의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위계 차이로 인해 존대와 잘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김형배 2004: 60-61)[4].

3.1. 구문



3.1.1. A가 B에게 C를 시키다


  • 엄마가 영희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C 자리에는 '심부름', '일', '운동' 등 동사성이 있는 명사가 들어간다. 대개의 그 명사들에는 '하다'를 붙여서 사용할 수 있다.
간혹 '방금 짜장면 시켰어'와 같이 동사성이 없는 명사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짜장면'이라는 단어가 '짜장면 배달'이라는 동사성 명사를 지칭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국어사전에서는 이와 같이 'OO를 시키다'만 쓰고 'OO를 가져오기를 시키다'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을 2번 의미로 따로 분류해두었다.

3.1.2. A가 B에게 (C를) D-/도록 시키다(하다)


  • 엄마가 영희에게 밥을 먹게 시켰다.
'하다' 문서에서도 나와있는 데로 '하다' 역시 '-게 하다'의 용법으로 비슷하게 쓰인다.

3.1.3. '명사 + 시키다'


'일 시키다', '말 시키다'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체로 '일(을) 시키다', '말(을) 시키다'에서 목적격 조사가 생략된 것으로 여겨진다.
'교육시키다/복직시키다/오염시키다/이해시키다/입원시키다/진정시키다/집합시키다/항복시키다/화해시키다'처럼 '-시키다'가 접사화되어 파생되는 경우도 있다.
조사 생략인지 접사 파생으로 굳어진 것인지의 경계가 꽤 모호한 편이기 때문에 띄어쓰기에 약간 혼란이 있는 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시키다' 류를 거의 등재하지 않았다. 고려대한국어사전에는 '오염시키다', '전멸시키다' 등에만 대해서 등재하였는데, 아마도 '-시키다'를 붙여 일반 타동사로 쓰이는 것들만을 싣고 '-시키다'를 써서 '-하다'와는 달리 2가 타동사(~에게 ~시키다)의 의미를 지닌 것('화해시키다', '입원시키다' 등)들은 특별히 등재하지 않은 것 같다.
'명사 + 시키다' 구문이 이미 하나로 굳어졌는지 아니면 조사 생략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을 김경열(2015)에서 제시한 바 있다.[5]

가. 어머니께서 영희에게 바느질시켰다.

나. 어머니께서 영희에게 시킨 바느질

다. 어머니께서 바느질을 시킨 영희

가. 부모님이 입원시킨 아이

나. 부모님이 입원을 시킨 아이

다. *부모님이 아이를 시킨 입원

이 기준에 따르면 '바느질시키다'보다는 '입원시키다'가 조금 더 하나의 단어로 굳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1.3.1. 말 시키다

한편 '말 시키다'에는 재미난 특성이 있다. "말 시키지 마!"라는 구문이 구어에서 정말 자주 쓰이는데, '시키다'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말을 하게 하지 말라는 의미로 쓰일 것 같지만 대부분은 말을 걸지 말라는 의미로 쓰인다. 사실 전자의 의미면 아무리 말을 하라고 귀찮게 굴어도 본인이 말을 안 하고 있으면 '말을 시킨 것'이 아니게 되므로 '말 시키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이상하게 된다. 일상 생활에서 말을 걸면 그것에 반응해서 자기도 말을 받아주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있기 때문에 '말을 건다 = 말을 하게 한다'의 유의어 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 KBS 월드 라디오에서 한국어를 일본어로 해설하는 방송에서도 이 '말 시키지 마'를 '話しかけるな(말 걸지 마)'의 의미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3.2. 파생



3.2.1. '-화(化) + 시키다'


변화를 나타내는 한자 접미사 '-화'에 붙어서 '형상화시키다', '추상화시키다' 등의 어형이 자주 쓰인다. '정화시키다', '진화시키다'와 같이 한 글자에 '-화'가 붙은 것 역시 그러하다(김형배 2004: 53-54).

3.2.2. 과잉 사동 표현


한국어에서 간혹 '-하다'만 사용해도 타동사가 되는 명사에 '-시키다'를 붙여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고정하다'는 이미 그 자체로 '책상을 고정하다'로 쓸 수 있으나 '책상을 고정시키다'로 쓰는 사람들이 많다. 뉴스 기사에도 꽤 그렇게 쓴다.
이 현상은 '-하다'의 모호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멸하다'와 같은 자동사는 '적을 전멸하다'로 못 쓰므로 '적을 전멸시키다'로 '시키다'를 사용해야 한다. 한편, '섬멸하다'는 그 자체로 '적을 섬멸하다'로 목적어를 쓸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전멸', '섬멸'이라는 명사만 보아서는 이것이 그 자체로 자동사인지 타동사인지 모호한 것이다. 더구나 '정지하다'처럼 자동사도 되고 타동사도 되는 동사도 있고(능격동사). '시키다'로 쓰면 '적어도 자동사는 아닐 것'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으므로 '시키다' 형태가 자주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되다/하다' 또는 '하다/시키다'의 2항 대립, '되다/하다/시키다'의 3항 대립이 깨지고 '되다/시키다'의 2항 대립을 보이는 단어들도 있다. 예를 들어 명사 '오염'의 경우, 사전적으로는 '오염되다/오염하다'가 대립을 이루지만 '오염하다'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오염시키다'를 쓴다. 구글 검색으로도 "를 오염하는"은 고작 1760개인 것과 달리 "를 오염시키는"은 43900개로 20배는 더 많이 나온다. '당선'도 마찬가지인데, 사전적으로는 '당선하다/당선시키다'가 대립이나 대부분은 '당선되다'를 쓴다. 그러면서 '낙선되다'는 안 쓰고 '낙선하다'를 쓴다.
이는 신조어 '원위치시키다'라는 말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원위치하다', '원위치되다'와 같은 동사는 없기 때문에 '원위치하다'라는 말을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이 동사는 대체로 '어떤 물건을 제자리로 돌리다'라는 타동사의 의미가 주로 필요했으므로[6] '원위치시키다'로 많이 쓰이게 되었다.
비슷하게는 '벌어지다/벌이다', '벗다/벗겨지다', '잊다/잊혀지다', '쓰다/쓰여지다' 대립도 있다.'하다/하여지다' 대립은 '하여'가 '하다'의 '여' 불규칙 활용이므로 일반 대립이다.
이에 관하려면 전은진(2013) 참조.[7]

[1] 강명순(2014), {시키-}의 변화 과정과 {하이-}와의 관련성. 한글, (304), 31-59.[2] 최현배(1937), 우리말본, 정음문화사.[3] '변(變)'은 단독으로 쓸 수 있으나 동사 '변하다'의 '변'과 명사 '변'은 한자는 같으나 의미가 상당히 다른 말이다. 전자의 '변하다'는 '달라지다'를 뜻하지만, 후자의 '변'은 '안 좋은 사건'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변시키다'로도 안 쓰이고, '답'과 '답하다'처럼 뜻이 비슷하거나 같아도 '답시키다'같이는 안 쓰인다. 사전에는 '짓시키다'만이 올라 있다.[4] 김형배(2004), "-시키다"의 선행요소와 접미사적 기능에 관한 연구, 한민족문화연구, 2004, Vol.15, 47-75.[5] 김경열(2015). ‘명사+(조사)+시키다’ 복합서술어의 유형. 어문론집, 62, 31-59.[6] 자동사의 의미로는 '회귀하다'와 같은 한자어나 '제자리로 돌아가다'와 같은 어형을 사용한다.[7] 전은진(2013), "‘명사-시키다’의 과잉 사동 표현에 관한 연구", 인문과학연구, June 2013, Vol.37, 203-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