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퀘도 사르마크

 

'''"개자식들. 250년 전 내게 은편 열 닢을 받아낼 때의 그 거만함은 어떻게 된 거냐?'''

'''이 산적놈들아, 귀를 씻고 잘 들어라! 죽음을 뛰어넘어 내가 돌아왔다! 주퀘도 사르마크가 시구리아트 관문 요새에 돌아온 것이다!"'''

1. 개요
2. 설명
3. 여담


1. 개요



판타지 소설눈물을 마시는 새》의 등장인물.

2. 설명


별명은 '''죽음의 거장'''. 작중 이야기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약 250년 전에 활약했던 인간이다.
북부의 수많은 제왕병자들 가운데 왕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던 인물이라고 평가받으며 그만큼 뛰어난 능력을 지닌 전략가이고 훌륭한 지휘관이었다. 케이건 드라카가 평하길, '영웅왕에 비견될 만한 걸물이었으며 그가 왕이 되지 못한 것은 오로지 키탈저 사냥꾼의 저주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할 정도면 보통 뛰어난 인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단순히 제왕병자에 그치지 않고 왕국 비슷한 것까지 만드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나 야망을 성취하기 전 주퀘도 자신의 욕심이 화를 불러왔는데, 다름아닌 시구리아트 산맥 유료도로당 요새를 탐내게 된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엄청난 요지에 철통 같은 요새를 짓고 하는 일이 통행세 징수밖에 없다는 점에 거의 격분한 주퀘도는 '''너희의 요새를 내가 좀 더 유용하게 사용해 주겠다'''라고 선포했고, 유료도로당은 '''인간 성인 남자 은편 10닢'''이라는 대답으로 응수했다. 결국 처절한 전투가 벌어지지만, 주퀘도가 이끄는 군대는 5개월 동안 1만 명의 병사를 잃으면서도 고작 300명이 지키는 유료도로당 요새를 점거하는 데 실패한다(...). 이 패배로 인한 손실 그 자체도 컸지만, 왕을 칭할 수 있을 만큼 높았던 주퀘도의 명망이 뚝 떨어진 것도 치명적이었다. 결국 그를 따라 나라를 세울 수도 있었던 세력은 와해되어 버리고, 본인은 통행료로 은편 10닢을 지불하고 유료도로를 통과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사실 그는 군령자가 되어 살아남았으며, 눈물을 마시는 새 시점에서는 군령자 갈로텍의 몸 안에 머물러 있었다. 자신의 마지막 실패였던 유료도로당 공략에 매우 집착하고 있으며, 언제든 복수할 기회만을 생각하고 있다. 제2차 대확장 전쟁이 시작되자 그는 상장군이 되어 군단을 만들어 싸우는 데 서툰 나가들을 전술과 전략으로 지휘, 연전연승을 거둔다. 이 전쟁 중에 그는 그의 치욕이라고 평가받는 시구리아트 요새도 나가 수호장군들의 수력통제력을 이용해 함락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평생의 숙원이었던 유료도로당의 요새를 함락시키고 난 뒤에도 그는 전혀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시체처럼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모습으로 갈로텍의 질문에도 건성거리며 대답한다. 이윽고 그는 전쟁에 대한 모든 흥미를 잃은 채로, 시구리아트 산맥으로 돌아가 유료도로당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갈로텍에게 끊임없이 후회를 토로한다. 전령하지 않고 죽을 거라는 갈로텍에게 빈정거렸던 과거와 달리, 전령하지 말고 죽으라고 그에게 부탁한다.

"그건 완성이 아냐. 빌어먹을 가필(加筆)이지. 염병할 붓질은 한 번에 끝내야 한다. 일필휘지야, 갈로텍. 나는 괜찮은 삶을 살았다. 주퀘도 사르마크의 삶은 찬란했다. 그래. 나는 죽음의 거장이었다. 내 최고의 순간이 언제인지 아나? 그것은 내 존재의 모든 시간이었다. 나는 항상 최고였다. 내 마지막 실패는, 그것이 내 실패이기에 이미 소중한 것, 최고의 것이었다. 그것은 완전무결함에 난 흠집 같은 것이 아니었어. 그것까지도 포함해서 완전무결한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소중한 실패를 망쳐버렸다. 스스로 구축한 작품을 망쳐버렸지."[1]

"고집이라면 너도 나만큼 부릴 줄 아는 녀석이지. 마음껏 고집을 부려라. 집념을 발휘해라. 도덕을 요구하는 나약한 것들의 천박한 투정 따위는 무시해. 그것들은 도구인 도덕을 삶의 목적으로 만들어버려. 그리고 목적인 삶을 도덕의 도구로 바꾸지. 그런 것들은 무시해. 생사를 무시하고 누이를 괴물로 만들었다고 힐난하는 것들은 아가리를 닥치라고 말해 줘. 신을 감히 감금했다고 파랗게 질린 것들의 얼굴에 오줌을 갈겨줘. 죽음의 거장은 그런 너를 축복하겠다. 하지만 제발 죽을 때까지만 그렇게 해라. 이제 나는 언젠가 네가 천명했던 소망을 간절함 속에서 기다리겠다. 전령하지 말고 죽어라. 부탁이다. 이후로 내가 스스로의 말을 번복하더라도, 너는 그 말을 따르지 마라. 지금의 내 말을 기억해."

그는 자신의 실패를 성공으로 수정해버렸다는 것에 환멸을 느끼게 된 것. '죽음의 거장', '가장 성공한 제왕병자' 등의 공(功)이 자신의 것이라면, 과(過) 또한 자신의 것이다. 실패만을 버리고 성공을 취하는 것은 (시우쇠의 말을 빌리자면) 윷놀이에서 도개걸이 나왔다고 버리고, 윷과 모만을 취하는 '놀줄 모르는 놈'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주퀘도는 실패까지 통틀어 포함한 것이 바로 주퀘도 사르마크의 인생이었는데, 그 단 한번의 덧칠로 인해 자신이 자신의 인생을 전부 부정해버린 느낌을 받고 후회한 것.
그 뒤로는 특별히 갈로텍에게 도움을 주진 않았지만, 이미 병력 지휘에 관해선 충분히 습득한[2] 나가 군단이었기에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었을 듯하다. 다만 카린돌의 대두로 위기에 처한 갈로텍에게 카린돌을 없애버리고 북부로 가서 자신은 유료도로당에 사과하고, 너는 나가살육자를 찾아 복수하자고 격려하는 장면이 인상적. 갈로텍에게는 진정으로 근성을 나눌 수 있는 지기였다.
갈로텍이 나가 살육자와 만난 이후 여러 영들과 함께 해방된 것으로 보인다.
갈로텍의 대금 연주를 매우 좋아한다. 수시로 갈로텍에게 연주를 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성품이 괄괄했는지 종종 독설을 내뱉는데, 작중 각 장 첫머리에 나오는 이야기 중, 그의 집안 사람으로 짐작되는 우슬라 사르마크의 이야기를 봐선 집안 내력인듯.

네 이웃을 사랑하라.

- 사람들 사이를 끝없이 떠도는 케케묵은 충고들 중 '''가장 무가치한''' 충고가 무엇이냐는 토론이 벌어지던 중 의견을 요청받은 우슬라 사르마크 부인이 한 대답

피를 마시는 새》에서는 챕터 머리말로 우슬라 사르마크 부인과 그 혈기방장한 손자의 유익하고 교훈적인 대화...라기보다 할머니의 말로 손자 구타하기(...)를 찾아볼 수 있는데, 두 작품을 통틀어 사르마크라는 성을 지닌 캐릭터는 우슬라 부인과 더불어 주퀘도뿐이다. 때문에 팬들은 이 손자가 주퀘도라고 보고 '''저런 상냥한 할머니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 자라서 죽음의 거장이 되었구나'''라고 납득하는 편(...). 물론 차기작이 나오고 '사실 그 손자 주퀘도 아님'이라고 밝혀질지도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굳이 주퀘도 설이 적극적으로 부인되지도 않는 분위기이다.
워낙 날리던 양반이라 그런지 피를 마시는 새 시대에도 락토 빌파아실, 엘시 에더리 등에 의해 종종 이름이 언급된다. 특히 명실공히 당대 최고의 명장인 엘시 에더리 역시 주퀘도를 높이 평가하는 언급을 한다. 가령 시모그라쥬 군과의 대결 직전 니어엘 헨로에게 '죽음의 거장조차 마지막 싸움(유료도료당 전투)에서는 패배했는데, 어떻게 내 승리를 확신하나?' 라고 말을 꺼내거나, 매너링 이젤사와의 회담에서 '고금을 통틀어 가장 탁월한 무장인 주퀘도 사르마크의 영을 찾고 있는 이유가 도시연합아라짓 제국을 상대하기 위해서 아니냐' 라고 쏘아붙이는 등.... 당대 세계에서는 죽은 채로 싸운 용장 괄하이드나 키보렌의 심장까지 북부군을 끌고 갔던 지략가 라수 같은 쟁쟁한 인물들이 더 가깝게 느껴질 터인데도, 굳이 한참 옛적 사람인 주퀘도의 위엄을 언급한다는 점에서 그가 전쟁사에 남긴 화려한 커리어를 간접 짐작할 수 있다. 사실 기본적으로 지방 군주나 귀족이었고 이미 존재하는 군대 체제를 바탕으로 용병을 한 규리하 종형제나 엘시와 달리, 주퀘도는 '''병사들 하나하나 모으는 맨바닥부터 시작해 북부 통일 직전까지 간 자수성가 끝판왕'''이기 때문에, 이룬 결과는 비슷해도 스타트 지점이 전혀 다른만큼 더 고평가를 받아도 이상하진 않다.

3. 여담


묘하게도 작중 자신이 얻지 못한 왕자리에 오른 대호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온 바가 없다.
"세상은 바보들의 시체 위에 서 있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실하지는 않다.[3] 이를 따서 락토 빌파는 어리석은 이들에게 세상의 토대가 되고 싶은 거냐고 말하는 버릇이 있다.
여담이지만 이름의 유래가 "죽게둬 살만큼", 즉 "'''살만큼 살았으니 죽게 내버려 둬'''"가 아닐까? 하는 설이 있었다. 그의 최후를 보면 묘하게 맞는 말인 것도 같고...
위 해석이 맞는다면 우슬라 사르마크는 '살은만큼 웃으라'가 될 수도 있을듯. 또는 사르마크, 즉 살만큼은 성이므로 가문을 뜻해, 대가 끊기지 않는 한 사람과는 상관없이 ''이어질 때까지 이어져라''는 의미로 살게둬, 주퀘도는 개인을 구별짓기 위한 이름이므로 가문과 상관없이 ''네가 원하는 대로 살다가 죽으라''는 뜻으로 죽게둬란 뜻이 아닐까 하기도 한다.
다른 설로는 제정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 시절 시베리아를 개척했던 예르마크에서 따왔다는 이야기도 있다.[4]
작중에서 주퀘도 사르마크가 왕이 되지 못한 이유가 키탈저 사냥꾼의 저주 탓이라고 여러 번 나오는데, 생각해보면 마지막 키탈저 사냥꾼인 케이건/어디에도 없는 신의 역사 수복력 혹은 변화를 멈춘 탓에 왕이 없어야 되고 그래서 주퀘도가 막판에 망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1] 이 이론은 퓨처 워커의 중요인물이었던 할슈타일 후작이 부활 후에 가진 신념과 똑같다. 할슈타일 曰 "삶이 나의 것이라면 죽음도 나의 것이다." 라는 것. 두 인물이 가지는 사상적 관념은 거의 같으며 다른 점이라면 주퀘도는 결국 추가 붓질을 해버린 정도의 차이. 그리고 그는 이를 후회했다.[2] 짧게 나오지만 주퀘도는 화려한 전장 지휘보다는 대군단을 편성하고 유지하는 보급, 보충 방면에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애초에 전략전술은 가르쳐준다고 획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게 아니고 애초에 나가 하나당 북부군 열 명에 상당하는 전력비를 생각하면 정공법만으로도 북부군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 이후 피를 마시는 새에서 자서전을 쓰면 기적의 전쟁사 모음집이자 전술 교본이 된다는 엘시 에더리가 96만 흑사자군의 보급에 골머리를 앓았듯이, 대군을 편성하고 유지하여 유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면 구구한 전술은 필요없다.[3] 아실이 주퀘도 사르마크 숭배자인 교수님을 만났는데 그 교수는 주퀘도가 절대 그런 말을 했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4] 동유럽 게르만 성에 ~mark가 붙는 경우가 있다. 작중 배경이 유럽 계열이 아니기는 하지만 그 어미만을 빌려와서 작명했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