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치
招致 / summon
1. 개요
한 국가의 외교당국이 양국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외교적 사안을 이유로 자국에 주재하는 어떤 나라의 대사, 공사, 영사의 외교관을 외교공관으로 불러들이는 행위를 말하는 단어이다.[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초치라는 단어가 단순히 누군가를 불러서 안으로 들임이라는 의미로 수록되어 있는데, 실제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러한 의미로 사용되었고[2] , 심지어 외교관에 국한된 용어도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이 단어가 일상생활에서 다른 뜻으로는 더이상 사용되지 않으면서 현재는 외교용어로써 부정적인 용례만 남았다.[3]
한국어에서는 초치라는 명사형의 단어가 있지만, 대부분의 다른 언어권에서는 명사형으로 된 용어는 없고 같은 외교적 행위를 표현하기 위해 주로 쓰이는 관용구가 있다. 영어로는 The ambassador has been summoned라는 표현이 쓰이고, 일본어로는 주일OO대사를 외교성으로 불렀다(外務省に呼び)는 표현을 사용한다. 중국어로는 쟈오졘(召见)라는 동사를 쓴다. 해외언론의 보도자료를 검색하려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표현들인 셈.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중국이나 일본의 주한대사를 초치하는 일이 잦다. 이웃나라이다보니 역사적, 정치적, 외교적으로 민감한 이슈도 그만큼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2. 영향
대한민국에서는 초치에 대하여 언론에서 대서특필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어서, 대사가 초치되는 일이 양국의 외교관계를 파탄을 몰고갈만큼 강력한 외교적 조치가 아닌가 하는 오해가 많다.[4]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시선은 선후관계가 바뀐 것으로, 대한민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의 초치는 실제로는 '''외교관계를 크게 악화시킬 사건이 이미 일어난 시점에서''' 적극적인 항의는 필요하지만 외교관계가 극단적으로 악화되는 것은 피해보고자 할 때 취하는 조치로, 적극적이지만 비교적 약한 강도의 조치로 풀이된다.[5]
다만 초치의 형태나 상황이 과거의 관례나 상식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좀더 강한 외교적 메시지로 해석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차관이나 차관보가 대사를 초치하는 관례를 깨고, 2020년 3월에 강경화 장관이 직접 초치하여 일본의 한국인 무비자 입국 금지조치에 대해 항의한 사례가 있다. 일본은 중국 군함의 센가쿠 열도 진입 문제로 '''무려 새벽 2시에''' 청융화 주일 중국대사를 초치한 일이 있다.
초치 자체가 드문 국가의 경우, 해당 국가가 특정국 외교관을 초치한 사실만으로 주목을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12월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후쿠사키 이치로 주미일본대사를 초치하여 오키나와 미군부대 이전에 대해 항의한 사건으로, 초치 자체가 드문 미국 국무부에서 동맹국의 주미대사를 초치한 사례로 유명하다. 반대로 초치를 받은 국가에 따라서도 이슈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이 주중미국대사를 소환하는 사건은 국제정세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으로 여겨진다.[6]
양국간의 큰 사건이 발생한 경우에는 초치가 짧은 시간 내에 여러 차례 반복되기도 한다. 한일 무역 분쟁이 발생했을 때 대한민국은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를 2019년 8월 한 달 동안 3번이나 초치한 사례가 있다.[7] 중국 또한 2010년 센가쿠 열도에서 중국인 선장이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에 의해 불법조업 혐의로 체포되었을 때, 니와 우이치로 주중일본대사를 5일동안 4번이나 초치한 바 있다.
[1] 외교부 보도자료 또한 초치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사유로 외교관을 소환할 때만 사용하며, 긍정적인 이유나 단순한 외교적를 이슈 설명, 논의하기 위해 외교공관에 대사를 부를 때는 '''초청''', '''면담''', '''접견'''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2] 1990년 신문기사에서는 만찬을 베풀거나 외교적 이슈를 설명하기 위해 외교관을 공간에 초청할 때도 초치라는 용어가 쓰인다. #[3] 이러한 사전적 의미와 실제 용례의 간극으로 정부입장과 언론보도 간의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2019년 8월 주한미국대사가 초치되었다는 뉴스가 이슈가 된 일이 있는데, 실제 외교부 보도자료에서는 면담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 언론과 보도자료 사이에 큰 온도차가 있었다.[4] 실제로 야당성향의 언론의 경우, 대사가 초치될 때마다 외교안보적인 문제를 거론하는 기사를 내곤 한다.[5] 대사소환 쯤은 되어야 외교관계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신호가 된다. 물론 단교나 선전포고까지 가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6] 중국은 외교관 초치가 빈번한 편에 속하는 국가이지만,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대사를 소환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국가분열이 우려되는 시점에 미국이 중국과 반대편에 섰을 때는 주중미국대사를 소환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접견했을 때,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에 서명했을 때 등.[7] 전혀 다른 주제이지만, 같은 달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으로 국장급이 주한일본대사관 경제공사를 초치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도 있었다. 이것까지 합하면 외교부는 8월 한달동안 일본 외교관을 4번이나 초치한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