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사우루스
[clearfix]
1. 개요
중생대 쥐라기 후기에 남아메리카에 살았던 공룡.
2. 상세
속명은 '칠레의 도마뱀'이라는 뜻인데, 이 녀석의 모식표본이 칠레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2004년 칠레 남부 아이센(Aysén) 주의 '토키 층(Toqui Formation)'에서 척추와 갈비뼈 화석이 발견된 이래[1] 아성체와 성체에 해당하는 여러 골격들이 발견되었는데, 2015년에 지금과 같은 이름으로 학계에 보고되기 전에는 골격들마다 제각기 다른 공룡의 것으로 오인되기도 했다. 그럴 법도 했던 것이, 이 녀석의 골격에서는 '''수각류 공룡과 용각류 공룡, 그리고 조반목 공룡의 특성이 모두 나타났기 때문'''.
뒷다리에 비해 훨씬 짧은 앞다리를 가진 이족보행형 공룡이며 앞발가락이 2개라는 점 때문에 원시적인 테타누라 공룡으로 분류되었으나,[2] 긴 목과 크고 날카로운 엄지발톱은 용각형류 공룡들과 비슷했고, 골반뼈는 전형적인 조반목 공룡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는 점이 특징적. 뒷발이 체중을 지탱하기 적합하도록 첫째 발가락이 발달한 넓은 형태를 띄고 있고, 경골 위쪽의 돌기 크기가 작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빨리 달릴 수 있는 동물은 아니었던 듯 하다.
특히 이 녀석의 골반뼈 위치를 살펴보면 식물성 먹이를 소화시키는데 필요한 긴 소화기관을 지탱하기 좋도록 뒤로 치우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침 주둥이 끝부분에서 부리의 흔적이 발견되었고, 식물을 씹기에 적합하도록 앞으로 살짝 튀어나온 형태의 주걱 모양의 이빨을 가졌다는 점과 맞물려 학자들은 이 녀석이 '''초식공룡'''이었으리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는 당시까지 학계에 알려진 테타누라 분류군에 속하는 여타 공룡들과는 전혀 다른 식성이라는 점에서 특기할 만한 부분으로, 수각류 중에도 테리지노사우루스과 공룡들을 비롯한 여러 초식성 공룡들이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을 증명하는 사례 중 하나로 손꼽혔다.[3]
몸길이가 대략 3m 가량으로 추정되는 중소형 공룡인지라 딱히 대중적인 관심을 끌 만한 부분은 찾기 어렵다 치더라도 나름 학계에서 주목받을 만한 특징은 골고루 갖춘 공룡이었으나, 며칠 후 '''이 공룡보다 더 기상천외한 녀석'''이 학계에 보고되어 스포트라이트를 죄다 끌어가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묻혀버리고 말았다(...).
헌데 이후 2017년 8월에 이 녀석을 수각아목 대신 원시적인 조반목 공룡으로 분류하면서 조반목과 수각아목을 오르니토스켈리다(Ornithoscelida)라는 상위 분류군으로 묶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논문이 발표됨에 따라 당초 생각했던 것과는 또 다른 맥락에서 학술적 의의를 갖는 공룡이었을 가능성이 부각되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수각아목은 용각아목보다는 오히려 조반목과 더욱 가까운 관계'''였으며, 칠레사우루스는 수각아목과 조반목이라는 두 분류군 사이를 연결해주는 미싱 링크일 것이라고 한다.
3. 등장 매체
같은 해에 학계에 알려진 이가 속명 독음의 유사성 때문에 매드 무비 Yee와 엮여 패러디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 한 패러디물에서는 봙봙이 포지션에 칠레사우루스를 끼워넣었다. 이의 존재감 때문에 칠레사우루스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묻히게 된 것을 생각하면 꽤나 적절한 패러디라는 평.
[1] 이 화석을 발견한 것은 지질학자 마누엘 수아레즈(Manuel Suárez)와 리타 델라크루즈(Rita de la Cruz) 부부의 아들 디에고(Diego)였는데, 당시 '''7살'''이었다고 한다. 종명이 "diegosuarezi"인 것도 이를 기념하기 위한 것.[2] 이 때문에 일부 언론매체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사촌뻘 공룡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보도하기도 했는데, 이 같은 외형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계통분류학상으로 따지면 티라노사우루스가 소속된 코엘루로사우루스류(Coelurosauria)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관계다.[3] 다만 이보다 앞선 2009년에 중국에서 테타누라보다 원시적인 분류군으로 여겨지는 케라토사우루스류에 속하는 초식공룡 리무사우루스(''Limusaurus'')가 발견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도 이 녀석이 가장 원시적인 초식 수각류로 여겨진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