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

 

破棄
1. 개요
2. 파기 재판을 하는 경우
3. 파기에 따른 재판
3.1. 환송 또는 이송
3.2. 자판
3.3. 파기만 하는 경우
4. 관련 문서


1. 개요


일반명사로는 문자 그대로 '깨뜨려 버림'이라는 뜻이지만, 법률용어로서는 특히 상급법원이 하급법원의 재판을 깨뜨리는 것을 말한다.
심급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프랑스의 경우 민형사소송의 최고법원 명칭이 아예 '파기원'(Cour de cassation. '파훼원'이라고 번역하기도 함)이다. 이는 이집트도 마찬가지이다.
파기와 관련하여 해당 하급법원을 지칭할 때에는 '원심법원'이라고 표현한다. 원심이란 직전을 의미한다. 즉 대법원에서 원심판결/원심법원 이라고 지칭할 때에는 OO고등법원/OO지방법원 합의부/고등군사법원이다. 예외적으로, 비약적 상고(제1심 판결에 대해 사실 문제에 관해서는 다툼이 없고 법률 문제만 있는 경우에 쌍방 합의로 항소심을 건너뛰고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의 경우에는 제1심법원이 원심법원이 된다.
원심재판을 전부 파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만 파기하는 경우도 있다.

2. 파기 재판을 하는 경우


한국법의 경우 상급법원이 파기 재판을 하는 경우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첫째: 대법원상고재항고를 받아들이거나(認容), 원심재판에 위법이 있어 직권으로 이를 깨뜨리는 경우. 이 경우가 파기 재판의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둘째: '형사' 항소법원이 항소를 받아들이거나 원심재판에 잘못이 있어 직권으로 이를 깨뜨리는 경우. '민사' 항소심의 경우에는 '취소'라고 표현한다. 왜 용어가 서로 다른지는 사실 법률가들도 모른다.(...)[1][2]
셋째: 대법원이 비상상고를 받아들이는 경우. 역시 형사재판 특유의 사유이다.
파기재판의 형식도 원심재판의 형식 내지 상소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상고, 비상상고라면 파기'판결'이고, 재항고라면 파기'결정'이다.

3. 파기에 따른 재판


원심판결을 파기하면 해당 부분에 대하여 재판이 없는 상태가 되므로(민사라면 소나 상소에 대한 응답이 없는 상태, 형사라면 공소에 대한 응답이 없는 상태), 그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에는 다음과 같은 처리 방식이 있다.

3.1. 환송 또는 이송


'''민사소송법 제436조(파기환송, 이송)''' ① 상고법원은 상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거나, 동등한 다른 법원에 이송하여야 한다.
② 사건을 환송받거나 이송받은 법원은 다시 변론을 거쳐 재판하여야 한다. 이 경우에는 상고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삼은 사실상 및 법률상 판단에 기속된다.[3]
③ 원심판결에 관여한 판사는 제2항의 재판에 관여하지 못한다.
'''형사소송법 제366조(원심법원에의 환송)''' 공소기각 또는 관할위반의 재판이 법률에 위반됨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때에는 판결로써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한다.
'''제367조(관할법원에의 이송)''' 관할인정이 법률에 위반됨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때에는 판결로써 사건을 관할법원에 이송하여야 한다. 단, 항소법원이 그 사건의 제1심관할권이 있는 때에는 제1심으로 심판하여야 한다.
'''제391조(원심판결의 파기)''' 상고이유가 있는 때에는 판결로써 원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
'''제397조(환송 또는 이송)''' 전4조의 경우 외에 원심판결을 파기한 때에는 판결로써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거나 그와 동등한 다른 법원에 이송하여야 한다.
환송(還送)이란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말한다. 언론 보도에서도 흔히 "대법원이 무슨 무슨 사건을 무슨 고등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라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것을 의미한다.
해당 법원으로 돌려 보내기는 하지만, 환송된 사건을 원래 재판했던 그 재판부에 도로 배당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재판부로 배당한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심판결 중 원심 판시 ㉰부분 토지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심은 파기환송이 이론적, 실제적으로 원칙으로 되어 있다.
이송(移送)이란 환송을 할 수 있는 법원이 없는 경우에 동종의 다른 법원으로 사건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는 이에 해당하는 경우는 형사사건에서 종종 나오는 재판부 배당이 잘못된 채로[4] 재판이 진행된 경우에만 가끔씩 나온다. 특히 민사사건의 경우에는 거의 없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회생법원에 이송한다.

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7다204131 판결. 원심법원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이었는데 사건을 서울회생법원으로 이송한 예이다. 왜 그렇게 되었냐면, 상고 전에는 해당 사건이 지방법원 관할이었으나 원심판결이 선고된 후에 법이 개정되는 바람에 회생법원 관할 사건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원심판결과 제1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이송한다.

대법원 2013. 4. 25. 선고 2013도1658 판결. 사안은 제1심에서 처음에 형사 합의사건이었는데 단독사건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공소장이 변경되자 해당 사건을 단독판사에게 재배당하여 재판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합의부가 그대로 재판을 해야 하였고, 제1심 단독판사는 관할도 없는데(사물관할 위반) 재판을 한 것이므로, 결국 대법원이 관할이 있는 제1심 합의부로 사건을 이송한 것이다.

환송이나 이송이 되면 어떻게 되느냐. 상급법원 재판에서의 판단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下級審)을 기속(羈束)하므로[5], 환송을 받은 하급법원은 상급법원의 판단 이유에 저촉되지 않게 재판을 해야 한다. 다만, 그렇게만 한다면 결론이 종전과 같아도 위법이 아니다.
상급심 재판의 기속력을 인정하는 이유는, 하급심법원이 대법원의 판단을 무시하고 하급심은 계속 상급심에 올려보내고 상급심은 이를 계속 파기하는 무한루프에 빠지기 때문이다. 다만 대법원 판결 이후에 새롭게 발견된 사실이 있거나 판결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깨진 경우에는 그 부분에 한하여 기속력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경우 하급심이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웬만한 사실관계는 2심에서 거의 확정이 되고 대법원의 심리는 법률심만 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이런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같은 사건으로 5번까지 재판하는 예는 흔히 볼 수 있으며, 유명한 사례로 민주노총의 이석행 전 위원장이 파기환송만 두 차례[6]를 당해 원래 1심에서 집행유예 나왔던 건을 6심에서 벌금형 판결로 확정지으며 세간의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더 심하게는 10번 넘게 항소법원과 대법원을 오간 사건도 실제로 있다.

3.2. 자판


'''민사소송법 제437조(파기자판)''' 다음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상고법원은 사건에 대하여 종국판결을 하여야 한다.
1. 확정된 사실에 대하여 법령적용이 어긋난다 하여 판결을 파기하는 경우에 사건이 그 사실을 바탕으로 재판하기 충분한 때
2. 사건이 법원의 권한에 속하지 아니한다 하여 판결을 파기하는 때
'''형사소송법 제364조(항소법원의 심판)''' ⑥ 항소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을 하여야 한다.
'''제396조(파기자판)''' ① 상고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한 경우에 그 소송기록과 원심법원과 제1심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피고사건에 대하여 직접판결을 할 수 있다.
자판(自判)이란 상급법원이 자신이 파기한 그 부분에 관해 스스로 재판하는 것을 말한다.
형사 항소심은 파기자판이 원칙으로 되어 있으나, 비상상고를 제외한 상고심의 파기자판은 형사 재판의 경우 원심에서 규정을 어기고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등을 추가하는 것처럼 규정을 어긴 선고를 바로 잡기 위해서 가끔씩 나오며, 민사소송에서도 가끔씩 나온다. 이 경우 기각이 각하로 바뀌는 등의 파기자판이 주로 나온다. 그러나 드물지만 원심에서 원고가 승소한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환송없이 직접 파기자판하여 원고패소로 확정하거나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1심 판결을 확정판결을 하는 파기자판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 일반적인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자판한 예

원심판결과 제1심판결 중 유언비어 날조·유포로 인한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부분을 파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유언비어 날조·유포로 인한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의 점은 무죄.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 피고인을 재심에서 무죄로 보아 파기자판한 예(2010도5986전합).[7]

[8][9]

원심판결 및 제1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제1심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154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 징역형과 벌금형이 선택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수죄에 대하여 형을 선택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에게 징역형 및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이 형을 특정하지 아니한 위법을 범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 이를 파기하고 자판한 사례(2004도4247)

대법원에서 파기자판을 한 대표적인 형사 사건으로 서진 룸살롱 집단 살인 사건이 있다. 이 사건에서 폭력조직의 보스라는 이유로 1, 2심 모두 사형선고를 받은 장진석에 대해 대법원은 당시 가해자들이 분위기에 휩쓸려 우발적으로 저지른 행동이었기에 그가 범행을 주도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무기징역으로 형량을 낮추고 그대로 확정하였다. 판결문

3.3. 파기만 하는 경우


상고장 각하명령을 파기하는 경우에는, 원심명령을 파기하는 결정만 한다.
비상상고의 경우에, 원래 피고인에게 더 불리한 재판을 해야 하는데 위법하게 유리한 재판을 한 경우에는, 그 위법한 재판을 파기만 하게 된다. 상세는 해당 문서 참조.

4. 관련 문서



[1] 다만 민사 항소심은 속심제, 형사 항소심은 사후심적 속심제를 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사와 형사의 용어가 서로 다른 이유를 나름대로 설명할 수 있기는 하다. 자세한 내용은 상소(법률) 문서의 '상소심의 구조와 기능' 문단을 참고할 것.[2] 2심에서 1심으로 돌아가는 형태라, 대법원 파기환송보다 극히 드물만큼 흔치 않은 경우이지만, 실제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게 이희진 부모 살인사건 재판이다. [3] 형사소송법에는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2항과 같은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형사소송 역시 상고심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그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서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에 대하여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이에 기속된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도10572 판결).[4] 합의부 재판부가 판결해야하는데 단독판사가 판결한 것 같은 경우[5] 법원조직법 제8조. 위에도 적었듯이, 민사소송은 민사소송법에 별도의 규정 있음.[6] 1차 상고에서는 "검찰이 과한 구형을 했으니 다시 써서 가져오라."라는 취지로, 2차 상고에서는 "이번에는 너무 봐준 것 아니냐."라는 취지로(...) 파기환송이 나왔다.[7] 참고로 긴급 조치 1호에 위헌을 선언한 판결이다[8] 흔히 이 판결이 민청학련 사건(74도3323 전합)의 재심으로 일려져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다른 긴급조치 위반자인 오종상 씨의 재심판결이다. 참고로 형사소송법적으로 그 법령이 '''처음부터 헌법에 위배될 경우 그 법령이 폐지되어 면소판결을 받았더라도 상소이익이 있다'''고 규정한 중요판결이다.[9] 원심은 74도3507(재판장 이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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