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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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 리처드 필립스 파인만이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에서 강의한 물리학 수업을 정리한 책이다. 파인만이 녹음기를 착용한 상태로 수업을 하고, 그 녹음된 내용을 듣고 옮겨 적어서 만든 것이다. 그래서인지 구어체로 적혀 있다는 특징이 있다. 책 표지가 굉장히 빨갛기에[1] 물리학 전공자들이 '빨간 책'이라고 말하면 십중팔구 이 책을 가리킨다고 할 정도로 유명하다. 물리학계의 FBI WARNING으로 불린다. [2]
집필 의도가 첨단과학을 접하기 전에 일반물리에서 시시하다고 의욕을 잃어버리는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함이라, 우리가 일반적으로 배우는 일반물리나 역학 전자기 등의 코스와는 다소 다른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면 1권 같은 경우 에너지 보존 법칙부터 설명하는데, 그 이유는 1권 전체의 어떠한 경우에도 에너지 보존 법칙은 항상 성립하기 때문이다.[3]
석학의 심도높은 이해도에 기반한 높은 수준의 강의이기에 서술하는 내용의 수준도 초심자들이 보기에는 약간 버겁고 내용을 어느 정도 숙지한 전공자들이 술술 읽기에 괜찮다. 파인만 시절의 책이기 때문에 최신의 물리학[4] 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다.
강의자/저자가 이미 사망한 상태라 다시 쓰이기는 힘들지만, 공개적으로 오류지적을 받아 수정 정도는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밀폐된 (그리고 접지된)도체의 내부 공간에서 정전하 분포와 상관없이 공동의 외부에는 전기장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단락에서, 원래는 '접지된'이라는 문구가 빠져 있었지만 독자들의 지적으로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최근에는 물리학 논술 혹은 시험에서도 자주 눈에 띄는데, 책을 정독했던 사람이라면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받을텐데 바로 이 때문.[5]
'''칼텍 측에서 아예 책을 무료로 공개했다.''' 1권 2권 3권. 더불어 2017년 여름 경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주 빌 게이츠가 코넬대학교에서 강연한 저자의 물리학 강의를 사서 무료로 공개했다. 사연은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의 파인만 탄생 100주년 개정판(2018년) 권두사를 쓴 빌 게이츠에게서 들을 수 있는데, 요약하자면 '휴가 기간동안 친구와 지역대학교 도서관에서 파인만의 강의가 담긴 몇 릴의 영화 필름을 빌렸는데, 자신이 본 적 없는 색다른 방식으로 물리학을 설명하는 파인만에게 끌렸다'는 내용이다.[6]
한글 번역판도 역시 있다. 하드커버로 된 비싼 책이라면 한 권을 그대로 파는 거고, 덜 비싼 하드커버가 아닌 책은 보급형으로 한 권을 쪼개 파는 것 이다. 파인만이 저자로 된 몇몇 책을 보고 이 책을 보면 익숙할 수 있는데, 사실 이 강의록에서 특정 주제를 다루는 단원들만 잘라서 책으로 묶어 파는 경우가 있다.
2. 1권
고전역학 + 광학 + 통계역학&열역학 등의 내용을 다룬다.
책의 첫 3단원은 간단하게 물리학이 무엇인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고, 챕터 4부터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된다. 특이하게도 통상의 일반물리나 일반역학 책이 변위, 속도 등의 운동의 기술을 먼저 하고 후에 에너지를 다루는 것에 비해 에너지 보존이 제일 처음 나와 있다. 빨간 책의 특별한 대목을 제일 처음 만나볼 수 있는 부분. 예제들도 일반물리의 그것과는 다소 다른 독특한 것들이 많다. 다만, 보통 교재에는 단원 끝마다 있는 연습문제가 Appendix에 있다.
chapter 3~6까지는 1권에 나오는 물리학 이론들의 기반이 되는 에너지 보존 법칙과 단위, 통계역학을 위한 확률 이야기가 나오고, chapter 7~14까지는 다른 물리학에서 익숙하게 배웠던 뉴턴의 고전역학을 다루다가 chapter 15~17에서는 특수 상대성 이론을 잠깐 설명한다. chapter 18~20부터는 다시 회전 운동을 설명한다.
chapter 21~25는 이후에 나오는 광학, 전자기 복사, 통계역학, 파동을 이해하기 위한 수학이 나오는데, 이건 빨간 책의 특수한 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보통 물리학 도서는 수학적인 내용을 책의 맨 뒤 Appendix에 박아 놓는다. 어쨌든, 이 부분은 여기서 이해하지 못하면 다른 책을 봐서라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이후 chapter를 아무리 열심히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다!'''
챕터 26부터는 광학을 다루는데, 이 역시 통상적으로 전자기학을 먼저 배우고 나서 광학을 들어가는 커리큘럼과 딴판이다. chapter 28~ chapter 34까지는 전자기 복사에 대해서 다루고, chaper 35~36는 지금까지 배운 물리학을 통해 시각에 대한 설명을 하는 부분이라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굳이 안 읽어봐도 되는 부분이다. chapter 37~39 부터는 다시 통계역학을 이해 하기 위한 입자의 기본적인 성질을 다룬 다음, chapter 40~46까지는 통계역학과 열역학을 다룬다. chapter 47~51까지는 파동에 대해서 다룬다.
특이한 점은 chapter 50에서 푸리에 급수를 다루는데, 이해하기 어렵다고 그냥 넘어가지 않는 것을 권하지만.... 사실 푸리에 급수가 미분방정식을 푸는 해법의 끝판왕 중 하나라 공대생들 중에서도 어영부영 넘어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 chapter 52은 물리학에서 가장 많은 것을 설명해 주는 이론 중 하나인 대칭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만 알아도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1권을 이해하려면 기본적인 미적분 계산 뿐 아니라, 대학에서 배우는 수학 내용인 테일러 급수와 푸리에 해석 등을 이해해야 내용을 따라갈 수 있으니,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이 이해가 안 되더라도 고등학교 때 학업을 소홀히 한 탓이라며 자책하지 말자.
한글 번역판에 번역의 오류가 좀 있다. 오류는 다음과 같다.
- 20-1:
'$$\boldsymbol{xy}$$평면에서의 각운동량' 또는 '$$\boldsymbol x$$축에 대한 각운동량' (X)
$$\boldsymbol z$$축에 대한 각운동량 (O)
$$\boldsymbol z$$축에 대한 각운동량 (O)
- 22-9: 밑이 10인 모든 로그(상용로그)에
2.0325 (X)
2.3025 (O)
2.3025 (O)
- 31-5
- 32-4: 식 (32.5)는
$$P = e^2 {\boldsymbol a}^2/c^3$$ (X)
$$P = e^2 {\boldsymbol a'}^2/c^3$$ (O)
$$P = e^2 {\boldsymbol a'}^2/c^3$$ (O)
- 41-6: 식 (41.8)에 분모 항의
$${\boldsymbol r}^2$$ (X)
$${\boldsymbol \gamma}^2$$ (O)
$${\boldsymbol \gamma}^2$$ (O)
- 42-8
식 (42.7)의 우변은 상자의 부피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X)
식 (42.7)의 좌변은 ~(이하동문) (O)
식 (42.7)의 좌변은 ~(이하동문) (O)
3. 2권
전자기학과 고체, 액체 같은 물질에 대해서 다룬다. 사실상 1권과 3권에서 다루는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한 것이다. 중간에 왕립학회산 짧은 논문도 한 편 끼어 있다.
chapter 1을 보면 $$ \bold{F} = q(\bold{E} + \bold{v}\times \bold{B})$$를 먼저 설명하는데, 전자기력에서 항상 이 식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1권에서 에너지 보존 법칙을 먼저 설명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장(場)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chapter 38부터는 2권의 메인 주제(전자기학)에서 벗어나는 내용들이 나오는데, (한국판 한정) 피날레를 장식하는 챕터는 chapter 42의 일반 상대성 이론 파트다.[8]
2권에도 중간중간에 필요한 수학을 설명하는 챕터가 있는데, 1권의 대수학(벡터대수)이나 확률론과 달리 심도높은 수학인 벡터 미적분학(텐서) 등을 다루고 있다.
대학교 전기자기학 강의보다 훨씬 엄밀하면서 친절한 설명이 일품이다. 단원별로 예제와 연습문제만 있으면 원서 따윈 버려도 좋다. 비전공자나 고등학생이라도 이 책을 정독하고 전자기학 수업을 듣는다면 A+은 따놓은 당상이다.
4. 3권
양자역학을 다루는데, 세 권 중 가장 두께가 앏고 색깔이 가장 옅다. 1~2권에서 역자로 활동했던 박병철 교수가 빠졌다. 더불어 새롭게 합류한 역자 중 한명이 상당히 유명한 뇌과학자다.
우선 첫 두 장은 1권의 34번째 두 장에 해당하며, 이는 설정을 위해 임의로 퍼 왔다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확률진폭, 전자의 스핀, 해밀토니안 행렬, 슈뢰딩거 방정식 등이 나온다. 반도체 등의 응용 사례도 꽤 나온다. 19번째 장은 상당히 주기율표의 원소들의 화학적 특성을 보는 등 화학도 상당부분 다루고 있다. 마지막 장은 강의보다는 세미나 느낌에 가깝다. 또 2권의 34장과 35장이 있어야 나머지도 알 수 있다면서 그 부분만 따로 갖고 왔다. 아무래도 1~3권 중 난이도는 이게 제일 높다.
5. 파인만의 물리학 길라잡이
"Feynman's Tips on Physics". 파인만이 학생들에게 물리 문제를 푸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 방법대로 문제를 풀어볼 수 있도록 하는 문제집이다.
파인만이 칼텍에서 강의를 어떻게 맡게 되었는지와 칼텍 학생 중 하위권에 위치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물리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수학 내용과 간단한 물리 문제들이 들어가 있어 굳이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volume 1, 2, 3을 모두 이해했다면 살 필요가 없는 책.
6. 기타
그 밖에도 '''파인만의 QED 강의'''(QED), '''파인만의 엉뚱 발랄한 컴퓨터 강의'''(Feynman Lectures On Computation)[9] , '''파인만 강의'''(Feynman's lost lecture)[10] 등이 시중에 나와있다.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와 겹치는 부분도 있으나 대부분 각각 따로 출판된 만큼 각 책에 쓰여진 내용은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와 어느 정도 다르다고 볼 수 있다.
[1] 단, 일부 에디션에 한하여 은색이나 남색 표지이기도 하다. [2] "빨간 책"은 이 문서로 리다이렉트 되어있다. 그런데 언어학이나 영어학, 영어교육 전공자에게 빨간 책이라 하면 미국의 언어학자 Victoria Fromkin의 An Introduction to Language(번역명: 현대영어학개론)를 뜻한다. 가장 널리 쓰인 7, 8판에 그야말로 새빨간 표지가 사용되어 빨간 책으로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국제판 기준 9판. 미국판 기준 10판부터 파란색 표지로 변경되었다.[3] 1권 전체뿐만 아니라 에너지 보존 법칙은 양자역학 범위까지 항상 성립한다. 1권 맨 뒤에도 사실 힘은 양자에선 중요하지 않고 에너지랑 운동량이 제일 중요하다고 한다.[4] 대표적으로 위상부도체와 관련된 것들(위상부도체에 대한 이론 자체가 '''2000년대'''에 세워졌다).[5] 그럴 법도 한게 파인만의 교재가 나왔을 시점엔 해당 문제의 출제자들도 학생이었을테니 이는 당연한 부분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6] 여담으로 빌 게이츠가 물리학 강의와 물리학자에게 끌린 건 비단 파인만 뿐만이 아니다. MIT의 물리학자 월터 르윈의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에서도 빌 게이츠의 찬사를 들을 수 있다.[7] 원판에는 Right at the plane, where z=0라 명시되어 있다.[8] 원래 chapter 42는 원서에 없는 내용이다. 번역본으로 출간되면서 추가된 듯. 원래는 '''파인만의 또다른 물리학 이야기'''에서 나오는 내용이며, 1권에 있는 벡터나 특수 상대성 이론 파트를 포함하면 대부분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와 내용이 겹친다.[9] 갑자기 웬 컴퓨터 강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양자 컴퓨터의 고안자이며 동시에 수학에 정통한 물리학자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해당 강의는 전산학(계산이론)에 대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 애당초 원서 제목도 '''computer'''(계산기계)가 아니라 '''computation'''(계산)으로 적혀있기도 하고. 1980년대에 강의한 내용으로서 현재의 전공자들이 읽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잘 쓰여져 있다.[10] 제목만 보면 무슨 강의인지 유추할 수 없는데, 100쪽이 안되는 짧은 강의로 기하학을 이용한 '''파인만식''' 행성운동 증명에 대한 내용이다. 역자는 이휘소 박사의 제자이자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명예교수인 강주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