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티
Pilo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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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필로티(Piloti)는 원래 기둥, 특히 종교건축 회랑에 늘어선 열주(列柱)를 의미하는 말이다.
현재에는 주로 스위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제창한 건축 양식을 가리킨다. 코르뷔지에식 필로티 양식의 외형은 건물 저층부의 기둥을 제외한 벽을 제거하여 개방적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2. 한국에서
한국에는 2000년대 이후 필로티 양식의 건물이 많이 지어지고 있다. 최근 많이 보이는 원룸촌 등을 보면 필로티 양식이 상당히 많음을 알 수 있다.
필로티 양식의 가장 직접적인 이점은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좋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빌라 등 다세대주택에 필로티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2002년 김대중 정부 때, 불법주차를 줄이고자 주택의 주차장 부지 확보를 강제하는 동시에 필로티 양식에 층수제한면제 혜택을 제공하였으며,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에는 기존에 1층 전부를 주차장으로 사용할 때만 필로티 부분을 층고 산정에서 제외해주던 것을, 1층의 2분의 1 이상만 주차장으로 사용해도 층고 산정에서 제외해주는 식으로 필로티의 도입을 더욱 장려했다.
이렇듯 효율적인 건축양식으로 받아들여지면서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도시형 생활주택"이라는 이름으로 20~30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서민 등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저가에 공급하겠다며 도입하였고, 일반 주택에 적용되는 규제와 허가로부터 벗어나 안전 규제 완화, 주차장 확보, 시착공 과정이나 주택건설 규제 등 몇 가지에서 간소화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주택은 물론 상가까지 입주 가능한 1층을 주차장으로 쓰는 것이 반갑지 않지만, 지하 주차장보다는 싸게 먹히기 때문에[1] 선호된다. 법적으로 다중주택의 주차공간 설치규정에 따라 면적당 확보해야 하는 주차공간이 있기 때문에[2] 땅을 파지 않을 거라면 건물을 띄우는 방법 말곤 대안이 사실상 전무하다.[3]
필로티 양식의 확산에 루사, 매미가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무용 건물이나 고층 아파트에서는 휴식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경우는 저층부가 아니라 건물 중간의 벽체를 제거한 경우가 더 많아 실제 느낌은 거대한 테라스와 비슷하다.
3. 한국의 뒤틀린 필로티와 지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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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필로티 양식은 평범하게 쌓아올린 기둥식 건물에서 하중 지탱의 역할이 없는 가벽들 중 1층의 것들을 제거한 것에 불과하다. 내진 설계 상으로는 차이점이 없는 것이다. 지진이 빈번한 일본에서도 얼마든지 필로티 양식 건물을 찾아볼 수 있다. 오히려 일층에서 충격을 일부 흘리게끔 유도하여 상부층의 안전을 도모한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필로티 양식의 내진 성능이 지적당하는 이유는, 한국의 필로티 양식 건물들이 대개 "기둥 분리형"이기 때문이다.
위 쪽 이미지처럼 지어진 건물의 경우 기둥들이 옥상까지 뻗어 건물 전체를 지탱하며 기둥 사이의 벽은 가벽이다. 이를 "기둥 연결형"이라고 한다. 이 경우 구조학적으로 건축물의 내구력과 저항력은 기둥이 중심이며, 지진이 발생해서 건축물에 휨 응력이나 비틀림 응력이 가해져도 기둥이 잘 버티면서 유연하게 저항한다. 가벽은 쉽게 파손되지만, 건물 전체의 구조적 유연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내진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편이다.
한국식 필로티는 거주 장소는 내력벽이 건축물 내구력의 중심이 되는 벽식 구조로, 1층 주차장은 기둥식(기둥-보식, 라멘구조)구조이다. 이게 "기둥 분리형"이다. 아래 쪽 이미지처럼 짤막한 기둥 위에 직육면체를 얹어놓은 것처럼 지어진 건물이 된다.[4] 내력벽은 기둥에 비해서 휨이나 비틀림에 대한 저항성이 떨어지므로, 건물 전체의 구조적 유연성 또한 기둥 연결형보다 낮은 것이다. 기둥 분리형 필로티가 특히 위험한 점은 지진이 일어나 가로방향의 진동이 발생했을 때 너무 취약하다는 거다.[5] 아예 1층까지 내력벽인 벽식 건물은 내력벽 전체가 땅에 닿아 충격이 분산되어 지진의 휨 응력과 비틀림 응력을 받아내지만, 기둥 분리형 필로티 건물은 내력벽이 받는 충격이 순간적으로 1층의 작은 보와 기둥에 쏠려서 위험하다. [6]
한국이 굳이 이런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벽식 건물이 두꺼운 기둥이 1층부터 옥상까지 관통하는 기둥식 건물에 비해서 공간활용도가 더 좋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전용면적이 넓어져서 실제 평수가 더 큰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또 벽식 구조에서는 층간고를 낮게 잡을 수 있으므로, 같은 층수의 건물이라도 일조권 등등에 따른 고도 제한을 통과하기 쉽다.[7] 2010년대 이전까지는 큰 지진이 없었기 때문에 국민들 대다수가 내진 설계 여부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안전 불감증도 일조했다.
2010년대 이후 한반도에서도 지진이 다발하면서 필로티 구조 건물의 피해 사례가 나타났다. 2017년 포항 지진에서 기둥파손이 실제로 일어났다.#[8]
분리형 필로티는 기둥에 구조적 결함이 있을경우 이렇게 주저앉기도 한다. 저 건물은 부실 공사 문제도 결합되어 있긴 하다.
[1] 지하 주차장은 일단 땅을 파서 주차장을 만들어야 하고 경사 진입로 등까지 고려해 면적이 현저히 좁을 수밖에 없다. 다만 필로티 양식이 보편화된 지 오래되지 않아 이 방식이 실제로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좋은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는 아직 많이 없다.[2] 일본의 경우 법적으로 차고지가 없으면 차량 등록이 안 되기 때문에 이러한 이유로 필로티 양식의 건물이 상당히 많다.[3] 1~2층(혹은 더 높은 층수까지)을 주차타워처럼 주차전용공간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긴 하다. 우리가 흔히 아는 빌라 사이즈의 건축물보다는 더 큰 대지(대략 한 층에 자동차 8~10대 이상을 주차할 수 있는 넓이)를 가진 건물을 지을때 주로 사용된다. [4]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부분과 그 옆의 계단 부분('코어'라고도 부른다) 만큼은 1층부터 옥상까지 쭉 뻗어 있기는 하나 하중을 지탱하는 파트는 아니다.[5] 전단력 때문이다. 옥상쪽으로 갈수록 진동이 늦게 전달되기 때문에 극단적인 경우에는 1층과 반대 방향으로 힘을 받게 된다. 이렇게 건물의 위아래가 다른 방향으로 힘을 받는 순간을 버티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건물 전체의 구조적 유연성이 판가름한다.[6] 일각에서는 가벽이라도 지어서 보수하는 방법을 제안하곤 하지만, 내력벽이 아닌 단순 가벽은 건물의 하중을 견딜 능력이 전무하다고 봐도 좋다.[7] 가로방향 진동에 취약한 점은 보를 크고 튼튼하게 지음으로 해소되지만 그랬다간 건물 높이가 도로 높아지므로 안 한다[8] 다만 해당 건물은 부실공사이다. 그 근방에 있던 필로티 구조의 건물들은 문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