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 역설

 


Coastline Paradox
1. 개요
2. 역사
3. 설명
4. 관련 문서


1. 개요


루이 프라이 리처드슨이 발견하고, 브누아 망델브로가 확장시킨 개념으로, 해안선국경선에 대한 기록이 현실적으로 정확하지 않다는 문제와, 그에 대한 설명을 제기한 것이다.

2. 역사


해안선 역설은 해안선(과 대부분의 자연에 의존하는 국경선)의 길이에 대한 정확한 측정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고, 아직까지도 기준을 통일하지 못해 제각각 상이한 자료를 제출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1]
유사 이래로 수많은 지도 제작자들과 행정관료들 및 관련 직종을 가진 사람들은 '똑같은 해안선의 길이가 말하는 사람마다 죄다 다르다'는 것에 대해 혼란을 겪어왔다. 관련 업무와 무관한 일반인들에게는 어디부터 영토가 아닌지, 어디부터 바다인지 정도만 알면 되는 것이지만,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 문제가 수천 년 동안의 골칫거리였다. 예를 들어 어떤 국가관료가 해안선을 방비하고자 해안을 감시/방어하는 부대를 편성하고 배치하고자 한다. 그리고 대강 해안선 1km당 10명의 병사와 1곳의 초소를 설치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를 위해 누군가에게 특정 지점부터 특정 지점까지의 해안선의 길이를 측정해오라고 하면, 이게 들어맞는 일이 없었다. 너무 차이가 커서 비슷비슷해서 대강 퉁치고 넘어갈 수준이 아닌 정도가 대부분인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해 더 학술적으로 연구하기보다는 일단 일을 마쳐야 하는 실무자들은 정확한 해안선의 길이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떻게든 일을 해놓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해안선 역설이 주창된 계기는 포르투갈스페인의 국경 분쟁이다. 포르투갈은 해안선을 제외하면 스페인에 파묻혀있는 형태의 나라다. 따라서 포르투갈의 육지 국경선은 100% 스페인과의 국경선이다. 하지만 양국이 서로 국경에 대한 정보를 교환했는데, 스페인은 국경선의 길이가 987km이라고 자료를 제시한 반면, 포르투갈은 1214km이라고 제시하였던 것이다. 거의 수백년 동안 큰 국경의 변화가 없고, 국경에 대해 관습적으로 '어디부터가 스페인이고 어디부터가 포르투갈인지'양국이 문제 없이 이해하고 있었으며, 미측량지대나 측량이 막 이루어진 곳도 아닌 곳에서 양국이 매우 상이한 자료를 제출한 것이다. 양국은 서로가 조작질을 하는 것이라고 감정싸움을 벌였으나, 앞에서 말했듯 국경선의 총 길이에 대한 주장이 달랐던 것이지 정작 실질적인 국경선에 대한 의견 차이는 없었기 때문에 위급한 사태로는 번지지 않았다.
리처드슨은 이에 흥미를 느껴, 비슷한 사례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그는 각국이 발표하는 해안선의 수치들이 스페인-포르투갈 국경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해안선에 대한 측정인데 죄다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심지어는 같은 나라에 소속된 기관들이 발표한 수치가 발표한 기관에 따라 수 배가량 차이가 나기도 하였다.
수학자인 브누아 망델브로도 이에 흥미를 느껴서, ''영국의 해안선은 얼마나 긴가?''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이후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현실적으로 큰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하였다. 어차피 같은 기준으로 해안선/국경선을 잡는다면, 같은 것에 대한 길이를 몇 km로 발표하든 사실 큰 차원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3. 설명



해안선의 길이를 재는 법은 사실 복잡하지 않다. 특정 영역(국가든 지역이든)이 가진 '해안'선의 길이를 그냥 다 더하면 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에는,
  • 상원연구기관에서는 미국의 해안선을 19,928km이라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같은 기관의 두 번째 발표에서는 48,820km이었다.
  • CIA는 30,455km라고 발표했다.
  • 미국 해양기상청의 발표는 153,646km이었다.
19,928km 과 153,646km은 딱 보기에도 엄청난 차이가 나지만, 어느 누구도 해안선을 '잘못' 측정하지는 않았다. 해안선에 대한 설명이 제각각 다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자연상의 해안선은 완전한 직선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구불구불한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학적으로 정확한''' 해안선의 길이를 원하고자 한다면 해발고도와 같은 기준을 정한 다음(진짜 해안선은 계속 바다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측정이 아예 불가능하므로), 분자 레벨[2]에서 측정을 하면 되겠지만, 그런 가능하지도 않고 괴상한 낭비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해안선의 측정은 일단 측량되어있는 지도를 바탕으로, 기준이 되는 '직선길이'를 정한 다음, 그 직선길이를 통해 섬인 경우 다각형으로, 섬이 아닌 경우 여러 번 꺾이는 선으로 '측정값'을 정한다.
이쯤 되면 누구라도 문제를 쉽게 알 수 있다. 기준이 되는 '직선길이'를 길게 잡으면 잡을수록, 해안선의 길이는 짧아질 수밖에 없고, 기준이 되는 직선길이를 짧게 잡으면 잡을수록 해안선의 길이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을 쉽게 재현해보고자 한다면, 거리 측정기능을 지원하는 지도 어플리케이션에서 아무 바다나 골라잡고 해안선을 따라 선을 규칙적인 직선으로 선을 잇는 방법으로 그려보자. 긴 직선들을 사용할수록 총 거리가 짧아지고, 조밀하게 짧은 직선들로 열심히 해안선을 따라갈 수록 거리가 길어진다.
문제는 그 최소 직선길이에 대한 기준을 아무도 정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CIA 월드 팩트북이나, 각종 사전류와 같은 곳에서 세계 2위의 해안선을 가진 나라는 노르웨이로 집계되는 경우가 잦다. 노르웨이의 해안선이 빙하지형의 특성상 수많은 피요르드들로 인해 복잡한 것은 사실이나, 상식적으로 노르웨이의 해안선이 러시아의 해안선보다 길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공신력 있는 자료에 의하면 그렇다. 왜냐하면 노르웨이가 자국의 해안선 측정을 너무 열심히 해놓고 그대로 발표를 하고, 타국의 자료는 그걸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여기서 해안선을 잴 때 '계측하고자 하는 단위', 즉 앞에서 말한 '직선거리'가 짧으면 짧을수록 해안선의 길이가 늘어난다는,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제주도'는 분명 한정된 영역을 가진 섬이지만, 제주도의 해안선을 열심히 측량하면 측량할수록, 이론상 제주도의 해안선이 무한에 가까운 값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프랙탈 이론에서 말하는 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며[3], 한정된 영역인 섬/해안선이 이론적으로는 무한에 가까운 길이를 가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는 해안선 역설이라고 불린다. 이는 해안선이 아니라 면적과 경계를 가진 다른 모든 것에도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이론적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몸의 표면적 또한 '얼마나 정밀하게 측정하는가'에 따라 당신은 무한에 가까운 신체표면적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4]

4. 관련 문서



[1] 해안선 및 자연물에 의존한 국경선은 지질학적 침식, 화산활동 및 온갖 자연적 원인과 인공적 원인으로 인해 고정된 상태로 유지되지 않는다. 따라서 자연물에 의존하는 국경선의 길이 또한 기준이 되는 자연물이 변함에 따라 계속 변하게 마련이고, 따라서 기본적으로 흔히 접할 수 있는 정보들에 명시된 해안선 및 국경선의 길이에 대한 정보 (예를 들면 대한민국의 해안선은 xxxxx km이다)는 정확할 수 없다. 그러나 해안선 역설은 이와는 관련이 없다.[2] 물론 더더욱 정확하게 하려면 양자역학까지 동원해야 하지만.[3] 코흐 곡선이 딱 이런 케이스다. 넓이는 딱 봐도 한정되어 있지만, 둘레의 길이는 무한대로 발산한다.[4] 이 문제 때문에 앙리 르베그는 이런 경우에는 거리를 정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