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리 혜성 꼬리소동
1. 개요
20세기 초에 일어난 실소를 금치 못할 지구멸망 떡밥 소동. 대략 한세기 후인 21세기에도 그랜드 크로스나 행성의 충돌, 초신성의 발생 등으로 지구가 종말한다는 떡밥이 나도는 것을 보면 이런 식의 떡밥은 정말로 그 역사가 유구하다고 하겠다.
2. 진행 과정
2.1. 떡밥의 출현
1910년, 핼리 혜성이 76년만에 다시 지구를 찾아왔다. 과학자들은 스펙트럼 조사 등을 통해 이 혜성에 유기물질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는데 하필이면 그 찾아냈다는 유기 물질이 바로 시안, 부연하자면 시안은 다른 물질과 결합하여 독성물질을 만드는 성분이다. 뭐 여기까지는 그려려니 하겠지만 문제는 조사한 결과 지름 1만2700여 km의 헬리 혜성의 꼬리에 지구가 '''1910년 5월 18일'''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었다.
2.2. 충격과 공포
이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지구는 독가스 속으로 들어가는 거라고 믿었으며 지구상에 닥쳐올 전대미문의 종말을 기다렸다. 심지어 언론마저 폭주했는데 '혜성의 시안은 아직도 당신을 죽이지 않았는가?', '전 인류가 마침내 무료 가스실로!', '많은 사람이 시안의 냄새를 맡았다'라는 식으로 마치 종말이 눈앞에 다가온 마냥 선정적인 기사를 써냈다.
여기에 사이비 과학자들이나 종말론 장사꾼들은 '혜성의 액땜 알약'과 '방독 마스크' 같은 물건을 팔았다. 급기야 공포에 떨며 자살하는 사람까지 생겼다. 어떤 사람은 자포자기해서 자신의 재산을 흥청망청 낭비했으며 어떤 사람은 혜성이 지나갈 때까지 살아보겠다면서 타이어를 잔뜩 사서 거기에 비상용 공기를 불어넣기도 했다.[1] 한마디로 공황 상태에서 사람들은 5월 18일을 기다렸다.
2.3. 결과
물론 멀쩡히 살아서 이 항목을 읽고 있는 사람은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지구엔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애시당초 처음부터 과학자들은 혜성 꼬리가 지구 대기권에 비하면 규모만 넓었지 '''실제로는 정말로 희박한 기체'''라서 별 것 아니라고 했지만 대중들은 이미 종말론에 휩쓸려 있었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듣지 않았던 것. 그나마 종말이 온답시고 혼돈과 무질서 상태에서 막장이 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일려나.
세간에 나도는 음모론, 종말론 등이 얼마나 대중을 현혹하기 쉬운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
3. 현재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이 크게 발달한, 이 사건부터 100년이 지난 최근에도 2012년 종말론을 진지하게 믿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을 보면 나아진 것은 거의 없다고 하겠다. 물론 이 소동만큼 엄청난 호들갑을 떨고 있지는 않지만 그건 사람들이 종말론에 대해 더 성숙하게 대처하게 된 것보다는 사회가 변하면서 종말에 대한 공포보다 당장 지금 눈 앞에 바쁜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점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후로도 혜성 관련 종말론 떡밥은 계속 생겨났다. 가장 최신 것은 2013년의 아이손 혜성 소동. 대략 설명하자면 아이손 혜성이 수메르 신화의 니비루라는 주장이다. 오늘날엔 워낙 우주 관련 정보가 인터넷으로 잘 공유되다 보니 소수의 음모론자들만 떡밥을 물었지만 말이다.
4. 여담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중 '에이러스와 차미엔의 대화'가 비슷한 상황을 다루고 있다. 작중에서 지구가 혜성의 궤도 안에 들어가게 되자 사람들은 혜성핵과의 충돌을 우려하며 패닉에 빠졌다가 막상 상황이 닥치니 핵의 밀도가 낮아서 안도, 허나 혜성의 꼬리가 주로 산소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결국 대화재가 일어나며 지구멸망...작중 대화를 나누는 인물들인 에이러스와 차미엔은 저승에서 대화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5. 관련 문서
[1] 도라에몽에도 이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올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