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오스 항공 522편 추락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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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틀''' 전에 촬영된 사고 기체
Πτήση 522 της Helios Air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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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005년 8월 14일 키프로스 라나카 공항을 출발하여 체코 프라하로 향하던 키프로스의 저가 항공사 헬리오스 항공 522편 보잉 737 여객기[1] 가 그리스 아테네 인근 야산에 추락하여 탑승객 121명 전원이 사망한 사고다. 사고 원인은 여압장치의 설정을 '자동'으로 설정하지 않아 기체의 기압이 떨어져 조종사를 포함한 탑승객 전원이 비행 중에 실신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소한 것 하나 때문에 121명이 죽었고''', 이는 그리스 항공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기록되었다. 이 사고 때문에 키프로스에서 꽤나 전도유망하던 헬리오스 항공은 이듬해인 2006년에 도산했다.
2. 사건의 전개
헬리오스 항공 522편은 키프로스 남부에 있고 키프로스에서 제일 이용객이 많은 라르나카 국제공항을 출발해 아테네를 거쳐 프라하로 갈 예정이었다. 2005년 8월 14일, 58세의 독일인 기장 한스-위르겐 메르텐과, 51세의 팜포스 하랄람부스 부기장이 조종하는 522편은 오전 9시에 승객과 승무원 121명을 태우고 라르나카를 출발했다. 승객은 대략 키프로스인 9 : 그리스인 1의 비율이었으며 승무원은 키프로스인 4명, 독일인 1명, 그리스인 1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륙한지 몇 분 후 상승하던 사고기가 고도 12,000피트(약 3,650m)에 이르자 갑자기 이륙준비 경고음과 똑같은 소리의 경고음이 (뒤에 나오지만 조사 결과 이 때 울린 경고음은 여압장치 경고음으로 밝혀졌다.) 울렸다. 이륙준비 경고음은 보통 지상에서 이륙준비에 문제가 있을 때 울리므로 조종사들은 왜 이 경고음이 울리는지 원인을 찾지 못하고 결국 지상의 항공사 운영본부에 문의했다.
조종실에서 경고음의 원인을 찾느라 애쓰고 있는 동안 사고기는 계속 상승하였고 승객들은 어지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고도 26,000피트(약 7,850m)를 넘어섰을 때 산소 마스크가 내려오면서 승객들도 뭔가 문제가 심각함을 알게 되었다.
한편 조종실에서는 객실에 산소 마스크가 내려온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여전히 경고음이 계속 울리는 가운데 이번에는 환기장치 냉각팬의 경고등이 켜졌다. 조종사들은 지상 운영 본부와 연락하면서 장비 과열의 원인을 찾으려고 했다. 조종사들은 산소 부족으로 술을 두잔 마신 것과 같은 상태가 되었고, 지상 운용 본부에서는 조종사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다고 느꼈다.
얼마 후 냉각 경고등이 꺼졌지만 경고음은 여전히 계속됐다. 지상 운영 본부는 여압장치가 자동으로 되어 있는지 물었다. 만약 이때 조종사들이 지상 정비사의 이 질문을 제대로 알아듣고 여압장치가 자동으로 되어 있는지 확인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산소부족으로 판단력이 많이 흐려진 조종사들은 이 질문을 무시하고 냉각장치 회로 차단기가 어디있냐며 지상 운영 본부에 되물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조종실로부터 더 이상 아무런 응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이륙한지 30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후 관제소에서도 연락을 취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왜냐하면 '''기장이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알아내러 객실로 가려다가 산소 부족으로 실신했고, 부기장도 기장 실신 직후 같이 실신했던 것이다'''.
조종사들이 실신했지만 자동운항 시스템 덕분에 비행기는 비행을 계속하여 10시 30분 경 경유지인 아테네 상공에 도착했다. 그러나 사고기는 관제소의 연락에 일절 응답하지 않은 채 아테네 공항 상공을 30분째 선회만 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리스 항공 당국은 납치나 테러 사건으로 의심하고 그리스 공군 소속 F-16 전투기 2대를 출격시켜 522편에 접근시켰다.
3. 유령화된 비행기와 마지막 생존자
발진한 F-16 전투기 2대 중 1대는 522편 뒤에서 사격 위치를 잡았고, 1대는 522편 옆에 바짝 붙어서 객실 안을 보았는데, '''산소 마스크가 내려와 있고, 승객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모두 실신해있었다'''. 이쯤 되자 조종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관제사의 지시를 받은 F-16이 522편의 기수쪽으로 다가서서 확인해본 결과, 조종실의 기장석은 비어 있었고 부기장은 자기 자리에서 기절한 상태였다.
그러다가 F-16 조종사의 눈에, '''어떤 남자가 조종실에 들어와 조종간을 잡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관제사와 전투기, 조종석 사이에서는 전혀 통신이 이뤄지지 않았고, 그 남자의 아래로 내려간다는 손짓 후 그대로 522편은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리스 시간 오후 12시 4분경, 아테네 근처 그라마티코 언덕(Grammatiko)에 헬리오스 항공 522편은 추락하고 말았다. 아무도 생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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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기의 시간에 따른 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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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기의 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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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기의 비행궤적.
4. 사고 원인 조사
구조팀과 조사팀이 모두 현장으로 급파되었다. 시신을 수습하고 사고 조사에 도움이 될 만한 단서를 찾아 나섰는데, 조종석에 설치되는 패널의 일부분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게 결정적 단서가 되었다.
조사관들이 발견한 패널의 부분은 '''기내 여압 조절 스위치'''였다. 평소에는 이 스위치가 자동(Auto)에 맞춰져 있어야 하는데 사고기는 수동(Manual)에 맞춰져 있었다. 이게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스위치가 왜 수동에 맞춰져 있었는가를 조사해 봤더니, 아침에 기체를 정비하던 정비사가 이걸 수동으로 맞춰서 여압 테스트를 하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다시 스위치를 자동으로 돌려놓는 것을 잊어버리고 돌려놓지 않았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조종사들이 어떻게 하면 실신할 수 있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그리스 조사관들은 기상천외한 실험을 하나 하기로 했다. 즉 동일 기종의 여객기를 다른 항공사에서 빌려와서 실험을 했다. 물론, 안전장치를 추가로 설치한 후에 실험을 했다. 이는 항공 사고 수사대에서도 나오는 장면이다.
실제로 이륙 직후 여압 조절을 수동으로 돌리고 고도 3,000m를 넘어가더니 경고가 그대로 울렸다. 그리고 고도 7,000m를 넘기자 승객들이 어지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게 다 '''산소가 적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사고기와 똑같은 보잉 737-300에는 승객석에만 산소 마스크가 자동으로 내려왔다. 정작 중요한 조종석에는 산소 마스크가 자동으로 나오는 장치가 없었다.[2] 그리고 승객도 사람인데 어지러움을 느꼈다면, 조종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추측을 했다. 이 때문에 지상지원팀이 말했던 여압장치 패널을 끝내 발견해내지 못하고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승객들은 왜 실신했는가? 산소 마스크의 산소 분량은 12분을 버틸 수 있는 양이었다. 이는 문제발생시 조종사가 최대한 빨리 강하하여 내려올 수 있는 시간이 최대 12분이기 때문에 그렇게 설정한 것이었다.[3] 하지만 이 사고에서 조종사들은 이미 실신한 상태에서 자동운항에 맞춰서 비행만 되고있던 상황이라 이게 다 쓸모가 없었다.
5. 마지막에 조종석에 들어왔던 그는?
한편, 전투기들이 다가왔을 때, 조종석에 한 남자가 들어와 기장석에 앉아서 비행기를 조종하려 했다. 하지만 조종할 방법이 없었고, 결국 추락을 면하지 못했다. 그 남자는 바로 승무원 안드레아스 프로드로무(Andreas Prodromou)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했더니, 프로드로무는 기내 감압 이후 1차적으론 여분의 산소 마스크[4] 에 의지하다가 이후 승무원용 캐비넷에 설치되어 있던 비상용 산소 탱크 4개로 의식을 유지하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게다가 프로드로무는 스쿠버다이버 경력이 있는데다가 키프로스 특수부대 출신이었다.[5]
프로드로무는 영국 상업 운항 면장(UK CPL)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헬리오스 항공 522편과 같은 B737에 대한 면허는 없었다. 프로드로무는 조종석에서 교신을 시도했으나 주파수가 이륙할 때 공항인 키프러스 라르나카 공항에 맞춰져 있어 아테네 관제소 등과 교신할 수 없었다. 결국 비행기의 연료가 다 떨어지면서 전투기에게 내려간다는 수신호[6] 만 남긴 채 추락했던 것. 프로드로무 혼자만 기절하지 않고 있었고 조종석에 있었던 데다가 구조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조사 초기에는 프로드로무가 테러조직의 일원으로 모든 사람을 기절시킨 후 비행기를 추락시킨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주파수를 맞추지 못해서 교신이 되지 않았을 뿐 여러 차례 구조신호를 보내려고 했고, 비상용 산소 탱크로 기절한 조종사를 깨우려고 시도하는 등[7] 프로드로무는 비행기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음이 밝혀졌다. 슬프게도 비행기를 구하지도 못하고 본인도 사망하고 말았다.
6. 결론
이 사고로 인해 그럭저럭 잘 살던 헬리오스 항공은 그대로 망해 버렸다. 사고 다음 해인 2006년 운항이 정지되고 파산했다. 한편 보잉도 결국에는 소송에 휘말리고 말았다.
7. 기타
항공사고 수사대 시즌 4에서 '''유령 비행기'''로 나온 에피소드이며, 2017년 1월 15일자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도 방영됐고, 디스커버리 채널에서도 이 사고를 다루었다.
1989년 7월 4일 소련의 MiG-23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엔진고장으로 조종사가 사출좌석으로 탈출했는데 이때 충격 때문인지 엔진이 다시 정상가동되었고 조종사가 없는 상태에서 자동조종장치가 벨기에까지 전투기를 조종하다가 연료 부족으로 추락했다.
1999년 10월 25일, 올랜도에서 댈러스로 가야했던 리어젯 35가 갑압으로 인해 모두가 기절한 바람에 사우스 다코다 까지 비행하고 난 뒤에 연료부족으로 추락한 일이 있었다. 유명 골프선수 페인 스튜어트역시 이 사고로 사망했다.
2011년 7월 7일 제주항공 107편과 2015년 12월 23일 제주항공 101편에서 유사사고가 발생할 뻔했다. # # 제주항공 해당 편 조종사들이나 헬리오스 항공 522편 조종사들 모두 비행 전, 시동 후, 이륙 후, 1만 피트 체크 리스트에 기내 여압장치 설정 확인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대충 씹었다는 것이다.
[1] 사고기의 별명은 "올림피아" 였으며, 시리얼 넘버 29099/2982, 사고 당시까지 총 이착륙 횟수는 16085 회이며, 총 비행시간은 17900시간. 초도 비행 일자는 1997년 12월 27일로, 사고 당시 기령은 7년이었다. 엔진은 CFMI CFM56-3C1.[2] 조종석에는 특별히 마련된 마스크가 있다. 보잉 737이든, 777이든 조종석은 자동으로 내려오지 않는다.[3] 때문에 주어진 시간 안에 항공기를 객실여압고도인 8000ft(약 2500m)로 최대한 빨리 하강시켜야 한다.[4] 비행기에 설치되는 산소 마스크는 실제 승객수보다 약간 더 많이 설치된다. 게다가 사고기는 승객이 모든 좌석을 채우지 않은 상황이어서 여유분이 더 많았다.[5] 즉 프로드로무는 단련해둔 체력과 여분의 마스크들로 마지막까지 의식을 유지한 것이었다. 또한 스쿠버다이빙이나 특수부대 훈련 등을 받으며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보통 산소가 천천히 희박해지는 상황은 뇌가 인지하지 못하고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에 일반인은 대개 자신이 위험한 것도 알지 못한 채 픽 쓰러져 질식사 하며, 그래서 고산병이나 탄광 등의 산소 희박지역 혹은 일산화탄소 중독이 무서운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는 산소가 부족한 상황임을 깨닫고 여분의 산소통을 확보해 오랜 기간 의식을 유지한 것이다.[6] 사실 추락하고 있다는 수신호였다.[7] 산소 탱크의 마스크 부분에서 조종사의 DNA가 검출되었기 때문에 이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수십분 가까이 저산소 상황에 처해 있었기에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