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없음
1. 정의
無嫌疑, unsuspectedness
혐의없음 처분은 검찰의 불기소처분 중 하나다. 주로 '''무혐의'''라고 불린다. 가볍고 쉬운 표현으로 말하자면 재판도 가기 전에 검사 선에서 "이 사람은 혐의가 없다"고 입구컷하는 것을 말한다.
2. 유형
2.1. 범죄 인정 안됨
알고 보니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닌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면 100% 무죄와 같다.
2.2. 증거불충분
이 경우면 무죄인 경우가 많지만, 일부는 어느정도 아리송할 수도 있다. 자세한 건 아래에 하술
3. 판단 주체
대륙법계 기소독점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은 검찰이 전문성과 책임을 갖고 기소권을 독점하며, 법리를 검토했을 때 범죄 혐의가 있다고 여겨지는 자(피의자)를 기소한다. 형사재판에서 이를 입증하는 데 성공하면 피고인(공소 제기의 대상)은 유죄가 확정되는 것이고, 반대로 이에 실패하면 무죄가 확정된다.
그래서 사건의 담당 검사는 경찰으로부터 넘겨 받은 수사 기록, 제출된 증거 및 담당 경찰관의 기소 의견과 적용되는 법리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이 사건을 재판으로 끌고 갔을 때 이길 수 있을지'''를 따져 본다. 일반적으로 기소독점주의 국가는 일반인 개인에게 기소권이 없는 대신 기소권에 걸린 책임이 무겁고, 검찰이 만약 재판에서 지게 되면(피고인이 무죄가 뜨면) 이는 검사 자신의 앞날에 작지 않은 방해물・불명예로 돌아온다. 특히 검찰은 동일체의 원칙에 따라 한 가족처럼 움직이고 조직 분위기가 상당히 무겁기 때문에 중대한 사건에서 무죄가 뜨면 징계는 물론이고 검사로서의 직업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 따라서 검사는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싸움만 재판에 끌고 가며, 그렇지 않으면 불기소 처분을 하거나 기소유예를 내린다. 이런 이유로 '''대한민국의 유죄 판결률은 99%에 달한다[1] '''. 유죄가 되지 못할 정도의 케이스는 이미 기소 단계에서 쳐냈기 때문.
즉, 재판을 열기 전에 검사가 이 사건을 재판에 걸 것이냐 말것이냐(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에서 결정된다. 그래서 판결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처분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러므로 처분 대상은 어디까지나 '''피의자'''로 지칭하며 '''가해자'''도, '''피고인'''도 아니다.
4. 판단 내용
불기소처분이다. 쉽게 말해 재판에 가지 않는다는 의미며, 검사가 판단할 때 행위 자체가 범죄로 인정이 되지 않거나(혐의없음:범죄 인정 안됨) 재판을 할 만한 정도의 증거가 없을 경우(혐의없음:증거불충분)에 내려진다. 대부분의 경우 증거불충분으로 인해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이 증거들만 갖고는 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라 할 수 있다.
법정에서는 증거가 매우 중요한데, 아무리 정황 증거가 있어도 결정적인 증거로 채택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쪽의 반대는 항상 북쪽이 아니기 때문이다.(무죄추정의 원칙 참고)
기소유예가 아닌 혐의없음 처분을 받더라도 '수사경력조회' 기록에는 남는다. 그러나 이것은 전과(범죄)기록에 해당하지 않고 3년이 지나면 기록이 모두 삭제되고[2] , 기소유예 처분과 달리 동종 범죄에 연루되어도 참고를 안 한다.[3]
5. 무죄판결과 사실상 동일(무죄#s-3.1 참고)
무죄판결과 무혐의 처분은 사실상 동일하며 기술적 차이일 뿐이다. '''검찰에서 법리를 검토한 결과 범죄를 구성하지 않거나 도저히 기소해서 이길 수 없을 정도라 판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무죄판결과 가장 큰 차이는, 혐의없음 처분의 경우 추후 강력한 증거나 증인이 나온다면 재수사하여 기소할 수 있다. 반면 무죄 판결은 명백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다시 재판할 수는 없다. 참고로 무죄 역시 무죄(범죄 인정 안됨)과 무죄(증거불충분)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후자가 나온다. 만약 전자라고 생각되면 어차피 법원가봐야 무죄가 나올 것이기에 굳이 검사가 기소하지 않기 때문.
그렇다면 무죄 판결이 더 낫지 않은가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무죄 판결을 받는 게 매우 험난하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이고 물적, 정신적 피해와 더불어 생활과 명예가 완전히 무너져버리는 경우도 많다. 소송은 몇년 씩 걸리는 경우도 허다 하기 때문. 반면 혐의없음 처분은 무죄판결에 비해 신속하게 끝나며, 나중에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어 다시 수사를 받거나 기소를 당하는 경우도 드물다.
5.1. "무혐의는 무죄는 아니다" 식의 선동 문제
무혐의 처분에 대해 '''마치 죄가 있는데도 빠져나온 것마냥''' 여론몰이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헌법기관이 법리적 판단 하에 기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권해석의 능력도 자격도 없는 자가 멋대로 주장하는 것이기에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다.
특히 이런 예시는 성범죄 관련 기사에서 많이 드러난다. 실제로 관련 신문 기사 중에 '피의자 남성이 무혐의를 받았다고 고소자가 꽃뱀이란 건 아니라고!'라는 뉘앙스를 담은 기사를 왕왕 볼 수 있는데 이 말은 피의자가 무혐의라고 해서 고소자의 무고죄가 자동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에선 사실이긴 하다.[4] 무고죄의 구성 요건은 단순히 '저쪽이 무고하면 이쪽이 유죄'인 이분법적 관계가 아니라, '고소인(고발인)의 인지 범위'・'의도' 등 여러가지를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법리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피의자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죄가 있는데 증명이 안되어서 무혐의를 받았다고 말하는 경우도 많은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틀린 경우도 없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는 무죄와 같은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혐의없음은 고발 내용이 아예 범죄행위가 되지 않거나, 재판에 갈 수도 없을 정도로 증거가 불충분할 경우에 내려지는 처분이기 때문에 대체로는 비슷한 효력을 가진다.[5]
간혹 국제경찰청장협회(IACP)의 의견을 근거로 무혐의가 무죄는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IACP는 ‘허위신고’와 ‘성폭력이 일어났음을 증명하는 데 실패한 조사(즉 증거불충분)’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즉, 꽃뱀일 수도 있지만 선량한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문맥상 엄정한 수사와 피해자 보호를 강조한 것이지 무혐의가 무죄가 아니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IACP가 성폭력 입증에 실패한 조사는 '무죄'가 아니라 '입증되지 않음(증거불충분 등)'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실패했으니 재판에 갈 수 없고, 당연히 무죄가 아니라 혐의없음 처분 밖에는 내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걸 알고도 무혐의가 무죄와 다르다 같은 소리를 한다는 건, 여론몰이를 하려는 악의적인 의도로 의심받을 수 있다.
다만,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에서 기소권은 오직 검사만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검사 측에서 독단적으로 판단해 무혐의 처분하여 피의자가 풀려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검사는 검찰 조직의 감독을 받으므로 개개인의 이해득실에 따라 판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검찰 고위관계자가 연루된 일부 사건 같은 경우 검찰이 조직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발생하기도 하므로, 재판을 통해 각측의 주장과 증거가 공개적으로 검토되고서 무죄 판결이 나오는 것과 완전히 동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5.2. 무죄추정의 원칙의 중요성
무죄추정의 원칙은 절대 권력에 맞서 개인을 지키기 위한, 수많은 목숨과 피가 흘러 만들어진 법치사회와 민주사회의 가장 기본 원칙중 하나다.
죄형법정주의, 증거재판주의와 함께 근대 형법의 근간을 이루는 형평적(衡平的) 대원칙이며, 무죄추정의 원칙이 없으면 공권력 남용에서 개인이 방어할 수가 없게된다.
언뜻 용의자를 두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범인인지 아닌지 확신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용의자가 무죄하다고 전제하는 것'''이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따라서 무턱대고 용의자, 피의자를 범죄자로 단정짓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6]
[1] 일본도 마찬가지이며, 미국과 프랑스도 90% 이상이다. 독일만 80% 내외이다.[2] 보통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 통상 5년 정도 기록이 남으며 최대 10년까지 기록이 남는다.[3] 기소유예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이것은 죄가 있다고 인정된 것이다. 그러니 동종 범죄에 연루되어도 사건 기록을 참고할 수 있는 것.[4] 사실 피고인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진다고 해서 고소인에게 무고죄가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여론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오류[5] 왜 '대체로'이냐면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무혐의 중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서 실제로 가해한 사실인 게 밝혀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래의 정준영의 도촬 사건이나 김학의 성접대 사건이 있다.[6] 누군가가 용의자로 지목되었을 때, 인터넷상에서 아직은 혐의가 나지 않았으니 좀 더 지켜보고 신중하게 판단하자는 의견에 대해 '네 가족이 피해자였다고 생각해보라'는 등의 격정적인 반박이 붙는 경우가 많은데, 역으로 죄가 없음에도 용의자로 추궁받고 있는 사람이 당신의 가족, 혹은 '"당신 자신"'일 수 있음을 생각해보자. 용의자는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지 범죄자라는 뜻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