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2/63
1. 개요
2011년 출간된 스티븐 킹의 장편 소설.
시간여행자가 존 F. 케네디의 암살을 막는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제목의 11/22/63은 1963년 11월 22일로, 바로 케네디가 암살된 날.
언더 더 돔과 함께 스티븐 킹의 후기 걸작으로 데뷔 50주년을 바라보는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분량이나 재미 등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1년 로스엔젤레스 타임즈 최우수 미스테리/스릴러 상과 국제 스릴러 작가 최우수 소설상을 수상했다. 일본에서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014년 해외 부분 1위에 올랐다.
작품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가 되어 있는 글이니 참고하면 좋다.
2. 줄거리
얼마 전 이혼한 제이크 에핑은 대입 검정고시 준비반을 가르치는 교사다. 어느 날 제이크는 단골 음식점 주인인 앨 탬플턴[1] 에게서 이상한 제안을 받는다. 자신의 가게 창고에 1958년으로 거슬러 가는 '토끼굴'이 있는데[2] , 이곳으로 들어가 5년 후 1963년에 있을 존 F. 케네디의 암살을 막아달라는 것. 앨은 원래 본인이 과거로 가서 그 일을 맡으려 했지만, 과거에서 사는 동안 심각한 암에 걸려[3] 일을 끝내지 못하고 현재로 돌아와야 했던 것이다.
제이크도 케네디가 살았더라면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아졌을 거라는 앨의 말에는 동조하지만 제안이 워낙 중대해 망설인다. 그러나 다음날 앨은 끝내 자살하고 유서를 통해 다시 한 번 제이크에게 간곡하게 부탁한다. 결국 제이크는 앨이 만들어 준 조지 앰버슨이라는 가짜 신분을 갖고, 1963년 케네디의 암살을 막기 위해 과거 1958년으로 건너간다. 하지만 역사는 제이크를 막기 위해 (원래 역사대로 오스왈드가 케네디를 암살하도록) 보이지 않는 힘을 쓴다.
우선 제이크는 앨이 알려준 방법을 통해 여러 스포츠의 승패를 맞추는 도박을 하면서 5년간 활동할 자금을 번다. 그리고 리 하비 오즈월드의 일거수일투족을 계속 감시하면서 케네디의 암살을 막는 궁리를 하는 한편, 평소에는 정체를 숨기기 위해 학교 교사로 일한다. 그곳에서 제이크는 같은 학교 교사이며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혼경력이 있는 새디 던힐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다 새디의 전 남편이 새디를 찾아와 행패를 부려 새디는 얼굴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시대가 시대다 보니 수술을 했다 하더라도 큰 흉터가 남으면서 새디는 삶에 대한 의욕을 잃는다. 그러한 새디의 모습에 제이크 역시 케네디 암살 저지에 대한 의욕을 잃고 한동안 새디의 회복에만 전념한다. 새디가 점점 예전의 활기를 되찾고 케네디가 암살될 날도 점점 다가오면서 제이크는 새디에게 자신이 미래에서 케네디의 암살을 막기 위해 온 사람이라고 얘기하고 이에 새디 역시 제이크를 돕기로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케네디 암살될 날을 불과 며칠 앞두고, 활동 자금 마련을 위해 한 스포츠 도박 때문에 꼬리가 밟혀 과거 제이크와 스포츠 도박을 해서 돈을 뜯긴[4] 조직원들이 찾아와 린치를 가해 제이크는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된다.
2.1. 결말
대망의 1963년 11월 22일. 제이크는 아픈 몸을 이끌고 새디와 함께 오즈월드를 찾아나선다. 케네디의 암살이 그대로 일어나도록 온갖 보이지 않는 힘이 그런 제이크와 새디를 막지만, 둘은 우여곡절 끝에 오즈월드를 찾아 그를 저지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즈월드가 쏜 총에 맞아 새디가 죽고 만다. 제이크는 실의에 빠지지만 원래 목표였던 케네디 암살 저지는 성공한 셈이니 토끼굴을 건너 현대 시점으로 돌아온다. 제이크는 현재(케네디가 죽지 않은 채로 흘러온 2010년대)의 모습을 확인하고 1958년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참이었다. 연인인 새디를 살려내기 위해서.
그러나 그가 케네디를 살린 탓에 '''세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제이크의 기대와 달리 세계가 끔찍한 디스토피아로 전락해 버린 것. 결국 역사를 바꾸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은 제이크는 토끼굴을 건너 다시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시 1958년으로 온 제이크는 이번에는 케네디 암살을 비롯해 그동안 시간을 바꾸고자 했던 모든 일을 하지 않고 사랑했던 새디를 위한 일을 한다. 제이크는 새디의 주변 지인들에게 글을 남겨 새디의 전 남편에 대해 경고하려 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한다. 아무리 사랑하는 새디 일이라 하더라도 나비효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경고 내용을 쓴 엽서를 찢으며 그 동안 썼던 원고도 처분하고 다시 현대로 돌아온다. 그리하여 비록 전 남편의 행패는 똑같이 일어났지만, 다행히 새디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그동안 새디는 존 F. 케네디 암살 사건에서 큰 깨달음을 얻어 좀 더 적극적으로 세상에 나선다. 파국으로 끝난 첫 결혼 이후 재혼하지 않은 채 시장과 주의원을 지내면서 지역 발전에 힘썼고 이후로도 자선사업과 자원봉사에 일생을 바치며 일대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리고 제이크는 다시 교사로 일하던 중 우연히 그러한 삶을 살아온 새디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는 새디를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마침내 할머니가 된 새디와 재회하여 같이 스윙댄스를 추는 장면을 끝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3. 기타
애초에 킹은 1971년에 케네디 암살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려고 했지만, 암살 관련된 음모론과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별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했고 케네디가 암살된 지 얼마되지도 않은 시점이라 포기했다고 한다. 케네디 암살의 배후가 있는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킹은 케네디 암살과 관련된 막대한 자료를 수집·검토한 결과 리 하비 오즈월드의 단독범행이 확실하다고 결론내렸다.
케네디 생존 후 뒤바뀐 세계는 몇 페이지 안 되는 적은 분량이지만 이 부분은 킹이 케네디 생존 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썼는데, 전 세계적으로 지진이 잦아지는 것을 시작으로 말 그대로 충격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존슨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 건설이 일어나지 않아서[5] 인종 갈등으로 인한 폭동의 격화, 재선에 성공한 케네디가 베트남에 미 군사고문단 병력을 철수하고 금전적인 지원만 하면서 벌어진 베트남의 조기 패망. 그리고 미국의 휴전안[6] 을 거부한 북베트남에 대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촉발된 핵전쟁, 핵폭탄 테러, 계속되는 지각변동으로 미국에서는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되며 차이나 신드롬이 발생하고 이러한 미국의 쇠퇴는 인도-파키스탄 전쟁으로 인한 뭄바이 소멸, 이란 미 대사관 학살사건 등으로 혼란에 빠지게 되고 일본에서는 홋카이도를 비롯한 4개 섬이 가라앉는 등,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디스토피아로 전락한다. 특히 케네디 이후 미국 정치권 변동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이 부분은 역사학자이자 작가인 도리스 컨스 굿윈[7] 과 딕 굿윈[8] 부부의 조언을 토대로 썼다고.
다만 엄밀히 말해 세계가 디스토피아가 된 것은 케네디가 재선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케네디가 살아남자마자 세계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에서 보이듯 실제로는 제이크가 토끼굴을 드나들며 몇 차례나 바꾼 과거에 덧붙여 케네디 암살 저지라는 엄청난 변수가 과부하를 일으킨 끝에 현대의 시공간 자체에도 악영향을 끼친 것이 원인이다. 11/22/63의 세계에서 과거는 마치 바꿀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바꿀 수 없다. 다리를 절지 않아 베트남에서 죽게 된 해리 더닝과 로스엔젤레스 대지진의 경우에서 보이듯 이를 바꾸려는 시도는 일종의 초자연적 법칙에 의해 기존의 과거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11/22/63의 과거는 실질적인 의미에서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케네디가 재선된 후 베트남 전쟁을 더 격화시키고 핵무기까지 사용한다는 설정 때문에 민주당 지지 성향을 가진 독자들에게는 심한 혹평을 들었다.
출판 직전 킹의 아들 조 힐의 조언으로 현대로 돌아온 제이크와 호호할머니가 된 (그리고 아직도 미혼인) 새디가 재회하는 것으로 결말이 바뀌었다. 원래 스티븐 킹이 생각했던 결말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현대로 돌아온 제이크가 트래버 앤더슨 씨의 부인 새디 앤더슨 여사가 80세를 넘겼으며, 다섯 명의 아이와 열 한 명의 손자, 여섯 명의 증손자를 보았다는 기사를 읽는다는 내용.
스티븐 킹의 소설이 다 그렇듯, 이 소설 역시 다른 소설과 연관점이 존재한다. 소설 전반부에서 제이크가 시험삼아 1958년의 데리로 건너가는데, 시간대 상으로 그것의 과거 시점보다 약간 이후의 시간대다. 짧지만 리처드 토져와 비벌리 마쉬가 등장한다. 또한 '그것'을 상징하는 시의 급수탑 등 잠들어 있는 '그것'을 주인공이 느끼며 데리를 떠나기도 한다. 지나가면서 캐슬록도 언급된다.
시간여행과 평행세계를 다룬 작품이라 당연히 다크 타워 시리즈와 연계되어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아무런 언급이 없다. 평행세계에서 일종의 경찰 노릇을 하는 '노란 코트의 험악한 사내들'이 등장해 버리면 너무 이질적인 이야기가 되어 버리기 때문으로 추정. 다만 일종의 보안관 역할을 하는 조언자들로 '카드맨'들이 등장하는데, 그린 카드맨이었던 이들이 시공간의 틈새에서 점점 지쳐가 옐로 카드맨이 되어버린다.
스티븐 킹 작품 내에서 자주 마굴이 되는 메인 주는 여기에선 아예 캐나다 영토가 되어 버린다.
[1] 말도 안되게 싼 가격에 버거를 파는 음식점이라 다른 사람들은 쥐고기 취급을 하며 꺼려하는 곳이었는데, 알고보니 1958년의 가격으로 고기를 떼오기 때문에 싼거였다.[2] 과거에서 몇 년을 있다 돌아오든 현대에서는 반드시 2분만 지나며, 토끼굴에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면 처음 시점으로 돌아간다. 또한 이전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했던 일도 싸그리 리셋된다.[3] 폐암인데 병세가 대단히 심각하다. 뱉어낸 가래를 흡수하기 위해 생리대를 쓸 정도.[4] 근데 사실 제이크가 미래에서 스포츠 결과를 알아내고 와서 엄청나게 뜯은 거였다.[5] 원칙적으로 케네디가 사망하지 않았으니 존슨이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 살아있는 케네디는 보수파의 시위 도중 사망사건이 벌어져서 입지가 좁아졌고.[6] 남베트남 전역을 넘겨주는 댓가로 사이공 시는 베를린과 같은 자유구역으로 남기자고 했다.[7] 영화 링컨의 원작인 《권력의 조건》의 저자. 린든 B. 존슨의 부관을 지내기도 했다.[8] 존 F. 케네디 생전 때 부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