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월드 시리즈
1. 개요
1988년 10월 15일부터 20일까지 5차전으로 치뤄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월드 시리즈. 만화에서나 볼법한 극적인 1차전 승부, 그리고 단기전에서 한 명의 슈퍼에이스가 얼마나 위력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저스는 이후 우승까지 32년이 걸렸다.'''
2. 양 팀 상황
2.1. 1988년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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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의 안습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친 다저스는[1] 절치부심 팀을 제정비하기에 이른다. 당시 다저스 단장이었던 프레드 클레어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뉴욕 메츠의 3각 트레이드를 통해 유격수 알프레도 그리핀, 투수 제이 하웰과, 1986년 월드 시리즈에서 뉴욕 메츠의 우승 주역 중 하나였던 제시 오로스코를 영입하고 1987년 12월 15일에는 마이크 데이비스를 영입했다. 이어 1988년 1월 29일에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커크 깁슨[2] 을 영입, 공격력을 강화했다. 이들은 마이크 마셜, 존 셸비, 포수 마이크 소시아와 2루수 스티브 색스, 미키 해쳐 등의 기존 멤버들과 명품 에이스 오렐 허샤이저와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와 같은 거물급 선발진들이 포진한 다저스의 1988년 시즌을 열었다. 94승 67패로 신시내티 레즈에 7게임을 앞서 시즌을 마친 다저스는 그 해 100승 60패로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무려 15경기차로 제쳐버린 뉴욕 메츠와 내셔널리그챔피언 결정전을 치렀다[3] NLCS를 시작하기 전 많은 전문가들이 1986년 시즌 이후 괴력을 자랑하고 있던 뉴욕 메츠가 무난하게 4번째 월드시리즈를 진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다저스는 '''"그런거 강아지나 송아지한테 줘버리셈!"'''하면서 당시의 최강팀 메츠를 7차전의 접전끝에 제압하고 1981년 이후 7년만의 월드 시리즈 진출을 일궈냈다.
2.2. 1988년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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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토니 라루사감독이 이끌었던 애슬레틱스는 핵폭탄급의 방망이로 아메리칸리그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호세 칸세코, 마크 맥과이어가 3번과 4번을 책임지고 특급 소방수 '박완규급 갈기머리' 데니스 에커슬리가 주무기인 백도어성 슬라이더를 가지고 마침표를 마구 찍어내주시는 마운드는 상대편을 절망으로 몰아넣게 충분한 무시무시한 전력이었다. 이런 울트라 괴력을 발휘한 애슬레틱스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서 104승 58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면서 같은 지구 라이벌이었던 마리오가 놀러가는 구단을 무려 35.5경기차로 여유있게 따돌렸다. 그리고 이어진 동부지구 우승팀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ALCS에서도 깔끔하게 4연승 싹슬이로 보스턴을 제치고 월드 시리즈에 진출했다. 7차전까지 가는 대접전을 치른 다저스와 달리 체력을 아낀 것은 덤. 그래서 다수의 전문가들은 오클랜드의 우승을 예상하고 있었다.
3. 1988 월드 시리즈
3.1. 1차전 : 커크 깁슨의 역사적 끝내기 홈런
1차전에서 다저스는 팀 벨처[4] 를 등판시켰다. 본디 허샤이저가 등판해야 했었으나 이전 챔피언전 7차전에 등판했던 까닭에 벨처가 등판했던 것. 애슬레틱스는 에이스 데이브 스튜어트를 등판시켰다.
다저스는 1회말 몸에 맞는 공과 스튜어트의 보크로 이뤄진 무사 2루에서 미키 해처가 2점 홈런으로 먼저 선취점을 얻었다. 그러나 곧이은 2회초에서 글렌 허바드의 안타, 월트 와이스의 삼진아웃으로 된 1사 2루 상황에서 벨처의 고질적 제구력 난조로 인해 투수이자 다음 타음타자 스튜어트와 카니 랜스포드를 보낸 가운데 데이브 헨더슨에게 안타, 그리고 뒤이어 호세 칸세코의 대형 만루홈런으로 4:2가 된다. 다저스는 이에 6회말에 1점을 추가하며 4:3으로 점수차를 좁혔으나 이후로는 동점은 실패했다. 9회말, 애슬레틱스의 철벽 마무리 데니스 에커슬리가 올라와 마이크 소시아를 유격수 플라이, 제프 해밀턴을 삼진으로 처리하고, 마이크 데이비스가 몸에 맞는 공으로 나간 뒤 2루 도루에 성공하자 토미 라소다 감독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심정으로 커크 깁슨을 대타로 낸다. 당시 깁슨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주루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황인지라 모험이었는데......
'''깁슨은 투 스트라이크 쓰리볼의 카운트에서 우월 2점 홈런을 터뜨렸고 다저스는 5:4로 역전승을 일궈냈다.''''
깁슨의 끝내기 홈런, 햄스트링 부상때문에 깁슨이 절뚝거리며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Gibson...Swings, and a fly ball to deep right field! This is gonna be a home run! Unbelievable! A home run for Gibson! And the Dodgers have won the game, five to four; I don't believe...what I just saw!'''
'''(깁슨..잡아 당깁니다, 우측으로 큰 타구! 홈런 입니다! 엄청납니다! 깁슨의 홈런! 그리고 다저스가 5대 4로 승리합니다. 보고도 믿겨지지 않습니다!)'''
- 1차전 대타로 나온 커크 깁슨의 홈런 때 CBS 라디오 캐스터였던 잭 벅(Jack Buck)이 외친 중계장면-
빈 스컬리 버전 영상
당대 최고의 마무리였던 에커슬리를 무너트리며 얻은 극적인 역전승으로 다저스는 기세를 탔고 결국 시리즈 전체의 향방이 갈리게 된다.'''High fly ball into right field, she is... GONE!!'''
'''우익수쪽으로 날아가는 타구가.....넘어갔습니다!!'''
'''In a year that has been so ''improbable'', the ''impossible'' has happened!'''
'''일어날 성싶지 않은 일들이 많이 일어난 올해, 불가능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1984년작 야구영화 <내추럴>(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끝내기 홈런 장면과 합성된 영상도 있다.
3.2. 2차전
2차전에서 드디어 다저스의 에이스 허샤이저가 등판했다. 2회말 마이크 마셜[6] 의 석 점 홈런을 포함해 다저스가 대거 5득점했고, 그것으로 오클랜드는 사실상 이 날 경기를 내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9이닝 동안 불과 3개의 안타만을 내주며 완봉승, 덧붙여 타석에서도 2루타 1개와 안타 2개를 쳐내며 3안타로 원맨쇼를 벌였다. 덕분에 허샤이저는 1924년 월드 시리즈 이래 64년만에 한 경기 3안타를 쳐낸 월드시리즈 등판 투수가 됐다. 다저스는 오클랜드를 6:0으로 제압하고 기분좋게 2승을 챙긴 채로 적지로 향한다.
3.3. 3차전
3차전에서 오클랜드는 다저스 출신의 밥 웰치를 선발로 내세웠다. 다저스의 선발이었던 존 튜더는 2회말에 갑작스런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강판. 1-1로 팽팽하던 경기는 마크 맥과이어가 9회말 날린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2-1 오클랜드의 승리로 끝나게 됐다. 다저스는 뉴욕 메츠와의 NLCS에서 부정투구를 한 혐의로 2경기 출장 정지를 먹은 불펜의 핵 제이 하웰이 이 날 복귀했는데, 복귀하자마자 끝내기 홈런을 맞으며 팀의 기대를 저버렸다.
3차전 당시 오클랜드의 승리투수는 릭 허니컷이었는데, 그는 이후 다저스의 투수코치로 일하고 있다.
3.4. 4차전
1988년 시즌 다저스 타선의 특징이었던 스몰볼 을 잘 보여준 경기.[7] 양 팀 포수들의 수난이 많았던 경기이기도 한데 서로 사이좋게 포일을 기록하면서 한 점씩을 허용했던 것. 한점차 승부였음을 감안했을 때 오클랜드 입장에서는 이날 포수의 포일과 더불어 3회초 실점으로 이어진 월트 와이스의 송구실책이 못내 아쉬웠다. 덧붙여 한 점 차까지 추격한 7회말 만루 찬스에서 믿었던 마크 맥과이어가 내야플라이로 물러난 것도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
어쨌든 다저스가 4차전을 4대 3으로 승리함으로서 월드시리즈 우승에 한 경기만 남겨놓게 됐다.
3.5. 5차전
오렐 허샤이저가 등판했고 '''그렇게 오클랜드는 멸망한다.''' 9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9이닝을 불과 4피안타 2실점으로 막은 허샤이저의 다저스가 애슬레틱스를 5대 2로 제압하고 1981년에 이어 7년만에 월드 시리즈 우승을 만끽하게 된다.
4. 이모저모
- 이해 LA 레이커스가 NBA 우승팀이기도 했는데, 다저스의 우승과 함께 LA는 겹경사. 덧붙여 미국 스포츠 역사상 같은 도시를 연고지로 둔 NBA와 MLB 팀이 같은 해에 우승을 차지한 역대 최초의 해이기도 하다.
- 친정팀 복수전으로 유명해진 시리즈이기도 하다. 오클랜드의 마운드를 담당했던 데이브 스튜어트와 밥 웰치는 이전에 다저스 소속이었고. 1차전에서 활약한 마크 데이비스는 바로 전년도까지 오클랜드에서 선수로 뛰었었다.
- 월드 시리즈 프리게임과 포스트게임쇼를 진행했던 밥 코스타[9] 는 "1988년의 다저스는 아마도 월드시리즈 사상 최약의 타선을 보유한 팀이 아닌가 생각이듭니다."라고 발언했다가 다저스 팀의 공분을 샀다. 특히 다저스의 명장 토미 라소다감독은 4차전을 마치고 마브 알버트와 가진 포스트게임 인터뷰에서 " 월드시리즈 MVP는 밥 코스타씨가 받겠군요."라고 비아냥댔을 정도.
- 이 해는 메츠에게는 상당히 아쉬운 해이기도 했다. 1986년에 이어 100경기 승을 두번째로 기록한 해였으면서 가장 우승후보로 유력한 팀이었지만 다저스에게 무릎을 꿇었던 경기였다. 이 해를 끝으로 메츠는 더이상의 괴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하향세를 걷게 된다.
-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이 해와 이듬해인 1989년, 그리고 1990년까지 3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룬다. 다저스에게 4-1로 월드 시리즈를 내 준 애슬레틱스는 이듬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베이 시리즈 'Bay Series"를 4경기 싹슬이로 우승했다. 그러나 1990년 신시내티 레즈와의 시리즈에서는 1989년 때와는 반대로 오히려 싹슬이 패를 당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 1차전에서 허벅지 부상 때문에 나올 수 없었던 커크 깁슨을 기용했는데 놀라운 사실은 그 날 다저스에서 벤치멤버로 기용할 수 있는 선수 중 마지막으로 남은 선수였다.
- 커크 깁슨은 이미 전달받은 스카우팅 리포트를 통해 애슬레틱스의 에커슬리가 쓰리볼 투 스트라이크 카운트까지 가면 다음 구종을 백도어 슬라이더로 던진다는 정보를 얻어냈고 이것이 그대로 적중해 승리할 수 있었다.
- 다저스는 이 해 우승 이후 29년 동안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다가 29년만에 2017년 월드 시리즈에 진출했다.하지만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게 된다. 이듬해에도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보스턴 레드삭스에게 패배하면서 또다시 준우승에 머물게 되었다. 이로써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월드 시리즈 준우승을 기록한 구단이 되었다. 그리고 2년 뒤, 결국 2020년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32년만에 한을 푸는 데에 성공했다.
[1] 73승 89패로 당시 서부지구 1위였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17게임 모자랐다.[2] 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감독.[3] 1986년 때와는 반대로 꼴지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무려 35.5경기차로 발라버렸다. [4] 애너하임 에인절스 소속이었던 1999년 박찬호와 난투극을 벌였던 그 투수로 잘 알려져 있다.[5] 1986년 월드시리즈 6차전의 메츠 끝내기와 더불어 스컬리옹의 감정이 실린 멘트 중 하나였다.[6] 투수 마이크 마셜과 동명이인. 우익수와 1루수로 1981년부터 1991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 1981년과 1988년에는 다저스 소속으로 우승 반지를 획득.[7] 말이 좋아 스몰볼이지 타선이 약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담에도 나왔듯이 전문가가 역대 최악의 타선을 보유한 월드시리즈 진출 팀이라고 깠을 정도니...[8] 그런데 그 안타가 다 홈런이었다. 칸세코 - 1차전 만루홈런, 맥과이어 - 3차전 끝내기 홈런)[9] NBC-TV 소속의 스포츠 전문 캐스터이며 NFL 관련 프로중계는 물론 올림픽때마다 자주 뵐 수있는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