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월드 시리즈
1. 개요
1989년 10월 14일에서부터 28일까지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간의 월드시리즈. 'Battle of the Bay'라고 불려진 이웃도시 연고지 팀들간의 경기이면서 불청객으로 인해 더 유명해진 경기였다. MVP는 애슬레틱스의 투수였던 데이브 스튜어트가 선정되었다.
2. 양 팀 상황
2.1. 1989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1957년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 이전한 이후 1962년 월드 시리즈에 딱 한 번 진출했으나, 그 이후로 단 한번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낸 적이 없었다. 더욱이 같이 뉴욕에서 연고 이전을 한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우승 8회, 월드시리즈 우승 5회라는 기록을 세운 것에 비하면 너무나도 초라한 성적이었던 것이다. 자이언츠는 연고지 이전 이후 5년이 지난 1962년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를 갖는 경사를 누리기도 했으나 이 시리즈에서 마지막 7차전 9회말 1점차 2사 23루에서 윌리 맥코비가 2루수 라인드라이브로 물러나며 3승 4패로 패해, 눈물을 삼켜야했다.
1985년부터 자이언츠의 지휘봉을 잡은 로저 크레이그[1] 의 조련 아래 자이언츠는 강타자 윌 클락, 호타준족의 브렛 버틀러, 홈런타자 케빈 미첼과 더불어 릭 러셀, 스캇 가렐츠. 켈리 다운스의 선발진에 스티브 베드로시안이 마무리로 탁월한 역할을 해 준 덕분에 1989년 시즌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3경기 앞선 92승 72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NLCS에서 동부지구 대표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시카고 컵스를 5차전 4승 1패로 정리하고 27년만의 첫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뤄냈다.
2.2. 1989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전년도 월드 시리즈에서 패했던 울분을 올해는 반드시 풀고자 명장 토니 라루사의 지휘 아래, 'Man of Steal' 리키 헨더슨, '배시 브라더스' 호세 칸세코와 마크 맥과이어의 방망이가 건재하고, 원투펀치 데이브 스튜어트, 밥 웰치, 그리고 마무리 데니스 에커슬리가 애슬레틱스의 뒷문을 책임지고 있었다. 1980년대 말 절대강팀의 위용을 과시하며 정규시즌 99승 63패로 캔자스시티 로열스를 7경기로 따돌리고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를 차지, 동부지구 우승팀이었던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4승 1패로 떨궈내고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을 달성하게 된다.
3. 진행
3.1. 1차전
1차전에서 양팀은 에이스들인 데이브 스튜어트와 스콧 가렐츠를 각각 올렸다. 오클랜드는 2회말 데이브 헨더슨의 볼넷 출루와 테리 스타인박의 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든 상황에서 토니 필립스의 안타로 헨더슨이 홈인하고, 월트 와이스의 평범한 땅볼을 케네디의 포구 실책으로 스타인박이 홈인,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리키 헨더슨의 적시타로 스타인백이 홈인하여 3:0의 스코어를 만든다. 그 뒤, 애슬레틱스는 3회말에 데이브 파커가 솔로 홈런으로 4:0을 만든 후, 4회초에서 월트 와이스가 선두타자 홈런을 쳐 2점을 획득, 5:0의 최종 스코어로 오클랜드의 시리즈 1승을 먼저 거둔다.
3.2. 2차전
2차전에서 오클랜드는 마이크 무어를, 샌프란시스코는 릭 러셀을 등판시킨다. 오클랜드는 1회말 첫 공격에서 선두타자 리키 헨더슨이 볼넷으로 출루하고 2루 도루에 성공, 무사 2루를 만든 상황에서, 카니 랜스퍼드가 적시 2루타로 리키 헨더슨을 불러들여 1대 0으로 마수걸이 득점에 성공한다. 샌프란시스코는 3회초에 반격, 호세 우리베가 야수선택으로 출루한 상황에서 도루에 성공하고 브렛 버틀러의 안타로 홈인 점수 1:1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그러나 오클랜드는 그 다음 4회말에서 호세 칸세코가 주자로 있는 상황에서 데이브 파커가 홈런타성 2루타로 칸세코를 홈으로 불러들여 역전에 성공하고 데이브 헨더슨이 볼넷으로 출루한 가운데 다음 타자였던 맥과이어가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테리 스타인박이 3점 홈런을 터뜨려 4대 1로 역전에 성공한 뒤 추가점을 더올리고 애슬레틱스의 불펜진들이 자이언츠의 타선을 꽁꽁묶는 대활약을 펼쳐 5:1로 승리 시리즈 2승을 가져가고 옆동네인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 3차전을 준비한다.
그런데(...)
'''1989년 10월 17일, 3차전 경기를 30분 남겨놓은 상황에서 샌프란시스코에 불한당이 난입해서 3차전을 무기한 연기시켜버렸다.'''
3.3. 3차전
원래 예정이었던 10월 17일, 샌프란시스코에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열흘 후 속개된 경기에서 양팀은 1차전 선발을 그대로 투입했다. 오클랜드는 1회초에 2점, 4회초에 2점, 5회초에 4점, 6회초에 1점, 8회초에 4점, 총 13점을 득점해 2회말에 1점, 4회말에 2점, 9회말에 4점을 기록한 샌프란시스코를 13:7로 제압, 시리즈 3승을 올려, 월드시리즈 우승에 1승만을 남겨놓았다. 애슬레틱스는 데이브 헨더슨과 토니 필립스, 호세 칸세코 그리고 카니 랜스퍼드가, 자이언츠는 맷 윌리엄스와 빌 배이스가 각각 홈런을 기록했다.
3.4. 4차전
4차전에서 애슬레틱스는 마이크 무어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고 자이언츠는 돈 로빈슨을 올렸다. 오클랜드는 자이언츠의 선발 로빈슨을 초반부터 공략, 1회 1점 선취득점을 취득 후, 2회초에 또다시 3점을 획득하고 5회초 3점, 그리고 6회초와 8회초 각각 1점 도합 9점을 기록, 6회말에 2점, 7회말에 4점을 기록해 6득점만을 한 샌프란시스코를 9:6으로 제압하면서 15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맞았다.
4. 기타
- 1차전의 시구자는 마커스 지어마티로, 전임 내셔널리그 회장이자 1989년에 새로 제7대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총재)가 된 바트 지어마티(Bart Giamatti)[2] 의 아들이다. 지어마티는 취임한지 1년도 안되어 이 월드시리즈가 개최되기 전인 9월 1일 심장마비로 타계했는데, 그래서 1차전의 미국 국가는 위픈푸프스(Whiffenpoofs)라는 예일 대학교 아카펠라 중창단이 불렀다. 바트 지어마티의 모교이기도 하고, 또한 지어마티가 내셔널리그 회장을 맡기 전에 예일대 총장이었기 때문. 바로 아래 동영상에 나오는 3차전 프리게임 쇼에서 바트 지어마티가 쓴 시[3] 를 오프닝에 띄워 그를 기리기도 했다.
- 상술한 것과 같이 3차전은 1989년 10월 17일 서부시간으로 오후 5시 30분에 열릴 예정이었다. 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미 지상파 방송인 ABC-TV는 5시부터 프리게임 쇼를 진행, 1·2차전 하일라이트 묶음을 방송해 보내고 있었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화면이 검게 되는 방송사고가 일어났다. 수 초가 지난 후 캐스터였던 앨 마이클스(Al Michaels)[4] 가 "...만약 지금 제대로 방송이 나간다면 광고가 나갔겠네요. ...네 잘 들려요. 어떨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여러분, (이 상황은) TV 방송 역사상 최고(!)의 오프닝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며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그러고나선 "이거, 화면도 안 나가고 (모니터링 된 음성도) 들리지 않아 지금 방송 연결이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복구되는 대로 저희가 다시 돌아왔으면 합니다." 하며 캐스터의 음성과 함께 일체의 방송이 중단된다. 그리고 타 프로그램으로 방송이 전환되었다. 참고로 이 방송사고는 방송 역사상 최초의 대지진 실황 중계였다!
경기가 취소된 이후, 애슬래틱스의 선수들은 귀가조치가 내려졌는데, 오클랜드와 샌프란시스코를 연결하는 베이 브릿지의 일부 구간이 붕괴되는 바람에 산호세 쪽으로 둘러가는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어 시간이 더 걸렸다. 한편, 일화로 당시 귀가 중이던 호세 칸세코가 셀프 주유소에 주유를 위해 차를 멈추고 칸세코의 아내가 당시 주유한 장면이 잡히자 무개념 남편이라는 욕을 먹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칸세코의 아내가 자신이 하겠다고 해 주유한 것이라고 한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몰려 혼란이 생길 것을 우려한 아내의 배려였다고.
지진이 일어난 이후의 당시 경기장 분위기를 전하는 뉴스방송 2분 9초부터 지진을 겪은 선수들과 가족들의 반응이 나오는데 애슬레틱스의 포수였던 테리 스타인박이 자신의 아내를 다독이는 장면이 2분 20초에 잡혔다.
지진이 일어난 이후의 당시 경기장 분위기를 전하는 뉴스방송 2분 9초부터 지진을 겪은 선수들과 가족들의 반응이 나오는데 애슬레틱스의 포수였던 테리 스타인박이 자신의 아내를 다독이는 장면이 2분 20초에 잡혔다.
- 천재지변으로 3차전의 스케줄에도 변화가 생겼는데, 본래 3차전 선발로 애슬레틱스는 밥 웰치를 내세울 계획이었으나 지진으로 인해 변경되었다. 자이언츠도 호세 유리베가 맡던 유격수 자리를 맷 윌리엄스가 맡고 윌리엄스의 본 포지션인 3루수는 켄 오버펠이 맡았다. 아울러 월드 시리즈 단일 경기 한 팀 최다 홈런{5개} 타이 기록을 세웠다. 이는 1928년 월드 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가 4차전에서 세운 기록과 같았다.
- 4차전은 1993 시즌 이전까지 월드 시리즈가 10월 말 경에 종료된 최근 시리즈이기도 했다. 뭔 얘기인고 하니,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10월 말 경에 종료가 되는 경우가 드물어서였다. 1989년 월드 시리즈 이전에 10월 말 경에 끝난 월드 시리즈는 선수노조 파업 이후 시즌이 재개됐던 1981년 월드 시리즈로 1981년 10월 27일에 끝났다. 이후 와일드카드와 3개 지구제로 개편한 1995 시즌부터 월드 시리즈는 10월 말에 종료되는 것이 관례가 됐다.
- 보통같으면 시리즈가 끝나고 샴페인 자축을 하겠지만, 오클랜드는 샌프란시스코 지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차원에서 샴페인 자축을 하지 않기로 한다.
- 이 시리즈 이후에 자이언츠는 홀수해에 월드 시리즈는 물론 NLCS에 올라가지 못했다. 그래도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계속 강팀으로 자리잡았고, 2002년 월드 시리즈에 진출해 명승부를 만들기도 했다. 결국 2010년대 들어 자이언츠는 2010년 이후 짝수해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1] 스플릿핑거 패스트볼을 개발한 인물이기도 하다.[2] 이 사람이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로 재임하던 시절 피트 로즈의 도박 사건이 터졌고, 결국 로즈는 영구제명당했다. 그리고 이 사람은 1986년 월드 시리즈 당시 명승부로 기록된 6차전에서 메츠의 승리로 끝난 후 경기장을 나오면서 빌 버크너를 기용했던 보스턴 감독 존 맥나마라 욕을 했었던 바로 그 분이었다(...) [3] 지어마티는 영국 르네상스 시대 문학 교수이기도 했다.[4] 당시 ABC의 간판 스포츠캐스터이자 미식축구 해설자 존 매든과 함께 진행한 먼데이 나잇 풋볼의 캐스터로 유명한 그 분 맞다. 2006년 NBC가 선데이 나잇 풋볼 중계권을 획득하면서 ABC와의 빅딜이 이뤄지는데, 존 매든과 앨 마이클스를 NBC로 이동하게 된다. 현재는 선데이 나잇 풋볼의 캐스터로 활약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