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AFC 아시안컵/8강
2011년 AFC 아시안컵의 8강 토너먼트에 대해 정리하는 페이지.
경기 시간은 한국 시간에 맞춰 설명한다.
1. 8강
1.1. 1경기 : 일본 3 vs 2 카타르
조별예선 시리아전에 이은 일본 극장의 후속편. 개최국의 이점을 잔뜩 업고 일방적인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 카타르는 객관적인 전력상 열세에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다.
전반 13분, 일본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완전히 무너트린 공간패스가 그대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공간패스를 받은 카타르의 세바스티안이 그대로 우측면을 치고 들어가 골문으로 쇄도해 슈팅했다. 가와시마 GK가 나오며 각도를 잘 좁히고 선방할 뻔 했으나 슈팅이 워낙 세서 손에 맞고 그대로 굴절되어 골문으로 들어갔다.
초반에 당황해하던 일본도 곧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을 시작했다. 몇 차례 좋은 슈팅을 날린 일본은 곧 전반 29분, 정밀한 패스게임을 통해 뒷공간을 만들어내고 오카자키가 GK 몸을 넘기는 로빙슛을 때렸고, 카타르 수비수가 걷어내기 직전에 가가와 신지가 헤딩으로 밀어넣으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일본의 악몽은 후반 18분에 찾아왔다. 주전 수비수 요시다가 패널티 에리어 바로 바깥 지점에서 고의적 태클로 경고를 받았는데 이미 경고 1장이 있는 상황이어서 바로 퇴장 명령. 거기다 그로 인한 프리킥 찬스에서 카타르의 파비오 세자르가 어려운 각도에서의 프리킥을 바로 슈팅으로 직결시키며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가와시마 GK도 전혀 예측 못해 당황한 나머지 골문 안에서 공을 막아내는 모습이 나왔다.
이 골로 일본은 숫적 열세에 1점 뒤지고 있다는 압박감까지 받기 시작했다. 카타르 선수들과 홈팬들은 열광하며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방심은 화를 부르는 법. 혼다의 패스와 카타르 수비수의 미숙한 볼처리를 잽싸게 기회로 만들어낸 가가와 신지가 불과 8분만에 동점골을 만들어내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이후 카타르는 숫적 우세를 믿고 악착같이 공격했으나 늘 마무리가 부족했고, 반대로 일본은 탄탄탄 수비 조직력을 앞세우며 이를 막아내고 간간히 역습까지 했다. 결국 일본의 저력은 후반 44분, 다들 연장전으로 가는구나 하고 생각하는 무렵에 터져나왔다. 단 한 번의 땅볼 긴패스가 그대로 가가와 신지에 연결되었고, 수비수와 GK까지 다 제친 후 넘어졌으나 옆에서 쇄도하던 이노하가 빈 골대에 가볍게 차 넣었다.
카타르는 이길 수 있는 경기를 결국 방심으로 놓쳤다.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밀어붙이다가 늘 패배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 셈. 반대로 일본은 월드컵 16강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며 4강에 제1착[1] 하였다. 그러나 수비수 요시다의 퇴장이 불안 요소.
그리고 8년 뒤, '''카타르는 이 패배를 2019년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제대로 복수해준다.'''
1.2. 2경기 : 우즈베키스탄 2 vs 1 요르단
중앙아시아 축구의 전통적 강호이자 아시아의 다크호스 우즈베키스탄, 아시안컵 본선에서 무패행진 중인 요르단[2] 이 각각 자국의 첫 아시안컵 4강을 놓고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전반전은 치열한 공방이 벌여진 가운데 전반 36분 우즈베키스탄의 투르수노프 선수가 잘 찔러준 패스를 받고 골문으로 쇄도했고 이를 요르단의 주장 바샤르 바니 야센 선수가 태클로 막았는데 투르수노프 선수가 넘어지면서 무릎으로 바니 야센 선수 입을 강타해서 바니 야센 선수 앞니가 부러졌다. 이 밖에도 양팀 서로 결정적 찬스가 몇번 있었는데 전반 23분 요르단 골키퍼가 쳐낸 공을 게인리흐가 기습적인 중거리 슛을 찼으나 골키퍼가 잘 막아냈고 곧 이어 27분 요르단의 압둘라 하림이 왼발로 찬 프리킥을 우즈벡 골키퍼가 간신히 막아냈다.
이외엔 양팀 다 단조로운 공격을 보여줬으나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이 경기 첫 골이 터졌다. 후반 2분, 먼 거리의 프리킥 크로스를 바카예프가 요르단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기습적으로 무너트리며 멋진 점프 헤딩으로 선취득점을 올렸다. 후반 4분에는 좌측에서의 땅볼 크로스를 역시 바카예프가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바로 연결,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연속실점에 순식간으로 멘탈이 무너지는 다른 중동팀들과 달리, 요르단은 바로 전열을 가다듬고 만회골에 최선을 다했고, 후반 13분 코너킥 찬스에서 헤딩슟을 GK가 쳐낸 것을 바로 바니 야센이 이삭줍기하며 1점을 만회했다.
후반 18분에도 요르단의 하림이 강한 땅볼 슈팅을 때렸으나 우즈벡 GK가 선방해냈고, 39분 디브의 슈팅은 약간 골문 위로 벗어나 버렸다. 우즈벡도 침대축구를 시전하거나 일방적인 수비만 하는게 아니라 맞불공세를 펼치며 여러 차례 요르단의 골문을 위협했으나 역시 요르단 수비와 GK 앞에 다 막혔다.
결국 양팀은 추가득점 없이 경기를 끝냈고, 우즈베키스탄의 승리로 그동안 조별 리그나 8강전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우즈베키스탄은 아시안컵 첫 4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1.3. 3경기 : 호주 1 vs 0 이라크 (a.e.t.)
이렇게 단조로운 경기는 이번 대회 이래 처음이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참 지루했던 경기. 그렇다고 양팀이 남아공 월드컵 16강전 일본 vs 파라과이처럼 우주방어만 했냐면 그것도 아니고 열심히 공격을 했는데도 그랬다.
호주는 전반전부터 연장 후반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공격이 우월한 체격과 신장을 바탕으로 한 제공권 장악과 헤딩 연결이었다. 다른 공격수단은 거의 찾아보지도 않고 우직하게 저것만 했다. 해리 큐얼과 팀 케이힐이 최전방에 버티며 양측 사이드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계속해서 헤딩으로 연결시켰으나, 이 모든 슈팅은 너무 뻔해서 GK에 정직하게 날아가거나 높이 뜨기 일쑤였다.
이라크도 별로 다를 바 없었다. 체격에서 밀리는 이라크는 일찌감치 크로스 연결은 포기하고, 공간패스와 침투에 의한 오프사이드 트랩 무력화 + 간간히 터지는 중거리 슈팅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기회는 거의 만들지 못했고, 후반 10분 결정적인 1:1 찬스에서 에마드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아주 살짝 빗나가는 게 득점에 가장 근접했던 상황이었다.
이런 양상은 연장전까지 계속 되었고 양측의 골문은 매우 두터웠다. 그렇게 다들 승부차기를 생각하고 있던 연장 후반 13분. 거의 중앙선에 가까운 좌측 사이드에서 올라온 롱크로스를 해리 큐얼이 달려들며 헤딩으로 연결시켰다. 갑작스레 날아온 크로스에 수비수들도 GK도 미처 대응하지 못했고, GK가 뒤늦게 몸을 날려봤지만 이미 공은 골망을 뒤흔든 후였다.
1.4. 4경기 : 이란 0 vs 1 대한민국 (a.e.t.)
'''한국 : ㅅㅂ 또 이란이냐 / 이란 : ㅅㅂ 또 한국이냐'''
같은 대회 8강에서 5회 연속으로 대결 하게 된 양팀의 물러설 수 없는 승부였다. 상대인 이란은 한국 대표팀 코칭스태프였던 고트비 감독이 지휘하고 있어서 누구보다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시차도 없어서 여러모로 유리했으나 예선에서의 경기력은 생각보다 떨어졌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그 예측대로, 전반전 45분 내내 한국은 이란을 상대로 원코트 게임을 벌이는 위엄을 달성했다. 톱니바퀴같은 조직력과 정밀한 패스게임, 절묘한 공간침투와 다방면에 걸친 공격루트 활용에 날카로운 슛까지. 차두리는 혼자 수비수 5명을 돌파하는 위엄을 보여주었고, 지동원의 전반 막바지 감아차는 슈팅은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전반전 내내 한국의 실점 위기는 자칫 자책골로 연결될뻔한 지동원의 헤딩 슈팅(…)을 정성룡이 쳐낸 게 전부.[3]
그러나 그런 일방적인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득점에 실패했고, 이는 후반전 들어 악재로 작용했다.[4] 후반 15분경을 기점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이던 한국은 체력적 저하가 현저하게 나타났고, 이란은 그동안 아껴둔 체력을 모조리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그러나 이란의 공격작업 역시 그다지 좋다고 할만한 것은 못되었고, 몇 차례 실점 위기가 있었으나 슈팅이 대기권으로 날아가거나 골문 옆 멀찌감치 빗나가기 일쑤였다.
결국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양팀 모두 체력이 바닥날 대로 바닥난 상태에서 교체카드가 마지막 승부수였고 그것이 운명을 결정지었다. 연장 전반 15분, 교체 투입된 윤빛가람이 패널티 에어리어 우측에서 볼을 잡은 후 마음놓고 때린 왼발 슈팅이 그대로 이란 골망을 흔들었다. 이란 GK가 몸을 날리며 손을 뻗쳤으나 역부족. 이란 수비수들의 체력 부족으로 투입된지 얼마 안 된 윤빛가람을 제대로 마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후 연장 후반 15분 동안 이란은 없는 체력을 쥐어짜내며 악착같이 뛰어다녔으나 한국은 남은 교체카드를 적절히 써가며 시간을 잘 벌고 악착같이 우주방어로 버티면서도 가끔 가다 역습까지 해주며 시간활용을 잘 하는 것으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이로서 96년 대회 이래 패-승-패-승을 거듭하여 이번에는 패배 차례였던 징크스를 날린 대표팀[5] 은 4강에서 일본을 만나게 되었다. 연장전까지 치른 탓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기에, 이를 빨리 해소하는 것이 4강전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다.
한편, 서아시아(WAFF) 대 非서아시아의 구도로 된 이번 대회의 8강전에서 카타르, 요르단, 이라크에 이어 이란까지 4강 진출이 좌절되면서 토너먼트제가 실시된 5회 1972년 대회 이래 아시안컵 사상 최초로 서아시아 국가들이 4강에 한 팀도 못 올리고 올킬당하는 기록이 나왔다. 그것도 자기네들 지역에서 개최한 대회에서... 그동안 서아시아 국가들은 2004년 중국 대회 일본-중국 결승전을 제외하고는 결승전에 항상 한팀 이상을 진출시켜 왔었기에 이번 기록이 더 엄청난 셈. 여담으로 현재까지 한국이 이란을 이긴경기는 이 경기가 마지막이다.
[1] 일본-카타르전은 4강전 2경기로 정해져 있으나 경기 시간은 1경기보다 더 빨랐다. 이 때문에 토너먼트 대진표에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2] 2004년 아시안컵이 첫 진출이었고 당시 1승 2무로 8강에 진출 후 일본에 승부차기로 패했고 이번이 두번째 진출로 2승1무로 토너먼트에 진출했으니 공식기록상으로 3승 4무 무패이다.[3] 김병지는 칼럼에서 지동원이 볼을 건드려 줘서 정성룡이 공을 잡기 쉬웠다고 하였다. 후배를 사랑해서 쉴드를 쳐 준 것인지 전문가의 의견인지는 알 수 없다.[4] 지나치게 완벽한 찬스에 집착하느라 이타적(...)인 플레이가 계속해서 나왔다. 슛할 수 있는 찬스에서 패스가 수도 없이 튀어나왔다. 특히 이청용과 박지성의 연계 플레이는 두고두고 아까울 정도. 듀어든은 아스날처럼 아름다운 축구에만 매몰된 것이 아닌가 하였다.[5] 재밌게도 90분 정규시간 내에 끝난 경기는 이란이 1996년 6-2, 2004년 4-3으로 승리했고 여차저차 연장까지 끌고간 3경기는 모두 한국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