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S
1. 개요
운동에너지 회수 시스템(Kinetic Energy Recovery System)의 약자로 간단히 말해 여기저기서 손실되는 운동에너지를 회수하여 재사용 할 수 있게 해 주는 장치다.
거의 대부분의 전기자동차에 장착되며, KERS가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1회 충전에 의한 항속거리의 차이가 무지막지하게 나게된다.[1]
2. 에너지 회수방법
KERS의 에너지 회수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2.1. 기계식
간단히 말하자면 기계적인 부품에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으로, 어렸을적에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중 뒤로 당기면 앞으로 나아가는 자동차 장난감을 생각해보면 쉽다.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동작할 때 잃어버리는 에너지를 플라이휠(flywheel)에 저장하였다가 필요할 때 연결하여 꺼내 쓰는 방식이다. 초기형은 구조가 복잡하고 무게도 많이 나갔지만 개발에 개발을 거듭한 끝에 크기도 작아지고 무게도 많이 줄어든 듯 하나, 어차피 기계식이라는게 무거운 플라이휠을 고속으로 회전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정 무게 이하의 경량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 기계식 방식이 플라이휠의 질량관성 모멘트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질량관성 모멘트가 줄어들면, 즉 경량화되면 플라이휠을 돌리는 건 쉬워지지만 그만큼 에너지의 축적량이 줄어들고 에너지를 많이 축적하려면 질량이 늘어나 차량의 운동성능을 해친다.
요약하면 KERS 성능을 위해 플라이휠의 질량을 늘리면 차가 잘 안나가고 질량을 줄이면 KERS의 성능이 나오지 않는 기술적 모순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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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KERS의 구조.
보시다시피 플라이휠이 크고 아름답다.
2.2. 발전기식
브레이크를 통한 제동시 잃어버리는 에너지를 발전기를 이용해 회수, 배터리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구조가 비교적 간단하고 그렇기 때문에 설치하기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차체에 정전기가 쌓여 접촉한 사람을 감전시킬 위험이 있다.
따로 기계식을 장착할 필요가 없는 전기자동차에서 사용하며,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도 사실상 기본으로 장착된다. BMW가 자사의 자동차에 발전기 형식의 KERS를 장착할 계획을 세웠었다. 2014년형 3시리즈부터 EfficientDynamics라는 시스템에 적용하여 제동시 일부 운동에너지로 발전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하고, 정지시 시동을 꺼서 연료를 아끼다가 재출발시 저장해놓은 전기로 다시 시동을 거는 방식으로 연료 및 배기가스를 줄이는 용도로 사용 중이다. 회생제동 에너지를 충분히 저장하기 위해 고용량 배터리를 함께 적용한다.
http://youtu.be/R-A6ZcenX7s
발전기 형식의 KERS 구조영상
3. 포뮬러 1에서의 KERS
포뮬러 1에서는 발전기 타입의 KERS를 도입하고 있다.[2] 친환경적인 기술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되던 시점에서 당시 FIA의 회장이었던 막스 모슬리의 정책에 따라 2009년 부터 F1에서 장착하도록 규정되어 많은 개발이 이루어졌다. 첫 시즌에는 차체 규정의 문제로 인해 시망이었으나 이후 KERS 장착이 용이하게 기술 규정이 완화되면서 대부분의 팀의 기본 장비가 되었다. 다만 현 F1(FOM)의 수장인 버니 에클레스턴은 KERS를 도입하던 시점부터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는 듯.[3]
많은 사람들이 브레이킹 할 때 발생하는 '열'을 축적했다가 사용하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브레이킹 할 때에 발생하는 열은 결과물에 불과하다. 즉슨 차량의 운동에너지를 브레이크의 마찰열로 변환하여 잡아세우는, 더 쉽게 설명하자면 차량의 운동에너지를 전부 열로 태워버리는 것이다. KERS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열로 태워 갖다 버렸을 피같은 운동에너지를 어떻게든 저장해놨다가 재활용하는데에 그 목적이 있다.
1랩당 400KJ의 에너지를 완충 상태에서 6.7초간 사용 가능하다. 주행 중 브레이킹을 통해 KERS를 작동시키기 위한 에너지를 회수하게 되며 이렇게 회수된 에너지는 스타트 라인을 통과할 때 재충전되는데 전 랩에서 남은 에너지가 더해지진 않는다. 총 에너지를 10이라고 가정하면 전 랩에서 전부 쓰건 2를 남기건 무조건 10으로 채워진다는 의미.
순간적인 가속이라는 KERS를 제바스티안 페텔 선수가 친절히 설명해준다. 1분 20초 부터는 DRS 시스템의 설명.
3.1. KERS의 장단점
F1에 사용된 KERS의 경우 약 160마력정도의 출력을 낼 수 있다고 하며, 이건 결코 작은 출력이 아니다. 당장 힘 좋은 포터가 145마력이다.[4] KERS를 사용하면 랩타임을 무려 0.3~0.4 초 줄일 수 있으며 얼핏 얼마 줄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50랩 이상을 도는 F1의 특성상 전체로 따지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치다.
그 외에도 정지 → 출발 시 KERS로 모아둔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엔진의 무리를 덜고 빠른 출발 및 연료절감의 효과도 얻을 수 있으며 코너를 탈출한 직후 가속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또한 사용 조건과 구간이 정해진 DRS와는 달리 비가 오는 경우를 포함한 모든 상황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있다.
KERS로 인한 단점은 에너지의 충전량에 따른 브레이크 성능의 변화다. KERS를 전부 사용했거나 과충전된 경우 브레이크 성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적정량의 에너지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경기 도중 드물게 KERS가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직선구간에서 금방 눈에 띄이기 때문에 순위경쟁에서 먹잇감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
3.2. F1 데뷔 그리고 실패
위와 같은 장점에 대한 기대를 갖고 2009시즌 드디어 F1에서 도입을 결정했고 페라리, 맥라렌, BMW등이 야심차게 KERS를 개발, 도입했지만 결과는 시원하게 망했다. 실패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한 마디로 요약하면 무겁고 거추장스러웠다. 구조적으로 따로 달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는 하이브리드 자동차[5] 나 전기 자동차[6] 는 장착에 따른 별다른 패널티가 없으므로 아무 문제 없지만 포뮬러 카에 KERS를 장착한 결과 무게가 대폭증가[7] 했고 그로 인해 무게중심이 변화, 차량 운동성에도 영향을 끼쳤다. 또한 이렇게 무거운 장비를 장착하게 했음에도 차체 중량에 관한 규정을 개선하지 않아 KERS를 도입하는 팀에 있어서 큰 부담이 되었다. 결정적인 문제는 부족한 최대 허용 출력이었는데 늘어난 무게를 상쇄할 정도의 출력을 뽑아내지 못하니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볼 수 있었다.
결국 야심차게 KERS를 장착한 팀들은 시원하게 시즌을 말아먹었고 대신 에어로다이나믹(특히 디퓨저) 쪽에 집중 투자한 브라운 GP와 레드불같은 팀이 득세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전 시즌 3위에서 6위로 쫄딱 망한 BMW는 아예 09시즌 후 F1에서 철수해버렸다. 결국 개발비는 개발비대로 잡아먹고 효과는 효과대로 못 얻었다는 평과 함께 2010년에는 규정상 KERS가 사용 가능함에도 컨스트럭터간 합의로 KERS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 사실상 퇴출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3.3. F1 2011시즌, KERS의 복귀
컨스트럭터간 합의에 의해 2010시즌 사장되었지만, F1을 주관하는 FIA의 입장에서는 어쨌거나 친환경적이고 하이브리드나 전기자동차의 핵심 기술이 될 KERS를 포기할 수 없었고, KERS의 무게로 인한 페널티를 감소시켜 주기 위해 차체 기본 중량을 늘리는 등 머신 규정을 KERS에 유리하도록 변경하여 KERS 장착을 유도했다. 컨스트럭터들도 이러한 움직임을 모를 리는 없었기에 KERS 사용을 하진 않더라도 꾸준히 개발을 해오고 있었고, 결국 2011시즌 하위 신생 3팀을 제외한 모든 팀이 KERS를 다시 가지고 나오게 된다. 09시즌의 혹평을 딛고 현재는 DRS와 더불어 기본 장비로 맹활약 중. 2012시즌 부터는 하위팀 중 일부 또한 기술 협력을 통해 KERS를 도입하고 있으며. 2013년 부터는 모든 팀이 KERS를 기본장착하게 된다.
3.4. F1 2014시즌, ERS의 탄생
2014시즌부턴 1.6L V6 터보엔진이 달림으로서, ERS (Energy Recovery System)이 달리게 된다. ERS는 KERS에 추가로 터보에서 나오는 열도 회수하게 되어 160마력[8] 을 낸다. 심지어 ERS는 약 33초동안 (!!) 작동이 가능하다.[9]
4. 포뮬러 E에서 KERS
전기차 싸움인만큼 필수 장착돼서 나온다. 허나 KERS가 상시 발동되는건 아닌데, 포뮬러 E의 시스템중 하나인 '팬 부스트(Fan Boost)'를 통해 발동된다. 지극히 간단한 시스템인데, 경기를 보러온 관중들이나 팬들이 선수들에게 인기투표를 실시해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은 선수가 부스터처럼 발동이 가능하다.
5. KERS의 미래
앞으로 대세가 될 하이브리드나 전기자동차의 영역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버려지는 에너지를 재사용함으로써 그 효율이 엄청나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F1의 기술을 양산차량에 접목시키는 페라리가 이것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카[10] 를 개발중이며 2010년에 F1에서 철수했던 BMW도 쓰던 기술을 그냥 버리긴 아까웠는지 2011년형 BMW M5에 이 기술을 적용하여 연료 효율을 30% 향상시켰다고 한다. 국내제조사에서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회생제동장치라는 이름으로 장착되어 있다.
F1에서는 2014시즌 부터 자연흡기 V8엔진에서 터보 V6엔진으로 변경되는데 이에 따른 출력 감소가 우려되자 기존의 KERS 이상의 성능이 요구되어 기존의 운동에너지 뿐만 아니라 엔진 및 배기열 등의 열을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는 ERS(Energy Recovery System)를 도입했으며 4000KJ의 에너지에 160마력, 사용시간은 33초로 늘어났다.
ERS는 KERS와 동일하게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주는 장치이며 다만 KERS에 비해 보다 발전용량등이 증가한 것이지 열에너지를 변환하는 황당한 장치가 아니다.
흔히 MGU-H 때문에 열에너지를 회수하는 장치라고 착각을 하는데 MGU-H는 터빈의 회전력으로 발전을 하고 회전력이 떨어지면 터빈을 돌려주는 장치일 뿐이다. 열에너지를 회수하여 사용할만큼의 소재 개발이 안되어 실현 불가능 하다.
포르쉐에서 나온 918 RSR 컨셉은 조수석 자리에 KERS 장치를 배치하여 브레이킹시에 플라이휠을 돌리고 가속시 두개의 전기모터를 돌려서 그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하였다. [11][12]
[1] 내리막길과 같이 모터를 굴리지 않고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때, 모터를 발전기로 작동시키면 발전에 의한 저항으로 속도를 줄이면서도 배터리를 충전시킬 수 있기 때문. 비슷하게 제동을 할 때도 모터를 발전기로 전환하여 발전 저항으로 속도를 줄이는 경우도 있다. 모터 방식의 RC카가 제동하는 방식과 완전히 같진 않지만 비슷하다.[2] 때문에 KERS를 도입한 포뮬러 카에는 고압 전기 스티커가 눈에 띄게 붙어있다.[3] FIA는 F1을 포함한 모터스포츠 전반을 관리하는 조직이며, FOM은 F1의 운영을 담당한다.[4] 다만 이쪽은 마력보단 토크빨이긴 하다.[5] 내연기관과 모터(겸 발전기)가 같이 붙어있는 형태. 회로만 바꿔주면 그냥 KERS로 전환되므로 따로 장치를 달 필요가 없다.[6] 역시 구조적으로 따로 뭘 달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회로만 바꿔주면 모터가 발전기로 전환되어 동작하므로 오히려 KERS를 의무장착(?)하는 추세.[7] 약 60kg. 사람 한명 탄 것과 같다. 일반 상용차와 달리 경량화가 중요한 모터스포츠에선 가볍다고 볼 순 없는 무게.[8] KERS는 약 80마력을 만들어냈다,[9] KERS는 약 8초 정도 작동이 가능했다.[10] 미국 정부에서 연비가 나쁜차량들을 퇴출시킬거라고 하는 바람에 페라리의 주요 시장인 북미지역을 위해 개발. 2013년에 페라리의 첫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하는 라 페라리가 완성되었다.[11] A close look at Porsche’s 918 RSR[12] Porsche 918 RSR hybrid concept car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