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임
1. 개요
계모임은 민족 전통의 풍속인 계(契)를 하기 위한 모임이지만, 현대에는 의미가 변질되어 계모임에서 돈을 모아 주고받는 사금융을 의미하는 경우가 더 많다.
2. 계모임의 원리
계원들이 돈을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매달 한 사람에게 몰아준다. 예를 들어 총원이 30명에 곗돈이 10만원인 계모임이 있다면, A를 제외한 나머지 29명이 각각 10만원씩을 거출해 첫번째 달에는 A에게 모두 준다.[1] 그러면 A는 290만원을 가진다. 두번째 달에는 또 B를 제외한 나머지 29명이 B에게 각각 10만원+α를 준다.[2] 이걸 계속 이어나가면서 곗돈을 굴리는 것. 뒤로 갈수록 이자를 얹어 주기 때문에 제일 마지막에 곗돈을 타는 사람은 은행 이자율보다 높은 이자를 벌 수 있다. 반대로 처음 곗돈을 타는 사람은 계원*회비보다 적은 돈을 갖게된다. 그 이유는 초반에 목돈을 얻을 수 있는 유리한 위치이기 때문이다.[3]
3. 이점
먼저 타는 사람은 손쉽게 목돈을 손에 쥘 수 있고, 나중에 타는 사람은 높은 금리를 얻을 수 있다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시스템. 자기 차례가 되면 목돈이 생기기 때문에 계모임을 흔하게 경험했던 50대 이상 장년층은 횡재했을 때 계탔다는 말을 쓰기도 한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경우 특정 시점에 현금 융통이 원활하지 않다면 큰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럴 때 요긴하게 사용하는 제도이다. 제대로만 돌아간다면 급전이 필요한 사람과 돈 굴릴 데가 없는 사람 모두 윈윈할 수 있다.
목돈 마련 목적 이외에도 이웃사촌간에 결속력을 높여주는 도구로도 사용되는데,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는 돈이 계모임에 묶여있기 때문에 공동체에 반하는 행동이나 무례한 짓을 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계모임에 들어가있으면 어찌되었든 한 달에 한 번은 서로 얼굴을 보기 때문에 친목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한다.
4. 위험성
세상일이 그렇게 잘 돌아가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견물생심이라, 목돈이 눈 앞에서 왔다갔다 하다보면 사고가 터지기도 쉬운 법. 계주(계모임을 관리하는 사람)나 나쁜 마음 먹은 사람이 돈 관리한 걸 들고 도망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가장 흔한 경우로는 빠른 순번으로 돈을 받은 사람이 돈만 받고 그냥 튀는 경우.
교통이 발달하고 풍속이 각박해지면서 과거보다는 확실히 계모임 풍속이 많이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 곳곳에 친목계가 존재하며, 강남에서는 수백억원대의 계모임도 존재한다고 한다. 종종 강남의 수백억대 계가 깨지면서 뉴스거리가 되기도 한다.
과거에 비해서는 그 위험성이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전자금융 시대가 되면서 아예 계모임 전용 통장을 지원하는 은행이 많아져 특정 한 두 명이 통장에서 거액을 인출해가는 것이 불가능해졌고 누군가 모임 통장에 손을 대면 그 즉시 다른 계원들도 이 사실을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므로 수상한 흔적이나 위험성이 보이면 즉시 조치를 취해야한다.
5. 관련 미디어
유독 아줌마들이 많이 하는 걸로 나온다. 보통 드라마에서 계모임하다가 누군가가 곗돈을 들고 튀어서 주인공이나 그의 엄마가 금전적으로 위기에 몰리곤 한다. 순풍산부인과에서 선우용녀가 계모임에 들었다가 오지명에게 걸려서 혼나거나, 계주한테 사기 당해서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나왔다.
계모임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도 있는데, 제목이 '제트부인'이다.(당시 표기는 '''젯'''트부인) 1967년작 영화로 도금봉이 주연이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볼수있다. 원래 라디오 드라마가 원작이었으나 큰 인기를 끌어 영화로 만들어졌다. VOD 서비스#
제트 부인은 제트기처럼 빠르다는 이유로 제트부인이다(등장인물의 설명에 의하면) 그러면서 오프닝이 시작되며 '''정말로 제트전투기가 날아간다'''신나는 목소리로 제트부인 주제가가 불러지는데...
내용은 제트부인이 계모임 계주를 하면서 돈을 모으지만 당시 시대관념상 유부녀가 돈을 너무 많이 만지면 안된다(극중 남편 대사로 나온다)는 약간 성차별적인 인식이 있어서 그러다가 사기나 각종 인간문제에 말려든다. (그중에는 남편의 친구도 있다)그러다가 결국 갱생하여 계모임 관두고 잘 돌아간다는 것이다. 김진규는 남편이고 김승호가 사기꾼으로 출연한다. 김승호는 후덕하고 인심좋은 아버지로 주로 나오던 배우였는데 여기서 연기변신을 한다.
6. 해외의 계모임
6.1. 일본
일본 오키나와와 카고시마의 일부 섬, 그러니까 옛 류큐 지방에도 모아이(模合)라는 계모임이 있다. 형태는 우리 나라와 거의 똑같아서, 일정 그룹이 돈을 모으고 순서대로 그걸 받아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단순히 개인 간의 모아이뿐만이 아니라 법인 간에도 이루어지며, 해당 지역 금융기관에서 아예 법인 간의 모아이를 위한 금융 상품마저 있다고 한다. 그리고 문구점에서도 모아이 수첩(模合帳)이라는 걸 판매하기도 한다고.
당연히 이것 역시 우리나라의 계모임과 똑같이, 사기수단으로도 이용된다. 돈을 관리하는 사람이 그걸 들고 사라지는 등의 문제가 빈발하고 있다고. 앞서 말했듯이 법인 간에도 이루어지다보니, 개인파산을 넘어서 기업도산에 이르는 경우도 간혹 있을 정도라고 한다.
6.2. 터키
터키에도 계가 존재한다! 다만 터키의 계는 한국과 달리 금을 매개로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 역사가 오스만 제국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상당히 오래된 전통으로 금화를 고액화폐로 이용하던 전통에서 비롯되었다.
일반적으로 같은 마을이나 동네 아줌마들끼리 계를 결성하며, 생활비의 일부를 금화로 바꿔서 갖고있다가 정해진 순서에 따라 계원 한 사람의 집에서 터키어로 알튼 귀뉘(Altın Günü, 금의 날)이라는 모임을 갖는데 이때는 케이크나 과자같이 간단한 다과를 나누면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가 정해진 액수의 금화를 집주인에게 몰아주는 식이다. 만약에 계원이 20명이라면 한 사람당 한번에 금화 20닢을 받고, 매달마다 금화 1닢씩을 곗돈으로 내는 형태다.
옛날부터 터키에서는 아이가 새로 태어나거나, 학교를 졸업하거나, 군대를 제대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하면 금화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기도 하거니와, 한때 어마어마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던 터라 돈을 은행에 넣기보다 금으로 바꿔서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금화는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가 일정하기 때문에 '''공평한 분배'''를 위해서 금을 주고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계주같은 개념은 존재하지 않으며 중간에 누군가가 곗돈만 먹고 계를 탈퇴할 경우를 대비해서 이런저런 조건을 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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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계모임의 모습과 곗돈으로 쓰는 금화의 모습.
금화의 종류는 1/4, 1/2, 1, 2.5, 5리라 5종류가 있는데, 2.5리라 이상의 금화는 워낙 고액이라 보기 힘들고 2015년 12월 1일 시세로 1/4 리라 금화가 162.37리라 (63,324원), 1/2 리라 금화가 324.74리라(126,648원), 1리라 금화가 648.21리라(253,296원)이다. 터키의 금은방 어딜가든 이 금화를 취급하고, 터키 정부의 이름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화폐로 운용도 가능하다. 참고로 금화는 22k 금으로 주조하며 1리라 금화의 무게가 6.5g 정도 된다.
[1] 이것을 곗돈을 '붓는다'고 한다.[2] 반대로 매달 똑같은 금액을 내지만 첫달에는 합계액보다 더 적은 금액을 가져가고 뒤로 갈수록 금액이 상승하는 형식도 있다. 어차피 같은 얘기지만.[3] 일종의 p2p 대출이라 볼 수도 있다. 30개월로 1사이클이 돌아가니 이를 기준으로 위 예시를 분석하자면, 처음에 타는 사람은 300만원을 내서 290만원을 받으니 1/30 즉 3.3프로 손해고, 이게 30개월 기준이니 1년=12개월 기준으로 환산하면 (1+1/30)^(12/30) = 1.01320232021425620456 즉 연 약 1.3% 이율로 대출받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