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
1. 개요
curve · 曲線
끊어지지 않고 휘어 있는 선.
수학 및 물리학 등에서 곡선은 대략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점의 자취로 생각된다. 특히 물리학에서 시간에 따라 물체가 이동한 자취를 보통 곡선으로 설명하게 되는데, 위치를 좌표로 묘사하느냐 벡터로 묘사하느냐에 따라 다변수함수 혹은 벡터함수의 형태를 띄게 된다. 예를 들어 커브볼의 위치를 시간 $$t$$에 대한 함수로 기록하면[1] 보통 물리학적인 의미가 있는 3차원 공간 혹은 평면 속의 대개 충분히 매끄러운 곡선을 생각하게 된다. 속도, 가속도, 힘 등을 벡터함수의 미분으로 구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게 고전역학의 기초가 되는 사고방식이다.
물론 운동과 상관없어 보이는 곡선도 수학적 함수로 나타내어 미분을 통해 연구할 수 있다. 미분기하학에서 다루게 되는데, 길이나 곡률, 접선 벡터 같은 비교적 일상적인 개념들을 미분으로 나타내는 것부터 출발해 접촉 평면(Osculating plane), 법선 벡터, 종법선(Binormal vector) 벡터, 법평면 등 다양한 기하학적 성질을 탐구하게 된다.
경제학 등의 응용과학에선 함수의 그래프를 곡선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수요 곡선, 공급 곡선, 로렌츠 곡선 등. 이름은 곡선이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직선도 곡선 안에 포함되어 있기에, 결과가 직선으로 나와도 전혀 상관 없다.
이렇듯 학술적으로는 직선도 곡선의 일종으로 간주되지만(직선도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점의 자취이니), 일상 언어로서 곡선은 보통 직선과 반의어로 쓰이고, 직선과 대조되는 이미지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2. 기하학에서의 곡선
2.1. 곡선의 수학적 정의와 매끄러움
곡선의 가장 기본적인 정의는 실수의 구간에서 위상 공간으로 가는 연속함수, 혹은 그 치역(즉, 점의 집합으로서의 곡선의 모양)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곡선의 모양이 주어져 있을 때 이것을 연속함수로 나타내는 것을 '''매개화'''(parametrization)라 한다. 예를 들어, 원점을 중심으로 하는 반지름 1의 단위원을 $$ (\sin\theta,\,\cos\theta )\ (0 \le t \le 2\pi)$$의 함수로 나타내는 식. 하지만 연속함수라는 조건만으로는 미분가능성이 보장되지 않아 얼마든지 이상한 모양이 나올 수 있고, 따라서 보통 제약조건을 추가하게 된다.
미분기하학에서 연구하는 유클리드 공간(좌표공간 $$\mathbb{R}^n$$) 속의 곡선 $$\boldsymbol{\gamma}: [0,\,1] \to \mathbb{R}^n$$를 배울 때는 '''매끄러운 곡선'''(smooth curve)만을 취급하는데, 이는 간단히 얘기하면 위의 연속함수가 무한히 미분가능하여야 하고(즉, $$C^{\infty}$$), 정칙 곡선(regular curve)이어야 한다(즉, 미분해서 [math(0)]이 되는 점이 없어야 한다). $$(|\boldsymbol{\gamma}'(t)|>0)$$ 매끄러움 항목에도 나와있지만, 정칙 조건을 없애면 $$C^{\infty}$$ 함수의 자취라도 절대값 함수의 모양이라든지 얼마든지 부드럽지 않은 모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꽤나 제한적인 조건이긴 하지만 보통의 기하학에선 매끄러운 곡선만 생각해도 충분하다.
보다 정밀하게 분류한다면, 정칙곡선 중 길이에 대한 매개화를 했을 때(자세한 것은 후술) 그 함수가 연속적으로 $$k$$번 미분가능하면 $$C^k$$ 곡선으로 분류하는 기준이 있다. 예를 들어, 육상 트랙처럼 원과 직선을 붙인 곡선은 $$C^1$$이지만 $$C^2$$가 아니다. (물리학적으로 생각하면 속도가 연속이지만 가속도가 불연속인 경우) 매끄러운 곡선은 $$C^{\infty}$$ 곡선이라 부른다.
2.2. 유클리드 공간에서의 곡선
유클리드 공간의 매끄러운 곡선이 벡터함수 혹은 다변수함수로 나타나기 때문에, 기본적인 벡터 미적분학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간단히 말하면, 벡터함수 $$\mathbf{f}$$의 미분은 일변수함수와 동일하게 다음과 같다.
$$\displaystyle \frac{\mathrm{d}\mathbf{f}}{\mathrm{d}s} = \mathbf{f}'(t) = \lim_{h\rightarrow0} \frac{\mathbf{f}(t+h)-\mathbf{f}(t)}h $$
[1] 공을 던진지 1초 후에 투수로부터 $$3\,\rm m$$ 앞을 $$2\,\rm m$$ 높이로 지났다면 $$\mathbf{r}(1)=\left<3,\,2\right>$$라고 쓰는 식.
[math(\displaystyle \begin{aligned}
\frac{\mathrm{d}}{\mathrm{d}t} [\mathbf{u}(t) + \mathbf{v}(t) ] &= \mathbf{u}'(t) + \mathbf{v}'(t) \\
\frac{\mathrm{d}}{\mathrm{d}t} [f(t)\,\mathbf{u}(t) ] &= f'(t)\,\mathbf{u}(t) + f(t)\,\mathbf{u}'(t) \\
\frac{\mathrm{d}}{\mathrm{d}t} [\mathbf{u}(t) \cdot \mathbf{v}(t) ] &= \mathbf{u}'(t) \cdot \mathbf{v}(t) + \mathbf{u}(t) \cdot \mathbf{v}'(t) \\
\frac{\mathrm{d}}{\mathrm{d}t} [\mathbf{u}(t) \times \mathbf{v}(t) ] &= \mathbf{u}'(t) \times \mathbf{v}(t) + \mathbf{u}(t) \times \mathbf{v}'(t) \\
\frac{\mathrm{d}}{\mathrm{d}t} [\mathbf{u}(f(t)) ] &= \mathbf{u}'(f(t))\,f'(t)
\end{aligned} )]
2.2.1. 접선벡터와 접선
이하 $$\boldsymbol{\gamma}: [a,\,b] \rightarrow \mathbb{R}^n$$의 매끄러운 곡선을 생각하자. 곡선의 한 점에서 그은 접선은 함수의 미분 방향으로 결정된다. 접선의 방향을 나타내기 위해서 길이를 1로 표준화한 다음의 벡터
$$\displaystyle \mathbf{T}(t) = \frac{\boldsymbol{\gamma}'(t)}{|\boldsymbol{\gamma}'(t)|} = (\mathrm{sgn} \circ \boldsymbol{\gamma}')(t) $$
[image]
이렇게 표준화를 하는 이유는, 곡선을 다른 방식으로 매개화하면('''재매개화(reparametrization)'''라 부른다) $$\boldsymbol{\gamma}'(t)$$의 크기는 변할 수 있지만 방향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매개화에 상관 없는 곡선 모양의 고유한 성질을 연구하기 위해서이다.
2.2.2. 길이
함수 $$\boldsymbol{\gamma}$$가 미분가능할 때 곡선의 길이는 다음처럼 구할 수 있다.
$$\displaystyle \begin{aligned} L &= \int_a^b |\boldsymbol{\boldsymbol{\gamma}}'(t)| \,\mathrm{d}t \\&=\biggl[ (\mathrm{sgn} \circ \boldsymbol{\gamma}')(t)\,\boldsymbol{\gamma}(t) \biggr]_a^b \end{aligned}$$
$$a<t_1<t_2<\cdots<t_k<b$$
$$\displaystyle \sum_{i} |\boldsymbol{\gamma}(t_{i+1}) - \boldsymbol{\gamma}(t_i)|$$
당연해 보이긴 하지만, 이 길이 역시 매개화에 의해 변하지 않는다. (물론 증명이 필요하다.) 주어진 곡선이 정칙, 즉 $$|\boldsymbol{\gamma}'(t)|>0$$를 만족한다면, 곡선을 길이에 대해 재매개화 할 수 있다. 즉, 구간을 $$[0,\,L]$$로 정하고, $$[a,\,b]$$ 사이의 곡선의 길이가 정확히 구간의 길이가 되는 것. 이는 $$|\boldsymbol{\gamma}'(s)|=1$$ 혹은 $$\boldsymbol{\gamma}'(s) = \mathbf{T}(s)$$와 동치이다. 타원 같은 간단한 곡선도 길이를 계산하기 어려운 만큼 재매개화를 쉽게 계산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만, 매우 유용한 개념이다. 길이에 대한 재매개화 역시 곡선 고유의 성질이 된다.
2.2.3. 곡률
곡선이 얼마나 휘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인 '''곡률'''(curvature)은, 길이에 대해 매개화 했을 때 단위접선벡터가 변하는 속도로 정의할 수 있다.
$$\displaystyle \kappa(s) = |\mathbf{T}'(s)| $$
[3] 이런 곡선을 별도로 rectifiable curve라 부른다. 유클리드 공간에서는 rectifiable curve는 거의 모든 점에서 미분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어 있으므로 사실상 같은 개념이 된다.
직선의 곡률은 [math(0)]이고, 반지름 $$r$$인 원의 곡률은 $$r^{-1}$$이다. 즉, 곡률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려면 이 곡선은 반지름이 $$\kappa^{-1}$$인 원만큼 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역사적으로도 이 곡률의 역수인 '''곡률반경'''(radius of curvature) $$r = \kappa^{-1}$$과 곡률반경을 반지름으로 갖는 곡선에 접하는 원인 접촉원(osculating circle)이 곡률보다 먼저 나온 개념이었다고 한다.
만일 곡선을 물체의 운동으로 표현한다면[4] , 곡률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displaystyle \begin{aligned} \kappa(t) &= \dfrac{|\mathbf{v}\times\mathbf{a}|}{|\mathbf{v}|^3} \\&= \dfrac{|\mathbf{s}'(t)\times\mathbf{s}''(t)|}{|\mathbf{s}'(t)|^3} \end{aligned} $$
[4] 시간이라는 매개변수에 위치벡터를 대응시키는 함수로 표현하자는 의미이다.
2.2.4. 공간곡선의 Frenet frame
3차원 공간에서는 곡률의 수치만으로는 곡선이 어느 방향으로 휘는지 결정하는 것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방향의 기준을 잡아줄 좌표계와 또 다른 변수가 필요하다. 곡선이 길이 변수 $$s$$에 대해 매개화되었고, 곡률이 [math(0)]이 아니라고 하자. 이 때, 다음의 세 벡터 $$\mathbf{T}(s)$$, $$\mathbf{N}(s)$$, $$\mathbf{B}(s)$$로 이루어진 국소 직교좌표를 '''Frenet frame'''이라 부른다.
- 단위접선벡터: $$\mathbf{T}(s)$$
- 단위법선벡터(unit normal vector): $$\mathbf{N}(s) = \dfrac{\mathbf{T}'(s)}{|\mathbf{T}'(s)|} = (\mathrm{sgn} \circ \mathbf{T}')(s)$$
- 종법선벡터(binormal vector): $$\mathbf{B}(s) = \mathbf{T}(s) \times \mathbf{N}(s)$$
종법선벡터의 방향은 곡선의 진행 방향과 곡선이 휘는 방향에 모두 수직한 방향이다. 이제 곡률 $$\kappa = |\mathbf{T}'(s)|$$에 더해 $$\tau = \mathbf{B}'(s) \cdot \mathbf{N}(s)$$을 생각한다면, 이 좌표계의 변화는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math(\displaystyle \begin{aligned}
\mathbf{T}' &= \kappa \mathbf{N} \\
\mathbf{N}' &= -\kappa \mathbf{T} + \tau \mathbf{B} \\
\mathbf{B}' &= - \tau \mathbf{N}
\end{aligned} )]
미분기하학에선 기타 수많은 평면 및 공간곡선의 성질을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