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장단
1. 개요
국악에서 '장단'이라 함은 '''주기를 가지고 반복되는 리듬형과 일정한 길이의 단위'''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이를테면 "도드리'''장단'''을 세 '''장단''' 연주해 주세요"라는 말을 할 때, 첫 번째 쓰인 장단은 정형화된 리듬형을 가리키며 두 번째 쓰인 장단은 그러한 리듬형으로 구현된, 일정한 양을 가진 길이 단위를 가리킨다.
장단은 국악을 다른 음악과 차별화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흔히 국악의 특징으로 5음음계를 들곤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 민요는 물론이거니와 멀리는 미국이나 스코틀랜드[1] 의 음악도 5음음계를 사용한다. 반면 한국과 같이 다양한 장단을 쓰는 국가는 '인도'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따라서 어떤 음악이 '국악풍'으로 들리는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2]
국악에서, 판소리를 제외한 '''모든 음악'''의 장단을 잡아 주는 악기는 장구이다. 따라서 '장구장단'이라는 말을 아주 많이 쓰며, 장단의 종류를 열거할 때도 장구 장단을 오선보나 정간보로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 장단 기보법
주의할 점은 '덕'과 '기'의 차이, '덩'과 '떵'의 차이. '덕'은 채편으로 장구의 나무통 부분과 가죽이 맞닿는 부분까지 치면서 소리를 크게 내지만 '기'는 채편 가운데 가죽부분만 채 끝으로 살짝 쳐 주면서 장단을 덧들이는 역할이다. '덩'과 '떵'은 '쿵'에 '덕'이 합쳐진 것인지 '기'가 합쳐진 것인지의 차이이다.
3. 종류
3.1. 정악장단
정악장단은 기본적으로 쌍-편-고-요, 즉 '덩-기덕-쿵-더러러러'의 구조로 되어 있다.
1. 20박 장단: 주로 템포가 느리고 선율이 긴 악곡들. 평조회상의 상영산과 중영산, 현악 영산회상의 중영산, 보허자, 여민락2장과 3장. '덩' 여섯 박, '기덕' 네 박, '쿵' 네 박, '더러러러' 여섯 박으로 구성되어 있다.
2. 갈라치는 20박 장단: 첫 박인 '덩'을 양 손을 나누어서 '기덕 쿵'으로 연주한다. 20박 장단과 유사하게 느리고 선율이 긴 악곡들에 사용된다. 20박 장단형 대신 갈라치는 20박을 사용하는 이유는 둘째 박이 강박이 되기 때문이다. 20방 장단을 사용하는 음악보다 더 늘어지는 곡들이다. 향당교주 및 수제천, 동동, 관악 영산회상의 상영산 등이 해당.
3. 10박 장단: 20박 장단의 축소판으로 박 수가 반으로 줄었다. 여민락 4~7장, 영산회상의 세영산과 가락덜이, 보허자 5~7장, 가곡의 '편'. '덩' 세 박, '기덕' 두 박, '쿵' 두 박, '더러러러' 세 박으로 구성되어 있다.
4. 도드리 장단: 웃도드리, 밑도드리, 상현도드리, 하현도드리, 염불도드리. 기본적으로 20박 장단의 '덩 기덕 쿵 더러러러'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중간에 '따'나 '쿵'으로 박을 짚어주기도 하며, 염불도드리의 빨라지는 부분에서는 연주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형된다.
5. 타령 장단: 역시 덩 기덕 쿵 더러러러'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훨씬 더 흥겨운 장단이다. 민속악에서 유입된 장단으로 보기도 한다. 타령, 군악, 천년만세의 계면가락도드리와 우조가락도드리, 일승월항지곡, 금전악 등이 해당.
6. 취타 장단
7. 절화 장단
8. 천년만세 중 양청도드리
3.2. 민속악 장단
1. 진양조 장단
민속악 장단 중 가장 느린 장단으로, 6박이 한 장단을 이루어 4장단이 한 '마루'가 된다. 각 장단마다 첫 네 박을 쭉 쉬어주다가 마지막 두 박을 맺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연주자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2. 중모리 장단
중간 속도로 몰아가는 장단이고 서양음악 기준으로 보면 4분의 12박자
또는
두 가지 치는 법이 있는데 주로 위의 장단을 많이 사용한다. 산조나 판소리 등 민속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장단이다.
3. 중중모리 장단
보통 빠르기의 3소박 4박자 장단
또는
중모리를 다소 축소시킨 장단으로 중모리보다 조금 빠르다.
4. 자진모리 장단
중중모리보다 더 빠르게 몰아 가는 장단이다. 본래 3소박 4박 구조로 덩(3박)쿵(3박)쿵-따(3박)쿵(3박)이나, 빨리 칠 때는 4박과 같은 느낌으로 치면 된다.
맺는 장단으로
등으로 변형하기도 한다.
5. 휘모리 장단
자진모리보다 훨씬 더 빨리 치는 장단으로, 빠르고 정신없이 몰아 가는 장단이다. 이것을 아주 빨리 연주하면 단모리가 된다.
6. 굿거리 장단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장단. '덩기덕 쿵더러러러 쿵기덕 쿵더러러러' 하면 대개 알아듣는다. 주로 경기도에서 많이 쓰는 장단으로,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본래 무속음악에서 시작되었고 경기민요나 경기잡가, 지영희류 해금산조 등에서 사용된다. MBC 로고송인 '만나면 좋은 친구~'도 바로 이 장단.
굿거리장단에서도 3/4박자가 사용된 점으로 미뤄 보았을 때, 홀수 박자(특히 3/4)박 노래가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고 즉흥적인 노래로부터 자연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않은 민족 사이에서도 동일하게 이러한 홀수 박자의 노래가 탄생했음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블루스나 스윙 등) 짝수 박은 인간 구조의 대칭성과 걷기 리듬으로부터 탄생한 장르임을 쉽게 알 수 있지만, 3/4박자의 곡은 진화론적으로 어떠한 동작이나 기제를 통해서 생겨난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펜타토닉 스케일이 대부분 문화권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과도 비슷하다.
7. 세마치 장단
지역을 불문하고 거의 모든 종류의 아리랑에 사용되는 장단이나 경기도 음악에서 가장 폭넓게 사용된다. 경기민요중 '양산도'에 사용되는 관계로 북한에서는 '양산도 장단'이라고도 부른다.
8. 엇모리 장단
이름부터, 엇나간 박으로 몰아가는 장단이라는 뜻으로. 2박과 3박의 혼합박자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이름의 장단이지만, 정악을 제외한 민속악과, 무속음악 등 매우 많이 쓰이는 장단이다. 특이한 박자구조 때문에 전공생, 일반인을 막론하고 처음 배울때 굉장히 애를 먹는 장단이지만[3] 국악 전공생들은 엇모리 장단에 아주 익숙하며, 특히 다양한 리듬 패턴에 강한 타악기 연주자들은 8번째 박에 각이 들어가있는 엇모리 "장단의 보존법칙" 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별스럽고 괴랄하까지 한 변형 장단들을 구사하는 신공을 발휘한다. 엇모리 장단은 5박+5박의 형태로 보는 것이 이론적 토대이나 대부분 그냥 합쳐서 총 10박의 개념으로 이해한다. 이 10박을 3박과 2박의 혼합된 형태로 구성하면 다양한 리듬패턴이 나오는데, 가장 보편적인 패턴이 3+2+3+2. 하지만 3+2+3+2 패턴이 가장 빈도수가 높을 뿐, 3+3+2+3, 2+3+3+2, 2+3+2+3, 2+2+3+3, 심지어는 2+2+2+2+2의 패턴도 등장한다. 이 모든 박자 경우의 수로 8박에 강박(각)이 들어가는 엇모리 장단의 형태를 보존하며 연주해야 한다. 판소리 에서는 극의 스토리에 변화를 주는 특정 인물(동물) 등장하는 등장씬에서 주로 사용된다.[4]
[1]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로 시작하는 '올드랭 사인'이나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 위에 자고~'로 시작하는 '등대지기'를 생각해보자![2] 실제로 국악풍이랍시고 5음 음계를 사용하여 작곡을 하다 보면 국악이 아니라 트로트나 엔카가 되기 십상이다. 7음음계를 사용하면서도 중중모리 장단을 사용하여 국악의 분위기를 십분 살린 현대음악으로는 SG워너비의 '아리랑'을 들 수 있겠다.[3] 특히 크로스오버 음악이 유행하는 현재, 타 음악 전공자들이 국악과 협업할 때 이 엇모리 장단때문에 굉장히 고생을 많이 한다. 그도 그럴것이 서양음악에서도 현대음악으로 올 수록 엄청난 변박과 리듬장난질이 괴랄스러운 곡들이 많아서 박자 리딩과 비팅, 템포에 있어서는 사실 서양음악 전공자들의 능력치가 훨씬 좋다. 하지만 그저 어려운 리듬이 아닌 "장단의 구조적 형태"를 보존하면서 혼합박 놀음을 해야 하는 점, 그리고 국악 전공자들은 국악의 특징상 악보보다 장단의 구성 자체를 그냥 통으로 수년에서 수십년간 익혀버리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비교가 안 된다. [4] 흥보가의 중 내려오는 대목, 심청가의 중 올라가는 대목, 수궁가의 호랑이 등장하는 대목, 적벽가에서 조자룡 등장하는 대목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