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지진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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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00lb MC bomb.
1. 개요
2. 개발
3. 실전
4. 평가


1. 개요


제2차 세계 대전영국지진폭탄. 톨보이의 설계상 원형이기도 하며, 안그래도 흉악했던 톨보이보다 '''더''' 강력한 폭탄이다.

2. 개발


톨보이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본디 이 폭탄의 설계자인 반스 월리스는 처음에는 톨보이만큼 '''아담한'''(...) 물건을 만들 생각이 없었고, 그가 처음 제시했던 지진폭탄은 중량이 자그마치 10톤 가량으로 그랜드슬램의 스펙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하지만 당시 생소한 개념이였던 지진폭탄이라는 점과 운송, 투발수단의 한계[1]를 비롯한 '''현실의 벽'''에 막혀 어쩔 수 없이 초기 제안에서 사이즈를 대폭 축소하여 제작한 게 톨보이였던 것.
이후 톨보이가 각 전역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리면서 월리스의 '''지진폭탄''' 개념은 단순한 책상머리의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 실전에서 충분히 통용되는 개념이라는 게 입증됐다. 그러던 중 일부 목표물이 톨보이의 폭격을 견뎌내면서 좀 더 강한 폭탄을 만들 필요가 생겼고, 이에 월리스는 다시금 초기 제안을 제시한다. 이미 톨보이로 지진폭탄의 위력을 확인하고 재미도 톡톡히 본 영국군은 이번엔 별다른 이의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그랜드슬램"이 개발되었다. 그랜드슬램은 '''길이 7.7m, 중량 10톤에 폭약6t'''으로 당연히 '''상식적(?)인 수준으로 스펙이 조정된 톨보이보다 배로 흉악한 물건'''이었다. 정상고도에서 투발 시 추진체 없이도 폭탄이 표적에 도달할 때의 자유낙하속도가 음속에 가까운 '''마하 0.94'''에 이를 정도였다.
처음에 그랜드슬램이 한 번 빠꾸먹은 건 영국군이 바보거나 머리가 굳어서가 아니고, 여러모로 무시 못할 문제가 있었다.
상술했듯 원래는 엔진 6개짜리 초대형 전용 폭격기를 새로 만들자고 할 정도의 덩치였고, 그나마 당시 영국군이 보유한 폭격기 중 가장 적재 중량이 컸던 랭커스터 폭격기에도 수납이 안 되는 현실을 고려해 불필요한 장비 떼고, 연료도 적게 싣고, 아예 외부에 폭탄을 매달 수 있도록 별도의 장비를 만드는 등 이거 하나 매달려고 아득바득 기체를 개조해야만 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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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슬램을 위한 랭커스터 B I 스페셜 모델. 그나마 리틀보이팻맨은 폭탄창 안에도 들어갔고, B-29의 기본 폭장량(약 5톤[2])으로도 탑재가 가능했지만, 이건...[3]
한마디로 아주 못 던질 물건은 아니었지만 '''"폭탄 하나 던지겠다고 이렇게까지 오버를 해야 하는거냐, 이렇게 오버할만큼의 가치가 있느냐"'''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런데 다운그레이드된 톨보이를 직접 써보니 영국군 입장에서는 아주 효과가 좋아서 쏠쏠히 써먹으며 '''폭탄 하나 던지겠다고 이렇게까지 오버할 가치가 있음을 충분히 입증했고''', 나치가 콘크리트 벽을 더욱 두껍게 만드는 등 톨보이에 대응책을 강구해서 \''''지진폭탄이 효과적이란건 알았는데 적놈들이 대응책을 쓰니 더 좋은게 필요한'''' 상황이 겹쳐서 그랜드슬램 제작에 착수, 이후 첫 실전이 이루어지는데...

3. 실전


'''그랜드슬램은 그 이름답게, 데뷔전에서부터 화끈하고도 화려했다.'''
데뷔 첫 상대는 독일 베스트팔렌(Westfalen) 지방의 도시인 빌레펠트(Bielefeld) 인근 실트에셰(Schildesche) 지역의 육상 철교(Schildescher Viadukt)였다. 톨보이 폭격도 견뎌냈던 놈이라서 그랜드슬램이 투입되었고 투하된 폭탄은 철교에서 수 미터 벗어난 지점에 떨어졌다. '''헌데, 분명 빗맞았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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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심 없는 폭발력으로 일대의 지반이 무너지면서 철교 교각까지 동시에 폭삭 내려앉았다.[4] 물론 이후 다른 철교들도 비슷한 꼴을 당했다.'''
당연히 저 무식한 폭탄을 땅 속 깊숙히 쑤셔넣고 터뜨리다 보니 아예 지반을 지탱하는 기반암층을 부분적으로 부숴버려 지반이 약해져버렸고, 그 위에 다시 건축물을 지으려면 저만한 강도의 지반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현대의 기술력으로도 땅에 파이프를 박고 콘크리트를 채워넣어 보강해야 하는 힘든 작업이니 당시에는 정말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보면 된다. 위의 육상 철교도 '''1980년대에 들어서야''' 완전히 복구를 마쳤고 그 전에는 우회로를 이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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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실오라기 같이 보이는게 '''철근'''이다
독일군은 톨보이에 온갖 공들여 만든 군사용 강화구조물이 싸그리 다 박살나기 시작하자 콘크리트를 더 처발라 방어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책을 마련했는데, 기껏 없는 살림에 돈을 퍼부어가며 톨보이를 막기 위해 강화했더니 그랜드슬램 맞고 '''쿠크다스마냥 박살나서 엎어지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위 사진은 그랜드슬램에 직격당한 브레멘의 발렌틴 유보트 생산기지로, 작정하고 폭격을 견디기 위해 건설되어 1945년 3월 폭격 당시 90% 완공된 상태였다. 그런데 그랜드슬램이 '''4.5m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를 뚫고 들어가 지붕을 완전히 날려버렸다.'''사진 출처 동쪽 구획은 '''7m'''의 철근 콘크리트를 떡칠해놔서 버틸 수 있었지만 하필 4.5m를 발라놓은 서쪽 구획에 떨어지는 바람에 저 난리가 난 것. 그랜드슬램이 관통하기 전에 기폭된 탓에 시설 내의 인부들은 살아남았지만, 결국 기지는 완공되지 못한 채 버려졌고 4주 후에 영국군 제30군단이 점령했다. 이 폭격으로 21형 유보트의 최종조립라인이 끝장난 탓에 종전까지 투입가능한 21형은 4척밖에 완성되지 못했다.
2차대전 중 투입된 그랜드슬램은 총 41개로 주로 교량과 항구의 고가교(Viaduct) 폭격에 사용되었다. 덩치와 무게, 그리고 무유도폭탄이라는 한계상 특정한 건축물을 정확히 명중시키는 건 무리였지만 그랜드슬램에게 그딴 건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다. 역으로 그 덩치와 무게 덕분에 명중하지 않아도 적당히 근처에 떨궈 주기만 하면 '''교량이나 고가교를 최소한 일시적으로, 잘 박히면 반영구적으로 사용 불가능할 정도로 붕괴'''시키기에 충분한 지진효과를 일으켜 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1945년 4월 25일 히틀러의 별장 중 하나인 베르크호프(Berghof)를 산사태마냥 뒤엎어버렸는데, 이유는 뚜렷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영국 공군은 폭격할 만한 중요 시설이 하나도 없는 뉘른베르크를 단지 '''나치당 전당대회가 열렸던 유명한 지역이라는 이유로''' 폭격한 전력이 있다 보니 아마 이곳도 단지 히틀러의 소유라는 이유로 얻어맞은 것으로 보인다. 히틀러의 소유인 데다 그 특별한 상징성으로도 폭격할 이유는 충분하다. 히틀러의 별장은 히틀러가 유독 튼튼하고 오래가도록 만들라고 지시하고 감독한 데다 국가원수가 이용하는 곳이므로 나름대로 방공설비를 갖춘 곳으로 일반 폭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곳이었다.
이렇게 2차대전의 중후반을 활약한 지진폭탄들은 태평양 전쟁에서도 사용될 예정이었는데 미군쪽에서는 B-29를 개조해서 탑재하려고 하였지만[5] 원자폭탄의 활약과 일본의 항복으로 무산되었다. 당연히 미국은 미국답게 더더욱 크고 아름다운 T-12 클라우드메이커라는 흉악한 폭탄을 만들었다.

4. 평가


'''폭탄 하나 던진다고 이렇게까지 폭격기를 과하게 개조를 가하면서 써야 하냐'''라는 의문에 충분히 제 값을 하는 것으로 답해주었지만, 나온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주 고객(?)인 독일과 일본이 항복하는 바람에 본격적으로 활약하지 못하고 종전을 맞은 비운의(?) 병기.
그러나 그 얼마 안 되는 실전 기회마다 적절한 곳에 적절하게 떨어진 뒤 적절하게 터졌고 파상 효과도 적절했기에 이후의 폭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어찌 보면 벙커버스터의 조상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물론 저런 폭탄이 등장하면서 주요 지하시설은 더 깊은 지하로 파고들고 방호력도 높여서 제작되기 시작했고, 덕분에 후손인 벙커버스터들은 그랜드슬램의 수 배에서 십수 배에 달하는 깊이를 관통하게 되었다.

[1] 해당 폭탄 전용 폭격기인 빅토리 폭격기를 개발해서 투하하자는 계획이었다.[2] 폭탄창 한개당 4.5톤으로 도합 9톤[3] 핵무기에도 그랜드슬램과 비슷한 사례가 있다. 소련의 실험용 폭탄이며 지금까지 실기폭실험에 동원된 폭탄 중 가장 위력이 강한 수소폭탄인 차르 봄바.[4] 위의 사진을 보면 상대적으로 아담한(?) 물웅덩이 몇개가 보이는데, '''그게 톨보이가 떨어진 흔적이다.'''[5] 실제로 그랜드슬램을 운반중인 B-29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