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실험

 

1. 개요
2. 실험 내용
3. 마시멜로 실험의 오류?
4. 기타


1. 개요


스탠퍼드 마시멜로 실험(Stanford marshmallow experiment), 흔히 줄여서 '마시멜로 실험'이라고 일컫는 교육학심리학 분야의 고전적 실험이다. 어린아이에게 마시멜로 1개를 주고 15분 동안 먹지 않고 참으면 2개를 주기로 하고 아동의 행동을 관찰했을 때, 먹지 않고 참아서 2개를 받은 아이들이 이후에 자라서 그렇지 않았던 아이들보다 SAT 성적, 학업 성취도, 심지어 체질량 지수(BMI) 측면에서 더 우월한 결과를 보였다. 미국에서 이 실험에 참가한 호아킴 데 포사다(Joachim de Posada)는 이를 바탕으로 한 '마시멜로 이야기'[1]라는 자기계발서도 냈다. 이 책에 대한 한글 위키피디아 소개

2. 실험 내용


스탠퍼드 대학의 월터 미셸(Walter Mischel)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1970년대 초반 '지연된 만족 (delayed gratification)'을 연구하기 위해 빙(Bing) 유아원의 4~6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심리학 실험을 수행하였다. 빙 유아원은 스탠퍼드 대학교의 대학원 기숙사에 사는 젊은 대학원생 부부들이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하기 위해 설립한 협동조합형 유아원으로, 아동의 부모 중에 최소한 한명은 대학원생이거나 젊은 대학교 연구원이었다.
실험은 아동을 한 명씩 방으로 데려간 뒤 마시멜로 한 개가 놓여 있는 접시를 보여 주면서[2] “선생님이 잠깐(15분) 나갔다가 돌아올텐데, 그때까지 이걸 먹지 않고 기다리면 한 개를 더 줄께”라고 말하고, 이후 아동의 행동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일부의 아동은 문이 닫히자마자 마시멜로를 먹었고, 일부는 15분을 기다려 마시멜로를 하나 더 받았으며, 나머지 아동들은 몇분간은 기다리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었다. 이 실험이 화제가 된 것은 1988년과 90년에 발표된 후속 연구 덕분이었다. 실험에 참여했던 아동들의 성취도를 추적한 결과, 유혹을 좀 더 오래 참을 수 있었던 아동들은 청소년기에 학업 성적과 SAT 성적이 우수했고 좌절과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도 강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2012년 발표된 후속연구에서는 30년 후의 체질량 지수도 더욱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이후 다른 연구팀들의 비슷한 연구에서도 거듭해서 확인되었다.

이 실험의 결과는 보통 '자제력(self control)은 매우 어린 나이에 형성되며 이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된다. 또한 추론 능력과 연관해서 해석하는 경우도 많은데, '현재를 기반으로 미래의 상황(이 실험에서는 15분 후에 주어질 보상)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능력, 즉 추론 능력은 유아기때 형성되고 이러한 추론 능력의 차이가 이후 성공에 크게 기여한다'고 해석하는 것이다.[3]
상기한 빙 유아원에 대한 설명에서 볼 수 있듯이 아동의 환경적 차이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실험에서 환경적 변인은 가능한 최대 수준으로 통제되었으며, 실험에 참여한 아동의 평균 연령은 4살 6개월로 매우 어리다. 이 때문에 이 실험의 결과를 '삶의 중요한 성공 요소가 선천적으로 (최소한 매우 어린 나이에) 형성된다'고 해석하여 '인간은 모두 같게 태어나며 인간의 능력는 후천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모두에게 공평하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평등주의적 교육관에 대한 강력한 카운터 펀치로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아이들의 자제력 혹은 의지력을 키워주면 성장해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에 기반한 왜곡된 의지 강요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래서 마시멜로 실험은 후술된 것과 같이 꾸준한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3. 마시멜로 실험의 오류?


'''이 실험에 대해서 논란이 많은데''', 이를테면 2013년 로체스터 대학교의 홀리 팔메리와 리처드 애슬린은 1월 <Cognition>에 "Rational Snacking"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논문에서 이 연구 결과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며 "첫 번째 마시멜로를 빨리 먹은 아이들 중 일부는 참을성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나중에 돌아오면 하나를 더 주겠다'는 연구원의 말을 의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먹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말을 남기며,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일수록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고 기대하며 좀 더 오래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마시멜로를 어떤 상태로 두는지,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지시하는지에 따라 실험 결과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한다. 마시멜로가 담긴 그릇의 뚜껑을 덮었을 때는 아이들이 참는 시간이 덮지 않았을 때에 비해 2배 넘게 길어졌고, 아이들에게 재미난 생각을 해보라고 지시했을 때는 그릇의 뚜껑 여부와 상관없이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한다. 반면, 다음에 먹을 마시멜로를 생각하며 기다리라고 했을 때는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짧았다고 한다.
한편, 마시멜로 이야기를 말하며 다른 이들에게 교훈을 심어주려는 사람들이 간과하거나, 말해주지 않는 것이 있는데, 마시멜로 실험은 '''실험자의 신뢰도가 제일 큰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 한국의 부모나 교사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내심 가지고 견뎌라", "먹는 거에 연연하면 훌륭한 사람 못된다"라면서 마시멜로 실험을 인용하고 참교육이나 군기 정당화로 삼기도 하는데, 그런 식으로 인용하는 건 옳지 않다. 이 실험은 신뢰에 대한 것이다. 자신이 한 약속을 지켜서 신뢰를 얻은 실험자와, 약속을 어겨 신뢰를 얻지 못한 실험자가 마시멜로 실험을 했을 때 아이들이 기다린 시간은 4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고 한다. #
하지만 이러한 변인들은 원래의 마시멜로 실험에는 없던 요소를 넣은 것이고, 어차피 대부분 제대로 된 실험을 할 때는 통제해야 하는 변인들이기에, 원본 실험의 신뢰성을 무너뜨리지는 못한다.

3.1. 가정환경의 영향


2018년에 뉴욕 대학교의 타일러 와츠(Tyler Watts)와 2명의 동료 연구자가 발표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이 잘 되고 못 되고는 인내심이 아닌, 가정환경에 큰 영향을 받았다. '''같은 소득수준을 가진 가정에서는 인내심이 아이의 장래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요약하면, 부유한 집 아이들은 나중에 부모가 아이스크림을 사줄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실험에서 마시멜로 하나를 덜 먹더라도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이 성공하는 데 '개인의 인내심'이라는 척도도 분명 한가지 변수이기는 하겠으나 그보다 지배적인 요소는 그 사람에게 '''주어진 기회'''와 '''성장 환경(사회 구조)'''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논문에 따르면 아이의 사회 경제적 배경 변수를 제거할수록 마시멜로 효과는 사회적 성공과 상관계수가 계속 떨어졌다. 이 정도면 거의 마시멜로 효과라고 부를 수도 없는 지경이다.
이 실험은 어린애 역시도 사회구성원이기 때문에 해당 사회의 수준 및 상대방의 수준을 본능적으로 눈치챈다는 점을 철저히 간과했다. 예를 들자면, 누구라도 어린 시절에 양아치 같은 급우에게는 학용품이나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 하지만 같이 등하교 할 정도로 가까운 친구에게는 선뜻 내줄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인 이상 자신이 손해볼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도박을 하려 할까?
또한, 경제적 수준이 높을수록 마시멜로에 대한 집착도 줄어든다. 만약 우리나라 50년대 수준의 생활을 하는 배고픈 어린이를 대상으로 했다면 인내심을 유지하기 힘들 것임이 분명하다. 당장, 일제 강점기나 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우리나라 문학 작품만 보더라도, 고작 참외 하나에 정조를 팔았다느니,[4] 초콜릿 하나에 친척을 밀고했다느니[5] 하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다. 이에 반하여 먹을 것이 풍부한 선진국 사람이라면 고작 과일 하나에 성매매를 하거나 과자 하나에 친척을 밀고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어쨌든 "무작정 인내한다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이 아니며 일률적인 잣대로 모든 걸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는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2018년 논문은 주로 '어머니가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아동'을 대상으로 수행되었다는 한계가 있고, 논문에 실린 실제 데이터를 보면 소득 수준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주는 차이는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값은 사실 미미한 수준이었다.[6] 실제 가장 큰 변인은 어머니의 교육 수준으로, 소득 수준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만큼의 큰 차이를 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어머니의 교육 수준이 낮은 아동 집단 내에서만 다른 환경적 요인이 주는 차이를 분석하려고 시도하였다. 결국 이 연구는 오히려 '아동의 학업 능력에서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크다는 기존의 다른 연구들을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우울한 결론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4. 기타


  • 국내에서는 이것을 소재로 한 판타지 만화도 나왔다.
  • 이 이야기를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인 정지영이 번역한 것으로 알려진 책도 있는데 대리 번역 논란이 있었다.
  • 앵무새에게 비슷한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마시멜로를 보여주는게 아니라 아몬드를 입에 물려준 후 기다리면 더 맛있는 캐슈넛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교육시킨 후 진행한 실험으로, 실험 결과 앵무새는 몇분 동안이나 아몬드를 물고 잘 참아냈지만[7] 연구원이 캐슈넛을 안 줄 것 같거나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아몬드를 날름 먹어버리는 영리한 면모를 보여줬다. 이외에도 해오라기, 범고래, 벌매 등이 작은 먹이를 구했을 때 당장 먹이를 먹고 싶은 마음을 참고 더 큰 먹이를 위한 미끼로 쓰는 경우가 발견된다.
[1] 원제는 Don't Eat the Marshmallow... Yet!: The Secret to Sweet Success in Work and Life 이다. [2] 사실 1970년의 첫 논문에서는 다른 과자를 사용했고, 1972년 논문에서 마시멜로를 사용하였다.[3] 특히 SAT 시험은 추론 능력을 중점적으로 측정하는 시험이기에, 추론 능력과 SAT 성적의 연관도는 매우 높다. 또한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리는 시간과 지능 지수(IQ)도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지능 지수 역시 (인지 능력과 함께) 추론 능력을 측정하는 테스트이다.[4] 김동인의 '감자'.[5] 윤흥길의 '장마'.[6] 저자들도 인정하였듯이 어머니가 대학교를 나오지 않은 4살 아동 중에 대부분이 몇분 기다리않고 과자를 날름 먹어버려서 애초부터 의미있는 연구를 할 만큼의 편차가 없었다. 또한 연구자들은 환경적 요인을 소득 수준, 양육 환경 (평가자가 집을 방문하여 놀이 등을 잘 할 수 있는지 확인하여 점수화), 어머니의 나이 등으로 나누어서 이후 15세 때의 학업 성적과의 연관성을 분석하였는데, 소득 수준이 그나마 다른 환경적 요인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관성을 보였지만 절대적인 연관성 값은 매우 낮았다.[7] 새는 부리 안쪽으로 맛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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