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소설)

 

1. 개요
2. 주요 등장인물
3. 줄거리
4. 기타
5. 관련 문서


1. 개요


'''정말 지루한 장마였다.'''

작가 윤흥길이 1973년에 발표한 중편소설. 윤흥길은 이 작품을 발표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주류 평론가들에 따르면 이 작품은 이데올로기 대립의 상처를 치유하는 길의 하나로서 민족적 보편 정서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있다고 해석된단다. 분열된 민족이 합하려면 양쪽에서 공통적인 것을 회복해야 하는데, 그 공통적인 것 중의 하나가 민족적 보편 정서라는 것이다. (샤머니즘이라든가) 또 다른 것으로 두 할머니가 다 같이 가지게 된 피해자로서의 (恨)을 들 수 있다. 과정은 어떻든 아들, 그것도 막내아들을 잃었다는 점두 할머니가 공통되며, 이런 점에서 남북한은 같은 피해자라는 것.

2. 주요 등장인물


  • 나(동만): 주인공. 소년 시절을 회상하는 이 소설의 서술자
  • 친할머니: 아들('나'의 삼촌)이 인민군 빨치산으로 가 있는 처지. 무속신앙 신봉자.
  • 외할머니: 고명아들('나'의 외삼촌)이 국군 소위로 가 있다가 전사함. 마찬가지로 무속신앙 신봉자이며 꿈의 예언적 기능을 철저히 믿음.

3. 줄거리


때는 1950년대 초엽. 주인공 '김동만'은 친가 식구들과 같이 살고 있었는데, 6.25 전쟁으로 주인공의 외가 식구들이 주인공의 집으로 피난을 온다. 사돈댁에 신세를 지는 외할머니와 도움을 베푸는 입장인 친할머니는, 각각 아들들이 남한 국군 소위빨치산이 되어 서로 적대하는 상황에 있음에도, 처음에는 큰 말다툼 없이 잘 지낸다.
처음에는 친삼촌과 외삼촌은 매우 사이가 좋았다. 외삼촌은 서울에서 고등교육을 마친 엘리트였기에, 시골에서 농사만 짓던 친삼촌은 그를 존경했고, 공산주의에 경도된 후조차 "이런 건 나처럼 못배운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지 형님 같은 분이 어떻게 하시겠소"라며 한국전쟁이 터지고 국군에 입대한 외삼촌을 북한군의 국군 사냥에서 숨겨준다. 다만 북한군의 기세가 점점 험악해지자 결국은 그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외삼촌을 고변하는데, 이미 낌새가 이상한 것을 눈치챈 외삼촌은 자취를 감춘 후였다. 사이좋던 친척이 이념갈등과 전쟁으로 인해 대립해가는 과정이 짧고도 강렬하게 표현되어 있는 부분이다.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던 어느 날 밤, 외할머니는 국군 소위로 전쟁터에 나간 아들이 전사하였다는 통지를 받는다. 이후부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은 외할머니는 빨치산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다.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친할머니가 이 소리를 듣고 노발대발한다. 그것은 곧 빨치산에 나가 있는 자기 아들더러 죽으라는 저주와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돈간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져버리고 만다.
어느날 빨치산으로 있던 친삼촌이 몰래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가족들은 그를 설득해서 자수시키려고 했는데, 우연찮게 나타난 외할머니 때문에 친삼촌은 도망가게 된다. 외할머니가 밤에 소피를 보러 나왔는데 불이 켜져있고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나자 뭐 하나 싶어서 방으로 다가가자, 발자국 소리를 들은 친삼촌이 경찰이 찾아낸 줄 알고 겁에 질려 도망친 것. 결국 자수에 실패해서 아들과 헤어진 친할머니는 외할머니를 더 미워하게 된다. [1]
얼마 뒤 빨치산이 이 집에 들어왔었다는 소문을 들은 '맥고자 차림에 서울 말씨를 쓰는' 경찰이 주인공을 초콜릿으로 유혹해서[2] 친삼촌이 집에 왔었음을 알아낸다[3]. 이에 주인공의 아버지는 빨치산을 숨겨주었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끌려가 곤욕을 치르게 된다. 이 사복 경찰은 아버지를 끌고 나오면서 주인공에게 웃으며 윙크를 했고, 이걸 본 아버지는 사태를 단번에 눈치챈다. 주인공이 일단 어린애다 보니 직접적인 체벌은 없었지만[4] 주인공은 집안 제일가는 눈새가 되어버려 눈칫밥만 먹으며 살게 되었다. 친할머니는 아예 주인공을 무시하고, 과자에 사람 파는 사람 백정으로 취급하고, 이에 외할머니가 주인공을 은근히 감싸 줘 두 사람은 집안에서 심적 고생을 하며 살게 된다.
빨치산 대부분이 소탕되고 있는 때라서 가족들은 대부분 친삼촌이 죽었을 것이라고 믿지만, 친할머니는 점쟁이의 예언을 근거로 아들이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아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 그러나 예언한 날이 되어도 아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실의에 빠져 있는 친할머니, 그 때 난데없이 심하게 다친 구렁이 한 마리가 아이들의 돌팔매에 쫓기어 집안으로 들어오고, 다친 구렁이를 본 친할머니는 충격을 받아 졸도한다. 집 안은 물론 집 밖도 구경꾼들로 인해 온통 난장판이 되는데, 외할머니는 아이들과 외부인들을 쫓아 버리고 감나무에 올라앉은 구렁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기 시작한다. '''"에구, 이 사람아. 집안일이 못 잊어서 이렇게 먼 질을 찾어왔능가?"'''[5]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는 둘 다 무속신앙을 가진 인물로서 환생의 개념을 믿었고,[6] 집안을 찾아온 그 구렁이가 '''죽어서 구렁이로 환생한 아들(외할머니에게는 사돈총각)'''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외할머니의 간곡한 말에도 구렁이는 꿈쩍도 하지 않고, 집 밖의 누군가가 '머리카락을 불에 태우면 구렁이가 사라진다'라고 외치자[7] 그 말을 들은 외할머니는 '나'에게 친할머니의 머리카락을 가져오도록 시킨다. 외할머니는 친할머니가 준비해 놓은 음식을 상에 차려 구렁이에게 보여 주고, 친할머니의 머리를 빗겨 얻은 머리카락을 불에 그을린다. 그 냄새에 구렁이는 감나무에서 내려와 대밭으로 사라져 간다. 그후 고모와 어머니를 통해 자초지종을 들은 친할머니는 외할머니와 화해하게 되며, 주인공을 용서해 주고 친할머니는 일주일 후 돌아가신다. 그리고 '정말 지루한 장마였다'라는 마지막 구절과 함께 장마가 그치며 소설이 끝난다.

4. 기타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작품 속에 섬진강건지산이 나오는 것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건지산전라북도 장수군순창군에 모두 실재하는 산이름이라, 둘 중 하나일 것인데, 작품 속 건지산의 규모가 아주 멀리서도 보이는, 마을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할 정도로 큰 산이라는 점, 그리고 '마을 전체가 섬진강의 상류에 속한다'는 내용으로 보아, 섬진강의 발원지는 전북 진안에 있는 팔공산이므로 장수군쪽일 가능성이 높다.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일부가 실려 있으며 마찬가지로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전문이 실려 있는 기억 속의 들꽃이 바로 장마와 함께 실려 있는 단편소설이다. 정확히는 초기에 민음사에서 발매된 장마 속에 단편으로 기억 속의 들꽃이 실려있는 건데 현재는 개정판 민음사판에만 같이 실려 있을 뿐 요즘 나오는 것은 장마와 기억 속의 들꽃이 따로 실려 있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이 소설 역시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7차 교육과정의 국정 국어교과서(상)에도 수록되었고, 비상 고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도 실려있다.

1979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유현목 감독의 마지막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국군 소위인 외삼촌 역할에 강석우, 빨치산인 친삼촌 역할에 이대근, 외할머니 역할에 황정순 등이 등장하는 호화 캐스팅이다.
1982년에는 KBS TV 문학관에서 방영되었다. 극의 도입부는 사복경찰이 주인공 동만을 초콜릿으로 구슬리는 부분에서 시작한다. KBS 옛날티비 영상 참고로 이 작품에서 동만을 맡은 아역배우는 훗날 태조 왕건에서 김언, 대조영에서 손만영, 광개토태왕에서 모용희, 징비록에서 충장공 김덕령 등을 맡게 되는 조인표이다. 두 작품 모두 공통적으로 친할머니의 임종은 잘라내고 두 할머니가 화해하는 장면을 끝으로 결말을 맺는다.
두 할머니 모두 자타공인 엄청난 아들바보이다. 빨치산 소탕작전이 전개되어 다들 죽었을 것이라고 여김에도 끝까지 아들이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 여기며 집안 식구들을 닥달하며 잔치를 준비하는 친할머니는 말할 것도 없고, 외할머니 역시 친할머니와의 갈등 이후로 거의 말을 안 하는데도 죽은 아들 이야기만 나오면 말이 많아지고 어떻게든 어린 외손자에게 외삼촌의 모습을 새겨주려 하는 모습을 보면 아들 바보가 확실하다.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소설이 아닌 '''시나리오 지문'''으로 등장했다.

5. 관련 문서




[1] 1952년 이전까진 닥치고 총살이었지만 이후론 회유시켜야 한다는 전략을 세운 덕에 단순 가담자 정도는 투항만 하면 별 탈 없이 집에 갈 수 있었다. 다만 서울에서 일부러 찾아온 경찰이 쫒는 묘사를 보면 그냥 단순 가담자 정도는 아닐 듯.[2] 주인공에게 초콜릿 다섯 조각을 보여준 뒤, 입을 열지 않자 한 조각씩 바닥에 떨어뜨려 구둣발로 짓이겨 못 먹게 하는 식으로 주인공을 농락한다. 또 자신(사복 경찰)이 친삼촌 '김순철 씨'과 아는 사이라고 주인공을 속여 밑밥을 깔아두기까지 했다. 이래저래 악랄하고 또 현실적인 설정.[3] 원래대로라면 주인공은 밤중에 잠에 빠져 아무것도 몰라야 했지만 뭔가 이상한 걸 눈치챈 주인공은 계속해서 자는 척을 했고 친삼촌과 가족 간의 대화 내용을 다 엿들은 상태였다. 원래 가족들은 혹시나 싶어 주인공을 아예 다른 방에 재우려 했지만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는 말에 그냥 애를 같은 방에 재웠는데 이게 패착이 되었다.[4] 아버지는 주인공을 보고 몇 번이나 입을 열다 다물었다를 반복했다. 그저 자기 전에 '앞으로 내 허가 없이 밖에 쏘다니다가는 다리를 부러뜨리겠다'라고 한 마디 했을 뿐. 이에 주인공은 속으로 차라리 날 미친 듯이 때려 달라며 괴로워했다.[5] 아이고, 이 사람아, 집안일을 못 잊어서 이렇게 먼 길을 찾아왔는가?[6] 무속신양에서 저주를 받은이가 죽으면 구렁이가 된다라는 말이 있다. 이로인해 이들은 외할머니에게 저주받은 친삼촌(빨치산)이 죽어 구렁이로 환생하였다 라고 생각한다.[7] 뱀이 사람 머리카락 태우는 냄새를 싫어한다는 말은 우리나라에 오래 전부터 있었기에, 음력 정월 첫 뱀날에 머리카락을 태워 뱀이 집에 들어오지 않기를 기원하는 풍습도 과거에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