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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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장 작성 시에 사용하는 문체
'''문어체'''(文語體)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지 않고 문서에 한하여 쓰이는 문체를 말한다.
간혹 20세기 초반까지 사용되던 한문의 영향을 깊게 받은 문체를 '문어체'라고 부르는 것이나 일본어에서 말하는 ‘분고(文語)’에 영향을 받아 현대 한국어의 문어체 또한 그러한 것으로 한정하고 일반적으로 글에 사용되는 문체를 '격식을 갖춘 구어체' 정도로 단정하기도 하지만, 한국어의 문어체에 대해서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의한 뜻과 같이 '일상적인 대화에서 쓰는 말투가 아닌, 글에서 주로 쓰는 말투'에 해당하는 문체를 문어체라고 하기 때문에, 대화에서 쓰이지 않는 글에서 주로 사용되는 문체를 두고 문어체라고 부를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립국어원에서는 구어체 문장에 대해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문어체 문장을 제시하였다. #
동양 한자 문화권, 특히 중국 문학에서는 구어보다 문어를 중시했는데, 이것이 문언문으로 발전하고 명청대에는 팔고문이 되어 구어체와 구별되었다. 현대 중국어와 과거의 논어, 혹은 명심보감 문장들의 상이성을 연상하면 된다.[1] 여차한 문어체적 표현이 동일한 한자문화권에도 유입되면서 식자층에서 구어를 구사할 때도 사용했다. 옛날의 양반이 생소하고 어려운 한자어를 써서 말한 것이 그러한 경우이다. 비슷하게, 기미독립선언서의 "오등(우리)은 자(이)에 아(我)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만 봐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아래와 같이 의도적으로 고유어를 배제한 근대의 한문 투 문체 또한 문어체의 범주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오늘날 문장에서 쓰이는 일상생활의 구어와 괴리가 있는 문체를 두고 이것이 근대에 만들어진 '문어'라는 의미에 부합하지 않고 결국 가까운 과거의 구어에서 기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오늘날 현대 한국어의 문어체가 아니라고 볼 근거는 없다.
- 나는 오늘 친구한테 전화했다.→금일 붕우와 통화하였다.
- 이건 내 거야.→이것은 본인의 소유물이다.
- 뭔 말인지 모르겠다.→발언의 진의 파악이 불가능하다.
- 제 일이 아니니 안 할 겁니다.→본인의 소관이 아닌지라 지시를 이행할 의사가 없습니다.
-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마세요)
- 관계자외 출입금지(관계자 이외의 사람은 들어올 수 없습니다)
- 작업장 내 입수보행금지(작업장 안에서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지 마세요)
- 입수금지(수영하지 마세요)
- 관계자외 촉수엄금(관계자 이외의 사람은 절대 만지지 마세요)
1.1. 의고체
발화와 동시에 증발하는 구어체와 달리 기록으로 남는 문어체의 특성상, 여러 세대 전의 오래된 단어와 어법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으로 한국 식자층의 저작활동은 한문으로 행해졌기 때문에 이른바 의고적인 문체라 함은 대체로 (대개 한문에서 유래한) 한자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문장을 의미한다. 이러한 한문 투의 문장도 여느 문체처럼 시대에 따라 다소 변화가 있었으나, 80~90년대의 언어순화 운동 사례에서 지적된 대표적인 경우를 거론해 보면
- 순수 한국어 단어를 배제하고 한문 단어를 사용하는 사례
- 따르다 → 추종(追從)하다
- 갖추다 → 구비(具備)하다
- 내리다 → 하달(下達)하다
- 한문 명사에 적(的), 화(化) 등의 접사를 첨가해 관형어로 사용하는 사례
- 당연히 → 필연적(必然的)
- 동사에 한문을 삽입하는 사례
- 해도 좋다 → 가(可)하다
- 안 된다 → 불가(不可)하다
- 할 수 있다 → 가능(可能)하다
20세기 들어 한국의 국어가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21세기 기준으로는 불과 반 세기 전인 1960년대의 구어체도 문어체처럼 보일 수 있다. 이하는 젊은 느티나무 문서에서 일부 예시를 발췌한 것이다.
이 예시문은 1960년대 당시의 구어체로 쓰여있어서 오늘날 보자면 상당히 어색하지만 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언중이 일반적으로 쓰는 말이 바뀌어서 그런 것일 뿐, 문어체와는 관계가 없다. 이와 비슷하게 대화보다 문자를 많이 사용하는 작가 등의 직업군 내지 애서가들의 말투가 청자에게 독특하게 들릴 수는 있으나 이건 그 사람들이 오늘날 흔히 쓰이는 말 내지는 유행어를 쓰지 않을 뿐, 문어체를 사용한다고 간주할 수는 없다.「에에, 성화라니깐, 영작 숙제가 막 멋지게 씌어져 나가는 판인데 --」
나는 그렇게 투덜거려 보이면서 책상 앞에서 물러난다.
「어디 구경 좀 해. 여류 작가가 될 가망이 있는가 없는가 보아줄게.」
그는 손을 내밀며 몸까지 앞으로 썩하니 기울인다.
「어머나, 싫어!」
2. 전근대 일본의 서면어 형식
일본이 고유의 서사형식 가나 문자를 확립하고 어느 정도 고유한 문자문화가 정착하자 《겐지 이야기》를 필두로 교범 역할을 하는 작품들이 등장했다. 이러한 헤이안 시대 작품들을 토대로 서면어격식을 표준화하려는 노력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그렇게 고정된 서면어 형식을 오늘날 일본에서는 문어체, 또는 고문이라 부른다.'''ナムウイキ、共ニ育テシ知識ノ木。'''
'''나무위키, 여러분이 가꾸어 나가는 지식의 나무.'''
본격적으로 이러한 노력을 시작한 사람은 12-13세기 후지와라노 사다이에(藤原定家)이고, 그가 제정한 가나 형식을 데이카 가나 표기법(定家仮名遣い)이라 부른다. 그러나 사다이에 시대에는 음운의 변화로 헤이안 시대에 생긴 가나가 혼란에 빠졌기 때문에, 그가 의도한 헤이안 시대 표기와는 괴리가 있었다. 17세기 에도시대 승려 케이추(契沖)는 사다이에의 가나 형식을 수정하여 케이추 가나 표기법(契沖仮名遣い)을 만들었다. 이것이 오늘날 말하는 역사적 가나 표기법의 기본이 되었다.
고문은 어법으로나 표기로나 사다이에나 케이추가 살던 시대가 아닌, 헤이안 시대를 모방했기 때문에 (마치 현대 중국어와 고전 한문이 상당히 차이나듯) 현대 일본어와는 꽤나 다르다. 현대 일본인도 별도로 교육을 받지 않으면 바로 이해할 수가 없다. 메이지 유신 이후로는 문학가들을 중심으로 입말 그대로 쓰자는 언문일치운동이 일어나 점차 문어체가 구어체 기반의 글말로 변해갔지만, 여전히 공문서와 일부 지식인들은 상당히 폭넓게 문어체를 사용했다. 1945년 히로히토의 옥음방송도 대본을 문어체로 작성했다.
1946년에 현대 가나 쓰기(現代仮名遣い)를 공포하고 마지막까지 문어체였던 공문서인 법령이 현대 구어체 일본어로 바뀌면서[2] 현실의 어문생활에서는 더 이상 보기 어려운 서면어 형식이 되었다.
나이가 있거나 보수적인 문인들의 작품에서는 이 문체를 간혹 찾아볼 수 있다.
2.1. 예시
- なり - 어미 '~이다'. 한자로 也로 표기하기도 한다. 구어체로는 ~だ, ~である에 해당한다. '~인 것이다'를 뜻하는 者也/物也(ものなり)의 형태로도 자주 등장한다.
- すべし - 어미 '~할 것' 또는 '~해야 함'. 옛 일본어 문헌 중 ~す可し나 可로 끝나는 글이 있다면 이렇게 읽어야 한다.
- せり - 어미 '~했다'. 동작의 완료를 나타낸다
- 오덕들에게는 진삼국무쌍 시리즈와 천지를 먹다 시리즈의 숏다리로 유명한 敵将、打ち取ったり。(테키쇼, 우치톳타리 / 적장, 해치웠다!)가 가장 친숙할 듯하다.
- 제독의 결단에서는 일본군 특유의 악명높은 육해군 대립을 적나라하게 풍자한 "陸軍としては海軍の提案に反対である。(육군으로서는 해군의 제안에 반대한다!)" 명대사가 유명하다.
자세한 내용은 일본어/고전문법 문서를 참고할 것
[1] 구어로 기술된 글들도 있었는데 이를 백화문이라고 한다. 사대부층은 이러한 문체를 천시했지만, 명조대에 신분이 일천했던 주원장의 영향으로 점차 문언문에서도 사용되다가 청나라와 중화민국 시대를 경과하며 문어체 역시 북경어 백화문으로 전환되었다.[2] 법을 고칠 일이 있을 때 고치면서 겸사겸사 현대 일본어로 바꾸는 식이라 모든 법이 한꺼번에 현대 일본어로 바뀐 것은 아니다. 최종적으로 이 작업이 완료된 때는 2004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