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좌파연합
1. 개요
폴란드의 중도좌파, 사회민주주의 정당. 국내에서는 가끔 민좌련이라고 줄여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는 이하 민좌련으로 줄여 부르겠다.
2. 역사
1990년 공산주의 시절 폴란드의 유일 합법 여당이었던 통일노동당의 후신으로 사회민주당이 창당되었으나, 이 과정에서 독자적인 창당을 강행하는 이들이 이어지면서 좌파는 분열하게 된다. 1991년 민주화 후 첫 총선이 다가오자 분열을 막기 위해 군소 좌파 정당들과 연대하여 지금의 민좌련이 조직되다. 다만 처음에는 정당이 아닌, 정당 연합으로 출범했으며 1999년 합당으로 단일 정당이 되었다. 이 점에서는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과 비슷한 부분.
1993년 총선에서 겨우 20.4% 만을 얻고도 171석을 가진 원내 1당에 올라 집권에 성공했으며, 1995년 대선의 후보인 알렉산더 크바스니에프스키가 당선되면서 승승장구하게 되었다. 다만 1997년에는 득표율이 전보다 7%나 더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의석수는 그것도 같은 7석만큼이나 오히려 줄었으며, 역으로 우파인 연대선거행동보다 적은 의석을 획득해 정권을 내주게 되었다.
이후 제1야당으로 있으면서 재집권을 노리던 중 기존의 연대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하에 단일 정당으로 재창당을 결의하고, 1999년 선거 연대에서 하나의 정당으로 합당되었다. 이 과정에서 반발하던 일부 의원들이 탈당했지만, 별다른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여하튼 2001년 단일 득표율 41%를 기록, 의석수 또한 200석을 획득하면서 다시 원내 1당에 올랐고, 군소 좌파 정당인 노동연합과 연합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2002년부터 비리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하면서(일명 라이윈 게이트)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노동연합이 연정을 탈퇴하면서 고비를 맞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큰 스캔들이 아니었기에 다음 총선에서는 떨어질 것은 예상되었지만 크게 번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후 스캔들이 갈수록 커지면서 지지율이 급락했으며, 결국 2005년 11.3%밖에 득표하지 못해 의석수마저 55석으로 급추락했으며, 심지어 상원에서는 아예 '''원외정당'''으로 떨어지고 만다. 한마디로 망했어요. 심지어 동년 대선에서는 선출된 후보가 1차 때 사퇴하는 등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다. 여담으로 이 때 정권을 탈취한 정당은 극우파인 법과 정의당인데, 웃긴 것은 기존의 좌파 지지자들이 극우파로 대거 옮겨갔다는 점이다.[1]
이후로는 군소정당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2007년 재집권을 꾀했지만 역으로 의석수를 더 날리기만 할 뿐 얻은 건 하나도 없었다. 사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폴란드가 기독교 교리에 충실한 보수적인 사회를 바탕으로 한 나라라 보수 정당에 유리한 정치 구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좌련은 기존 중도우파 정권의 각종 실책 등을 노려 집권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진보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민좌련은 정당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마이너스 요소(예: 스캔들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라이윈 게이트라는 대형 스캔들이 터졌으니, 훅 가버리는 건 어쩌면 당연지사.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당이 대규모 쇄신을 단행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들에겐 쇄신의 의지조차 없었다는 것. 당이 그 상태에서 계속 머무르기만 하면서, 몰락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었다.
2011년 총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계속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매우 파격적인 선거 광고를 내보냈는데,
당의 여성 당원으로 선거에 출마한 카타르지나 레나르트(Katarzyna Lenart)를 앞세웠다. 1987년생으로 당시 나이 '''24세'''. 진보의 상징인 "여성"과 "젊음"의 이미지를 모두 갖추고 있는 레나르트를 선거 광고에 출연시켰는데, 문제는 보면 알겠지만 정장 차림이던 레나르트가 자신의 옷을 하나둘씩 벗기 시작하더니, 마지막에는 브래지어까지 벗는다.[2] 그리고 "더 많은 것을 원하세요? 민좌련에 투표합시다."라는 문구로 마무리.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인데, 옷을 벗어 던짐으로서 "자유"를 표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좌련이 "자유를 위한 당"임을 내세우기 위한, 나름 파격적인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독이 되었다.''' 보수적인 폴란드 사회에서 여자가 대놓고 옷을 벗어 던지는 장면을, 그것도 더 많은 것을 원하냐는 의미심장한 단어를 붙여서 정당의 선거 광고로 내세웠으니 되려 역풍을 맞아버린 것. 의석은 고작 27석으로 더 밀려나 기어이 떡실신하고 만다(...). 심지어 득표율은 8.7%밖에 안 돼 창당 후 처음으로 10%를 건지는 데 실패했으며, 이는 정당 연합의 봉쇄조항(8%)을 가까스로 넘는 수준이다.
결국 당은 한동안 내분에 빠졌고, 이 과정에서 당의 운영 방침에 반발한 레젝 밀러 의원이 탈당해 너의 운동을 창당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기 시작했다. 차츰 중도우파 시민 연단 소속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의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민좌련은 이러한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했고, 계속되는 몰락에 일부 민좌련 지지자들이 시민 연단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등[3][4] 지지 기반은 갈수록 떨어져 나갔다.
이렇게 몰락하다가 "이제는 국회에서 아예 쫓겨나겠지"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결국 2015년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해 기어이 원외 정당으로 추락하고 만다. 기타 군소 좌파 정당들과 연대했지만, 언급한 봉쇄조항에 단 0.2% 미달해 그나마 남은 의석수조차 모조리 날려버린 것. 문제는 민좌련이 '''폴란드 최대 좌파 정당'''이라는 점이다. 즉 제1 좌파 정당이 원외정당이 되었으니 다른 정당이야 안 봐도 비디오다.
이 사건은 전국, 나아가서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으며, 폴란드 역사상 최초로, 경우에 따라서는 전후 유럽 최초로 좌파 정당이 원내 진출에 실패한 첫 사례로 기록되었다. 이후 적지 않은 당원들이 탈당했으며, 2017년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을 탈퇴했다.
이 정도까지 가면 재기가 시급하지만, 정작 당은 잦은 참패로 쇄신에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 바로 집권한 법과 정의당의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좌련은 반등은커녕 여전히 8%도 될까 말까 하는 매우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부진하고 있는 중이며, 일각에서는 2019년 총선 때는 단일 정당 득표율마저 봉쇄조항(5%)에 걸릴 것이라는 설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일단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나 그게 사실이 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현재는 가망조차 없고, 아예 당이 조만간 해체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이미 극좌파들은 극우파인 법과 정의당으로, 중도좌파들은 중도우파인 시민 연단으로 옮겨가면서 민좌련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심지어 요즘에는 중도좌파들도 살아남기 위해 시민 연단에 입당하는 현실이다. 즉 시민 연단을 좌경화하는 방법 외에는 답이 없다는 얘기.
더욱이나 한때 이 당에서 활동하던 로버트 비에드론이 2019년 봄당을 창당하면서, '''폴란드 제1 좌파 정당'''이라는 타이틀도 빼앗길 상황이다. 물론 비에드론이 법과 정의당에 맞서는 명목으로 민좌련과 연대를 할 경우 재기할 수는 있겠지만, 이 경우 되레 "봄당의 2중대" 신세를 면치 못할 게 뻔하다.
2019년 총선에서 좌파연합이 하원에서 49석의 의석수를 확보했고, 상원에서도 14년만에 의석확보에 성공하며 그럭저럭 재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법과 정의당의 과반확보 저지에는 실패, 야권의 파이를 적극적으로 늘리는데에는 실패했다는 평을 듣는다. 그나마 지지층이 상원 선거에서 시민연단 등 리버럴 정당 후보들에게 몰표를 던지며[5] 상원에서 과반확보 저지는 시켰지만 상원의 권한이 그리 크지 않은지라 의미가 퇴색된다는 평이다. 그래도 상원에서 시민 연단, 농민당, 무소속과 연대하면서 견제구를 날리고 있는 중이고 2020년 대선에서는 법과 정의당 측이 코로나를 앞두고 무리수를 던지면서 공동정권 얘기가 나오고있었지만 간발의 차이로 낙선하면서 꿈이 되었다.
[1] 이게 왜 그러냐면, 법과 정의당이 공산주의 금지 법안을 상정하는 등 철저한 우익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기독교 민주주의에 입각한 복지정책을 내세우기 때문이다.[2] 해당 부분은 '''CENSORED'''라고 가려진다.[3] 한국처럼 단순다수득표제이기 때문에, 군소 정당은 적지 않은 지지자들이 타 주요 정당을 차악 선택해야만 하는 아픔(?)을 겪는다. 최소 극우파인 법과 정의당만은 막아야 하므로, 그나마 온건한 시민 연단에 차악 투표를 하는 것.[4] 오히려 이 때문에 시민 연단이 좌파로 비춰지면서, 언론에서도 적지 않게 시민연단을 (중도)좌파로 오보하는 경우가 많다.[5] 폴란드 상원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제, 하원 선거제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