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구미
1. 개요
딱정벌레목에 속하는 대부분 주둥이가 긴 곤충들을 이른다. 좁은 의미로는 바구미과에 속하는 곤충을 이른다. 국내에 존재하는 종류만 보더라도 쌀벌레로 불리는 쌀알보다 작은 쌀바구미에서부터 15~25mm에 이르는 왕바구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를 보여주며, 해외에 서식하는 종들은 이보다 더 크고 특이한 형태를 보여준다.
2. 특징
몸의 크기는 소형에서 중형 사이 정도이며, 성충은 머리의 이마가 길게 연장되어 있다. 긴 부리(구문상)이거나 바늘 모양의 매우 긴 주둥이 형태로 그 끝에 입이 있다. 하지만 일부 아과에 속하는 바구미들 중에는 주둥이가 짧은 친구들도 있다. 인후봉합선(gular suture)은 중앙의 1선에 모인다. 더듬이는 매우 긴 편이지만 밑마디가 입과 가까운 부위에 위치해 있는데다가 도래마디가 전체 더듬이 길이의 1/2 내외를 차지하고 보통은 접혀져 있어서 언뜻 보면 더듬이가 짧아보이거나 눈 앞쪽에 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더듬이의 끝 부분은 곤봉 형태로 되어있다. 대부분의 바구미들은 다리의 전체가 거의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딱지날개가 단단하다. 너무도 단단한 나머지 왕바구미 같은 친구들의 경우 앵간한 표본침으로는 뚫리지 않거나 오히려 휘어버리기 때문에 바늘 정도 굵기의 표본침을 써야 겨우 똟리는 수준이다. 그만큼 이 친구들은 풍뎅이들보다 더하게 딱지날개와 머리, 윗가슴등쪽판을 단단하게 발달시켜서 다른 곤충들로부터의 공격을 원천차단시키려는 노력이 보인다. 배 끝 부분이 다른 풍뎅이들처럼 날개에 가려지지 않았는데, 이마저도 배 끝부분 윗판이 경판으로 되어 있다.
3. 생태
성장과정은 번데기 과정을 거치는 완전 변태를 하며, 성충, 유충 모두 종에 따라 다양한 식성을 보여주는데 성충이 쌀바구미처럼 쌀을 파먹는 종도 있고, 왕바구미처럼 수액을 먹는 종, 꽃가루를 먹는 종, 나뭇잎을 먹는 종, 과일을 먹는 종 등 다양한 식성을 보여준다. 유충은 어미가 산란한 부위를 먹고 자란다. 일부 유충은 종에 따라서 쌀, 나무, 밤, 도토리, 나뭇잎 등을 먹는다.
성충, 유충 모두 작물에 피해를 주는 식성 때문에 해충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1]
하지만 야자바구미처럼 일부 국가나 지방에서는 중요한 식사거리로 대접받고 있다. 열대지방에 사는 야자바구미는 야자나무를 파먹는 해충으로 유명하지만 원주민들은 오히려 이 바구미를 키워서 단백질 공급원으로 삼는다고 한다. 일찍이 생존왕이 직접 먹는 모습을 보여 줬으며, 정글의 법칙에서도 이 야자바구미의 애벌레를 구워먹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는데, 상당히 맛있다고 한다.
과거 보존식품이 발전하지 않았을 때 흔히 이용되었던 건빵도 오래 보관하면 바구미가 들끓곤 했는데, 이 이유 때문에 차라리 어두운 곳에서 먹으면 건빵 먹다가 바구미 씹어도 맛 차이가 그다지 없었다고 한다. 남북전쟁 당시에는 아예 이 건빵을 커피에 담궈 놓으면 바구미가 커피에 둥둥 떠 다닌다는 수필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아무 맛도 안 났기에 그냥 다들 먹었다고...
4. 한국에 서식하는 바구미
한국에는 약 400여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 쌀바구미
- 왕바구미
- 팥바구미: 번식력이 상당하다. 근원이 되는 팥만 없다면 절대 일반 가정에서 나타나지 않지만, 팥바구미가 한 마리라도 딸려온 팥을 집에서 보관해뒀다간 얼마안가 집안에 들끓는 팥바구미들을 볼 수 있다. 특징으론 행동반경이 넓지않아 팥 근처에만 머물며, 팥이 사라지면 귀신같이 사라진다.
- 밤바구미: 구멍 뚫린 밤은 이 녀석이 파 먹었다 해도 무방하다. 가끔 밤을 까다가 작고 통통한 애벌레가 튀어나와 식겁하기도 한다.
- 사과곰보바구미
- 배자바구미
5. 기타
장 앙리 파브르도 이 바구미들의 생태에 대해 연구했다. 그 중 특별한 것은 사냥벌인 노래기벌들이 자신들의 애벌레의 먹이로 삼는 곤충중 하나였던 바구미에 대한 연구인데, 파브르는 이 바구미들이 죽은 것이 아니라 벌에 의해 마취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기위해 사냥벌이 마취시킨 바구미들을 방치해 두거나 '''전기충격'''을 가했다.
이 일련의 실험으로 얻어낸 결과는 사냥벌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바구미를 비롯한 기타 곤충들은 살아있으며, 사냥벌들은 바구미 처럼 신경이 한군데로 집중된 먹이를 선호한다는 것이다.[2] 이 연구로 파브르는 벌이 방부제 물질로 먹이가 된 곤충의 부패를 막는다고 말했던 레옹 뒤푸르의 의견이 틀렸음을 알게됐다.
미국 앨라배마 주의 엔터프라이즈(Enterprise)에는 이 바구미의 일종인 목화 바구미(boll weevil)를 기념하는 기념물이 있다. 이름은 Boll Weevil Monument.그런데 이유가 좀 황당하다. 이 목화 바구미는 1915년에 앨라배마에 유입되며 이 지역의 목화 농업을 초토화시켰다. 이 때문에 농부들은 목화가 아닌 땅콩과 같은 다른 작물 재배로 전환했는데 다행히 이는 성공하였다. 그래서 이 해충 덕분에 주민들이 목화 재배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른 작물 재배나 제조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기념물을 세웠다는 것. 주한미국대사관의 설명 앨라배마주 백과사전 링크
여기까지는 블랙 유머 정도로 넘길 수 있는데, 문제는 여기에 '''인종 차별''' 논란이 끼어들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이 앨라배마에서 작물을 전환한 부류 중에선 땅콩이 다수를 차지했다. 땅콩은 콩과 식물답게 지력 회복에도 도움이 되는 유용한 작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땅콩 농사 전환을 장려하고, 생산된 땅콩의 용도를 여럿 개발한 인사가 있었는데 당시의 농학자인 조지 워싱턴 카버(George Washington Carver)란 인물이었다. 땅콩 및 땅콩버터 문서에도 나오듯이 미국의 땅콩 농업에 큰 공헌을 한 인물이다. 그런데, 조지 카버는 바로 '''흑인'''이었다. 부모 역시 흑인 노예였고, 성인 카버도 주인이 자신의 성을 따서 붙여준 것. 즉 흑인인 카버의 공로를 알리기 싫어서 블랙 유머인 척 하고 바구미 기념물을 세운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앨라배마는 '딥 사우스'지역 답게 흑백 차별이 매우 극심한 곳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의심할 법한 부분이다. 이를 다룬 미국 언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