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1. 참나무 열매
1.1. 소개
1.2. 생김새
1.3. 식품으로서의 도토리
1.3.1. 왜 작물화되지 못했나?
1.4. 도토리를 좋아하는 동물은?
1.5. 기타
2. 가상 인물


1. 참나무 열매


[image]
도토리모자라 불리는 도토리받침을 제거한 것들이다.

1.1. 소개


참나무과에 속하는 떡갈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갈참나무에서 나오는 열매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거꾸로 이야기해서 도토리나무라고 하면 저 6종류의 나무를 의미한다.

1.2. 생김새


나무 종류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다소 차이가 나지만, 도토리받침(흔힌 도토리모자로 알려져 있는 주름진 연갈색 지지대 부분)과 열매 부분으로 되어 있는 것은 공통. 우리가 보통 도토리라고 하면 떠올리는 것은 둥근 도토리받침이 있고 약간 길쭉한 원형에 연갈색 반질반질한 껍질이 있는 도토리인데# 이런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는 주로 졸참나무굴참나무이다.

1.3. 식품으로서의 도토리


'''인간 최초의 주식'''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다. 신석기 시대 때 농사가 시작되었지만, 아직 식량을 자급할 수 있을 만큼은 아니었던 탓에 주식으로 이용되었던 것이다. 단적으로 한자의 풀 초(草)자는 원래 상수리 나무 열매, 즉 도토리를 의미하는 상형자였다. 과거에 풀이라면 당연히 식용이었고, 그 대상은 도토리였던 것. 뒤에 도토리가 주식개념을 잃으면서 일반적인 풀을 포괄하는 의미로 확대되었다.
일본의 조몬시대 유적지에서 도토리를 물에 담구어 떫은 맛과 바구미의 유충을 빼낸 뒤, 과자로 만들어 먹은 유적이 전국에 다수 발견되는 점을 미루어 동아시아에서 농경이 시작되기 이전에 광범위하게 식량으로 사용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쓴맛떫은맛이 나는 탄닌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그대로 먹을 수는 없었고, 토기에 도토리와 물을 채워 넣어 탄닌 성분을 제거하고 가루로 만들어 쿠키를 만들어 먹곤 했다. 도토리가루를 물에 개어 반죽한 덩어리를 토기 안에 붙여 불로 굽는 식이었다. 물론 현대에 간식 등으로 먹는, 버터와 조미료 등이 첨가되어 적당히 바삭바삭하고 달달한 쿠키는 아니다. 한국 강원도 산간지방에도 이와 비슷한 요리가 남아있다. 유물로는 한국에서는 서울 강동구의 암사동 선사유적지에서 탄화된 도토리가 발견되었고, 창녕의 신석기시대 비봉리유적에서는 도토리 저장고가 발견되었다.
특유의 떫은맛과 쓴맛 때문에 보통 찬물에 담가 나쁜 맛을 뺀 후 물기를 말려 그대로 먹거나 식재료로 쓴다. 남한에서는 보통 도토리묵으로 만들어 먹고, 북한에서는 도토리로 된장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남북한을 제외하면 도토리로 뭔가 요리를 만들어 먹는 나라는 의외로 찾기 힘들다. 북한이야 워낙 먹을 게 없으니 그렇다치고, 다른 게 많은데도 굳이 도토리를 먹는 나라를 보면 한국이 거의 유일할 정도. # 역사적으로는 어디에서건 먹을 게 부족하니 도토리를 어떻게든 요리해 먹은 기록이 있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소실됐다. 예를 들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페르세우스고르곤 자매를 찾을 때 도토리를 먹는 사람들을 찾으라는 신탁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젠 서양에서 도토리는 후술하듯 돼지 사료 등으로나 쓰는 정도다. 동양의 경우 일본에 도토리 요리가 있다고는 하나 특정 지역에서만 매우 드물게 먹고, 별걸 다 먹는다는 중국에도 도토리 요리는 거의 없다. 한 때 건강식품으로 도토리가 각광받긴 했지만.
숙취 해소나 중금속 배출 등 신체의 각종 독소를 해독 또는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고, 탄수화물과 수분 함량이 많아 다이어트 식품 또는 대체 식품 등으로 자주 쓰이고 있다. 하지만 도토리의 떫은 맛을 내는 탄닌 때문에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불량과 변비의 위험이 있으므로, 적당히 먹는 것이 좋다.
다른 견과류처럼 구운 것을 넛 크래커로 까서 먹으면 호두와 아몬드의 중간 정도의 맛이 난다. 의외로 간식거리로 꽤 괜찮다.

1.3.1. 왜 작물화되지 못했나?


우리는 어째서 도토리처럼 소중한 식량 공급원을 작물화하지 못했을까? 왜 딸기나무딸기를 작물화하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고대 농경민들은 접목법처럼 까다로운 기술도 훌륭히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식물들은 어떤 점 때문에 작물화에 실패했을까?

알고 보면 떡갈나무는 처음부터 삼진을 먹고 들어갔던 셈이다. 첫째, 떡갈나무의 느린 성장 속도는 농경민들의 인내력을 소모시키기에 충분했다. 을 뿌리면 몇 달 만에 수확을 거둘 수 있고 아몬드를 심으면 3, 4년 만에 열매가 열리는데, 도토리를 심어서 소출이 나오기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린다. 둘째로, 떡갈나무는 원래 다람쥐에게나 맞는 크기와 맛의 열매를 만들어내도록 진화되었다. 그 녀석들이 바삐 도토리를 파묻고 파내고 까먹는 모습은 누구나 보았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쩌다가 깜빡 잊고 파내지 않으면 그 도토리에서 떡갈나무가 자라난다. 떡갈나무가 자라기 적합한 곳이라면 거의 빠짐없이, 해마다 수십억 마리의 다람쥐들이 각자 수백 개의 도토리를 퍼뜨리고 있다. 우리 인간은 도저히 원하는 도토리를 얻기 위해 떡갈나무를 선택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성장 속도는 느리고 다람쥐는 재빠르다는 문제점은 너도밤나무와 히코리나무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각자 유럽인들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야생 상태로 많은 견과류를 얻고 있지만 역시 작물화되지는 못했다.

셋째, 아마 아몬드와 도토리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몬드에서는 단 하나의 우성 유전자쓴맛을 조절하지만 떡갈나무에서는 쓴맛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여러 개인 듯하다. 가령 고대 농경민이 어쩌다가 발견한 쓴맛이 없는 돌연변이 나무의 아몬드나 도토리를 땅에 심었을 때 유전학 법칙에 따라 아몬드의 경우에는 거기서 자라난 나무의 열매의 절반이 역시 쓴맛이 없겠지만 떡갈나무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의 열매에서 계속 쓴맛이 난다. 설령 어느 농경민이 도토리를 재배하겠다고 나서서 다람쥐를 물리치고 끈기 있게 버티었더라도 이 문제에만 부딪치면 그만 열정이 식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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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193~194쪽


1.4. 도토리를 좋아하는 동물은?


도토리를 좋아하는 동물로는 다람쥐가 유명하지만 실제 다람쥐는 도토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다람쥐의 주식인 건 맞지만,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도토리가 숲에서 가장 흔한 열매라서 가장 많이 먹을 뿐이다.(...) 애완 다람쥐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해바라기씨나 아몬드, 잣 등의 맛좋은 견과류를 자주 먹고 거저리, 귀뚜라미, 메뚜기 등의 곤충도 즐겨 먹는 다람쥐는 도토리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1]
실제로 도토리를 좋아하는 동물은 다름아닌 '''돼지'''로 도토리라는 단어의 어원도 돼지의 옛말인 돝에서 따온 단어다. 실제 15세기에 쓰여진 두시언해에는 도토리를 '도토밤' 혹은 '도톨왐'으로 쓰고 있고, 더 이전에 쓰인 향약집성방에는 도토리를 저의율(猪矣栗) 즉 돼지의 밤으로 쓰고있다.
때문에 중세부터 유럽의 농부들은 도토리를 많이 따서 돼지들에게 먹이고, 그 돼지고기를 소금에 절이거나 훈제해서 겨울에 먹을 양식으로 썼는데, 이 전통이 이어져 지금도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축사료용으로 도토리를 많이 쓰고 있으며, 특히 스페인 특산품으로 유명한 하몬 중에서 최고 등급인 하몬 이베리코 데 베요타는 도토리만 먹여서 키운 건강한 돼지의 뒷다리로 만든다.[2]
야생동물들도 도토리가 주식인 경우가 많다. 곰의 주식중에 바로 한 가지가 도토리이다. 또한 의외로 호랑이도 먹이를 먹고 난 후 소화를 위해 도토리 몇 알을 먹는다고 한다.
어치원앙같은 새들도 도토리를 좋아한다. 특히 어치나 산갈까마귀는 겨울에 먹으려고 도토리를 숨겨놓는데, 기억력이 하도 좋아서 숨긴 위치를 다 기억해서(...) 빼먹기 때문에 도토리나무 확산에 크게 기여하진 않는다. 다만 여유분으로 숨겨놓은 도토리가 이듬해 발아하는 경우는 많다.

1.5. 기타


동물 이야기만 신나게 나와있지만, 농약을 덜 친 도토리는 여느 견과류와 마찬가지로 벌레들의 집산지이기도 하다. 벌초라도 갔다가 도토리라도 발견했다고 하면 좋다고 주워가기 이전에 껍질부터 깨끗하게 닦고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바늘구멍만한 구멍이라도 뚫려있다면, 그 도토리는 이미 입주자(...)가 있는 것이다. 얼핏보면 구더기처럼 생긴 이 벌레는 도토리거위벌레이다. 바늘구멍 같은 구멍은 바로 도토리거위벌레가 모기처럼 산란관을 찔러넣은 흔적.
구멍이 대번에 눈에 띌 정도라면 알맹이는 다 녹아났다는 의미이고, 말 그대로 바늘구멍이라면 껍질을 벗겨보면 멀쩡해보이는데 알고 보면 안에서 한 마리가 까꿍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바구미 외에도 개미가 대가족을 만들어 거주 중인 경우도 흔하다.
보릿고개 때에도 비상식량으로 사용했는데, 먼저 삶은 후 말려서 쓴 맛이 나는 물을 빼낸 후 방아질을 해서 다시 완두를 곁들여서 쪄서 먹었다. 물을 우려낸 도토리는 아무 맛도(무미) 없기 때문에 곁들인 완두 맛으로만 먹는 거라 끼니나 채우려고 억지로라도 먹어야 했다고... 그런데, 도토리묵을 만들어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떫은 맛이 아예 안 날 정도로 우려내는 것은 낭비가 심하다. 순수 도토리가루만으로 만들지 않고 다른 곡물을 넣은 도토리묵은 일부러 도토리의 떫은 맛을 남긴다.
픽션에서 자주 무생물 캐릭터로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스도리카. 여기서는 잡몹 및 NPC로 등장하며, 이름은 멍청토리다. 주요 출몰지는 단풍호수. 이것들이 플레이어를 공격할 때 내는 특유의 소리가 있다고 한다..
아기자기한 열매의 생김새 덕분에 일러스트나 동화 등에서 등장이 잦은 편이다. 특히 다람쥐와는 거의 단짝 마냥 붙어나온다고 보면 된다. 또 가을을 상징하는 열매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을 관련 그림에선 생각보다 자주 보이는 소재 중 하나다.

2. 가상 인물



[1] 도토리는 견과류 중에선 생으로 먹어도 맛이 좋다고 할 정도는 결코 아니다. 그러니 집에서 고급 견과류를 먹고 자라 입맛이 높아진 다람쥐가 이것들에 비해 맛이 현저히 떨어지는 도토리를 좋아할리 없다. 물론 다람쥐에게 도토리를 쥐어주면 겁나 열심히 까긴 한다. 안 먹어서 그렇지. [2] 다만 이베리코 돼지를 기를 때 돼지들에게 먹이는 도토리는 우리나라에서 나는 도토리와는 종류도 맛도 다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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