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열매)
1. 개요
🌰 / Chestnut
밤나무의 열매. 가시가 많이 난 송이에 싸여 있고 갈색 겉껍질 안에 얇고 떫은 속껍질이 있다. 내용물은 생으로 먹어도 좋고, 이외 갖가지 방법으로 조리해 먹어도 좋다. 단, 벌레 먹은 밤은 썩거나 텅 비어서 벌레의 집이 되어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오랜 시간 방치해두면 멀쩡했던 밤도 금방 벌레 먹어 썩어버린다.
2. 영양
밤의 전분은 굉장히 양질이고 몸을 살찌우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서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환자나 허약체질인 사람에게 좋다. 또한 다른 걸 안 먹는다는 가정하에 밤은 영양소가 복합적으로 들어있어 다이어터들에게도 좋은 식품이다. 운동을 병행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완전식품.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칼슘까지 풍부하고 100g에 약 160kcal 이기에 성장발육에 도움 되어 아이들에게 좋다. 또한 소화기관을 튼튼히 해주기에 위장질환이나 소화가 잘 안되는 분들에게 좋고 이럴 땐 밤죽으로 먹거나 삶아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 비타민C도 풍부해서 피로 해소 및 피부에 좋으며, 타닌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설사나 배탈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알코올 분해 성분이 있어 숙취해소에도 좋은데, 이때는 생밤으로 먹어야 된다.
3. 섭취 및 조리법
먹는 방법으로는 그냥 모든 껍질을 다 까서 먹는 것과 까서 하루 정도 물에 넣어뒀다 먹는 방법, 구워 먹는 방법(군밤), 쪄 먹는 방법(찐 밤), 돌로 굽는 방법(약밤)등 다양하다. 쪄서 으깨 만드는 한과인 율란도 있다. 군밤을 상품화한 것으로는 맛밤이라는 제품이 가장 대표적으로 시판되고 있다. 이외에 부드럽고 달콤하며 물기 있게 먹을 수 있는 밤 조림과 밤 통조림[2] , 밤맛을 낸 마론 크림 등이 있다.
일본에는 쿠리킨톤이라 불리는 밤으로 만든 화과자가 있다. 밤을 설탕에 조린 음식이라 잼이나 스프레드처럼 잘 뭉개져서, 빵에 발라먹기도 한다.
주로 제철인 가을 즈음을 지나서 겨울쯤에 먹는데 적합하다. 덜 익은 밤은 떫은맛이 강하다. 밤송이가 활짝 벌어져 내부의 밤을 손쉽게 빼낼 수 있을 정도로 잘 익은 밤을 그 자리에서 바로 까서 먹으면 엄청 맛있다. 또 익혀서 먹으면 부드럽기 때문에 그대로 입안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맛있다.
밤 껍데기를 까는 데는 아무래도 날붙이, 칼의 도움이 필요하다. 맨손으로는 손가락 힘이 좋고 손톱도 억세지 않은 이상 그냥 까기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은 밤을 까는 용도로 만들어진 밤가위라는 도구가 나오기도 했다. 단 이 도구의 경우엔 근력이 약하고 손에 힘도 부족한 어린아이들은 잘못하면 다칠 수 있으니, 반드시 주의시키거나 건드리지 못하도록 할 것. 밤을 그나마 쉽게 까려면 물에 담가 두면 된다. 5분 정도 담가 뒀다가 까면 부드럽게 잘 벗겨진다. 이는 속껍질도 마찬가지다.
그 외에도 양과자의 단맛을 내는데 자주 사용된다. 비단 양과자에만 쓰이는 건 아니다. 그런데 고구마와 맛이 상당히 유사해서 밤의 그 특유의 단단한 겉껍질 + 텁텁한 속껍질을 싫어하는 사람은 고구마를 먹으면서 밤을 먹는 기분을 내기도 한다. 아예 밤고구마라는 단어도 있다.
참고로 군밤을 구울 때 칼집을 내지 않고 구우면 껍질이 튀어서 다칠 수가 있다. 실례로 화롯불에 군밤을 구워 먹다가 튄 껍질이 눈에 맞아서 실명한 사고도 있었다. 제대로 튀는 것을 막으려면 반드시 겉껍질에 칼집을 내준 후 구워야 한다. 밤 안쪽의 공기가 폭발하기 때문.
밤껍질이 쉽게 까지게 하는 방법이 있다. 물에 밤을 한시간 정도 담구어 놓고 찜기에 넣고 20분간 쪄준다. 그리고 불을 끈다음 그대로 뜸을10분간 들여준다. 이후에 바로 찬물에 넣어주면 아주 쉽게 까진다.
양세형이 맛남의 광장에서 밤으로 스프레드를 만든 적이 있다. 밤을 갈아서 물과 설탕, 꿀을 넣고 졸여서 만든다. 또 백종원은 같은 프로에서 밤을 갈아넣은 라면을 만들었다.
4. 상세
가시가 돋은 껍데기를 벗길 때는 튼튼하고 밑창이 쉽게 뚫리지 않는 신발로 밟아서 벗기면 되지만, 이런 방법은 위험하기 때문에 전용 기계로 껍질을 벗기는 게 제일 안전하고 쉬운 방법이다. 껍데기를 벗긴 뒤에 나오는 딱딱한 생밤을 깔 때는 이로 물어서 까거나 제대로 된 도구로 까는 방법이 있다.
밤꽃에서 생산되는 꿀은 매우 색이 진하고 맛과 향이 쓰다. 꿀벌이 싫어해서 생산량이 적고 쓴맛이 강해 일반적으로는 잘 안 팔리고 약용으로나 좀 팔리는 편. 밤의 수분은 대체적으로 개미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벌레들도 맛있다는 건 아는지 완전히 크기 전 껍질이 약할 때의 밤 안에 알을 잘 낳는다. 주로 밤바구미(꿀꿀이바구미), 밤애기잎말이나방 등이 이런 종에 속한다. 꿀꿀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다른 과일에서 나오는 벌레에 비해 정말로 거대하다.
일단 밤 껍데기에 벌레 구멍, 특히 안쪽까지 꺼멓게 뻥 뚫려 있다는 것은 이미 벌레가 먹고 나갔거나 여전히 안에서 파먹고 있다는 표시다. 애초에 벌레가 밤이 열매를 맺기 전에 씨방 속에 알을 낳기 때문에 밤 속에서 알이 같이 자란다. 때문에 구멍이 없어도 적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구멍이 있고 왠지 크기에 비해 가볍다면 이미 끝장난 녀석.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물에 넣어서 물에 떠오르는 것을 버리면 된다. 물에 뜨는 경우면 벌레가 속을 파먹어서 무게가 가볍기 때문이다. 또한 밤을 물에 한동안 담가 뒀다가 껍질을 까면 혹여 벌레가 나오더라도 전부 익사해 있다. 살아 움직이는 벌레가 무서운 이들에겐 괜찮은 방법이다.
식물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꽃을 피운다. 물론 밤도 예외는 없어 밤꽃[3] 을 피우며, 밤꽃 냄새는 정액 냄새와 비슷하다는 속설이 있다. [4]
지리적 표시제/대한민국에 충주시, 공주시 정안면, 청양군의 밤 등이 등록되어 있다.
5. 여담
- 옛날에는 구황식품이었어서 도토리와 밤을 채집하러 다녔다는 기록들을 볼 수 있다. 일반 백성들뿐만 아니라 관료들도 채집에 나섰다고. 조선군은 곡식이 없으면 밤을 지급했다.
- 군대 가서 자대 근처에 밤나무가 자란다면 가을에 하이바 쓰고 밤 따는 작업을 해볼 수 있다.[5] 수분이 충분한 제철 햇밤은 어금니로 깨물어서 자국을 내어 인식표로 비스듬히 밀어주면 보늬(속껍질)까지 깨끗하게 벗겨지기 때문에 심심풀이로 먹기 좋다. 오래 보관되어 건조된 묵은 밤은 보늬가 벗겨지지 않아 먹기 번거롭다.
- 고려도경에 떠르면 고려에는 복숭아만한 밤이 있었다고 한다. 서긍이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평가한 한국의 과일이라고. 다만 이 시대 복숭아는 자두랑 비슷한 크기였다는 걸 알아두자. 지금도 남아있는 개복숭아가 옛날 복숭아의 모습이다.
- 한국에서는 껍질만 깐 생밤을 제사상에 올려놓을 정도로 생밤을 많이 먹지만, 일본에서는 밤을 익혀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밤 속껍질을 까지 않고[6] 여러 번 데친 다음, 설탕을 넣고 조려먹는다.
- 도시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마로니에 나무의 열매(영어로는 horse chestnut이라고 한다. 한국에선 말밤 이라고 한다.)를 까서 알맹이를 꺼내 보면 밤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이 마로니에 열매는 밤과 달리 맛도 이상하고 무엇보다도 독성이 있어서 잘못 먹었다가는 응급실 신세를 지게 되니 길가에 밤처럼 생긴 게 떨어져 있다고 아무거나 까먹지 말자. 열매 자체는 밤송이와 다르게 생겼으며 알맹이도 자세히 보면 밤과는 약간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충분히 구별 가능하다. 그리고 우리가 먹는 밤은 사실 서유럽 이북에서는 자라지 않기 때문에 오래된 영문 소설 등에서 chestnut이라고 하면 보통 마로니에를 가리킬 확률이 높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카페 밤나무와 숙청을 암시하는 노래인 "Under the spreading chestnut tree"도 사실은 마로니에다.
- 남부 프랑스, 이탈리아에는 밤을 시럽이나 설탕물로 여러 번 코팅해서 만드는 '마롱글라세'라는 과자가 있다.
- 과거 스위스에서는 산악 지대 특성상 밀농사를 짓기 힘들었기 때문에 밤가루로 빵을 해먹었다. 맛이 딱딱하고 시큼하기에 옛날에는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먹어 저평가 받았다고 한다. 오늘날 스위스에서는 밀가루에 밤가루를 약간 섞은 빵을 관광 상품으로 팔고 있다. 물론 맛과 레시피는 중세의 것과 상당히 다르다.
- 남가몽이라는 야사에서는 고종황제가 군밤을 그렇게 좋아해서 왕위에 오르자마자 자신에게 공짜로 군밤을 주지 않았던 군밤장수를 처형하라는 어명을 내렸다 카더라.
- 포켓몬스터중 도치마론 계열의 모티브이다.
- 가이무 외전 가면라이더 듀크/가면라이더 너클에 마론 에너지 록 시드가 나온다.
- 일본 아이돌 케야키자카46의 멤버 스즈모토 미유가 매우 좋아한다. 별명도 밤을 좋아하는 기믹에서 비롯된 "밤순이(栗太郎)".
- 한국에서 몇몇 밤 생산지에서는 막걸리에 밤의 맛을 접목시킨 밤 막걸리를 만들어 젊은층을 노려 판매하고 있다.
- 수요미식회에서 방송된 바에 의하면, 리치몬드과자점이 '밤식빵'을 처음 만든 곳이라고 한다.
[1]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고유종. 즉 토종밤 한정.[2] 이 두 녀석의 다른 명칭은 밤 다이스, 밤 감로자. 그냥 굽거나 삶은 밤의 퍼석한 맛을 썩 반기지 않아서 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중엔 이건 또 잘 먹는 사람들도 있다. 일단 식감 자체가 촉촉해서 퍽퍽한 느낌이 거의 없기 때문. 또한 색도 밝은 노란색으로 비주얼도 받쳐주기에, 조림 밤의 경우 밤식빵이나 타르트, 티라미수, 케이크 등 각종 빵에 들어가기도 한다.[3] 밤꽃은 특별히 '밤늦'이라는 다른 이름이 있다.[4] 밤꽃과 정액에는 스퍼미딘(SPERMidine)과 스퍼민(SPERMine)이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고, 염기성인 이 물질로 인해 그 냄새가 나는 것이라고 한다.[5] 특히 명절 때에 제사상에 올리기 위해 내무반 인원들을 데려다가 밤 따기에 투입시키기도 한다.[6] 한국은 밤의 속껍질을 먹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