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책임

 

1. 개요
2. 증명책임의 분배
3. 증명책임의 전환 및 완화
3.1. 법률상의 추정
3.2. 일응의 추정(표현증명)
4. 주장책임
5. 행정소송의 경우
6. 형사소송의 경우
7. 민사소송의 경우


1. 개요


  • (독)Beweislast.
  • (영)Burden of proof.
  • (한)입증책임, 증명책임, 거증책임
소송상 어느 '''요증사실'''의 존부가 확정되지 않은 경우 그 사실이 없는 것으로 취급되어 법률판단을 받게 되는 '''당사자 한쪽'''의 위험 내지 불이익을 말한다. 과거에는 입증책임이라 했다. 한편 거증책임이라는 용어는 형사소송에서 주로 쓰인다.
통상 증명책임이라 하면 객관적 증명책임을 말한다. 이와 구별되는 주관적 증명책임(증명제출책임, Beweisfürungslast)은 당사자가 패소를 면하기 위하여 증거를 제출하여야 할 행위책임을 말한다.
객관적 증명책임은 이를 부담하는 자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고, 심리의 최종단계에서 진위불명상태에 빠진 경우에만 문제되고, 직권탐지주의에 의하는 절차에서도 적용된다. 그러나 주관적 증명책임은 심리 개시단계에서부터 문제되어 소송의 진행에 따라 책임을 지는 자가 바뀔 수 있으며, 변론주의의 산물인바 직권탐지주의에 의하는 절차에서는 적용이 없다.[1]
증명책임은 요증사실에 관하여 문제되며, 주요사실에 한하지 않는다. 또한 반드시 당사자 한쪽만이 지는 것이며, 양쪽이 다 지지 않는다.
객관적 증명책임은 민사소송에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며, 형사소송 등에서도 문제된다. 다만 전술한 주관적 증명책임이나 후술할 주장책임은 변론주의가 적용되는 절차에서만 문제된다.

2. 증명책임의 분배


요증사실의 진위가 불명한 경우 누구에게 불이익을 돌릴 것인지 문제된다. 증명이 안 되는 사실에 대하여는 증명책임의 소재에 의해 소송의 승패가 갈리므로 그 분배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형사소송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어 공소사실에 대해 증명책임이 있는 검사의 불이익으로 되지만, 민사소송에서는 분배 기준이 논의된다.
통설 및 판례는 '''법률요건분류설'''을 취한다. 이는 증명책임의 분배기준을 법규의 구조에서 찾아, 유리한 법률효과를 받는 자가 그 요건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는 견해이다. 이에 따르면 권리의 존재를 주장하는 자는 권리근거규정의 요건사실(권리근거사실)을 증명해야 하고, 이를 다투는 자(상대방)는 반대규정의 요건사실(항변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한다. 이에는 권리장애사실, 권리소멸사실, 권리저지사실 등이 있다. 소송요건 등 직권조사사항의 경우 본안판결을 받는다는 자체가 원고에게 유리함에 비추어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다고 봄이 판례[2]이다.
그러나 공해소송, 제조물책임소송 등 증거의 구조적 편재가 심화돼 있는 영역에서는 법률요건분류설에 의한 증명책임 법리를 관철하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최근 법률요건분류설을 버리고 증명책임의 분배기준을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에는 누구의 지배영역에 속하느냐를 기준으로 하는 '''위험영역설'''(독일), 증거와의 거리, 입증의 난이, 경험칙의 개연성, 실체법상 입법취지 등을 고려해 분배하자는 '''증거거리설'''(일본) 등이 있다. 그러나 위험영역설은 위험영역의 한계가 모호하고, 증거거리설은 증거와의 거리가 동등한 경우의 해결책이 문제이다.

3. 증명책임의 전환 및 완화


증명책임의 전환이란 증명책임의 일반원칙에 대하여 특별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수정을 가하는 것이다.
법률상 전환의 예로서 민법 제750조의 일반원칙에 대하여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가해자가 지는 민법 제759조,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제조물책임법 제4조, 특허법 제130조 등이 있다. 이 밖에 해석상 전환이 있으나, 우리나라 판례는 인정한 예가 거의 없다.
증명책임의 완화책으로 법률상의 추정 및 일응의 추정 이론이 있다.

3.1. 법률상의 추정


법규화된 경험칙을 이용해 행하는 추정이다. 이에 대하여 사실상의 추정은 일반 경험칙을 이용해 행하는 추정이다. 사실상의 추정은 반증으로 깨어지지만, 법률상의 추정은 반대사실에 대한 본증이 있어야 깨어진다. 법률상의 추정은 법률상의 사실추정과 법률상의 권리추정으로 나뉜다.
법률상의 추정의 효과로서, 증명책임자는 추정되는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도 있으나 그보다 증명이 용이한 전제사실을 증명함으로써 이에 갈음할 수 있다(증명주제의 선택). 그리고 상대방은 이 추정을 깨기 위해 추정되는 사실의 부존재에 대해 증명책임을 지므로 증명책임 전환의 효과도 있다.
등기의 추정력은 점유의 추정력(민법 제200조)과 달리 법률에 규정이 없어 법률상 추정인지 견해가 대립하나, 판례는 법률상 추정으로 본다.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우리 법제 하에서의 등기를 신뢰한 제3자의 보호 및 불완전한 공시방법인 점유에도 추정력을 인정하는 것과의 균형을 고려한 것이다.
법조문에 ‘추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지만 엄격한 의미의 추정이 아닌 것을 유사추정이라고 한다.
  • 잠정적 진실 - 전제사실이 없는 무전제의 추정을 말한다. 민법 제197조 제1항, 상법 제47조 제2항 등이 해당한다. 증명책임 전환 취지의 규정으로 본다.
  • 의사추정 - 법규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추정한 것이다. 민법 제153조 제1항, 제398조 제4항 등이 해당한다. 법률행위의 해석규정이다.
  • 증거법칙적 추정 - 실체법상 요건사실과 관계없는 사실의 추정으로서, 문서의 진정의 추정(민사소송법 제356조, 제358조) 등이 해당한다. 증명책임 전환의 효과는 인정하지 않는 견해가 다수설이다.

3.2. 일응의 추정(표현증명)


사실상 추정의 하나로서,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경험칙을 이용해 주요사실을 추정하는 것이다. 거의 증명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에서 표현증명(Anscheinbeweis)이라 한다. 독일의 판례법에서 발달한 법리이다. 주로 불법행위에 있어서 인과관계와 과실의 인정의 경우에 적용되고, 정형적 사상경과(typischer Geschehenablauf)가 문제된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의 판례로는 탄광의 천반이 붕괴사고로 깔려 죽은 경우 시설물의 흠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3], 버스 뒷바퀴로 16세 소녀의 허벅다리를 치었다면(역과)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현장에서 즉사하였거나 중상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추정[4], 의사의 척추수술 직후에 하반신 완전마비 증세가 나타난 경우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의사의 수술상 과실로 인하여 초래된 것으로 추정[5]한 것 등이 있다.
일응의 추정을 깨는 방법으로는 간접반증(indirekter Gegenbeweis)이 논의된다. 간접반증이란 일응추정의 전제사실과 양립하는 별개의 간접사실을 증명하여 주요사실의 추정을 방해하는 증명활동이다. 예컨대 차도를 달리던 자동차가 인도에 진입한 사실이 확정되면 그것만으로 운전자의 과실이 일응 추정되나, 상대방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다른 차량에 의한 충격이 있었음을 증명하면 운전자의 과실 추정은 뒤집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특단의 사정(정형적 사상경과의 예외적 사실)의 증명을 말한다. 간접반증은 주요사실에 대해서는 반증이 되나, 양립하는 별개의 사실 자체는 법관에게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하므로 간접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본증이 된다. 즉 일응추정과 간접반증 이론은 증명책임의 전환은 아니고, 간접사실 수준에서의 증명책임의 분담에 그친다(반대견해 있음).
영미법에도 이와 유사한 원칙으로 사실추정의 원칙(res ipsa loquitur)이라는 것이 있다.

4. 주장책임


변론주의에서 주요사실은 당사자가 변론에서 현출하지 않는 한 법원은 이를 판결의 기초로 할 수 없다. 따라서 당사자는 주요사실을 변론에서 주장하지 않으면 법률효과 발생이 인정되지 않을 위험 또는 불이익을 입게 되는데, 이러한 당사자 한쪽의 위험 또는 불이익을 주장책임이라 한다. 주장책임도 증명책임과 마찬가지로 주관적 증명책임과 객관적 증명책임으로 나뉘며, 통상 주장책임이라 할 때는 객관적 주장책임을 말한다.
(객관적) 주장책임의 분배는 원칙적으로 증명책임의 분배와 동일하다(주장·증명책임 일치원칙). 예를 들어 증명책임이 전환되면 주장책임 역시 전환된다. 다만 다음 몇 가지의 예외가 있다.
  • 소극적 확인의 소나 청구이의·배당이의의 소 등 방어적 소송에서는 부존재로 주장된 권리관계의 주장책임은 원고가, 그 권리관계의 증명책임은 피고가 진다는 견해가 있다. 판례[6]는 금전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서 “채무자인 원고가 먼저 청구를 특정하여 채무발생원인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면 채권자인 피고는 그 권리관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주장·입증책임을 부담한다”라고 하여 주장책임과 증명책임이 일치한다는 것처럼 보인다.
  • 민법 제135조의 무권대리인의 책임을 묻는 경우 원고가 무권대리의 주장책임을, 상대방이 유권대리의 증명책임을 각기 진다.
  • 민법 제397조 제2항의 금전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에서는 원고가 손해의 발생 및 수액의 주장책임을 지나 증명책임은 면제받는다.

5. 행정소송의 경우


민사소송법 규정이 준용되는 행정소송에서의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민사소송 일반원칙에 따라 당사자 간에 분배되고, 항고소송의 경우에는 그 특성에 따라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그 적법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 피고가 주장하는 일정한 처분의 적법성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일응의 증명이 있는 경우에는 그 처분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며, 이와 상반되는 주장과 증명은 그 상대방인 원고에게 그 책임이 돌아간다(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3두1126 판결 등).

6. 형사소송의 경우


전술했듯 객관적 증명책임만이 문제되며,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어 공소사실에 대해 검사가 증명책임을 진다.
다만, 구성요건을 증명한 후 사실상 추정되는 위법성에 대해, 위법성 조각사유의 부존재는 주요사실로서 검사가 엄격한 증명에 의해 증명하여야 하나, 상해죄의 동시범 특례(형법 263조), 명예훼손죄의 위법성 조각사유(형법 310조)의 경우 거증책임의 전환이 발생하여 피고인이 거증책임을 부담한다.
다음은 최정일 박사[7]가 형사소송법에서 거증책임을 설명한 내용이다.

1)거증책임은 요증사실의 존부에 대해 증명이 불충분한 경우에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의 법적 지위를 말한다.

2)형사소송에서는 원칙적으로 검사가 거증책임을 진다. 즉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의 원칙에 관련된다.

①공소범죄사실에 대한 거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②형의 가중·감면의 사유가 되는 사실의 거증책임도 검사에게 있다.

③처벌조건인 사실, 소송조건의 존재도 그 거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④증거능력의 전제되는 사실에 대한 거증채김은 그 증거를 제출한 당사자에게 있다.

⑤거증책임의 전환은 거증책임의 분배원칙에 대한 명문규정에 의한 예외를 말한다. 거증 책임의 전환은 ㄱ.거증책임을 상대방에게 전환하기 위한 명문규정이 있어야 하고, ㄴ. 그것을 뒷받침할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형법」제263조의 동시범이 특례를 들 수 있다.("원인된 행위가 판명되지 않을 때에는 공동정범의 예에 의한다.")

최정일, 법학개론, 한국법제연구원, 2009, 613~614


7. 민사소송의 경우


민사소송에서 "입증책임은 소송에서 증거조사 결과 어느 사실의 존부가 확정되기 않을때'''(진위불명=입증불능)''' 그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게 되는 당사자 한쪽의 불이익 내지 위험을 가리킨다."[8] 입증책임의 분배는 일반적으로 법률요건분류설에 의한다. "권리를 주장하는 자는 그 권리발생사실에 대해 입증책임을 진다." "항변사실은 권리를 주장하는 당사자의 상대방이 입증책임을 진다."[9]
입증책임이 전환은 일반적인 입증책임에서 예외이다. "법률상의 추정은 경험칙을 법규에 규정한 것을 적용해 추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추정사실을 주장한 당사자는, 증명이 더 쉬운 전제사실을 입증하면 된다."[10]

[1] 이와 달리 주관적 증명책임을 객관적 증명책임을 지는 자가 불이익을 면하기 위하여 증거를 제출하여야 할 행위책임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 견해에서는 주관적 증명책임의 소재는 객관적 증명책임과 동일하게 처음부터 정해져 있고 소송 경과에 따라 바뀌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2] 대법원 1997.7.25. 선고 96다39301 판결 등.[3] 대법원 1969.12.30. 선고 69다1604 판결.[4] 대법원 1970.11.24. 선고 70다2130 판결.[5] 대법원 1993.7.27. 선고 92다15031 판결.[6] 대법원 1998.3.13. 선고 97다45259 판결.[7]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현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위원, 국회 입법지원 위원[8] 최정일, 법학개론, 한국법제연구원, 2009, 660[9] 최정일, 법학개론, 한국법제연구원, 2009, 660-661[10] 최정일, 법학개론, 한국법제연구원, 2009, 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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