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요리
1. 개요
Molecular gastronomy/分子料理
1988년 프랑스의 화학자 에르베 티스와 헝가리의 물리학자 니콜라스 쿠르티가 요리의 물리, 화학적 측면에 대한 국제 워크숍을 준비하던 중 이 분야에 적합한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분자 물리 요리학'(Molecular and Physical Gastronomy)이 탄생하였다. 1998년 쿠르티가 사망한 뒤부터는 좀 더 간결한 용어인 '분자 요리학'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음식 재료의 질감이나 조직을 물리, 화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해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재료들을 조합시켜서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요리법이다.[1] 재료를 굽고 끓이고 삶고 튀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분자의 물리, 화학적인 반응을 연구해서 음식을 만드는 것으로 '음식을 분자 단위까지 철저하게 연구하고 분석한다'고 해서 분자요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대표적으로 분자요리 중 하나인 에스프레소 캐비아는 에스프레소로 캐비아 모양의 음식을 만든 것인데 씹으면 진짜 캐비아처럼 톡톡 터지는 느낌을 준다.[2][3]
주로 많이 쓰이는 공법으로는 액체질소를 이용한 공법(순간 냉각), 수비드 공법, 식품첨가제 등을 조합하여 색다른 식감 등을 만들어 내는 공법 등이 있으며 그 외연은 점점 더 확대되어 가고 있다.
국내 대표적 인물로는 최현석 셰프가 있으며 쿡가대표 등에서 15분 만에 다양하게 선보이기도 하였다. 요리만화인 식극의 소마에서 나키리 아리스가 분자요리를 하는 캐릭터로 나오며 요리웹툰인 요리GO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설명중도 분자요리를 하는 캐릭터로 나온다.
2. 예시
2.1. 음식
분자조리법은 분자미식학을 이용한 조리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Ruhlman 2007). 다음은 2006년 티스가 발표한 ‘분자미식학의 과학적 연구가 우리 식생활에 주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How the scientific discipline of moleculargastronomy could change the way we eat?)’에 예시로 등장한 요리 중 일부이다.
- Baum
프랑스의 화학자 Antoine Baum의 이름을 본떠 만든 음식이다. 계란을 껍질 채 알코올에 한 달 정도 담가 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알코올의 에탄올 성분이 계란의 껍질 속으로 스며들면서 계란을 천천히 응고시키게 되는데, 이 응고된 계란을 가리켜 Baum라 한다.
- Gibbs
물리학자 Josiah Willard Gibbs(1839~1903)[5] 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음식으로, 계란흰자와 오일을 섞어 거품기로 유화시킨 뒤, 전자레인지 오븐에 조리한다. 이 과정에서 온도가 올라가면서 계란 흰자의 단백질은 서서히 응고되고, 흰자 속의 수분과 공기가 팽창하면서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이때 계란흰자와 오일의 유화 액이 응고되어서 굳어진 계란흰자에 갇히게 되어 이 상태로써 하나의 음식 형태로 갖춰지게 된다.
- Vauquelin
근대 화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라부아지에의 스승이었던 Nicolas Vauquelin(1763~1829)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음식으로, 계란흰자와 물을 섞어, 거품을 낸 뒤 전자레인지 오븐에 조리해서 만든 음식이다.
2.2. 장비
- Bamix
거품 소스, 퓨레(puree), 에멀전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핸드 블랜더의 일종이다.
- Clifton Food Range
수비드를 하는데 쓰는 장비로, 중탕을 만들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조리할 수 있는 장비이다.
- Gastrovac
진공 상태에서의 조리를 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기계로 조리 시간을 단축시켜 주고, 재료의 질감, 색, 영양 요소를 보존시켜 준다.
- Laser
시카고 Moto 레스토랑 Homaro Cantu는 의료수술장비인 4급 레이저를 이용하여서 재료를 순간적으로 증발시켜 재료로부터 향이 배어있는 연기를 만들거나, 재료에 구멍을 내서 재료 속은 익히고 밖은 날 것으로 만들 때 혹은 재료를 카라멜화시킬 때 사용한다.
- Pacojet
신 개념의 아이스크림 및 셔벳을 만드는 장비로 만들고자 하는 재료를 적당 크기로 자른 뒤, 급속 냉동시켜 완전히 얼음상태로 만든 뒤, 필요할 때마다 바로 얼린 재료를 꺼내서 원하는 아이스크림과 셔벳을 만들 수 있는 장비이다.
- Syringe
주사기로 액체재료를 다른 재료 속에 투여하거나, 물방울 모양, 특히 다양한 과일 캐비아를 만들 때 사용한다.
- Thermostat/thermomix
소스와 같은 재료를 원하는 온도로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기능뿐만 아니라, 재료를 자르고, 정확한 재료의 양을 재어 주기도 하고, 자동반죽기능은 물론 음식이 조리될 때, 자동으로 음식이 눌러붙지 않게 저어주는 기능을 갖고 있는 장비이다.
- Whip siphon
거품제조기로 분자미식학뿐만 아니라 많은 정상급 유명 레스토랑이나 쉐프들이 소스의 거품을 낼 때 사용하는 장비이다.
2.3. 재료
- Agar agar
한천, 우뭇가사리 가루로 교질화제로 많이 쓰이는 재료다.
- Calcium Chloride
염화칼슘으로 일종의 방부제로써 치즈를 가공할 때 사용한다. 알긴산나트륨(sodium alginate)과 더불어 액상 형태의 재료를 철갑상어 알과 같이 표면이 부드럽고 둥글게 만드는데 사용한다.
- Carrageenan
카라게닌은 바닷말에서 추출한 콜로이드로 젤리, 유제품 등의 안정제, 점도 조절제로서 흔히 화장품 크림을 만드는데 많이 쓰인다.
- Dextrose
우선당(右旋糖)은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역할을 한다(McGee 2003).
- Glucose
포도당으로 흔히 쓰는 물엿(starch syrup)이다. 물엿은 설탕의 재결정화를 늦추고 수분 감소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 Lecithin
레시틴은 계란과 대두, 곡물의 씨눈, 간 등에서 추출한 천연 유화제(emulsifier)로서 항산화 작용,이형 작용, 분산 작용을 한다. 초콜릿, 마가린, 버터 등에서의 점도 저하를 막고, 보수작용, 기포 소포작용, 전분이나 단백질과의 결합성 등 때문에 다양한 방면에서 유용하게 활용되는 물질로서, 수십 년 간 식품분야에서 가장 널리 이용된 식품첨가물이다. 현재 많이 사용하는 거품소스를 만들 때, 거품의 안정제 역할로도 많은 쉐프들이 사용하고 있다. MaGee 2003).
- Liquid Nitrogen
액화질소로 형태를 만들기 어려운 재료를 급 속 냉각시켜서 원하고자 하는 모양을 만들 때 사용한다.
- Methylcellulose
복합구조의 설탕화합물로 비교적 찬 음식, 아이스크림, 샐러드 소스 등과 같은 음식을 젤이나 시럽으로 만들어주는 재료이다.
- Sodium Alginate
알긴산염으로 해초에서 추출한 재료로 재료를 교질화(膠質化) 혹은 젤로 만드는데 이용하는데, 보통 둥근 생선알 모양의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한다.
- Sodium Citrate
구연산나트륨으로 무취․무색․수용성의 결정 또는 입상(粒狀) 분말로서 항응고제로 식품, 의약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첨가제이다.
- Tapioca Maltodextrin
일종의 변형전분으로 지방질의 재료를 굳게 하거나 안정화시키는데 사용한다. 베이컨 기름이나 땅콩 버터와 같은 재료를 굳혀 가루로 만드는데 이용한다.
- Transglutaminase
일명 ‘고기접착체’라 불리는 효소로 단백질 응고작용을 도와준다. 조리된 고기조각들을 하나의 큰 덩어리로 만들거나, 생선이나 새우 살만으로 국수나 얇은 종잇장 같이 뽑을 수 있도록 단백질 조직을 단단히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일부 호텔에서 이를 사용해 스테이크용 고기 분할에 따르는 식자재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 Trimoline
전화당(轉化糖)으로 트리몰린은 비트나 사탕수수시럽에서 추출한 전화당으로 천연 보습제로서 설탕의 재결정화를 막아주고 반죽의 탄력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착색 효과도 뛰어나서 빵과 같은 재료 반죽을 굽는 시간을 단축시켜 준다.
- Xanthum Gum
잔탄 검은 옥수수를 발효해서 만든 일종의 점성제(thickening agent)로서, 기존의 옥수수전분, 밀가루 등과 같이 온도 변화에 따라서 점성(thickening power)이 줄어들지 않고 항상 일정한 점성을 유지시켜 주는 재료로 아이스크림과 같은 음식의 안정제로 널리 쓰이고 있다.
2.4. 테크닉
[image] [6]
- 거품추출법(Foam Abstract Presentation)
거품추출법으로 유화제(emulsifier)나 교질화제(gelling agent), 아산화질소(nitrous oxide)가 들어있는 고압 통에 재료를 넣어 거품소스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그외에도 재료 액체에 레시틴을 넣고 블랜더로 갈면 거품이 생기기도 한다.
- 구체화(Spherification)
구체화(球體化)는 알긴산염(sodium alginate)과 칼슘(calcium)이 반응해서 굳어지는 성질을 이용하는 조리 방법이다. 알긴산염과 과일주스 등의 액체재료를 섞어 주사기나 스푼에 놓고, 이것을 젖산칼슘(calcium lactate)나 염화칼슘(calcium chloride)이 들어있는 용기에 액체를 떨어뜨려서 마치 둥그런 생선알처럼 만드는 방식으로 엘 불리의 훼란 아드리아(Ferran Adria)의 apple caviar가 그 대표적 예이다.
- 수 비드/진공조리법(Sous Vide Cooking, Vacuum Cooking)
[수비드](sous vide)라는 말은 '진공 상태'라는 프랑스어로, 1970년대 프랑스 과학자와 요리사들에 의해 개발된 조리법이다. 물은 100℃에서 끓지만 음식 재료들은 그 이하의 온도에서 익기에 가능한 기법으로, 플라스틱으로 된 속에 재료를 넣고 진공포장을 한 뒤, 끓는 점 아래 대략 60℃ 정도에서 천천히 장시간 조리한다. 이는 재료의 맛과 향뿐 아니라 부드러운 촉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image] [7]- 탄산화(Carbonating)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재료를 탄산화시키는 방법으로, 드라이아이스가 물속에서 이산화탄소 기체로 변해 물에 녹는 과정을 이용한다. 과일 등의 수분이 있는 재료를 드라이아이스와 접촉시켜서 재료에 탄산을 넣는 기법이다.
- Cryo Frying
스테이크 고기 겉면을 액체질소를 이용하여 급속 냉각시킨 후, 고온의 기름에 짧은 시간동안 튀겨내는 방법이다. 튀기는 동안 급속 냉각된 층이 고기의 육즙 손실을 막아준다. 다만 이 방법으로는 고기 안쪽까지 열이 전달되지 않으므로 보통 Cryo Frying 하기 전에 수비드 조리를 한다.
3. 분자 칵테일(Molecular Mixology)
분자 요리학의 기법 중 구체화(Spherification)이 주로 응용되며, 칵테일을 만든 후 그것을 통째로 구체화하거나 칵테일의 재료 각각을 구체화해서 섞는 등의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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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칵테일 레시피로 만들어진 모히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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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화 기법을 응용한 모히또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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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화 기법을 응용한 모히또 2[9]
2000년대 후반부터 이러한 분자 칵테일이 한국에 있는 바에도 널리 퍼져나가기 시작하였으며, 2015년 현재에 이르러서는 조금 한다 하는 바라면 이러한 분자 칵테일의 기법을 응용한 칵테일 하나, 둘 정도는 메뉴에 있는 것이 당연해진 상태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자 칵테일을 칵테일의 맛을 해치는 사도로 평가하는 바텐더도 있는 등, 아직까지 쉐이킹이나 스터 같은 칵테일의 기본 기법으로 정착되지는 않은 상태. 아직 일반적인 분자 요리의 위세에는 못 따라간다.
4. 비판
하지만 분자요리란, 본디 식재료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된 것이다. 떼루아를 통해 자란 식재료를 보다 더 맛있고 아름답게 하기 위한 연구를 거듭하다 보니 탄생한 것. 이 원초적인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식재로의 재배 및 채집의 수준에까지 다다른 것이 noma이다. 실제로 noma의 수장인 René Redzepi가 멕시코에 식당을 연 것도 좋은 식재료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었다는 시각이 많다. 또한 영국에서 불세출의 분자요리가라고 평가받는 헤스턴 블루멘탈이 왜 그토록 흔한 감자튀김 하나를 최상으로 튀겨진 상태로 만드는 데 집요하게 집착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라. 이처럼 해외의 분자요리는 이런 원초적인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추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전통적인 요리법으로 만들어진 메뉴와 크게 차이가 없어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단순히 튜브에 넣어 형태만 변화시키거나, 온갖 첨가물만 떡칠한다던지, 젤라틴만 넣어서 젤리화했다고 해서 분자요리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
마찬가지로 페란아드리아가 분자요리의 대표주자로 각광 받는 데는, 그가 단순한 분자요리를 만들어서가 아니라 스페인의 전통요리와 식재료에 대한 끝없는 연구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하는 것에 있다. 국내 분자요리기법을 사용하는 많은 요리사들의 아쉬운 부분은 대다수가 그 본질의 것, 즉 음식을 미세한 단위까지 연구하고 분석해 맛을 최대한 끌어내는 방법을 연구하기보다는,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따라하기 쉬운 기술만 사용한다는 점이다.
<미식의 테크놀로지> 라는 책에서 알랭 뒤카스라는 프랑스를 대표할 만한 거물 셰프가 이런 말을 남겼다.
"페란이 창조하는 요리의 정수를 자신을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정열, 두뇌, 모든 것이 충분해야 합니다. 그러나 요리사들 대부분 열심히 노력한 아드리아의 과거는 보지 않고 그저 눈에 보이는 겉모습만 훔치려고 하니 이것이 현 분자요리가 잘못 돌아가는 상황입니다."
[1] 어떻게 보면 사람들에게 제일 친숙한 분자요리는 솜사탕이라 할 수 있다. 혹은 전분을 고온고압 상태로 만들면 해면화된 텍스트린 상태로 변하는 요리라든가[2] 알긴산과 식용 염화칼슘의 조합을 통해 만들 수 있다.[3] 디씨에서도 이걸 시도해본 사례가 있다(!).#[4] caramelized. 음식물을 가열해 재료에 들어있는 당분을 산화 시키는 요리법. 대표적으로 설탕을 가열해 만든 캐러맬과 볶은 양파가 있다.[5] 깁스 자유 에너지로 유명한 그 학자 맞다.[6] 맨 위쪽 레이어를 거품내어서 만들었다.[7] 크렌베리를 탄산화한 요리[8] 칵테일을 제조한 뒤, 알긴산염과 혼합한 다음 틀에 얹어서 염화칼슘을 녹인 물에 조심스럽게 넣으면 표면은 경화되고 내부는 액체인 상태가 된다. 오호를 만드는 원리와 비슷하다.[9] 사진은 민트, 라임 부분만 즙을 내어 알긴산염과 섞은 뒤, 스포이드로 염화칼슘을 녹인 물에 떨어트려 부분적으로 구체화하였다. 그 후 나머지 레시피와 혼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