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앤줌
1. 개요
Boom and Zoom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항공기 도그파이트 전술로, 에너지 파이팅 전술의 일종이다.
충분한 고도를 확보한 상태에서 급강하(Boom)하며 일격, 이때 얻은 가속도를 바탕으로 적 무장 사거리 밖으로 신속히 이탈한 뒤 급상승(Zoom)하여 다시 일격이탈을 반복하는 전술.
2. 상세
기하학적으로 말하자면 미리 갖고 있던 고도 우위, 즉 위치에너지 우위를 운동에너지 우위, 다시 말해 속도 우위로 전환하며 공격했다가 다시 속도를 고도로 바꾸면서 재공격 위치를 잡는 데서 보이듯, 에너지 우위 상태를 활용하여 상대를 수세로 몰아넣는 전술이다. 따라서 붐앤줌 전술을 활용하기 알맞은 기체는 상승률이 좋고, 급강하 속도가 빠르며, 화력이 좋은 기체였다.[1] 또한 공격 시도 도중에도 공격에 실패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 경우, 또는 공격이 빗나가는 경우 급강하하며 붙은 속도로 빠르게 이탈하며 재공격 기회를 보거나 아예 도주하여 전투를 회피할 수 있는, 공격자에게 있어 안전한 공격방식이다.
이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기체의 엔진 출력이 받쳐줘야 했다. 강력한 엔진 출력이 있어야 설계부터 단단한 골조를 사용할 수 있고, 빠르게 상승하여 상대보다 먼저 고도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로센의 경우에는 부족한 엔진출력으로 선회력과 속도, 항속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경량화를 추구하여 상승률은 좋았음에도 기골 강도 문제로 급강하에 제한이 걸렸다.
유럽전역에서는 프랑스 침공과 영국 본토 항공전의 Bf109를 필두로 이미 기본전술로 사용되고 있었던 전술이었다. 태평양 전역에서 미 해군 항공대가 채택했는데, 이 전술의 채택에는 전쟁 초기 동남아시아에서 제로센과의 전투를 치른 플라잉 타이거즈의 경험을 바탕한 클레어 센놀트 소장의 보고서가 큰 역할을 했다. 당시까지도 마땅히 2차 세계대전 수준의 '현대적인 공중전'에 대한 경험이 없던 미국으로선 괄목할만한 성과였다.
제로센의 큰 단점 중 하나가 이 급강하 속도에서의 열세인데, 이는 기체강도의 부족에 기인한 것이다. F4F 와일드캣의 급강하 속도는 772km/h였는데 제로센은 629km/h (21형)이었다. 일본 해군 항공대의 주력 전투기인 제로센은 와일드캣에 비해 우세한 상승률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중기형까지는 기골강도가 약하고 무게가 가벼워 붐앤줌 전술을 써먹지 못했다. 오히려 우세한 공격 위치를 잡아놓고서도 한계속도가 훨씬 빠른 와일드캣이 급강하로 내빼버리면 닭 쫓던 개꼴이 되기 일쑤였다. 후기형에선 기골 강도가 강화되어 좀 나아졌지만 후기형 나올때 쯤이면 와일드캣보다 더 빠르고 강한 F6F 헬캣과 태평양 하늘의 해적이 날아다니고 있을 때이다.
붐앤줌 전술이 도입되기 전에는 미군은 제로센에 쇼크를 받고 있었다.[2] 그러나 이러한 대응전술이 자리잡기 시작하며, 제로의 악명도 점차 꺾이기 시작했다. 과달카날 전투에서 활약한 미 해병대 + 미 육군 항공대의 혼성 부대 캑터스 항공대는 저공성능이 좋은 육군의 P-39 에어라코브라나 P-40 워호크가 미끼역할을 하고, 일본기가 미끼를 물면 고공에서 대기하던 해병대의 와일드캣이 붐앤줌으로 공격하는 낚시성 전술로 제로센을 괴롭히기도 했다. 무전기가 있어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제로센인지라 이런 식의 유기적인 협동전술은 불가능했다.
1차 대전 시기 에이스들에 의해 초기적인 형태의 붐앤줌 전술교리가 등장했지만 당시에는 목재복엽기들이 한 번 잃은 고도를 회복하는 데 긴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붐앤줌 전술보다는 선회기동력을 중시한 전투기 설계가 중시되었다. 그래도 이때부터 속도와 급강하 성능을 중시하는 조종사들이 꽤 있었는데, 칼같은 선회의 포커 삼엽기보다 빠른 알바트로스를 더 선호한 붉은 남작이 대표적이다.
한편 오늘날에는 더이상 쓰이지 않는 전술인데, 그 이유는 당연히 무장의 사거리가 너무 길어졌기 때문이다.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가진 상대만 해도 붐앤줌을 걸었다 충분히 빠른 속도로 이탈하지 못하면 그대로 후미에 미사일을 맞기 십상이고[3] ,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남겨두고 있는 상대에게는 그냥 끔살 확정. 특히 R-73, AIM-9X, ASRAAM 같은 고기동 미사일과 이를 조준하는 HMS 등장, 포스트 스톨로 전방위 사격능력을 가진 전투기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붐앤줌을 걸었는데 격추에 실패하면 이탈하는 과정에서 너무나도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붐앤줌 전술의 근본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 우위의 확보와 활용"은 BVR 공중전의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다른 방식으로 응용되고 있다.
[1] 상승률이 좋아야 고도 확보가 용이하고, 급강하 속도가 빨라야 적을 빨리 따라잡아 공격하고 신속히 이탈 가능하며, 화력이 좋아야 짧은 급강하 공격 순간 치명타를 먹일 수 있기 때문이다.[2] 하지만 타치 위브 등의 현장전술로 교환비는 앞서고 있었다.[3]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 공군 미라주 전투기가 이런 식으로 시해리어에게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