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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ふで)
1. 개요
2. 붓의 유지 관리


1. 개요


글을 쓸때나 그림을 그릴 때 쓰는 도구이자 지필연묵(紙筆硯墨) 중 하나. 한자로는 '筆(필)'. 사실 '붓(<붇)'이라는 우리말 발음 자체가 '筆'의 상고음(上古音) *p.[r]ut [1]에서 유래[2]한 것이다. '천둥'처럼 워낙 오래 전에 들어온 귀화어라, 한자음이되 한자음이라는 느낌조차 없어진 셈. '필'은 후에 한자음을 전체적으로 받아들였을 때 붙은 독음이다.[3][4] 역시나 우리말스러운(?) ''도 마찬가지로 '墨(묵)'의 상고음 *mˁək에서 유래하였다. '묵'이라는 음가는 나중에 추가적으로 붙은 것. 한자의 도입이 필기구의 수입과 함께 이루어졌음을 시사하는 사례들이다.
본 문서에서는 주로 동양 붓 중심으로 서술되었다.
한국중국, 일본 등 동양권에서 쓰는 가장 일반적인 붓의 이미지는 흔히 서예용 붓으로 뭉뚱그려서 아는 경우가 많으나, 서예용 외에도 주로 채색화나 문인화 등에 사용되는 채색필[5] 등 서화용 붓, 인물화 등의 세밀한 부분이나 작은 글씨 혹은 낙관을 쓸 때 사용하는 세필 등 비슷하게 보이지만 용도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외에 특수 용도로 퍼포먼스나 대형 작품 등에 사용되는 사람 키만한 초대형 붓도 있으며, 근래에는 정통 서예뿐만 아니라 캘리그래피에도 많이 사용되는 추세. 캘리그래피에서는 기초 단계에서 붓을 사용하는 정통 서예 서법과 서체를 기본기로 익히고 가는 경우가 많다.[6] 일단 캘리그래피가 서예에서 파생된 만큼 판본체나 궁서체 같은 기본 서체를 알아두면 응용 표현이 쉬워지고, 허획[7]과 실획 등 붓을 다루는 기법을 익혀야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
붓의 털 부분을 호(毫)라고 부른다. 크게 전호와 부호, 봉(鋒)으로 구분하며 전호는 붓 잡는 부분과 이어지는 가장 윗부분으로 붓에 먹물을 저장하는 부위이다. 부호는 전호의 바로 아래 부분으로 지면에 가장 많이 닿는 부분이며, 봉은 붓 끝을 이르는 말로 실제로 글씨를 쓰는 부위이다. 봉의 길이에 따라 초장봉에서 초단봉까지로 구분되는데, 각 길이마다 적합한 용도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초심자를 기준으로) 장봉의 경우 해서행서에 가장 많이 쓰인다든가, 단봉은 해서 혹은 예서에, 초장봉은 초서행서에 적합하다든가 하는 식. 물론 이렇다고 규정된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정도이다.
세필이나 초대형 붓 등의 특수필을 제외하면 붓의 크기는 일반적으로 특대부터 11호까지의 숫자로 나누거나 대, 중, 소의 3단계로 나누며 숫자로 구분할 경우 호수가 작을수록 굵고 클수록 가는 경향이 있었지만,[8] 요즈음은 필방에서 호의 직경에 따라 호수를 정해서 판매하고 있으므로 서양화용 붓과 마찬가지로 판매되는 예가 더 많다. (1호 = 1mm)
끝을 모았을 때의 모양이 가지런하고 뾰족한 것, 호의 모듬이 송곳 모양으로 고른 원형이 되고 호를 펼쳤을 때 갈라지지 않고 가지런하며 탄력성이 좋은 것 등이 좋은 붓의 조건으로 여겨진다. (약) (양모 - 우모, 족제비? - 우이모) (강)
붓의 재료는 주로 동물의 털을 사용한다. 주로 양모나 구모, 다람쥐털, 담비털, 소 귓털[9] 같은 천연모를 사용한 붓은 그만큼 가격도 비싼 편. 현재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입문용 붓은 보통 인조모와 천연모, 그 중에서도 양모를 조합해서 만든다. 이외에 특이한 재료로 대나무 끝을 가늘게 잘라 만든 죽필 같은 붓도 있으며, 닭털로 만들기도 한다.[10]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간혹 인간머리카락으로 붓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 이를 인모붓이라고 한다. 보통 건강한 여성이 긴 머리카락을 잘라낸 것을 사용한다고 하며, 누가 개인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검색해보면 실제로 시판되고 있다.
먹물을 묻혀 사용할 경우, 교환, 환불이 어렵다. 상품의 가치가 없어지므로 사실상 불가.


2. 붓의 유지 관리


서예나 캘리그래피를 하는 사람들의 난제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붓 관리이다. 물이나 시너 등으로 몇번만 씻어주면 금방 깨끗해지는 서양화용 붓과는 달리 동양 붓의 경우 씻어도 씻어도 먹물이 끝없이 줄줄 흘러내리는데다 대충 미술용 붓 씻듯이 씻다보면 호가 망가져서 금방 못쓰게 되기 십상인지라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꽃피게 된다. 흔히 쓰이지는 않지만 만약 호가 굵고 길어서 먹물을 엄청나게 머금는 특대 호수 이상의 대형 붓이라면 과장 좀 보태 붓 세척에만 거의 한나절은 쏟아부어야 할 정도.
새 붓을 처음 사용할 때는 일단 호를 손으로 가볍게 비비거나 깨끗한 물로 씻어서 붓 털에 있는 풀기[11]를 제거해준다. 이렇게 붓을 풀어준 다음 먹물에 담가서 사용하는데, 이 때 먹물을 찍어서 바로 쓰지 말고 어느 정도 담가 두어서 먹물이 스며들게 한 다음 써야 한다. 이 붓을 풀어주는 과정이 꽤 번거롭고 귀찮기 때문에, 몇몇 필방에서는 붓을 구입할 때 요청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붓을 풀어주기도 한다. 또한 새 붓을 처음 샀을 때 씌워져 있는 플라스틱 캡은 일단 제거한 후에는 다시 쓰지 말고 버려야 한다.[12]
붓은 원칙적으로는 사용 후 붓에 남아 있는 먹물을 깨끗이 씻어내야 하지만, 너무 세척을 자주 할 경우 깨끗하게 유지할 수는 있지만 붓이 마르지 않아서 붓털의 수명이 짧아지고, 그렇다고 너무 세척을 하지 않고 방치해 두면 붓에 먹물 찌꺼기가 남아 불룩하게 똥배가 나오는 현상이 발생하고 붓의 수명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보통 일주일에 2~3회 사용시 기준으로 2주 정도의 간격을 두고 세척해 주는 것이 좋다.[13]
붓을 세척할 때는 세제나 비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붓 털에 포함된 유분이 빠져나가 탄력을 잃고, 털이 수축되며 먹물을 잘 머금지 못하게 되기 때문. 또한 세척 후에는 붓이 완전히 마르도록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걸어서 보관해야 하며, 붓발[14]에 말아서 장기간 보관하면 호에 좀이 스는 것은 기본이고, 털이 끊어지고 빠지거나 심한 경우는 아예 붓 대가 갈라지고 호가 '''썩어버리는''' 참사가 발생한다.
붓 털을 정리할 때 쓰는 전용 빗도 있다. 일부 필방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가격이 꽤 비싼 편.

[1] 이하 백스터-사가르트의 재구음에 따랐고, 꺽쇠 괄호는 해당 음소의 존재 여부가 불확실함을 의미함.[2] 붓을 의미하는 일본 고유어 'ふで(筆)'도 뿌리가 같다.[3] 일본어에서의 'ひつ'라는 음독도 마찬가지다.[4] 그래서 다른 한국 한자음과는 달리 '붓'에는 본래의 '-t' 운미가 'ㄹ'로 바뀌지 않고 살아 있다. 표기 및 기저형이야 'ㅅ' 말음으로 바뀌었지만.[5] 이쪽은 글씨보다는 전적으로 채색에 특화된 붓이기 때문에 붓모가 짧고 뭉뚝하다.[6] 연습용으로 붓펜을 사용하기도 하나, 붓펜의 경우 사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깊이 있는 표현을 하는 데는 오히려 부적절하기 때문에 기초 단계에서는 다소 익숙하지 않더라도 붓펜 대신 정통 붓으로 연습하는 것이 권장된다.[7] 흘림체 같은 서체를 보면 글씨 중간중간 원래 획이 들어가지 않는 부분에 아주 가느다란 획이 덧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을 허획이라고 한다.[8] 캘리그래피나 서예 입문용으로 많이 쓰이는 겸호필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9] 이것으로 만든 붓을 우이필(牛耳筆)이라고 한다. 아예 '우모(牛毛)'라 해서 소의 체모를 쓰는 예도 있는 듯 하다.[10] 판매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보통 죽필이나 계모(닭털), 마모(말 털) 등의 재료로 만드는 붓은 일반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붓이 아니기 때문에 특수필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11] 서예용 붓을 처음 샀을 때 호 부분을 만져보면 빳빳하고 딱딱하게 굳어 있는데 붓 모양을 잡기 위해 풀을 발라 두기 때문이다.[12] 붓을 미사용 상태로 오래 보관할 목적이라면 상관없지만 계속 사용하는 붓에는 다시 캡을 씌우지 말아야 한다. 후술하겠지만 한 번이라도 사용한 붓에 캡을 씌워 보관하면 공기가 통하지 않아 제대로 건조가 되지 않고 붓도 상해버려 금방 못 쓰게 된다.[13] 참고로 자주 사용할 경우에는 호를 비닐이나 랩으로 싸서 먹물이 마르지 않게 해 두기도 한다.[14] 붓을 휴대할 때 말아서 가지고 다니는 보조용품. 생긴 것이 꼭 김밥 말 때 쓰는 그것과 똑같이 생겨서 간혹 붓발을 김밥말이용으로 쓰거나 심지어 동치미를 누른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붓발에는 채색 등 각종 약품 처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절대 식품용으로 사용하면 안된다. 역으로 김밥말이를 붓발 대용품으로 쓰는 것도 좋지 않다. 위생 문제에 더해서 실용성이 좋지 않기 때문인데, 길이가 붓보다 짧은 경우가 많고 댓살이 굵어서 붓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한다. 또한 이 붓발 자체도 소모성 용품이기 때문에 오래 사용하다가 쉰내가 난다거나 곰팡이가 피었다 싶으면 새 것으로 교체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