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 사고
1. 개요
2018년 9월 2일 브라질 국립박물관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무려 '''2,000만여 점'''에 달하는 소장자료가 불에 타 소실되었다. 한국으로 치면 '''국립중앙박물관에 화재가 나서 소장품 대부분이 소실된 수준'''인 대참사이다.
2. 사고 경위
현지 시간으로 9월 2일 오후 7시 30분, 리우데자네이루의 퀸타 다 보아 비스타 공원 내부에 있는 브라질 국립박물관 내에서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 소방관 8백여 명이 동원되어 진화작업에 들어갔다. 화재가 일어난 브라질 국립박물관은 1818년 6월 6일에 포르투갈 국왕 주앙 6세가 왕립박물관으로 설립한 곳으로 브라질 황제 페드루 2세 때 황제가 자비로 구입한 유물 수만 점을 기증하는 등 후원을 아끼지 않아 규모가 확장되었다.
건물 자체도 200년 이상 되어 문화재로서 역사적 가치가 높고, 남미 최대의 자연사 박물관이라는 칭호에 걸맞게[1] 소장품도 2천만 점에 달하며 하나같이 생물학, 고고학, 지질학 관련으로 매우 가치가 있는 유물들이었다. 소장유물 중에는 브라질에서 발견된 최초의 화석이나,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루지아'라는 여성 유골[2] , 무게 5.3톤의 벤데고 운석[3] 같이 진귀한 유물도 적지 않았다.
이외에도 브라질 황제 페드루 2세의 아내 테레사 크리스티나 황후가 시집올 때 친정 양시칠리아 왕국에서 가져온 그리스 로마 시대의 유물 컬렉션[4] ,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되고 소장품 숫자가 제일 많은 고대 이집트 유물 컬렉션 등 고전고고학과 이집트 고고학 관련 유물도 질적인 측면에서 유럽의 박물관에도 뒤쳐지지 않았다.
관람시간이 끝난 이후에 발생한 화재였기 때문에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화재의 규모가 워낙 심각해서 소장품의 상당수가 소실될 위기에 처했다. 학예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일부 소장품들을 구해냈으나 전체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양에 지나지 않았고, 별관 및 도서관에 있던 것들은 화마를 피했으나... 나머지 소장품들의 안위는 문자 그대로 '불을 보듯' 뻔했다.
결국, 현지 언론에서 '''소장품의 90%가 소실되었다'''고 전했으며, 이 가운데는 '루지아'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다만, 브라질 민방위 당국에 따르면 내부 벽과 지붕에 추가로 붕괴 위험이 있어 정확한 손실 평가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브라질 박물관, 대화재로 소장품 90% 소실
한편 이 화재가 건물 및 시설의 노후화에 시설 정비 예산 부족, 화재에 대한 경각심 부족이 겹쳐 일어난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이 많다. 방화문이나 스프링클러 등 기초적인 화재 대비 시설도 없었고,[5] 연기 감지 장치가 설치되었지만 정작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군다나 화재 당시 인근의 소화전마저 말라버렸기 때문에 소방관들이 인근 호수에서 물을 끌어와 소화작업에 임하는 형편이었다. 그나마 수개월 앞선 시점에서 정부 개발은행의 재정 지원으로 '화재대비'를 포함한 각종 유지 및 관리를 위한 예산을 확보했지만, 이를 써볼 기회조차 없이 화재가 일어나고 말았다.
3. 반응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은 화재 소식을 접하고 트위터를 통해 전시품의 손실규모를 계산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 "200년간의 작품과 연구, 지식을 모두 잃었다. 모든 브라질인들에게 슬픈 날."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화재현장에서는 브라질의 학자들과 관련 인사들이 눈물을 흘리며 참상을 지켜보았으며, 소장품의 규모와 역사적 가치를 감안하면 브라질 역사의 전부, 남미 역사의 절반이 소실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높다.[6]
브라질의 한 신문은 4일 자 사설에서 "이번 화재로 잃어버린 중요한 역사 유물을 고려할 때 이는 국가적 기억 전체에 타격을 입힌 것이며, 과학과 고고학 연구를 단절시키고, 계량이 불가능한 엄청난 규모의 문화적 손실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9월 3일 브라질 주요 은행 및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박물관을 재건하겠다는 방침이며, 호시엘리 소아리스 교육부 장관도 건물 재건 및 소장품 복구를 위해 1,500만 헤알(한화 약 40억원 상당)을 우선 배정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도 문화재 전문가들과 과학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정부의 문화 자산 보호 의지 부족을 지적하면서 국가적 수치라고 비판했고, 영국의 더 가디언은 박물관 화재에 대해 관리 예산 삭감과 부적절한 유지보수가 화재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질 국민들도 박물관 화재에 대해 "월드컵에는 돈을 쏟아부으면서 박물관에는 최소한의 예산조차 주지 않았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 탓"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마라카낭 축구 스타디움 등 브라질 유수의 스포츠 시설 하나를 관리, 보수하는 데 쓰이는 비용이면 이번에 화재가 난 국립박물관의 수백, 수천년치 유지비를 뽑을 수 있다는 통계마저 나왔을 정도. 박물관 앞에서는 정부의 대응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숭례문 방화 사건이 생각난다는 사람들도 있으며, 브라질 국민들처럼 안타까워하고, 브라질 정부의 무능한 대처에 분노하고 있다.
화재 다음날, 1.6km쯤 떨어진 마을 위로 불에 그슬린 종잇조각이 비 오듯 쏟아지는 일도 있었다. 타고 남은 문서의 잔해가 바람을 타고 날아온 것. 화재 12일 만에야 출입과 공개가 허용되었는데, 뼈 유물들의 경우 조각 잔해가 많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나마 이거라도 건진 학자들은 어느 것이 무엇이었는지,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화재 당시 구한 소수의 유물을 제외하고 불길을 견뎌내고 원형을 유지한 채 무사했던 유물은 벤데고 운석 '''단 하나뿐'''이었다. 어느 기자는 '지구 한 민족의 역사 기록이 말소된 현장의 목격자가 저 우주의 돌이라니...' 라고 표현했다.
사실 브라질의 피해도 피해지만 가장 피해를 많이본 나라는 바로 파라과이이다. 3국 동맹 전쟁 당시에 브라질 제국이 파라과이의 중앙박물관, 대통령궁, 파라과이 국립 기록 보관소를 약탈하면서 가져간 파라과이의 유물,역사책 같이 중요한 유물들을 여기다가 보관해 놨는데 '''문자 그대로 싹다 날아가 버리면서 이제 파라과이의 1870년 이전의 역사는 영원히 과거에 묻히게 되었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가 터진 뒤 브라질에선 이와 연관해서 다시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박물관 복원을 위한 모금이 잘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정작 브라질의 부호들이 노트르담 대성당 복구를 위해 거액을 기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왜 우리나라의 문화재에 이렇게 무관심할 수 있느냐며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4. 영원히 사라진 유물들
대표적인 것들을 나열한다. 이들은 이제 영원히 사라져 실물 대신 기록으로만 남게 되었다.
- 아메리카에서 발견된 인간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구석기 시대의 인간 두개골 '루지아'[7]
- 기원전 750년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집트 테베의 미라
- 35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는 칠레 남성의 미라와 고양이 미라
- 베수비오 화산 폭발을 견딘 폼페이의 프레스코화
- 기원전 304년 이집트에서 제작된 장례용 황금 마스크
- 에콰도르 아마존 지역 지바로에서 만들어진 미라 두상
- 500만 개(!)의 절지동물 표본
- 서기 약 350년경의 이집트 난쟁이 신 베스 입상
- 옥으로 만든 개구리 펜던트
- 페루 모체(Moche) 문명기의 새 모양 도자기(기원전 1000년~600년경)
- 페루 모체 문명 시기의 도자기
- 서기 1세기 로마제국의 유리그릇[8]
- 천매암 또는 이판암으로 만들어진 희귀한 물고기 모양 조각
- 19세기 스와힐리 빗
- 브라질 원주민인 아웨티(Aweti), 와우라(Waura), 메히나쿠(Mehinaku)족의 나무 탈
- 프랑스 화가 데브레(Jean-Baptiste Debret)가 만든 티쿠나 마스크
- 선사시대의 동물 뼈[9]
- 뱀 매미(jequitiranaboias) 표본
- 중앙아메리카 양식의 절구
- 브라질 원주민 언어의 녹음 기록
5. 기타
브라질에서 발생한 문화유산 화재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립박물관 화재 이전에도 대형화재가 무려 4건이나 발생하여 귀중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소실되었다. 그야말로 소 잃은 뒤에도 외양간마저 끝까지 안 고치다가 결국 모두 잃은 것이다.
- 1978년 7월 리우데자네이루 현대미술관 화재로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 상당수 소실
- 2010년 5월 상파울루 인근의 부탄탕 연구소 화재로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던 생물표본 8만여 점 소실
- 2013년 11월 상파울루 라틴아메리카 기념관 화재로 중남미 지역의 역사유물 및 미술작품 소실
- 2015년 12월 상파울루 포르투갈어 박물관 화재로 포르투갈어의 유래, 형성자료 대부분이 소실
[1] 브라질 국내에서는 영국의 대영박물관 내지는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 급의 위상.[2] 1만 2천 년 된 것으로, 인류가 남아메리카에 정착한 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 열쇠로 알려졌다.[3] 1784년 바이아 주의 벤데고 강가에서 발견되어 붙은 이름으로, 박물관의 주요 상징으로 여겨졌다. 다행히도 이 운석은 그을리기는 했으나 화마에서 살아남았다.[4] 테레사 크리스티나 황후가 오빠인 양시칠리아의 페르디난도 2세로부터 입수한 폼페이 유적의 프레스코 벽화 4점도 포함되어 있다.[5] 브라질이 경기침체를 겪는 데다가 예산의 상당부분이 빚을 갚는 데 쓰이는 탓에 예산이 제대로 투입되지 않았다. 심지어 평상시에도 제대로 된 관리 지원이 없어서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청소하는 비용을 대야 했다는 안습한 이야기가 실리는 현지 언론의 보도까지 있었다.[6] 화재 다음 날 시위를 연 리우 시민들은 "브라질의 역사와 우리의 꿈이 다 탔다."라고 말했다. 소실된 유물 중에는 위에서 언급된 '루지아' 외에도 브라질 토착언어를 기록한 텍스트와 음향자료 등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지역적 역사유물도 상당히 많았다...[7] 완전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골 일부가 남아 있어 복원 작업이 진행중이라고 한다.[8] 지금이야 유리가 엄청 흔하지만 로마제국 시절 유리는 보석에 준할 정도로 매우 고가품이었다.[9] 박물관에는 13m 길이의 대형 초식공룡 막사칼리사우루스 화석과 14m의 육식공룡 옥살라이아의 유일한 화석도 있었으며, 타페야라나 트로페오그나투스같은 브라질의 익룡 화석과 페페수쿠스 등의 악어 화석도 피해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