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삭어
1. 개요
오스트로네시아어족에 속하는 언어. 롬복섬 거주민의 대부분(약 85%)을 차지하는 사삭인의 언어이다. 발리섬에서 쓰이는 발리어와 가깝다. 숨바와섬 서부에서 쓰이는 숨바와어와도 가까우며, 이에 따라 사삭어와 숨바와어는 사삭숨바와어군으로 한데 묶인다[1] .
롬복섬은 역사적으로 발리섬의 지배와 문화적 영향을 오래 받은 지역이므로, 사삭어 역시 발리어에서 많은 어휘를 빌려오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사삭어를 표기할 때도 발리 문자를 약간 변형하여 사용하였다. 현대에는 사삭어 표기에 라틴 문자를 이용한다.
2. 음운
사삭어 자음 체계는 양순음, 치경음, 경구개음, 연구개음, 성문음의 대립이 일어나는 마인어의 자음 체계와 기본 틀이 같으나, 사삭어에는 마인어의 순치 마찰음 /f, v/가 없고, 치경 마찰음 /s, z/가 없다. 한편 모음 체계는 마인어나 발리어보다 복잡한 a /a/, e /ə/, é /e/, è /ɛ/, i /i/, o /o/, ó /ɔ/, u /u/의 8모음 체계이다. 이에 따라 마인어 및 발리어보다 훨씬 다양한 이중모음이 존재한다. 마인어와 다르게, 발리어와 마찬가지로 단어 마지막에 강세가 오며, 단어 마지막에 오는 a /a/는 [ə]로 실현되는 특성이 있다.
3. 문법
말레이숨바와어군에 속하는 교착어이며, 마인어 및 발리어와 유사한 교착적 접사 범주를 갖추고 있다. 기본 어순은 SVO이며, 시제와 상은 동사의 굴절로 표현하지 않고 부사를 동사 앞에 놓아 표현한다. 발리어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경어법도 존재하는데, 자바어 및 발리어와 마찬가지로 낮춤말, 중간, 높임말의 3중 레지스터가 있고, 이와 별도로 존경어와 겸양어를 갖추고 있다.
롬복섬은 중세에 마자파힛 제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자바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그 문화적 영향은 쉽게 소멸하지 않았는데, 근세에 롬복을 지배한 발리계 세력 역시 중세 자바 문화를 숭앙했기 때문이었다. 자바어는 롬복섬에서 중세 및 근세에 발리어 및 사삭어보다 높은 등급의 문학어로 사용되었으며, 이에 따라 현대에도 사삭어 화자가 통상적인 높임말 레지스터보다도 높은 수준의 극존칭을 표현하려고 할 때 고대 및 중세 자바어 어휘를 사용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1] 발리어와 사삭어가 말레이숨바와어군 하위의 같은 어군에 속한다는 데는 거의 이견이 없다. 그러나 숨바와어는 학설이 갈리는데, 학자에 따라 발리어와 사삭어를 발리사삭어군으로 묶고, 숨바와어를 이와 별도로 말레이숨바와어군의 하위 언어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