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습유

 

조선 후기 순조시절인 1814년. 죽계거사 김소행(金紹行, 1765~1859)[1]이 지은 고전소설. 총 2권 2책.
1. 소개
2. 내용
3. 기타


1. 소개


조선 숙종 때 경상북도 선산에 살던 향랑이라는 여자가 뜻하지 않은 사람에게 시집을 가서 남편의 박해를 견디다 못해 슬픈 노래를 남기고 자결한 실제 사실을 모티브로 하여 배경을 한국의 삼국시대로 바꾸어 놓고 향랑의 활약을 그린 여성 주인공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폭넓은 역사적 조망과 고전 문헌을 오르내리는 작자의 박식함에서 오는 소재의 확장과 문체의 현란함과 서사적 편폭의 호한함이 돋보이는 장쾌한 스케일의 열녀전을 빙자한 독특한 한문 장편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향랑은 옥황상제의 명을 받아 환생하여 다른집에 개가를 하는데 이 소설속에선 천군과 마군의 싸움, 향랑이 여자의 몸으로 신라,백제,고구려 싸움에 뛰어들어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다는 상당히 발칙한 내용과 함께 유불선의 사상이 기조를 이루고 있다.
중국에 수출된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이다. 작가 김소행은 어느날 그냥 붓을 잡아 한나절 동안 뚝딱 이 책을 지었는데 당시 이 소설을 보고 세상의 벼슬을 하는 문사들도 대문장이라 했다고 한다. 중국에 사행가는 사신들도 이 책을 가지고 가서 봤던 모양인데 당시 중국 문단에서 명성을 날리던 문인들이 보고는 이 책을 '천하문장’이라고 찬탄하고는 도합 은전 3백을 치르고서 사가지고 갔다고 한다.

2. 내용


때는 삼국시대, 신라의 여인 향랑은 효렴이란 남자와 반했지만 부모의 강권으로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 원래부터 마음에도 없는 결혼이었고 결국 소박맞고 쫓겨나 친정에 있던 중 부모가 돌아가시자 외숙모가 재혼을 강권하여 그녀는 선유화라는 노래를 남기고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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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유령이 되어 효렴과 나중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는데 저승가서 알고보니 자신이 패향옥녀의 화신이라는 것이다. 결국 향랑은 옥황상제에게 부탁해 지상 환생을 요구하나 패향옥녀를 지상에 또 보내는 문제로 천상이 소란한 가운데, 천상회의에서 선불계의 신령과 위대한 인물들의 동정을 얻어 공자의 도움으로 상제가 결제, 이를 빌미로 마군이 천상계에 쳐들어와 천마대전이 펼처진다.
마군의 보스 귀마왕은 세상 모든 악의 근본인 대마왕으로 모든 자연재해나 사건사고, 심지어 역사 속 인물들이나 성인들이 겪은 고난은 전부 이 귀마왕이 부하들[2]을 시켜 저지른 일이고, 손오공에게 강탈했는지 여의봉을 가지고 졸고 있는 아들을 깨우는 회초리로 쓸 정도의 먼치킨이다. 손오공이랑 거의 대등하게 겨루었던 나타태자가 이끄는 천상의 신병들이 몰려오자 부하들로 진형을 짠 뒤 신병들을 죄다 그 안으로 강제 공간이동시켜서 박살내버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강자인지라 이에 천계에서 [3] 초패왕 항우와 삼국지의 오호장군과 제갈공명, 여포 등 명장들을 지원군으로 부르자 천하의 마왕도 밀리기 시작한다. 이때 마군의 책사[4]이자 귀마왕의 부인인 귀자마모가 검은 바람과 함께 등장, 자신의 여섯 폭 붉은 비단치마(紅錦裳)를 찢어서 고유결계(?) 천라지망(天羅地網)를 펼쳐 약 천만 명이나 되는 병사들을 덮어버렸고 치마폭에 쌓인 병사들은 여색과 쾌락에 빠져 전의를 상실하고 그 자리에 누워버린다.
이에 이런 욕망에서 해탈하신 존재이자 작중 귀마왕이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석가여래가 참전, 마침내 마군이 영웅들과 석가의 8만 무리에 격파되기 시작하자 마군 측은 찰마공주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그녀에게 깔끔하게 무시당한다. 삼한습유 세계관 최강의 마왕인 찰마공주는 "그깟 남녀의 혼사가 무슨 해가 된다고 그런짓까지 하냐, 디게 쫌 시럽네, 그리고 내 이름은 왜 팔어? 나 너희 안 돕는다"라고 일갈한 후 다른 마왕들을 돕지 않고 방치하고, 급한 대로 귀자마모가 도움을 요청하자 응해서 온 불모공작은 석가여래가 예의를 갖출 뿐 힘으로서 석가여래를 압도하는 것은 아니라 도움이 되지 못한다.[5] 이에 천군은 마군을 격파하면서 천마대전은 천군의 승리로 끝난다.
결국 향랑은 효렴의 이웃집 딸로 환생. 이 내막을 안 김유신(!)의 도움으로 김유신과 함께 활약하고 있던 효렴과 향랑은 드디어 결혼에 성공한다. 백제와 고구려가 쳐들어올 때마다 효렴은 향랑이 신비한 계교를 일러주어 싸움에 승리하고 신라는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룬다. 이후 향랑과 효렴은 가야산에 들어가 살다가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3. 기타


보면 알겠지만 요즘 유행하는 이세계 환생물, 대체역사 라노베와 그 구조가 상당히 비슷하다.(...)
위에서 나온 찰마공주는 가히 한국 고전소설계 마왕중에는 끝판왕이라고 볼 수 있는 존재로 석가여래태상노군도 그녀를 이기지 못해 마음대로 하지 못하며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일반 3류 마왕과는 다른 포스를 지니고 있다. 작중 마군이 영웅들과 석가여래에 캐발리자 도움을 청하는데 보통 권선징악형 소설이라면 이런 캐릭터는 정의의 심판(?)을 받겠지만 작중에서 거의 세계관 최강자급이라 싸우는 모습이 나오지 않음에도 그녀를 감히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없고 나름대로 마도에 대한 철학도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단칼에 내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며 거절. 그녀가 말하길 마도란 다음과 같다.

(전략)...사람마다 자기가 들은 바를 존중하고 자기가 아는 바를 행하기는 하지만 내 문호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나를 지목하여 ‘마도(魔道)’라 한 것이다. 마도라는 것은 사람들의 도(道)와는 다른 것이니 우뚝 서서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음을 이른다. (중략)...나는 남과 경쟁하지 않고, 배우기를 원하는 자에 대해서는 오는 사람을 막지 않고 가는 사람은 뒤쫓아 붙잡지 않을 따름이다. 인간세상에서 명예와 이익을 쫓아 마음이 분주한 자들에게는 반드시 하나 하나 소원을 이루어주는데, 오로지 덕과 은혜로 남을 이롭게 하여서 원대로 들어주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제후와 왕, 장군과 재상, 후비, 궁녀는 모두 내가 나누어서 그 아름다움을 이루어 준 자들이다. 지금 네가 내 이름을 도적질하여 내 집을 어지럽히는구나. 남녀의 혼사가 네게 무슨 해가 된다고 군대를 일으켜 천지를 원수로 삼느냐? 너는 내 무리가 아니다. 내 어찌 너를 도와야 하겠느냐?”

본작에서 그녀가 개입했다면 소설 전개 자체가 바뀔 수도 있을만한 먼치킨인데 쪼잔하게 남의 결혼식 같은거 방해하지 않을것이라 천명하고 귀마왕의 악행을 보고 이를 물리치는 대인배적인 모습을 보인다. 찰마공주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강한데 그녀에게는 혼자서 마군을 엎어버릴 수 있는 만타니라는 조카딸이자 제자가 있으며 이끌고 있는 무리도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그 어떤 존재보다 강하다. 참고로 작중 설정상 만타니는 온 천지를 먼지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찰마공주는 딱히 인간을 먼저 공격하거나 습격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을 요청하면 마도의 힘으로 도와준다고.

[1] 김상헌의 6세손이나 서출출신이었다고 한다.[2] 설정상 중국 전설의 네임드급 마물들이 전부 직속 부하들이고, 아홉 아들들을 구주(중국 전역, 더 나아가 전 세계를 의미한다)를 다스리게 하고 그곳의 마물들을 복종시켜 그 휘하의 무리 수가 작중에서 '''만물의 수에 별과 신명과 선선과 부처의 수를 더한 만큼 되었다'''고 명시된다. 흠좀무.[3] 실제로 작중에서도 귀마왕이 이걸 갖고 항우를 약올린다.[4] 그전부터 이미 손자의 세편(勢篇)을 인용해서 승리의 전술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마왕에게 말하거나, 전쟁의 승기를 잡기위한 전략을 이야기하는 등 전술에 능한 모습을 보여줬다.[5] 서유기에 공작요괴가 석가모니를 잡아먹었는데 석가모니가 배속에서 죽지 않고 등을 뚫고 나왔는데, 그게 석가모니가 공작요괴의 배속에 있었다 나와서 마야부인과는 별개로 공작요괴와 석가모니가 모자(母子)의 인연이 되었다는 설정을 차용해왔다. 때문에 작중에서 불모공작이 이를 들먹이면서 석가여래에게 마군에게 항복할 것을 요구하자 석가모니는 "부모가 악행을 하려는데 그걸 그대로 따르는 건 효가 아닙니다" 라면서 쿨하게 무시하고 마왕군을 공격하며, 공작요괴는 분을 못 참고 부들거리다 그냥 날아가 버리는 안습한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보면 안습하지만, 그나마 작중에서 귀자마모와 더불어 석가모니를 이길 수 있다고 명시된 두 존재 중 하나였기에 귀자마모가 구원을 요청해서 온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