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 3세
1. 개요
프랑스어: Charles III (샤를 3세)
라틴어: Karolus III (카롤루스 3세)
샤를 단순왕. 프랑스어 샤를 르쌩쁠(Charles le Simple). 말더듬이왕 루이 2세의 유복자. 태어나자마자 어머니 아델라이드가 이복형들인 루이 3세와 샤를로망 2세로부터 간통죄를 덮어쓰고 계승권을 박탈당하고 쫓겨났다. 이복형 샤를로망 2세가 후사 없이 사망했지만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즉위하지 못했고 삼촌뻘인 동프랑크 카를 3세 비만왕에게 왕위를 뺏긴다. 카를 3세가 쿠데타로 실각한 뒤에도 파리의 대귀족 외드에게 왕 자리를 뺏기지만 이후 장성한 샤를 단순왕은 외드와 대립했고 외드가 후사없이 죽자 그의 지명으로 서프랑크의 왕이 된다. 이후 대귀족들과 사사건건 대립하다가 그 역시 삼촌 카를 3세처럼 쿠데타로 실각한다.
별칭 단순왕(le Simple / the Simple)은 원래 라틴어로 Simplex인데, 사실 simplex에는 "솔직하다"라는 뜻도 있고 별칭도 그렇게 붙은 것이다. 샤를이 간단명료하면서도 솔직한 인물이었기 때문. 사람 자체는 절대 단순하거나 바보 같지 않고, 오히려 권모술수에 능한 인물이었으나..[1] 그런데 번역 과정에서 simplex를 "단순하다/어리석다"라고 받아들이다 보니 졸지에 솔직왕은 단순왕으로 이름이 남아 버렸다. 심지어 역사가들한테 미련왕(Stultus), 멍청왕(Hebes), 우둔왕(Insipiens), 미미왕(Parvus), 열등왕(Minor) 같은 갖은 바리에이션이 붙어버리고...
2. 생애
샤를 단순왕은 879년 9월 17일 루이 2세 말더듬이 왕과 파리 백작 겸 프리울리 후작 아달하르트의 딸인 프리울리의 아델라이드 사이에서 유복자로 태어났다. 아버지 루이 2세 말더듬이 왕은 그가 태어나기 5개월 전인 879년 4월 10일 콩피에뉴에서 사망했다.
아버지 루이 2세 말더듬이 왕은 전처 소생의 루이 3세와 샤를로망이라는 장성한 두 아들이 있었다. 하지만 전처의 신분이 한미해 두사람은 비밀리에 결혼했으며 이는 결국 할아버지 샤를 2세 대머리왕에 발각된다. 샤를 2세 대머리왕의 강압에 의해 루이 2세 말더듬이 왕은 이혼했으며 샤를 단순왕의 어머니 아델라이드와 재혼한다.
하지만 루이 2세 말더듬이 왕은 아버지가 사망하자마자 전처를 복권시켰으며 루이 3세, 샤를로망 두 아들의 계승권을 복권시켜줬다. 그리고 루이 2세 말더듬이 왕가 2년 후 죽자 공동왕이 된 루이 3세와 샤를로망은 자신들의 정통성을 위해 샤를 단순왕의 어머니 아델라이드를 간통죄로 덮어씌웠으며 샤를의 왕위 계승권을 박탈했다. 샤를이 아버지가 죽은 후 태어난 유복자란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프리울리의 아델라이드는 무거운 고문을 버티며 무죄를 주장했고 결국 루이 3세 형제의 지시를 받아 아델라이드를 형문했던 랭스 대주교는 무죄를 선언했다. 이는 샤를 3세가 이복형 샤를로망이 후사없이 죽은 뒤 계승권을 되찾게 된 이유가 된다.
하지만 샤를로망이 죽은 884년 샤를은 5세에 불과해 왕에 오르지 못하고 5촌 당숙인 동프랑크왕 카를 3세 비만왕에게 왕위를 뺏겼고 그가 축출된 888년에도 어리다는 이유로 외드에게 왕 자리를 뺏긴다.
그러나 889년 장성한 샤를은 왕 자리를 되찾기 위해 투쟁하기 시작했다. 우선 신성로마제국 황제 귀도를 찾아가 외드 대신 자신을 지지해줄 것을 요구했으며 아키텐 공작의 지지를 얻어내는데도 성공했다.
샤를 르생쁠은 893년 1월 랭스 대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서프랑크 왕국의 국왕으로 즉위한다. 랭스 대성당에서의 대관식은 샤를마뉴가 처음 한 것으로 이는 역대 프랑스 국왕의 전통[2]인데 이를 연상 시키는 쇼를 함으로써 핏줄의 정통성이 약했던 외드의 약점을 공격한 것이다. 그리고 893년부터 2년간 양측은 내전을 벌이지만 뚜렷한 승세를 점하지 못한채 휴전 상태가 된다.
이 때 가장 큰 세력인 동프랑크 국왕 아르눌프가 개입한다. 샤를의 6촌형에 해당하는 아르눌프는 처음엔 일단 샤를을 지지했다. 다만 그 댓가로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붕신이 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샤를은 이를 거절했고 이 때부터 두 사람의 반목이 시작된다.
895년 아르눌프는 샤를이 아직 소년인 점을 들어 왕국 통치가 가능한지를 물어보겠다며 외드와 샤를 모두 보름스로 불렀으나 샤를은 거부했다. 하지만 외드는 보름스로 와 자신의 왕위 계승이 정당하다고 주장했으며 아르눌프에게 많은 공물을 바쳤다. 이에 아르눌프는 외드를 유일한 서프랑크 국왕으로 인정한다. 이같은 아르눌프의 외드 지지는 외드가 죽을 때까지 이어진다. 이는 외드의 동생 로베르가 서프랑크 왕이 될 수 있던 근거가 됐으며 결국 카페 왕조의 창립을 부르는 계기가 된다.
아르눌프의 분노를 산 후 내전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샤를은 897년 왕위 포기 선언을 하지만 898년 1월 자녀 없이 외드가 사망하면서 그를 후계자로 임명했다. 다만 외드는 자신의 군사력은 몽땅 동생 로베르에게 물려줬다.
왕이 된 샤를은 노르만족과 사라센의 침공에 맞서야했는데 승패를 거듭하며 그럭저럭 방어에 성공했다.
중프랑크 멸망 이후 뜨거운 감자인 로트링겐을 획득하기도 했다. 샤를 르생쁠은 911년 동프랑크의 루트비히 유아왕이 죽자 같은 카롤루스 집안인 자신의 동프랑크 왕위 계승권을 주장하며 로트링겐을 침공하는데 로트링겐의 귀족들의 지지를 받아 이 땅을 획득하는데 성공한다. 다만 직접적인 통치는 하지 못했다.
919년 잉글랜드 알프레드 대왕의 딸 에드지푸와 결혼했다. 에드지푸는 아들 루이를 낳는다.
로트링겐 획득 후 샤를 르생쁠은 상대적으로 네우스토리아의 귀족들을 홀대하는데 로베르와 친밀했던 이 지역 귀족들은 샤를이 노르만족과 싸우러 나간 틈을 타 반란을 일으킨다. 로베르와의 전투에 패한 샤를은 로트링겐으로 퇴각해야 했고 922년 로베르가 로베르 1세로 왕이 되는 것을 봐야했다.
923년 샤를은 수아송에서 로베르 1세와 전투를 벌였는데 이 전투에선 패했지만 그를 암살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로베르 1세의 지지세력에게 사로잡히고 감금당한 상황에서 7월 결국 폐위 된다.
샤를은 이후 계속 감금당한 상태에서 929년 10월 감옥에서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