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어원
1. 개요
民間語源
Folk etymology
언어의 사회성 등으로 말미암아 사람들 사이에 잘못 알려져 있는 낱말의 어원. 단어의 어원을 다룬 설명 가운데, 흔히 널리 알려져 있지만 연구로 말미암아 근거가 없는 것이 드러난 것을 말한다.
2. 상세
어떤 말의 뜻이 불분명할 때, 민중이 음운 또는 음절의 유사성에 근거를 두어 거기에 가까운 뜻을 적용하여 근거 없는 어원을 의식하는 것, 곧 비과학적인 언어 분석 방법으로서 국어의 저속화를 초래하거나 심지어 역사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순화 대상이고, '민간 어원'이라고 하지만 어원이 '''아니다'''. 유사 과학이 과학이 아니고, 유사 역사학이 역사학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에 어원이 아님을 강조하고자 '민간 어원설(說)'이라고 부르려고도 하나, 어느 정도 근거를 갖고 실제 학설로 대우받는 것과 근거라곤 하나도 없이 말로만 떠도는 것을 구별할 수 없으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역사적인 일화와 관련된 어원은 대부분 창작일 가능성이 많다. 도로 묵으로 하라고 해서 '도루묵'이 되었다든지, '나도 모른다'가 '캥거루'의 뜻이라든지...[1]
어원이 아님을 알면서도 자존심에 인정하지 않고 독자연구나 집단연구를 하여 퍼뜨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3. 영향력
민간어원이 그냥 대중의 사소한 오해만이 아닌 것이 '''민간어원이 실제로 언어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웬만한 어원 사전을 읽어 봐도 '이 단어는 이러이러한 민간어원의 영향으로 이렇게 변형되었다'는 말을 꽤 잦게 볼 수 있다.
당장 한국어의 '개-' 접두사는 본디 어원적으로 동물 개와도 접두사 '개-'와도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가짜'라는 뜻이 사용된 낱말 (개-소리, 개-살구 등), 실제 어중은 이걸 동물 개를 가리키는 걸로 인식하고 사용하고 있다.[2] 민간어원이 언어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이것만이 아니고, 어형까지 편리하게 바꾸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민간어원은 가짜동족어로 이어지기도 한다.
4. 예시
4.1. 한국어
순우리말 단어인데도 한자어가 어원이라는 식의 민간어원설이 한국어 전반에 널리 퍼져 있다. 대체로 조선시대 양반들이 멀쩡한 순우리말에 한자어 풀이를 붙여 한자어로 둔갑한 경우가 많은데, 이 영향으로 지금도 많은 한국인들이 그대로 믿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가리켜 '한자부회'[3] 라 칭하기도 한다.
- 가시나: '떠돌이 중에게 시집보낼 아이'라는 뜻의 '가승아(嫁僧兒)'가 어원이라는 설 등,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문서 참고.
- 가을: '가월' 설. 어원을 아름다운 달(계절)이란 뜻의 '嘉月(가월)'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 감자탕: '감자'가 돼지 등뼈라는 등의 소문이 꽤 퍼져 있는데, 해당 단어의 존재는 증명되지 않았다.
- 노다지: 'No touch'에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유명하지만, 실제로 노다지의 어원은 명확하지 않다.
- 님군(임금의 옛말): '금'의 어원을 한자 '군(君)'으로 생각했다.
- 마누라: '마주 누어라'에서 왔다는 설이 있는데, 진실은 문서 참고.
- 며칠: 문서 참고.
- 문둥이: 한센병 환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나, 경상도 사람들은 서당에 다니는 아이란 뜻의 '문동(文童)'이 바뀐 말이라고 생각했다.
- 배달: 배달겨레 / 민족. 역시 출처가 불분명한 말이다. 문서 참고.
- 빈대떡: 수많은 설이 있다. 문서 참조.
- 빻다(은어): 문서 참고.
- 사돈: 한 사돈이 서로가 사는 곳의 중간에 있는 골짜기에 만나 그루터기를 두드리며 우정을 돈독히 했다는 전설을 인용하며 그루터기 사에 두드릴 돈을 써서 사돈이 되었다고 소개하는 어원설이 있는데, 사실 이 단어는 몽골어 'sadun'에서 유래한 단어.
- 사람: 한자 넉 四 자에 볼 覽 자를 써서 '사방을 보는 존재'라는 한자어라는 설.... 물론 사람은 한자어가 아닌 순우리말이다.
- 상추: 원래는 시금치와 동류인 '상치'라는 말이었으나, 배추의 힘이 워낙 세어서 아예 말이 바뀌었다.
- 서울: 가장 대표적인 한자부회. 태조 이성계가 서울에 쌓인 눈을 보고 도성을 쌓았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설(說). 즉, '눈 설(雪)'자를 써서 '설울'이라고 했다가 '설'의 ㄹ 받침이 탈락하면서 '서울'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인데, 이는 근거가 없는 이야기로 신라의 수도였던 서라벌(계림)에서 나왔다는 것이 다수설이다.[4][5]
- 소나기: 두 사람이 소 한마리를 몰고 가다가 별안간 구름이 몰려오자, 비가 올지 안 올지에 대해서 걸고 내기를 했다는 설. 하지만 '소낙비' 라는 말을 봤을 때 '짧게(小) 떨어지는(落) 비' 라는 설이 더 그럴 듯 하다. 아니면 함경도 사투리로 '천둥'을 의미하는 단어 '손악'이 바뀐 결과라는 설도 있다. 어느 쪽이건 소내기하고는 별로 상관없다.
- 소쩍새: 집이 너무 가난하여 밥 지을 밥솥이 적어서 자기 차레가 돌아오지 않아 늘 밥을 먹지 못하던 며느리가 굶어죽어서 새가 되었는데, 그 새는 울 때마다 '솥이 적어'라고 울어 이를 듣고 사람들이 '소쩍새'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화에 근거한다.
- 수입#s-2(手入): 해당 문서와 총기손질 문서의 여담 문단도 참고.
- 아주머니: '아기 주머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는 설. 여초 사이트 소위 여쭉메워에서 자주 써먹고 있는 설인데, 이는 근거가 없다고 국립국어원에서 답변이 왔다.
- 양치질: 원래 말은 양지(버드나무 가지)로 이를 닦는 데서 온 '양지질'이인데, 한자 '齒(이 치)'에 기대어 '양치질'로 바뀌었다.
- 얼굴: '얼(정신)'과 '꼴(형태)'의 합성어라는, 즉 '정신의 형태'가 어원이라는 설. 일부 인문학 강연자들이 자주 써먹는 레퍼토리다. 국어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동사 '얽다'에서 파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중세 한국어 문헌인 석보상절에서도 '얼굴'이라는 형태로만 나타나며, '얼골'은 근대 한국어에서 더 자주 보이는 형태였다.
- 엄한과 애먼
- 여름: '열음(熱飮)'에서 나왔다는 설.
- 여호: '여우'의 방언인데, 원래는 '여ᅀᅮ'였다. 'ᅀᅮ'의 어원을 여우를 뜻하는 '호(狐)'로 생각하면서 바뀌었다.
- 엿#s-2: '엿 먹어라'가 비속어로 쓰는 것과 관련해 무즙 파동이 유래라는 설.
- 우레: 한때 '우뢰(雨雷)'라고 쓰던 '우레'는 원래 순우리말이다. 그런데 어원을 따지다 보니 뜻도 비슷하게 짝지어지고 발음도 비슷한 우뢰라는 한자 조어가 그 어원이라고 여겨지게 되었고, 이게 그럴 듯해 보여서 이 표기가 대세가 되어 1989년 이전에는 '우뢰'가 표준어였다. 그러나 고문에 '울에/우레'라는 단어가 보이고, 천둥이 치는 것을 "하늘이 운다."라고 표현하는 토박이 용법이 발견되면서, '우뢰'가 억지이고 '우레'가 고유어라는 것이 알려졌다. 곧, '우레'라는 단어는 '雨雷'가 아니라 '울다' 에서 온 순우리말이다. 당연히 지금 표준어는 '우레'다.
- 으악새: '억새'의 경기도 지역 방언인데, '으악+새'로 풀이하여 새의 일종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다만 왜가리의 방언중에도 으악새(정확히는 왁새)가 있어 꼭 새가 아니라고 하기는 힘들다. 이런 논쟁의 중심인 고복수의 노래 짝사랑에서 이 으악새가 억새냐 왜가리냐의 논쟁도 심한편.
- 잇몸: 옛 형태는 '닛므윰'인데, '므윰'의 어원을 '몸'으로 생각하면서 이렇게 되었다.
- 자지: 남자의 성기는 앉아야 감춰진다는 '좌장지'가 시대에 따라 바뀌어 '자지'가 되었다는 설. 여자의 성기는 걸어야 감춰진다고 해서 '보지'가 되었다는 이야기와 세트로 묶이고는 한다.
- 쪼다: 장수왕의 아들 조다가 너무나도 장수한 부왕 때문에 왕위를 잇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 와전되어 '줘도 못 먹는 바보' 식으로 만들어진 단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쫄다'라는 동사가 명사로 바뀐 것이라는게 통설.[6]
- 화냥년: 병자호란 때 납치됐다 돌아온 여자들을 지칭했던 단어로, '환향녀(還鄕女)'가 어원인 것처럼 퍼져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 애초에 고향으로 돌아올 땐 환향이 아니라 '귀향'이라는 단어를 쓴다는 사실만으로 이 루머는 간단히 논파된다. 저 단어는 '화냥년'의 발음에 맞춰서 억지로 만든 한자어일 뿐이다. 일단 정설은 창녀를 의미하는 중국어 '화낭(花娘)'이란 말이 우리나라에 전래될 때 중국식 발음인 '화냥(현재 중국어 발음은 huāniáng)'을 차용해 굳어졌다는 것이다.
- 황소: '크다'의 의미를 지닌 '한-'이 붙은 '한소(15세기 표기는 '한쇼')'가 달라진 말. 어원을 '누렁이소[黃牛]'로 여기면서 달라졌다.
- 행주치마: 행주산성의 임진왜란 당시 전투가 유명해서 거기에서 기원이 있다는 설이 있다. '행자치마'가 변형됐다는 설도 사실인지 확인되지 않은 민간어원설의 한 갈래이다.
4.2. 한자
후대의 자형인 해서를 보고 파자하는 식의 민간어원이 흔하다. 한자의 수가 많은 탓에 사례도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고, 아래는 극히 일부의 예시이다.
- 人: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의지하는 모습이라는 민간어원이 널리 퍼져 있지만, 실은 사람이 서 있는 옆모습亻을 묘사한 상형문자로부터 발달한 것으로 보는 게 정설이다. 사람이 서로 받친다는 민간어원은, 한국뿐만 아니라 같은 한자문화권 국가인 중국과 일본에도 꽤 퍼져 있다.
- 王: 세 획이 천, 지, 인을 나타내고 가운데 획이 천지인을 하나로 묶는다는 의미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멋지기는 하지만 애초에 이 글자는 상형문자. 갑골 문자에도 이미 간략한 형태[7] 가 있는 문자라서 깊은 철학적인 의미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본래 이것이 무엇을 상형하고 있는지는 다양한 논의가 있다. 화염의 모양, 수컷의 성기 모양, 형벌을 나타내는 도끼의 모양, 군왕이 단정히 앉은 모양, 또는 면류관을 본떴다고 하는 등 여러가지 설이 있다. '王'과 자형, 자의, 자음이 모두 비슷한 '皇'과 결부되기도 하는데, '皇'의 경우는 휘황한 등불, 왕이 쓰고 있는 면류관, 또는 면류관 자체의 모습이라는 견해가 많다.
- 武: 꺾창(戈)을 멈춘다(止)는 뜻으로 풀이하는 경우가 있는데, 해당 갑골 문자에는 오히려 무기를 들고 용맹하게 전진하는 무사의 모습을 묘사한 글자라고 한다.[8]
- 士: 공자는 '열을 미루어 하나를 더하는 것이 선비이다(推十合一爲士)'로 풀이했고, 설문해자에서는 '수는 하나에서 시작해서 열에서 끝난다(數始於一, 終於十)'고 하였으나 갑골문에는 병기(도끼)의 상형으로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서는 병사(兵士)가 본뜻이라고 되어 있다.
4.3. 영어
- history: 일각에서 'his' + 'story' 식으로 만들어진 합성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떤 목사들은 이 'his'가 하느님을 뜻하는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일부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는 이 단어에 남성 중심 사상이 담겨 있다며 이 단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history'는 '조사나 연구를 통해 얻어진 지식'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단어 '히스토리아(ἱστορία)'에서 온 것이다. 역사 문서의 history = his story? 부분도 볼 것.
- hamburger: 몽골제국의 한 부족인 타타르족들이 해먹던 고기요리(타타르 스테이크)가[9] 독일 함부르크(Hamburg)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독일 상인들로 말미암아 독일로 전파되어 '함부르크 스테이크'(햄버거 스테이크)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 요리가 19세기에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었고, 20세기 초에 빵 사이에 야채와 함부르크 스테이크를 끼워 먹는 '햄버거(함부르크) 샌드위치'가 등장했으며, 이는 나중에 '햄버거'로 줄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미국인들이 'ham' + 'burger'로 보고 햄이 들어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말이라고 생각, '버거' 자체가 음식 종류를 뜻하는 말이 되어 '치즈버거', '치킨버거', '새우버거', '불고기버거', '라이스버거' 등의 이름이 만들어졌다.
- edit: 'edit'의 어원은 라틴어 단어 'edo'(ex(밖으로) + 'do'(주다)=내놓다)이다. 'edo'의 부정사 'editum' 에서 'editio', 'editionis'라는 명사가 파생되었는데, '밖으로 내놓다'라는 의미에서 '출판하다', '배포하다'라는 의미가 파생되어 'editio'라는 명사는 '출판', '배포'의 의미가 되었다. 거기에 사람을 뜻하는 '-or' 접미사가 붙어 \'출판자', '배포자'의 의미가 있는 'editor'라는 명사가 파생됐고, 이 라틴어 단어가 영어로 들어오면서 의미가 '편집장'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이런 어원을 모르는 영어권 화자들은 'editor'가 '편집장'이면 동사 \'edit'에 '-or'가 붙어서 만들어진 단어이겠다 생각하고 거꾸로 '편집하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 'edit'를 만들어냈다.
- Alleyman : 원래는 프랑스어로 독일인을 지칭하는 알망드(allemande)에서 온 말. 19세기 말 이것이 영국으로 퍼져 비슷한 발음인 Alley와 man의 합성어로 여겨지며 생긴 말이다.
- Forlorn Hope : 전사할 확률이 높은 군사 작전에서 선봉대의 역할을 맡는 병사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Hope가 영어로 희망을 뜻하기에 흔히 '버려진 희망'이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네덜란드어에 기원을 둔 단어로 본래는 verloren hoop (버려진 무리, 네덜란드어로 hoop는 영어로는 heap, 무더기를 가리킨다)란 뜻이다. 근세에 유명했던 독일의 용병단인 란츠크네히트에서는 똑같은 뜻으로서 버려진 중대란 Verlorene Haufen가 있었는데, 이들이 바로 급료를 두배로 받는다는 뜻인 도펠죌트너로 츠바이핸더를 들고 적의 장창대형에 파고들어 대형을 붕괴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5. 관련 문서
[1] 다만 실제로 한 단어의 뜻을 착각한 개인이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위치에 올라가면서 사회 구성원들에게 자기가 이해한 용법을 확산시키는 경우도 있다. 겅호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시.[2] 다만, '개새끼'는 '가짜 새끼'가 아니라 동물 개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개판'의 개는 한자어다.[3] 견강부회에서 따온 신조어.[4] 신라의 수도는 '서라벌(徐羅伐)', '서나벌(徐那伐)', '서벌(徐伐)', '서야벌(徐耶伐)', '사라(斯羅)', '사로(斯盧)' 등으로 음차되어 왔고, 정확한 발음은 알 수 없으나 'ᄉᆡᄫᆞᆯ'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것이 '셔블>서울'의 과정을 거쳐 변화했다고 본다.[5] 다만 조선시대 후기(영조 시대)에 '서울'을 같은 음의 한자를 빌려 표기한 경우가 존재하긴 한다.[6] 또는 화장장에서 화장하고 나온 뼈를 부수어 골분으로 만드는 사람을 '쪼다'라고 부른다는 설도 있다.[7] 본래 두 획 二 사이에 십十자 대신 대大자가 있는 모습[8] 본래 그칠 지止자 자체가 그냥 발을 뜻하는 글자였고 멈추다는 뜻으로의 확장은 나중의 일이다.[9] 최근 들어 이 몽골 전파설 반대론이 떠오르고 있다. 몽골에서도 부정할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