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고고학 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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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아르메니아 국경선에 걸쳐져 있는 옛 다리의 잔해. 다리 한가운데를 흐르는 실개천에 가까운 강은 터키-아르메니아 국경선을 이루는 아후리안 강으로 강 왼편이 터키령, 강 오른편이 아르메니아령이다.
그리스어: Ἄνιον, Ánion
라틴어: Abnicum
아르메니아어: Անի
조지아어: ანი, ანისი
터키어 및 영어: Ani
1. 개요
아니 고고학 유적지
터키 북동부 카르스 도에 위치한 유적. 유적 옆을 흐르는 아후리안 강(Ախուրյան)을 경계로 하여 아르메니아와의 국경선이 바로 맞닿아 있는데 사실 이 유적은 과거 880~1045년까지 존속했던 아르메니아계 왕국인 바그라티드 아르메니아의 수도(961~1045)였다. 당시에는 엄청난 규모의 대도시[4] 였으나 먼저 지진으로 박살나고 셀주크 투르크의 술탄 알프 아르슬란이 이끈 셀주크군에게 1064년에 대대적인 공격을 받은 데다 13세기에는 몽골군의 공격까지 받아 1319년에 버려지기에 이르렀으며, 그 뒤에는 초라한 유적이 산재한 작은 마을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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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라티온 아르메니아 왕국의 수도이자 상당한 대도시였던 당시의 모습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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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1878년 베를린 회의의 결과 러시아 영토가 되면서 러시아 당국의 주도 아래 아니 유적의 발굴 및 연구가 이뤄졌고 20세기 초반까지는 위의 사진에서 보이듯이 유적지의 상태가 지금보다 훨씬 양호했으나, 제 1차 세계대전 이후인 1918년에 아르메니아가 잠시 점령했다가 1921년에 카즘 카라키베르(1882~1948)가 이끈 터키 의용군에게 패하여 다시 터키의 영토가 된 등 국지전이 벌어진 과정에서 많은 유적들이 파괴되었다. 오늘날에는 아르메니아 유적을 연구하고 발굴하는 고고학자와 역사학자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으나, 국경이 코앞인 상황이라 문화재를 복원하기나 연구하기는커녕 접근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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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보존 상태가 양호한 유적은 세워진 지 1000년이 넘은 아니 대성당인데, 이마저도 내부에 무수한 총알 자국이 남아 있는 등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국경지대이다 보니 관광객이 가기도 까다롭고 제대로 된 숙박시설도 없는 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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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진 지 900년이 넘은 모스크도 무너진 채 방치되고 있으며, 여타 유적들도 형편은 매한가지다. 아르메니아와의 국경이 바로 지척인 관계로 터키군이 주둔하고 있어서 민간인이 살기 쉽지 않다.
다만 일부 교회는 복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워낙 무너진 곳도 많은 터에 관광지로 입지도 인프라도 나쁜 이곳을 복원하고 찻길을 새로 깔고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불가능이다. 터키/관광 봐도 알겠지만 터키는 워낙에 곳곳에 유적지가 넘쳐놔서 인프라 좋은 서쪽에 있는 유적지조차 복원되지 못할 정도인데 이 곳 아니는 더더욱 어림없다.
2. 유적의 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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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 거주하며 한국어 가이드 책자를 쓴 한 교포는 아니에 다녀와서 정말로 마음이 어두운 흔적이라며 무수한 유적 잔해가 아쉽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아르메니아로서는 조상들이 세운 유적들이 바로 눈 앞에 있는데 터키와의 사이가 안 좋아 제대로 연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한다. 한편 이슬람 세력이 1000년 가까이 아르메니아에서 아니를 빼앗고 빼앗기기를 반복했고, 따라서 위의 사진처럼 모스크를 비롯한 이슬람 유적도 꽤 있기에 이슬람 고고학자들도 안타까워한다.
더불어 터키가 이 지역에 댐을 건설하려고 하는데, 아타튀르크 댐이 건설되면서 수몰 위기에 몰렸던 디야르바크르와 마찬가지로 댐이 지어지면 물에 잠길 상황이라 말이 많다. 아르메니아는 죽어라 결사반대하고 있으며, 터키에서도 유적지로서 조사할 게 많은 곳이라며 반대하는 주장도 많다.
직접 가 보고 싶으면 인근에서 가장 큰 도시 카르스(Kars, 2019년 인구는 7만 5천명이 채 안되지만 근처에서 그나마 가장 큰 도시다.)에서 일일 투어를 하는 방법이 있는데, 투어라고 해 봐야 대부분 미니밴이나 조금 큰 택시에 타고 왕복 100 km를 짐짝같이 달려서 왕복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일정임은 각오해야 한다. 게다가 터키 동부 특성상 도로 포장 상태가 매우 고르지 못하고, 국경 인근 지역이라 검문이 빡세다. 그러나 유적지 자체는 보존 상태가 불량할 뿐, 아주 아름답고, 그 정도 노력을 들일 가치는 충분하니 근처를 여행할 계획이 있으면 일정에 넣는 것도 좋을 것이다.
국경 지역이라는 특성상 유적지 한쪽 구석 언덕 위에는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고, 올라가 볼 수만 있으면 유적지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경치지만 근처는 전부 철조망으로 막혀 있어 진입할 수 없다.
[1] 오랜 세월에 걸쳐 또는 세계의 일정 문화권 내에서 건축이나 기술 발전, 기념물 제작, 도시 계획이나 조경 디자인에 있어 인간 가치의 중요한 교환을 반영[2]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독보적 또는 적어도 특출한 증거일 것[3] 인류 역사에 있어 중요 단계를 예증하는 건물, 건축이나 기술의 총체, 경관 유형의 대표적 사례일 것[4] 수도 이전에도 10세기 초, 전성기 시절에 인구는 15만에 달했을 정도인데, 이 정도는 당시 아르메니아 전체 인구의 15%에 달하는 것이었다. 한편 이 나라는 수도를 여러 번 옮겼는데, 건국 초기 수도로서 현재 터키 영토인 바라간(Bagaran)은 겨우 5년(885~890)짜리 수도였고, 현재 아르메니아 영토이지만 터키와 국경이 맞닿아 있어 상황이 그닥 다르지 않은 시라카반(Shirakavan)은 39년(890~929), 현재 터키 영토인 카르스(Kars)는 32년(929~961)간 수도였기에 아니가 그나마 가장 오랫동안 왕국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